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드디어 방학이다.
방학은 학생들만 기다리는 게 아니다.
교사는 더 기다린다.
학부모는 방학이 별로 달갑지 않을까?
난 학부모로서도 좋은데....
딱 한 가지
세 끼를 다 해 먹여야 한다는 게 안 좋은 점이다. ㅋㅋㅋ
그 동안 방전되어버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바로 방학이다.
이런저런 일들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이 방학없이 계속된다면
아이들도 나도 정말 힘들텐데......
에너지가 고갈된다는 느낌이 올 때쯤, 방학을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이들도 한동안 못 본다고 생각하니
한 번씩 와서 나를 끌어안았다. 오랫 동안 못 봐서 싫다는 아이도 있었다.흠흠흠
2. 방학식인 오늘 또 한 명의 학생을 떠나보냈다. 방학 중에 이사를 가기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었다.
"신사임당" 같은 아이 김 @@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최고이고-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다.-
책도 나만큼 잘 읽어주며
친구들이 모르는 것을 꼬마 선생님처럼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던 아이였다.
이사간 곳에서도 친구들을 잘 도와주고 배려하며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고 믿는다.
이 아이에게는 이 책을 선물로 줬다.
반 아이들과 한 명 한 명 인사하는데도
@@가 어른스럽게
" 잘 지내"해서 울다가 웃을 뻔 했다.
내 심부름을 해 줘서 초콜릿 2개를 줬는데
그걸 @@에게 주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3. <높은 곳으로 달려>는 2011년 3월 11일, 쓰나미가 발생한 일본 동북부 한 마을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책자리에 모아 놓고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줬다.
원래 오늘은 꼬마 선생님이 <재주꾼 오 형제>를 읽어주기로 한 날인데, 집에다 책을 놔두고 왔단다.
할 수 없이 이 책을 읽어줬다. @@가 가져가면 다른 친구들을 못 보니까 오히려 잘 됐다 싶다.
아이들은 실화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잘 들었다.
마지막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을 따라 읽어 봤다.
첫째 상상에 그치지 말 것.
둘째 온힘을 다할 것.
셋재 최초의 대피자가 될 것.
다 읽어주고나니 우리 반 아이 한 명이 세 가지 원칙을 수첩에 적다가 두 가지가 생각 안 난다며 나에게 물어봤다. 기특해라!
쓰나미는 아니지만 전학이라는 상황도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전학 간 곳에서 어떤 일들이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남아 있는 우리에게도 어떤 일들이 도사리고 있을지 아무도 예상 못한다.
다만 우리는 위험한 상황이 올 때 온힘을 다하여 최초의 대피자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내가 살아 남아야 남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포기하려던 누군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에.
4.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온가족이 <변호인>을 보러가려고 예약해 놨다.
둘째에게는 다소 어렵겠지만 온가족이 영화를 함께 보는 역사적인 날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오는구나!
원래 수퍼남매는 <썬더와 마법 저택>을 보고
우리 부부는 <변호인>을 보려고 했으나
시간대가 맞지 않아
아들을 꼬셔서 다같이 보기로 했다. 기대된다.
많이 울 것 같다.
하늘나라에 있는 그 분이 그리워서.......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