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와우북에서 적지 않은 책을, 이곳저곳의 온라인 서점에서 적지 않은 책을, 지금도 매일 택배아저씨가 던져주는 책들(정말 우리동네 택배 아저씨들은 왜 책을 문앞에 두고 가는거야 ㅠㅠ)이 꾸준한 요즘이다. 그러면서 읽고 있는 책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사실 뭔가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근래 너무 쉽게 읽히지 않는 책들만 읽은 건 아닐까 나름대로 분석해보기도 하지만 꼭 그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책꽂이에 꽂힌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언젠가 누가 TV에서 윤종신씨가 반년은 예능을 실컷 하다가 반년은 가수로서의 고민에 빠지는 것이 반복된다고 하던데 나도 비슷한 것 같다. 한 반년은 실컷 사는 데 열중하며 합리화, 정당화를 신 나게 하다가 또 반년은 사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의 반복이 되는 것이 말이다. 요즘은 후자의 시기인 듯 하다. 아마 가을이라는 계절도 한 몫하지 싶다.

 

근래 묵직한 책들을 읽고 있고 앞으로도 한 두권 계획된 책들이 좀 묵직한데 가벼운 책들을 사이 사이 읽는게 좋을 것 같다. 이건 뭐 마치 의무감으로 읽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책 읽는 것이 즐겁다. 말투가 영 가을스럽다. 사놓고 읽지 않은 <모든 게 노래>를 비롯하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적지 않지만 또 습관처럼 온라인 서점에 매일 들어오니 새로 나온 책들도 보게 된다. 사던 안사던 어떤 책이 나오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다. 사던 안사던이라고 했지만 그 중 많은 책이 구입 목록에 언젠가 오르는 것을 보면 관심 신간을 정리하는 페이퍼가 스스로에게 책을 살 때 충동구매를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또 오늘 한 블로거가 추천한 책이 맘에 든다고 해 주셔서 누군가에게 함께 책을 고른다는 의미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꽤나 좋다. 오늘은 좀 가을의 마음을 봄처럼 느끼게 할 책들에 눈길이 간다. 이렇게 책을 고르고 페이퍼를 쓰다보면 두 시간 훌쩍(정말 책을 취향 따라 고르자니 책 고르는 데 적잖은 시간이 흐른다. 그 점이 스스로에게 묻게 만들기도 한다. "뭘 이렇게까지 열심히 고르니?"라고.) 충만하게 간다. 두 시간 후엔 좀 박탈감도 들지만 말이다.

 

 

[오늘, 수고했어요], 이수동 (알라딘가 12,420원)

 

 <토닥토닥 그림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수동 화백의 신간이 한달 전쯤 출간되었다. 사실 나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이 책을 어찌나 사랑하시던지 한동안 트위터엔 이 책의 구절과 그림이 많이 올라오곤 했다. 그때 난 좀 무거운 느낌이 좋아서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요즘 같이 무게가 느껴지는 때에 읽으면 봄처럼 가벼운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늦게나마 추천해 본다. 출간 당시만 해도 사은품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포스트잇을 준다^^

 

 

 

 

눈여겨 보지 않을 때에는 표지도 내 보기엔 그저 그랬는데 미리보기로 속을 보니 안에 담긴 그림들이 정말 너무 탐나게 예쁘다. 엽서로 제작되면 모조리 사고 싶을 정도로. 이 책 읽고 나면 그 그림들 이용해서 누군가에게 편지가 쓰고 싶을 것 같다. 가을 날 봄바람을 마주하는 기분, 좋다 딱 좋다!!

 

 

 

 

[시를 어루만지다], 김사인 (알라딘가 11,700원)

 

 중견시인 김사인의 시 감상글 모음이라고 해야할까, 시 해설서라고 해야할까? 시가 해설이 어디있겠는가 싶으니 감상글 모음이라는 표현이 더 좋겠다만 시인의 감상이니 해설에 더 가까운 감상일 수도 있겠다. 시가 뭐가 가볍냐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시집의 경우에는 읽으면서 한 시인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독서이지만 이런 류의 책들은 다양한 시를 한 번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느낌이 가벼워진다. 비슷한 책으로 권혁웅 시인의 <당신을 읽는 시간>이 있는데 시인의 해석이 나와 같거나 다른 부분을 생각하면서 읽은 기억이 괜찮았다. 더구나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일 수록 이런 스타일의 시 감상서가 편할 것 같아 추천해 본다. 사이버 문학광장의 세번째 문학집배원인 나희덕 시인의 배달시(?)모음집인 <유리병 편지>도 괜찮을 것 같다.

 

 

[체호프 유머 단편집], 안톤 체호프 (알라딘가 14,720원)

 

 

체호프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알고 어떤 책이 유명한지도 알지만 난 체호프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누군가의 책을 읽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어디 가서 책 좀 읽는다고 말하기엔 또 썩 당당하지 못하다. 사놓은 책은 물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단언컨대 '유머'라는 말 때문이다. 그것도 단편으로. 이 책은 안톤 체호프가 돈이 필요해서 썼던 유머 소설을 모은 책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작가의 초기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더 끌리는데? 왠지 내가 읽게 될 체호프의 '첫 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체호프는 시기별로 읽는 걸로!^^

 

 

 

[시간 있으면 나좀 좋아해줘], 홍희정 (알라딘가 8,550원)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제 18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홍희정의 <시간 있으면 나좀 좋아해줘>이다. 이 책 출간 소식에 정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홍희정 작가를 좋아하느냐고? 죄송하게도 처음 접했다. 그럼? 당연히 제목 때문이다. 왠지 뒤에 '바쁘면 말고......'라고 말을 흐릴 것만 같다.

 

출판사 트위터에 올라오는 이 책의 구절들을 읽을 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행복해진다. 따뜻해진다. 문학동네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몇 구절을 옮기며 오늘 책 소개는 끝! 아마 읽다보면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몇 살을 먹어도 좋은 법이야.  https://twitter.com/munhakdongne/status/389583151460147200

 

무엇보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좋았어. 초승달을 떠올리게 하는 웃음이랄까. 구름이 스르르 비켜나면서 살며시 드러나듯 애틋하게 빛나는 미소 말이야. 그래서 얘기했지. 뭐라고요?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달라고. 

https://twitter.com/munhakeditor/status/389558652966686720

 

그 사람이 웃어주는 것만으로 우주의 모든 애정을 받는 것 같은 느낌, 꼭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모아 밤새 태산이라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흠뻑 젖는 시절을 마음껏 누려야 돼.

https://twitter.com/munhakeditor/status/38955843209884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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