<학교 고양이 킹의 엉뚱한 마법>김혜온 글/ 이윤우 그림/스푼북역시 고양이가 대세다.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로서 아주 흐뭇한 일이다. 이 이야기는 학교를 지키는 고양이 킹과 발달 장애를 가진 달지의 엉뚱발랄하지만 곱씹어 보면 생각거리를 주는 그런 판타지 동화다. 추천 대상은 저학년이 어울릴 법하다. 친구들과 좀 다른(?)달지는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느리다. 그런 달지는 때로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 그들도 딱히 악의가 있어 보이진 않지만 그런 상황이 될 때마다 달지는 "친구 싫어 학교 싫어"를 되뇌곤 한다. 달지와 같은 모둠이나 팀이 된 친구들은 "어차피 달지 때문에 졌어 . 우리 팀이 꼴찌야"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 말을 듣는 달지 마음은 어떨까! 너무 슬플 것 같다. 그 날도 쓸쓸히 혼자 운동장 화단에 나온 달지는 말하는 고양이 킹을 만나게 된다. 얼떨결에 고양이 발에 박힌 가시를 빼준 보답으로 킹은 달지에게 세 개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하지만 두 개의 소원은 예상과 다르게 아주 엉뚱하게 사용되고 만다. 마지막 소원만 남은 상태에서 달지는 친구들과 얼음 땡 놀이를 하게 되는데 행동이 느린 달지가 계속 술래를 하게 된다. 일부러 술래 시키려고 달지를 끌어들인 게 아닌가 싶은데... 달지의 마지막 소원은 과연 무엇일까? 달지 같은 어린이를 맡아본 경험이 있다. 4학년이었다. 내 교육경력에서 가장 인상 깊은 아이 쭈니다. 그때도 백호와 소율이처럼 쭈니를 잘 챙겨주고 도와주는 어린이가 있는 반면, 민후처럼 교묘하게 쭈니를 이용하는 어린이도 있고 , 무관심한 어린이도 있었다. 6학년 통합학급을 맡은 적도 있는데 양상이 좀 달랐다. 그땐 백호와 소율이 같은 아이가 없었다. 현실적으로 중학년까지만 달지- 백호/ 소율 같은 친구 관계가 유지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드는 부분이다. 이것 또한 우리가 힘을 합해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지금 옆반도 달지 같은 어린이가 있는데 교우관계가 전혀 없다. ) 괴롭히거나 놀리지만 않아도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달지 같은 어린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달지 담임 선생님이 하시는 상벌스티커(점수제도)도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면달지 같은 친구가 들어있는 모둠에선 원망이 생기고 그 원망의 대상이 달지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로 마지막 부분 달지가 스티커판를 떼어내는 장면은 속이 후련하다. 모둠이나 개인 상벌제도가 없으면(경쟁제도가 없으면) 어린이들이 훨씬 더 서로를 돕고 연대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로 이 책을 읽고 교실에 혹시 개인이나 모둠 스티커판이 있음 재고해 보길 바란다. 나도 십수 년 전에 스티커판을 애용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쁜 어린이표> 를 읽고 회개해서 다 없앴다. 그래도 교실에 질서가 유지된다. 체벌이 없으면 교육이 안 될 것 같았지만 교육이 존재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 책 또한 수많은 달지를 위해 교실에 혹시 "너는 쓸모 없는 아이, 도움이 안 되는 아이"라고 낙인 찍는 것들이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2022-057 오늘 읽은 책명탐정과 되살아난 시체/ 정명섭 글/북멘토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게다가 학교가 배경이고 한국판 좀비 "재차의"가 나온다니 얼른 손이 갔다. 자칭 탐정이지만 잘 안 나가는 웹 소설 작가 민준혁과 돈이면 뭐든지 하는 고등학생 " 상태가 안 좋은 " 안상태가 펼치는 탐정 이야기다. 어느 날, 안상태가 학교 일진 필립 패거리를 피해 학교 창고에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필립 패거리들과 안상태는 얼마 전 죽은 황현학과 똑같이 생긴 기괴한 생명체를 목격하게 된다. 황현학이 누구냐고? 황현학은 필립 패거리들에게 줄곧 괴롭힘을 당하다 얼마 전 공원에서 떨어져 죽은 아이다. 이와 관련 필립 패거리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 황현학을 창고에서 본 거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았다고? 말이 되냐고? 그럼 좀비야? 안상태가 황현학을 목격한 이후, 요상한 일이 벌어진다. 필립 패거리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고를 당하는 거다. 게다가 공통적으로 죽은 황현학 이름을 불렀다는 거다. 황현학이 "재차의" 가 되어 자신을 괴롭힌 패거리들에게 진짜 복수하는 거야?안상태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민준혁은 웹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만해서, 안상태는 필립이 자신의 부하를 건드린 진짜 범인을 잡아오라고 협박해서, 둘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의기투합해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창고에서 본 게 황현학이 맞을까. 황현학이 진짜 살아돌아온걸까. 황현학은 정말 도망치다 떨어져 죽은 걸까. 최종 타깃은 필립이 분명한데 필립은 건재할 수 있을까. 황현학의 죽음과 관련하여 제대로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필립 패거리들이 전혀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게 참 한심하고 화가 났다. 그러니 황현학의 원혼이 재차의가 될만하지 않은가 싶고. 억울하게 아들을 잃은 어미의 마음은 또 어떨 것이며 . 죄 지은만큼 벌을 받는 게 당연한건데 그게 안되는 사회니까... 이런 현실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좀비물과 탐정물이 계속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전작을 읽어보진 않았는데 주인공 두 명의 티키타카가 재미있었다. 둘 다 세상적으로 볼 때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와닿는다. 이 이야기가 마지막이라니 아쉽다. 작가님 이력을 보니 평범한 직장이셨던데 이런 재밌는 추리물을 쓰시다니 대단하시다. 오래전부터 좀비를 좋아하셔서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작품 속에 현실을 반영한 배경이나 사물들 가령 홍대입구 , 버거킹, 맘스터치 등의 이름도 반가웠다.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청소년도 휘리릭 재밌게 그러면서도 학교폭력의 잔인함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책이다
엄지의 매운 맛/ 고정욱 글/ 주영휘 그림/그린애플고정욱 작가님이 300권 째 책을 내셨다는 걸 불과 얼마 전에 들은 것 같은데 벌써 340권이 넘어간 걸로 알고 있다. 도대체 그 창작의 원천은 무엇일까? 바로 이 책이 강조하는 "자존감" 이 아닐까!말하자면 이 책은 인성동화인 셈인데 아이들이 좋아할 무협을 소재로 써서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다. 우리 반에 나를 속 썩이는 아이 이름과 주인공 이름이 똑같아 그 아이한테 이 책을 빌려주고 싶기도 하지만 아이가 읽어낼 실력이 없다 . 이야기는 이러하다. 우리나라 전통 무술인 천지인술을 복원한 강관장의 아들 지석이가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강관장은 천지인술을 우연히 접하고 파고들어 천지인술을 복원했다. 이를 세계적인 무술로 전파하고자 창고에 "천지인술 본관" 을 차리고 도장을 운영하던 중 카라지 황관장이 진검승부를 하자고 찾아온다. 맹렬히 싸우던 중 황관장의 비겁한 술수에 그만 강관장은 장애인이 되고 만다. 도장은 망하기 일보 직전 , 지석이 엄마마저 일 년 전에 집을 나갔다. 그야말로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석이는 왜 자신이 천지인술의 후계자가 되어야 하는지 왜 천지인술을 세상에 알려야 하는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냥 코딩을 배워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을 뿐이다. 천지인술을 세계적인 무술로 만들겠다는 아빠의 소망도 지석이에겐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래도 지금 당장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 아빠를 대신해 도장을 운영해야 하는데 회원이 없다.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러는 와중에 지석이는 조금씩 성장한다. 어려움에 처한 지석이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목표를 뚜렷이 세우고 실력을 키워 하나하나 성취하는 과정을 무협과 만화를 곁들여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한 꼭지 끝날 때마다 만화로 어떻게 자존감을 키우는지 알려주는데 자존감이 약한 어린이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다. 교실 아이들을 보면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한다. 공부를 잘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무슨 일이든지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표정도 밝다. 반면 자존감이 약한 아이는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며 무기력하다. 교직 29년차인 내가 깨달은 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아이에게(어른도 마찬가지) 가장 중요한 건 "자존감 "이란 결론을 내렸다. 자존감이 약하면 끊임없이 상대와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에 무너지기 쉽다. 공부를 못해도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무너지지 않지만 반대로 공부는 잘하지만 자존감이 결여된 아이는 조그마한 외풍에도 금세 무너진다. 자존감이 약하거나 자존감을 더 키우고 싶은 아이, 꿈을 찾지 못한 아이에게 추천한다. 이 책 빌려주고 싶은 아이가 떠올랐다. 백@@.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 하는지 몰라 아직 꿈이 없다는 아이다. 내가그 아일 떠올려봐도 딱히 잘하는 것도 딱히 못하는 것도 한마디로 개성이 없는 아이다. 아! 목소리가 크다. 이 책이 아이한테 도움이 되면 좋겠다.
2022-055 오늘 읽은 책아빠는 아홉 살/장영현 글/이로우 그림/북멘토얼마 전 딸이 물어본다.-엄마, 어른 ADHD도 있어?-그럼 있지. 왜?-아니 내가 아는 트위터 친구가 자신이 ADHD판정 받았다고 해서... 난 아이만 있는 병인 줄 알았거든 나도 그래서 다시 자료를 찾아봤다. 내 주변에도 본인이 성인 ADHD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 성인의 경우, 아이일 때 발견 못하고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살다 성인이 되어 심해져 뒤늦게 발견되는 케이스라고 한다. 작가님 자신이 39세 때 성인 ADHD로 판정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작가님 자신이고 이 이야기는 작가님 가정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화자는 9세 딸이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땐 아빠가 알츠하이머 병이라서 9세 처럼 행동하는 이야기인가 했더니 예상이 빗나갔다. 직가님이 두 딸과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들어온 대목이다. 평소에 정말 딸들에게 친절하고 재밌게 놀아주는 아빠가 뭔가 계기가 있으면 소리를 버럭 지르고 괴물이 되곤 하는데 사건의 발단은 계란 프라이 였다. 그 날도 늦게 일하다 들어온 아빠가 계란 프라이를 하겠다 하였다. 엄마는 애들 자야할 시간이고 밤늦게 기름 냄새 풍기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 별안간 아빠가 소리를 지르며 계란 2개를 바닥에 던지고 화를 참지 못해 밖으로 나갔다. 그 사건 이후 아빠는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가 ADHD였다. 그제서야 아빠 자신도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도 시골에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어릴 적 아빠가 했던 행동이 "나빠서"가 아니라 "아파서"였던 걸 알고 아빠를 이해하고 위로하게 된다. 물론 병에 걸맞는 적절한 치료도 하고 말이다. 교실에는 전과 다르게 특히 저학년 교실엔 집중력이 약하고 과잉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야기 주인공 아빠가 초등학생이었던 30년 전에는 이런 행동을 하면 " 크면서 나아지겠지" 또는 " 우리 애가 장난이 심해요" 그 정도로 지나갔다. 그 당시 ADHD란 병명은 나도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그 비율도 높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비율이 상당히 높다. 내 경험상 저학년 반에 1-2명은 있다. 남학생 비율이 높다. 1학년에서 ADHD를 판별하기 위해 정서행동검사를 하지만 보호자가 하는 거고 보호자 중에서는 자녀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미화시켜 체크하기 때문에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그나마 담임교사가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아주 조심스럽게 "전문가를 찾아 상담해 보시라 "권유해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아이 자신도 힘들고 교실의 다른 아이도 힘들고 담임도 힘든 경우가 왕왕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 금세 좋아지는 경우도 봤고 치료를 받지 못해 더 심각해지는 경우도 봤다. 우리 반에도 지금 경계성 지능과 난독증 증세가 보이는 아이가 각각 있는데 내가 말해봤자 받아들이지 않을 걸 알기에 말도 안 꺼낸다. 결국 누구 손해인가! 그런 거 생각하면 속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2022-054오늘 읽은 책-약간 스포일 있음 <나무가 별이에게/ 한정영 글/남성훈 그림/썬더키즈>한 달 여만에 리뷰를 쓴다. 확실히 이번 여름방학은 책을 멀리 하고 게을렀다. ㅈ ㄱ ㅈ 샘은 방학 때도 부지런히 아니 더 열심히 리뷰를 쓰시던데... 진짜 그 꾸준함과 성실함은 흉내낼 수 없다 . 이렇게 스스로 자책하며 새롭게 2학기의 포문을 열어준 책 리뷰는 바로 내가 너무 애정하는 그림책이다. 작가계의 "서쿠니 " 한정영 작가님의 첫 그림책이 되겠다. 물론 그림까지 그리신 건 아니고 글을 쓰셨는데 역시 글 잘 쓰신다. 이번에는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듯 입말로 쓰셨는데 입에 착착 달라 붙는다. 한 작가님 책은 무조건 믿고 읽게 되는데 작가님은 나에게는 아동문학계의 "이승윤"이다. 찐팬이다. 제목을 살펴보면 "나무가 별이에게"라 되어 있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아이의 표정이 어쩐지 슬퍼 보인다. 책 소개글을 보니 "격동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별이와 나무 이야기" 라고 되어 있다. 격동의 시기라 하면 그렇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서 6.25전쟁까지 우리나라 역사 중에서 가장 아프고 혼란한 시대가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다. 나무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별이가 있는 공간은 바로 비무장지대이다 . 이것도 엄청난 스포일이긴한데 어쩔 수가 없다. 화자인 나무는 이마에 별처럼 빨간 흉터가 있는 남자 아이를 별이라 부른다. 별이에겐 누나가 한 명 있는데 어느 날 누나가 일본 헌병대에게 끌려가고 감감 무소식이다. 별이는 윗동네 살던 달이와 함께 나무 앞에 돌탑을 쌓으며 누나가 무사히 오기만을 기도하는데.... 이번엔 갑자기 나무 앞으로 38선을 그어 달이와 별이를 생이별하게 만든다. 그러다 포탄이 터지고 전쟁이 일어나고 나무도 여기저기 총탄을 맞게 된다. 과연 나무는 별이, 별이 누나, 달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이런 어마어마한 서사를 그림책으로 그것도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비무장지대에 있는 나무의 시선으로 풀어내시다니 작가님의 아이디어와 역량이 대단하시다 . 페친이라서 잘 아는데 매일 불면에 시달리시면서도 항상 12개의 아이디어가 남아있다곤 하시더니 정말이었다. 세월이 흘러 백발이 된 별이가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와 흡사해서 울컥했다. 이억배 작가님의 "비무장 지대에 봄이 오면"이후 이렇게 감동적인 작품은 오랜만인 것 같아 가슴이 뛴다. 5학년 사회 교과서에 한국사가 어디까지 나오지? 이 부분도 나오나? 이 그림책 온책읽기 하고 싶다. 이런 파스텔톤 같은 그림 스타일 좋아하는데 이야기와 그림의 궁합도 잘 맞은 것 같다. 대박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