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학년이 된 전 학교 제자가 택배를 보내왔다.
그 때는 갓 입학한 햇병아리였는데 어느새 3학년이 되었다.
작년에도 이 어린이가 택배를 보내와서 감동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또 산타 마냥 선물 꾸러미를 보내온 것이다.
글씨도 얼마나 또박또박 잘 썼는지 모른다.
종류도 가지가지이다.
손수건,휴대폰고리, 캔디, 산딸기, 초코릿, 마시멜로 등등
제자가 날 기억해 준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데
이렇게 스승의 날에 딱 맞춰 택배를 보내오니 가슴 벅차게 고마울 따름이다.
"작가"가 꿈이라고 했던 눈이 사슴처럼 맑고, 아주 야무지고, 책 읽기를 좋아하던 아이이다.
지금도 책을 좋아하여 800쪽이 넘는 <제인 에어>를 읽고 있는 중이라니 기특할 따름이다.
정말 내가 1학년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가르쳤던 현재 2학년 아이들도 감사 편지에
" 좋은 책 많이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써서
내가 교사가 되어서 제대로 한 일이 바로
" 책 읽어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나를 통해 책과 친구가 될 수 있고
책 읽어주는 내 모습을 한 명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교사로서 그래도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이 어린이에게 오늘 책 선물을 보냈다.
책벌레라서 다른 책들은 많이 읽었을 거라 예상되어
신간 중에서 두 권을 골라서 보냈다.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고,
나중에 작가가 되더라도 이런 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이다.
오늘 저녁쯤 책이 도착할 것 같다.
정의로운 사람으로 잘 자라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