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김영하느님 http://blog.aladin.co.kr/tiel93/6473969
2편 김경욱이옵 http://blog.aladin.co.kr/tiel93/6475135
사실, 내가 지금 페이퍼에 쏟을 정신이 있는 것은 아닌데 아이가 잠자는 동안 잠들 수 없고, 깨어 있는 동안도 잠들 수 없는 입장인지라 짬을 내어 써 본다. 괜히 혁사마에게 미안하다. 아마, 혁사마라는 말은 아는 분이 김연수 작가를 연수느님이라고 불러서 그에 맞추느라 그리 부른 기억이 난다. 기억이란 늘 불명확하므로 '아마도'라는 말은 필수적이다.
김중혁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소설도 아니고 그의 기사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다. 글은 아니다. 그럼? 목소리이다. 한창 사이버문학광장(문장)에, 특히 '문장의 소리'에 관심을 가질 무렵 DJ가 김중혁 작가였다. 누군가는 그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라고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는, 이동진 작가님 말씀처럼 독특한 음악적 취향이 있는 하지만 그것이 치명적이게 매력적인 DJ였다. 그의 소설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망설여졌다.
그러다가 2010년이 되어서야 문학동네 제1회 젊은작가상수상집으로 그의 소설을 처음 만나게 되었으니 다른 2金 작가님들에 비해 소설로 알게 된 것은 그 역사가 너무 짧다. 이후 문학동네 카페에서 책선물 릴레이에서 마침 김중혁 작가님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선물받았고, 그 책에서 작가님에 대한 애정이 퐁퐁 샘솟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후 <미스터 모노레일>과 에세이 <뭐라도 되겠지>,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게 되었고 가장 최근엔 <헬로 미스터 디킨스>에서 그의 작품을 읽었다. 물론, 집에는 읽지 않은 <좀비들>과 <1F/B1>이 있다만.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면 앞서 말한 김연수작가님을 연수느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연수느님의 책을 사인받아 선물해주셨는데 내가 원하는 문구로 해주신다기에 <뭐라도 되겠지>라고 적어달라고 부탁했더니 센스만땅 연수느님이 또 '뭐라도 되라지'라고 적어주셨다. 두 분 참 부러운 관계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한 것은 작가님 소설에 대한 제 리뷰가 잘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 페이지를 작성하려고 리뷰 기록들을 뒤적뒤적해보는데 리
뷰가 생각보다 없었다. 왜일까? 뭔가 엉뚱하고 신선하고 세련된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것을 표현할 말을 고르다 시일을 넘겨버린 것 같다. 그랬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악기들의 도서관>이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의 장편 소설보다는 단편소설을 좋아하는데 특히 <악기들의 도서관>에 실린 '무방향 버스'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읽고는 일주일을 안가는 나로서는 드문 일이다.) 이 단편집을 읽을 때 사실 아무 음악도 틀지 않았는데도 음악을 듣고 있는 듯 착각했다. 음악영화를 좋아하듯, 음악 소설도 좋아하는 모양이다.
물론 제 1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1F/B1'도 신선했다. 도대체 이 작가의 신선함이란 정말 낯설고도 흥미롭다. 장편 소설인 <미스터 모노레일>의 엉뚱하고 신선하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도 나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매력은 단편에서 그것들이 좀더 밀도 있게 다가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2010. 6.28
무심히 지나쳤을 그 공간, 그 사이를 어쩌면 이토록 세상 밖으로 잘 끌고 나올 수 있을까. 이것은 김중혁이 가진 독특하고도 우주적인 시각 덕분이리라. 이전에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읽었던 차별성있던 작품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 그 이상의 모든 것이 이 이야기에 담겨있다는 나의 말은 읽어가면서 거짓이 아님이 증명될 터이다.
2011. 8. 20
슈스케를 보고 있자면 윤종신이 '희소가치'를 외치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김중혁은 소설계에서 정말
윤종신이 찾는 바로 그 목소리가 아닐까? 취향의 문제나 공감의 차원가 아니라 감탄의 차원이다.
요즘 이동진의 <빨간 책방> 덕분에 그의 목소리를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들을 수 있다. 나는 그의 유머가 좋다. 그런 그의 유머는 고스란히 그의 에세이에 남아있다. 절친인 김연수 작가와 공저한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고 나서 내가 그의 유머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이유인즉슨 접어놓은 페이지들이 죄다 김중혁 작가 편이었다. 정말이지 단 한편도 김연수 작가의 귀퉁이는 접혀 있지 않았다는 점이 김연수 작가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명색이 누군가에겐 연수느님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만난 <뭐라도 되겠지> 밑줄 대박, 공감 백만배의 에세이였다. 재미로만 치자면 그의 모든 작품들 중에 최고로 재미있었다. 패러디면 패러디, 발명이면 발명, 풍자면 풍자 유머의 모든 것을 구사해주시는 김중혁 작가님 되시겠다!
집에 두고 아직 읽지 못한 두 권의 책을 포함하여 그의 데뷔작을 올해 안에 읽는 것이 목표인데, 3金 작가님의 못다 읽은 책 몇 권 언제 다 읽으려나 싶은 마음이 급 들어 맹세는 못한다. 참고로 <헬로, 미스터 디킨스>에서는 김중혁 작가님 작품이 아마도 젤 분량이 길었던 것 같은데 제일 빨리 재밌게 읽었다. 올해 한국 소설이 3金 작가님들 덕분에 더욱 든든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