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열리는 책잔치들이 적지 않다.

봄엔 파주와 홍대에서 어린이책잔치가 열린다.

여름엔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가을엔 파주와 홍대에서 책잔치가 열린다.

또 가을엔 서울 시청 혹은 궁에서 서울북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중 몇 년간 거의 다 들러본 사람으로서 간단한 비교를 해 보고자 한다. 이 중 내가 가보지 못한 것은 홍대 어린이 와우북페스티벌과 시청에서 열렸던 작년의 서울북페스티벌 뿐인 듯 하다.

 

1. 최고의 여유로움

책잔치들은 정말 사람들도 책도 바글바글하다. 사람에 치일 것을 예상하고 가야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북페스티벌이다. 물론 시청에서 하는 것 말고 덕수궁에서 하는 것! 일단 참여하는 출판사가 기타 다른 책잔치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 그러다보니 관람객도 책파는 부스에만 얼굴을 파묻지 않게 되고 궁을 다니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음식물 반입이 안된다는 주의사항이 있지만 문화재를 아껴야하는 국민으로서 그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시청에서 하는 북페스티벌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덕수궁에서 하는 것만큼 여유롭진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서울북페스티벌이 책을 판매하고 저렴하게 구입하는 목적보다는 책을 사랑하고 서울의 문화재를 두루 사랑하게 만드는 컨셉으로 유지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책잔치에 흔들리지 말고 말이다.

 

2. 구매의 왕

어떤 책잔치든지 간에 주최측의 목적은 어떨지 몰라도 출판사의 목적은 출판사의 이름을 알리고 판매고를 올리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구매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아닐까 싶다. 일단 위치적으로도 가장 유리하고 닫힌 공간에 있다보니 사람들이 다른 여유를 즐길 수가 없으니 오로지 책만 보게 된다. 사실 작가와의 만남도 다른 그 어떤 책잔치보다 풍성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는 관람객의 경우 다른 책잔치보다는 확실한 목적의식이 있는 관람객이 많은 듯 하다. 좋은 책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 그래서 오래 머물수록 많은 책을 사는 것은 분명하다. 보다보면 사게 되니까. 주변에 둘러볼 것이 없으니까! 그래서 충동구매가 잦은 사람의 경우에는 관람 시간을 짧게 잡을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왠만하면 아이는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3. 아이와 함께 가기엔 이곳!

아이들이 책잔치에서 즐겁게 놀기란 사실 현실적으로 힘들다. 부모들의 목적과 아이들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은 아이에게 최악이고 서울북페스티벌이 그나마 낫지만 궁이나 시청에서 아이가 맘껏 놀기엔 또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파주어린이책잔치가 아이와 함께 가기엔 최고다! 일단 여유 공간이 많아 돗자리를 구비하고 간다면 어디든 맛난 도시락 파티를 열 수 있다. 평일에 간다면 사람도 적어서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셔틀버스도 타기에 수월하다. 놀이와 셔틀버스, 그리고 출판사별로 특색있는 책방이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겐 안성맞춤이다. 다만 요즘엔 롯데 아울렛에서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태클을 걸어 도로 가운데 부스가 없어진 것은 아쉽다. 그곳에서 대박 책들을 만난 부모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덕분에 책을 덜 사게 되고 아이와 더 놀게 된다는 장점은 있다. 귀가가 빨라진다는 점도. 하지만 대기업의 힘에는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동안 쭉 그렇게 해왔던 일이 대기업의 힘으로 없어진다는 것이 말이다. 우리는 명품 쇼핑에 열을 올리는 사람 때문에 책쇼핑에 잠깐 열을 올리는 것이 방해되는 것이 씁쓸한데, 그 사람들은 책쇼핑에 열을 올리느라 명품 쇼핑을 못하게 되는 것이 억울한 모양이다.

 

4. 짧은 쇼핑, 긴 대화

일단 규모면에서 홍대 거리를 막고 하는 홍대와우북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참여하는 출판사가 적은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이곳도 가족단위로 오기엔 아이들이 많이 심심하고 어른들도 난감할 듯 싶다. 대신 이곳에서 책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짧게 책 쇼핑을 하고 근처 커피숍이나 호프집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는 여기가 최적이다 싶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홍대와우북의 의미는 젊은 사람들의 책소비 혹은 독서에 동기부여가 확실히 될 것 같다. 옷과 화장품, 커피와 맥주로 가득찬 홍대 거리에 책이라는 매체가 들어섰을 때, 홍대피플들이 출판사부스에 몰려드는 광경은 참 아름답다. 그들이 잠시나마 소비품이 아니라 책에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든다는 의미가 홍대와우북페스티벌에는 있는 듯 하다.

 

이렇게 각 책잔치마다 장점이 있으니 어찌 한 가지만 가겠는가? 그러다보니 책잔치란 책잔치는 다 훓고 지나가는 것이다. 다니는 사람은 다니는 사람대로의 재미가 자꾸 붙는다. 때로는 실망할 때도 있고 때로는 감격할 때가 있다. 그래도 다닌다. 책이 마구마구 몰려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되는 그 순간도 좋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국제도서전에는 두 번 다녀왔다. 사실 두번씩 가고 싶은 때는 많았지만 두 번 간 적은 없는데 그렇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가을을 기다린다. 그게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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