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부쩍 온이가 베란다에 나가 택배 상자 안에 들어가 일광욕을 자주 즐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평온해진다.
일광욕을 즐기고 온 온이에게서 포근한 햇살 냄새가 난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키우던 고양이들도 줄곧 햇빛 잘 드는 곳에서 유유자적 있던 것이 생각난다.
고양이 팔자 상팔자다.
2. 점심으로 콩나물 밥을 하려고 딸과 함께 콩나물을 다듬고 있는데
한창 일광욕을 즐기던 온이가 어느새 콩나물 냄새를 맡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후각이 진짜 발달한 모양이다.
테이블 야자 만큼이나 콩나물을 좋아하는 온이.
급기야 떨어진 콩나물 한 조각을 맛있게 냠냠한다.
사료 말고 다른 것을 먹으면 안 좋다고 수의사가 말씀하셔서 다른 것은 잘 안 주는데
우리 가족이 간식을 먹고 있으면 너무 입맛을 다셔서 조금씩 주게 된다.
그 눈이 애처로와서 말이다.
콩나물은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고양이들도 그러나?
3. 온이는 빵을 묶는 철사끈을 아주 좋아한다.
반짝반짝거리고 질근질근 씹히는 맛이 마음에 드나 보다.
어제도 빵끈을 발견하고는 한창 그것 가지고 쥐잡기 놀이를 즐긴다.
물었다 놨다 하며 거실을 축구장 삼아 타닥타닥 돌아다닌다.
제풀에 지치면 배깔고 누워 잠시 쉰다.
햐얀 털 속에 살짝 보이는 분홍 배가 아주 귀엽다.
온이 노는 모습에 나까지 즐거워진다.
빵끈이 가구 밑으로 들어가면
안타까워서
" 야옹 야옹~" 도움을 요청한다.
내가 꺼내주면 다시 물었다 놨다 반복하며 아주 신 나게 논다.
24시간 내내 놀고, 먹고, 자고 걱정이 하나도 없다.
어릴 때 키웠던 고양이 한 마리는
쥐를 잡아서는 주인들에게 자랑하려고 방으로 가져온 적이 있다.
제 딴에는 주인에게
" 주인님! 저 쥐 잡았어요. 장하죠?" 하며 자랑하러 온 건데
난 자다말고 고양이가 쥐를 물고 방으로 들어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 때부터 쥐가 더 싫어졌다.
어제 <책은 도끼다>에서 고양이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고양이에 대해 정말 잘 표현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밑줄 그었다.
우리 가족 모두 저자의 생각과 똑같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안 하기로 결심한 도도한 동물이 바로 고양이인 거죠.
<책은 도끼다> 223쪽
고양이는 정말 독립적이다.
절대 인간에게 굽신거리지 않는다.
언제쯤 온이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저자의 고양이는 무릎 위에 앉는가 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