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귀여운 그림책 한 권을 읽었다. 아이한테 약속해 놓고선 안 지키는 어른이 보면 딱 좋을 그런 그림책이다. 아니! 약속 안 지키는 어른은 그림책을 안 볼 가능성이 높거나 설사 보고서도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며 반성을 안할 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 책을 읽는 어린이 가 " 맞아 맞아 우리 집도 똑같아!" 하며 공감을 하는 것만 해도 충분할지 모르겠다. 주인공 지영이는 놀아준다고 하고선 약속을 안 지키고 소파에 누워 잠만 자는 아빠 때문에 속상하다. 마침 재활용하는 날이라 엄마를 도와 분리수거를 하던 중에 무엇이든지 바꿔주는 신기한 비밀 상자를 보게 된다. 여기에 아빠를 넣는다면 잘 놀아주고 놀리지도 않고 약속 잘 지키는 아빠로 바뀌는 거야? 와~~기대된다. 그런데 잠깐 나갔다 온 사이 아빠를 넣은 비밀 상자가 사라져버렸다. 이대로 아빠를 영영 못보게 되는 걸까? 그건 안 돼~~ 약속을 안 지키는 어른 때문에 속상했던 아이의 마음이 글과 그림에 오롯이 담겨있다. 아이한테는 " 약속 잘 지켜야 착한 사람이다 " 하면서 정작 본인은 약속을 밥 먹듯이 안 지키는 어른이 참 많다. 혹시라도 그런 어른이 이 책을 읽는다면 진짜 반성해야 한다 . 나도 항상 약속을 지키는지 점검해야겠다. 그나저나 지영이는 아빠를 넣은 비밀상자를 찾았을까? 찾았다면 아빠는 약속 잘 지키는 착한 아빠로 변해 있을까?
눈이 소복히 쌓인 오늘과 딱 어울리는 그런 그림책을 만났다. 키큰도토리&어진교육 에서 나온 "이야기 속담 그림책 15" <뭐라고 부를까? > 인데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속담을 그림책으로 쉽고 정확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이번에 알려주는 속담은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라는 속담이다. 일상에서 늘 강조하는 말인데 항상 실천이 쉽지 않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날, 먹거리를 찾던 새들이 먹을 게 많이 있다는 쥐를 찾아가면서 " 뭐라고 부를까?" 고민한다. 고양이 밥? 쌀 도둑? 쥐선생? 새들이 생각해낸 쥐를 부르는 말이다. 과연 쥐는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먹을 것을 나눠줄까? 아님 호칭과는 상관없이 항상 친절을 베풀까? 쥐선생이라 불렀을 때 기분이 좋고 그렇게 부르는 이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닐까 ?내가 애정하는 유투버 중에 셀프 메이크업 유투버가 있다 . 그 유투버가 워낙 화술도 뛰어나지만 다른 한 가지가 내 맘을 끌었다 . 뭐냐면 유투버가 구독자 및 화장품 관계자를 일컬어 " 선생님" 이라고 부르는 거다. 그 말이 좋게 들렸다. 물론 요즘 여기저기서 다 " 선생" 이란 호칭을 쓰는 게 좀 껄끄러울 수 있지만 직업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까치가 "쥐선생 "이라고 부르자 쥐가 왜 자길 선생이라고 하냐 반문한다. 까치가 이렇게 대답한다. - 나와 달리 땅속에 살지만 스스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계십니다. 뭐 유투버나 영업하시는 분들은 성과를 올리가 위해 선생이란 호칭을 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듣는 입장에선 기분이 좋다. 쥐도 그렇지 않았을까? 부모나 교사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매번 잔소리 하는 것보다 이런 멋진 그림책 한 권 같이 읽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년 초에 말이다. 종이도 한지 느낌이 나도록 다자인해서 속담과 잘 어울린다.
어제 읽은 책 <수림의 자사호 이야기>요즘 관심사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보이차 " 또 다른 하나는 "스탠레스 프라이 팬 적응하기" 둘 다 건강과 관련이 있다. 방학 내내 집콕하면서 이 둘을 탐구하고 있다. 마침 보이차를 주문하는 ㅈㅇㅁㅊ 점장님이 (유투버시기도 함) 수필을 내셔서 사인본을 주문해 받아 어제 단숨에 읽었다. 며칠 책이 잘 읽혀지지 않았는데 관심 있는 분야의 글을 읽으니 술술 잘 읽혀진다. (자사호 전시회에 간 느낌이 들어 좋았다)저자는 이 수필을 " 자사호에 대한 사랑 이야기" 라고 소개하고 있다. 진짜 그러하였다. 나도 이 저자님 유투브와 블로그를 통해 보이차에 입문하게 되었다. 현재 가지고 있은 3개의 자사호도 이분한테 구입하였다.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글이나 방송 , 무엇보다 택배를 보내실 때 차나 자사호가 깨지지 않게 온갖 정성을 다해 포장하시는 걸 보고 신뢰가 갔다. 신방과를 나오셔서 차업을 하시는 이력을 갖고 계신다. 글도 잘 쓰신다. 보이차를 마신지 1년이 되어간다. 커피도 좋아하지만 보이차도 참 좋다. 다른 매력이 있다. 커피는 향이 정말 매력적이고 보이차는 커피에 비해 향은 약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된다. (1년 마시면서 내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 커피는 1일에 카페인 때문에 1-2잔 마시는 걸로 제한적인데 보이차는 물처럼 마셔도 카페인 위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방학 동안 보이차를 보리차처럼 우려서 마시고 있는데 확실히 귀찮고 번거롭지만 자사호로 우리는 게 맛과 향이 뛰어나다. 그래서 차맛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으면 당연히 자사호에 대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책에는 저자가 사랑했던 수십점의 자사호에 대한 사진과 스토리가 소개되고 있다. 자사호도 예술 작품이라 정말 눈길이 머무는(사랑에 빠지는) 그런 자사호가 있다. 노란 단니 자사호가 없어 단니 자사호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커피도 점점 좋은 원두를 찾게 되는 것처럼 자사호도 그런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소장가들도 그렇게 점점 자사호에 대한 사랑이 커져 갔을 것이다. 한 사람이 평소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느냐를 보면 관심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온 자사호는 명품백 수준 고가의 것도 있을 거다. 작품을 보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생활차호가 아니라 작가 차호라서 더욱 그렇다. 누군가는 그깟 자사호에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써? 결국 차 우리는 도구일 뿐인데? 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관심과 취미가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다. 좋은 자사호에 우린 맛있는 보이차를 마시며 행복한 사람도 있으니까!!!
허벅지라면 나도 할말이 많다. 야윈 얼굴과 상체에 비해 튼실한 허벅지를 갖고 있어 늘 불만이기 때문이다. 나에겐 허벅지가 살이 제일 잘 찌고 제일 안 빠지는 부위이다. 날 닮아 딸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건장한 허벅지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이 이름과 외모, 성격까지 딸을 빼다 박아 진짜 공감하며 한달음에 읽었다. 우성희 작가의 전작인 <기다려 , 오백원> 이 우리 사회의 후미지고 아픈 곳을 건드렸다면 이 작품은 중산층 가정의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와( 스케이트를 하려면 경제적 여건이 돼야 함)그녀의 가족, 우정, 사랑, 꿈을 재밌게 대변해 준다. 개인적으로 우리 어린이들도 다양한 부류의 삶을 아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도 아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작품이 재미있다. ) 앞서 말했지만 주인공은 중산층 가정에서 여유롭게 자라고 있다. 증거를 들어보겠다. 첫째 스케이트를 하겠다고 마음먹자마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에서 주인공처럼 하고 싶다고 당장 스케이트를 배울 수 아이는 진짜 보기 힘들다 . 게다가 이모는 주인공의 물주이기도 하지 않던가! 원하면 다 사 준다. (완전 부럽다) 둘째 한우를 계속 먹는다. (요즘 한우가 얼마나 비싼데 ) 셋째 마당 있는 집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다. (외할머니 집인가 확실하지 않음) 아이들 눈엔 이런 게 안 보일 가능성이 많은데 이것도 직업병인 듯하다. 스케이트로 말할 것 같으면 고급 스포츠가 아닌가! 코로나 전엔 학년 아이들 데리고 연례행사로 스케이트장에 2-3일 가곤 했다. 그때도 보면 학교에서 간 게 처음인 경우가 절반이 넘곤 했다. 수영도 그렇고 스케이트도 그렇고 계절 스포츠는 보호자의 관심이나 경제적 여건이 되어야 제공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서 그런 것 같다. (어제 고흐 관련 책을 읽어서 주인공의 경제적 여유가 더 마음에 다가온 것 같다. )여하튼 주인공은 평안한 가정에서 사랑 충분히 받고 잘 자란 아이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을까? 아니다. 그런 면에서 신은 공평하다. 누구나 고민은 있으니까. 주인공의 고민은 무엇일까? 4학년인 변시아는 "위, 대한 가족 " 덕분에 몸도 마음도 아주 활기 차고 씩씩한 여학생이다. 이런 성격 너무 마음에 드는데 현실에선 이성에겐 호감을 못 얻는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시아에겐 6년째 절친인 남자 친구 영찬이 있는데 그가 준 작은 선물로 친구 아닌 사랑(?) 비스무레한 감정이 움트기 시작한다. 당연히 자신의 건장한 몸에 불만을 품기 시작하고 다이어트를 결심할 때, 날씬하고 발레복도 잘 어울리는 공주과 빛나가 영찬일 넘보기 시작하며 뜻하지 않은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삼각관계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라이벌 빛나를 제지하고자 빛나가 하는 스케이트를 같이 배우기 시작한 시아에게 "실연"과 "시련"이 동시에 찾아온다. 실연과 시련은 고통스럽고 아프지만 성장을 이끌어주곤 한다. 한 뼘 성장한 시아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시아의 새로운 사랑은 무엇일까? 구미호 같은 빛나를 욕하면서 읽었다. 진국을 못 알아보는 영찬이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실연과 시련에 마음 아팠지만 덕분에 꿈을 발견한 시아를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누구를 따라하기보다 나답게 살기로 결심할 수많은 어린이를 응원한다. 우리 딸도 응원한다. 읽으면서 <5번 레인> 중학년 버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재미 있었다.
이 책은 순전히 보라색 표지가 마음에 들어 골랐다. 고르고 보니 "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이라고 적혀 있다. 잘 골랐네 ! " 비밀 " 이란 단어를 보거나 듣게 되면 자연스레 귀가 쫑긋, 심장이 쫄깃해진다. 오쩐지 부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든다. 나만 알고 있으니까. 이 책은 세 편의 비밀을 담고 있다. 하나는 말썽꾸러기 찬이와 남산타워의 비밀, 다른 하나는 유나와 치매에 걸린 친척할머니의 비밀 , 마지막은 울보 승모와 눈물 요정의 비밀이다. 표지 그림은 첫째 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산 타워가 색깔로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고 있었다니 ! 새삼 고맙다. 반아이들에게 " 이건 우리 반만의 비밀이에요. 절대 보호자나 다른 반 친구에게 말하면 안 돼요 " 라고 몇 번 말한 적이 있다. 주로 반 친구들의 문제(?)행동이나 가정사 커밍아웃일 경우가 해당된다. 우린 공동체로서 그런 언행을 한 친구의 비밀을 지켜줄 필요가 강조했더니 어떤 어린이가- 왜 우리 반은 비밀이 많아요?라고 묻는다 . - 그만큼 친구들이 여러분을 신뢰한다는 거지요. 이번 학년도에 줌수업 하다가 갑자기 커밍아웃해서 당황(?)한 적이 여러 번 있지만 그렇게 말한 당사자의 용기에 감탄하곤 했다. 누군가의 비밀은 듣는 순간부터 청자는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그게 화자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