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르웨이의 숲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평점 :
하루키의 명성은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그의 작품을 만난 것은 작년이었다.
남들은 하루키의 소설부터 만난 게 일반적인 듯한데
난 특이하게 에세이를 먼저 접했다.
깔끔하고 담백하며 유머러스한 그의 에세이를 보고나서 그의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하루키가 쓴 유명한 소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초기작인 <노르웨이의 숲>을 골랐다.
이 작품이 전에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이었다는 것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이 작품을 먼저 고른 이유는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전히 책 제목이 <상실의 시대>였다면 다른 책부터 골랐을 지도 모른다. 제목이 우울해서 말이다.
이런저런 서평책을 보다보면 이 책이 꼭 들어가 있던 기억도 나서 다른 책보다 이 책을 선뜻 고르게 되었다.
하루키의 에세이와 소설은 느낌이 참 달랐다.
에세이는 참 밝고 유쾌하고 유머가 넘쳤지만
소설은 반대 느낌이 강했다.
착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요즘 쓰는 에세이와는 거의 30년 차이가 나니 충분히 이해 되는 부분이다.
와타나베, 나오코, 기즈코, 미도리, 레이코가 만들어 가는 사랑 이야기가 전편에 흐르고 있다.
10대의 사랑에서부터 40대의 사랑까지
그 사랑이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슬프게 다가온다.
화자는 와타나베이다.
10대 후반에 만났던 기즈코와 기즈코의 연인이었던 나오코는
사람을 잘 사귀지 않는 와타나베에게 있어 유일한 친구였다.
기즈코가 사고로 죽은 후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우연히 다시 만나
친구처럼 다시 만남을 이어가지만
둘의 기류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어느새 나오코를 마음 속 깊이 사랑하게 된 와나타베를
나오코는 연인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오코를 깊이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와타나베는
대학에서 또 다른 여인을 만나게 된다.
나오코와는 전혀 상반된 매력을 가진 미도리라는 여자인데
나오코가 가을을 닮았다면
미도리는 여름이라고 할까!
또 한 여인이 있는데 나오코와 같은 요양원에 있는 레이코이다.
원숙미가 넘치는 레이코는 와타나베에게는 엄마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와타나베는 이 세 여인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편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요양원에 있는 나오코에게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솔직하게 써 보내기도 하고
오해 때문에 소원해진 미도리에게 편지를 쓰기도 한다.
레이코에게는 자신의 인생 상담을 하기도 한다.
와타나베의 편지는
편지를 주고받던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반가웠다.
30년 전에는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는 게 일상이었는데 말이다.
30년 시간의 간극이 있음에도 이 소설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설레고 아프니까 말이다.
이 소설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네 명이 각각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소설에 흠뻑 빠지게 된다.
특히 신비함의 극치인 첫사랑 나오코와
상큼한 매력의 소유자 미도리의 대조는
와타나베가 왜 이 둘을 동시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공감하게 만든다.
특히 나오코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은 상상한 것보다 정말 깊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혹시 영화로 제작되지 않았을까 싶어 검색해 보니
2011년 일본에서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건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우리나라에서도 상영했었나?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원작과 비교해 수작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책을 통해 상상한 인물과 영상으로 표현된 인물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다.
특히 통통 튀는 매력의 소유자 미도리가 궁금하다.
아무튼 찾아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