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종업식 이라고 쓰면 어떤 아이들은

" 선생님! 잘 못 썼어요. 졸업식이라고 써야죠" 한다.

"종업식은 학년을 끝마친다는 뜻이고, 졸업식은 6학년 선배처럼 학교를 끝마친다는 것이니까 너희들은 종업식 맞아요" 라고

보충 설명을 해 준다.

 

놀토가 생기면서부터 종업식과 졸업식이 모두 같은 날에 이뤄지기 때문에 상당히 바쁘다.

 

1. 종업식

제본된 일기장을 배부하였다.

책으로 된 일기장을 보니 신기한가 보다.

글씨체만으로 일기장 주인을 확인했으니 혹시 자기 것이 아닌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

모두 본인 것이 맞단다. 다행이다.

작년에는 어떤 아이의 일기장에 다른 아이 일기장이 같이 제본되어 다시 하느라 애 먹었는데....

 

다음은 가장 중요한 통지표를 배부하였다.

통지표를 배부 안 하고 아이들을 보낸 선배들의 경험을 들은지라 어젯밤부터 긴장하였다.

통지표 안 주고 보낼까 봐.

성적이 중요한 것도 있지만 2학년 몇 반이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아이들 한 명씩 호명하며 몇 반이 되었는지 알려주고

" 잘 가"라는 말과 함께 꼭 안아 주었다.

우리 꼬맹이들이 엄마 품에 안기듯 꼭 안겼다.

(가끔 어떤 아이들이 쑥스러워서 뒤로 안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아이들은 하나같이 꼭 안겼다.)

서로 같은 반이 된 아이들은 환호를 하였다.

마지막에

2학년 1반부터 5반까지 아이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보라고 하여 서로 같은 반임을 확인시켜주고

2학년 교실 위치를 알려주었다.

 

3월 3일은 2학년 자기 교실을 찾아가는 거라고 말해 주니 어떤 아이가

" 여기 오는 거예요?" 라고 반문을 한다.

" 아니, 여긴 이제 동생들 교실이니깐 너희들은 2학년 교실 찾아가야지" 했다.

아직 2학년이 되었다는 것과 우리 교실을 떠나는 게 실감이 안 나나 보다.

 

이어서 오늘을 끝으로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두 명의 아이가 있어서

앞에 나와 인사를 하였다.

꾸러기 정@@가 인사 하다 말고 울어서 나도 코끝이 찡했다.

김 @@는 슬픈지 인사말을 하지 못했다.

다른 학교 가서도 건강하고, 무럭무럭 바르게 잘 자라나길 바란다.

떠나는 두 아이와 각자 흩어지는 아이들을 위해 모두 교실 뒤로 나와 한 줄로 서서 돌아가며 악수를 하였다.

 

방송으로 종업식을 하였다.

떠나시는 선생님들 소개를 하니 " 왜 떠나는 거냐?" 고 묻는다.

아마 자기들이 아는 보건 선생님이 떠나시는 걸 보고 궁금했나 보다.

" 선생님들은 5년마다 학교를 옮기신단다. 선생님도 너희들 4학년 때 이 학교를 떠나!" 하자

" 아~~앙" 그런다.

" 사람은 원래 만나면 헤어지고 그러는 거야"

" 그럼 보건실은 어떻게 돼요? 약 이것저것 다 써야지" 한다.

거기까지가 1학년 아이들의 생각인 듯 싶다. 그래도 질문이 많아졌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종업식이 끝나고

홍@@ 아이가 가져 온 초콜릿을 하나씩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는데

몇 분의 어머니들이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교실로 들어오셨다.

그 동안 수고하셨다고 준비하신 거라고....

예쁜 꽃다발 속에 담긴 어머니들의 마음, 고맙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하교지도를 하였다.

다시 정문에서 나에게 안기는 아이들.

이제 정말 안~~녕!!!

몇 분 어머니들하고도 포옹을 하였다.

그 동안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꽃을 예쁘게 말리고 싶은데 훼방꾼이 있다. 꽃다발을 보더니 냄새를 킁킁 맞고 있는 온이.

 

 

2. 졸업식

딸의 졸업식이 있다. 그래도 같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덜 바쁜 편이다.

남편, 아들과 함께 체육관에 올라가보니 아직 딸은 교실에서 오지 않은 상태. 좀 있다가 왔다.

학부모님까지 들어서니 평소에 넓어보이던 체육관이 굉장히 비좁아 보였다.

외조부모님이 안 오신 게 다행이다. 도중에 아들은 다리 아프다고 해서 교실에서 쉬었다.

식전행사인 중창단의 노래가 시작되었는데 마이크가 없어서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 안타까웠다.

미리 녹음을 해서 틀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옷도 예쁘고, 노래도 잘하는데 거의 들리지 않아 안타까웠다.

 

다음은 졸업식장 수여식이었는데

빔 프로젝트로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 상장 이름을 써서 영상으로 보여주니 참 좋았다.

176명 아이들 하나하나 단상에 올라 교장님께 직접 졸업상을 받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졸업장은 한 명씩 전달 받는 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어서 공로상 표창이 있었다.

딸이 1학기 전교회장이라서 받지 않나 싶었는데 얘가 일어나지 않아 긴가민가 하다

나에게 준 상장 두 개를 펼쳐보니 공로상이 있었다. 상장은 미리 교실에서 받은 듯하다.

본인이 상 받는지 안 받는지도 모르고 어리바리하다. ㅎㅎㅎㅎ

상장 대표는 방송반으로 수고한 어린이가 받았다.

 

예년과 달라진 점은 송사와 답사가 사라진 것이다.

그 대신 아이들의 영상편지가 있었는데 더 감동적이었다.

딸이 며칠 전 영상편지를 찍는다고 옷을 맞춰 입고 가야 한다고 하더니 이걸 만들기 위해서였나 보다.

<러브 액추얼리>영화에서처럼 아이들이 팻말을 들고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편지로 써서 영상으로 띄어주는데 그게 더 감동적이었다.

위트 있는 말은 누가 썼을꼬!

편집은 누가 했을꼬!

아이들 모두 한 번씩 등장하고

위트 있는 말에 보는 학부모도 자신의 졸업식을 연상하게 되어 구태의연한 송사보다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우리 학교만의 특색인 타임캡슐 봉인식이 거행되었다.

2013학년도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 것들을 타임캡슐에 묻어 봉인한 후, 30년 후에 개봉한다고 한다.

1-2학기 회장단과 교장, 교감님이 함께 봉인을 하였다.

아빠는 딸이 단상에 올라가니 열심히 셔텨를 눌러댔다.

외모만 보면 아직 초4 정도인데 이제 졸업이라니 나도 실감이 안 난다.

 

졸업식 노래는 아직 그대로였다.

누가 노래를 만들어서 보급하면 좋겠다. 동요 작곡가들이 해야 할 일 아닌가 싶다.

내가 작사 작곡 실력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겠건만.

아직도 몇 십 년 전에 불렀던

"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를 부르다니.

내용이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노래 진짜 없나?

 

졸업식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 친구들과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6학년 선생님들 눈시울이 모두 붉어져 있었다.

나도 그 맘 안다.

졸업을 시키는 거라서 다른 학년 선생님들 마음과는 좀더 다르다.

딸 친구들도 부산으로,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졌다.

아이들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딸은 6년 내내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과 함께 잘 자라줬다.

가르쳐주신 선생님, 옆에서 힘이 되어준 친구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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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1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6명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졸업식이었네요.
학생 숫자가 많으면 이렇게 못 하겠지요.

모두들 예쁜 눈빛으로 새 학년 맞이하고
딸아이도 새 학교로 가겠군요.

새 학기까지 느긋하게 하루하루 누리기를 빌어요.

수퍼남매맘 2014-02-15 23:01   좋아요 0 | URL
네. 딸은 이제 중학생이 된답니다.

요즘은 학년말 방학 때 제대로 쉬지를 못 합니다.
새 학년, 새 학기 준비로 바빠요.

세실 2014-02-1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아이들 겨울방학 하기전에 샘께 작은 선물을 드렸는데 종업식날 드릴껄 그랬나요?

이제 중학생이 되는 따님, 졸업과 입학 축하합니다~~

수퍼남매맘 2014-02-16 11:18   좋아요 0 | URL
역시 세실 님은 정감 있는 학부모시군요. 방학 전이나 종업식 때 선물하는 분 거의 없는데.....
저는 매년 끝날 때 마음을 담은 선물을 드리곤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일 년 동안 너를 가르친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는 것은 예의라고 알려 줍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끝날 때 받는 선물이 가장 기억에 남는 듯해요.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꿈꾸는섬 2014-02-1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을 축하합니다.^^
금요일에 저희도 조카 졸업식은 참석 못했지만 같이 저녁 먹으러 다녀왔었어요.
중학생되는 조카가 어느새 쑥 큰 모습보니 대견하기도 하더라구요.

종업식과 졸업식 모두 뿌듯하셨겠어요.^^

수퍼남매맘 2014-02-17 11:35   좋아요 0 | URL
저희 딸은 아직도 얼굴이 앳되어서 교복 입혀놔도 어쩐지 어색하더라구요.
세월이 참 빨라요.
초등학교 입학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서니데이 2014-02-1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졸업과 입학 축하드려요. ^^
(요즘도 졸업식에서는 그 노래를 부르는군요. ^^;)

수퍼남매맘 2014-02-20 18:07   좋아요 0 | URL
네 아직도 그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마음을 울려주면서 요즘 정서에 맞는 다른 노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