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라면 나도 할말이 많다. 야윈 얼굴과 상체에 비해 튼실한 허벅지를 갖고 있어 늘 불만이기 때문이다. 나에겐 허벅지가 살이 제일 잘 찌고 제일 안 빠지는 부위이다. 날 닮아 딸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건장한 허벅지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이 이름과 외모, 성격까지 딸을 빼다 박아 진짜 공감하며 한달음에 읽었다. 우성희 작가의 전작인 <기다려 , 오백원> 이 우리 사회의 후미지고 아픈 곳을 건드렸다면 이 작품은 중산층 가정의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와( 스케이트를 하려면 경제적 여건이 돼야 함)그녀의 가족, 우정, 사랑, 꿈을 재밌게 대변해 준다. 개인적으로 우리 어린이들도 다양한 부류의 삶을 아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도 아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작품이 재미있다. ) 앞서 말했지만 주인공은 중산층 가정에서 여유롭게 자라고 있다. 증거를 들어보겠다. 첫째 스케이트를 하겠다고 마음먹자마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에서 주인공처럼 하고 싶다고 당장 스케이트를 배울 수 아이는 진짜 보기 힘들다 . 게다가 이모는 주인공의 물주이기도 하지 않던가! 원하면 다 사 준다. (완전 부럽다) 둘째 한우를 계속 먹는다. (요즘 한우가 얼마나 비싼데 ) 셋째 마당 있는 집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다. (외할머니 집인가 확실하지 않음) 아이들 눈엔 이런 게 안 보일 가능성이 많은데 이것도 직업병인 듯하다. 스케이트로 말할 것 같으면 고급 스포츠가 아닌가! 코로나 전엔 학년 아이들 데리고 연례행사로 스케이트장에 2-3일 가곤 했다. 그때도 보면 학교에서 간 게 처음인 경우가 절반이 넘곤 했다. 수영도 그렇고 스케이트도 그렇고 계절 스포츠는 보호자의 관심이나 경제적 여건이 되어야 제공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서 그런 것 같다. (어제 고흐 관련 책을 읽어서 주인공의 경제적 여유가 더 마음에 다가온 것 같다. )여하튼 주인공은 평안한 가정에서 사랑 충분히 받고 잘 자란 아이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을까? 아니다. 그런 면에서 신은 공평하다. 누구나 고민은 있으니까. 주인공의 고민은 무엇일까? 4학년인 변시아는 "위, 대한 가족 " 덕분에 몸도 마음도 아주 활기 차고 씩씩한 여학생이다. 이런 성격 너무 마음에 드는데 현실에선 이성에겐 호감을 못 얻는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시아에겐 6년째 절친인 남자 친구 영찬이 있는데 그가 준 작은 선물로 친구 아닌 사랑(?) 비스무레한 감정이 움트기 시작한다. 당연히 자신의 건장한 몸에 불만을 품기 시작하고 다이어트를 결심할 때, 날씬하고 발레복도 잘 어울리는 공주과 빛나가 영찬일 넘보기 시작하며 뜻하지 않은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삼각관계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라이벌 빛나를 제지하고자 빛나가 하는 스케이트를 같이 배우기 시작한 시아에게 "실연"과 "시련"이 동시에 찾아온다. 실연과 시련은 고통스럽고 아프지만 성장을 이끌어주곤 한다. 한 뼘 성장한 시아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시아의 새로운 사랑은 무엇일까? 구미호 같은 빛나를 욕하면서 읽었다. 진국을 못 알아보는 영찬이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실연과 시련에 마음 아팠지만 덕분에 꿈을 발견한 시아를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누구를 따라하기보다 나답게 살기로 결심할 수많은 어린이를 응원한다. 우리 딸도 응원한다. 읽으면서 <5번 레인> 중학년 버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재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