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늘 내가 가장 익숙했다. 낯선 이에게 손을 내밀기 보다는 나와 닮은 사람이 내밀어주는 손을 잡는 편이 훨씬 쉬웠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가장 관심이 많았고, 내가 상처받지 않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걱정이 쓸데없이 많았던 아이여서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껏 내게는 늘 내가 가장 익숙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그토록 오래 익숙했던 나인데 요즘 내가 낯설다. 용기가 필요하지만 낯선 이의 손을 잡기도 한다. 당연히 손을 내밀어야 하는 자들이 손을 내밀지 않아 자신만이 우주였던 사람조차 그 우주를 벗어나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야만 하는 그런 세상이니까. ‘눈먼 자’들의 세상이니까.

 

 

남을 위해 울기도 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고 얼마간은 참을 수 없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게 꺼내어 쓸 수 있는 덕목이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내겐 용기도 정의감도 없었다. 쓸데없는 눈물만 흘리는 내가 더 이상 익숙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았다. 부끄러웠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서 재난 뉴스에 대해 쓰면서 ‘균형 잡힌 삶을 위해서는 내면과 외부의 관심사를 절묘하게 혼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뉴스가 늘 우리 앞에 갖다놓고자 애쓰는 슬픔과 고통을 명확히 인식하는 한편, 거기에 고착되지 않도록 해야 하다.(236쪽)’고 말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 둘은 각각 왔다. 어떤 날은 나의 책임을 회피하느라 어떤 날은 그들의 구체적 삶에 깊이 다가가느라 혼란스러웠다. 그 혼란스러움과 그보다 더 큰 비겁함 때문에  [눈먼 자들의 국가]를 사놓고도 이내 읽을 수가 없었다. 시일이 많이 지나 가슴을 방망이질치는 문장들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내겐 꺼내어 쓸 수 있는 덕목이 없었지만 일면 생각해 보니 ‘나와 같은 사람도 나름의 저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노란 리본을 보며 ‘이따위’ 정권을 ‘국가’로 보지 않겠다는 마음을 한 번 씩 백 번을 먹고, 정의로운 집단을 지지하며 후원하고 세월호 참사를 잊어가는 사람들에게 자꾸만 상기시키는 일 따위라도? 김광기가 [이방인의 사회학]에서 ‘우리의 일상생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지닌 ‘자연적 태도’라는 것도 실은 그 생활세계(또는 사회세계)를 살아가는 ‘성원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실‘(76쪽)이라고 말했으니 이런 노력이 부단해지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도 않을까?’


박민규 작가는 표제작인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강력한 바람을 호소했었다.

    바라건대 각하, 지금 당신에겐

 

    저 불쌍한 유가족들을

    구조할 기회가

    아직은

이라고. 그의 바람대로 되었더라면 나는 굳이 낯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각하에겐 점점 더 바랄 것이 없고, 저 불쌍한 유가족들은 자꾸만 침몰되어 간다. 그러니 각하 대신 개인이라도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저항’이라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그래도 사람이기에 그까짓 마음이라도 먹는다. 그 마음을 먹는 것도, 홍철기의 말에 따르면 일종의 능력이니까.

공적인, 너무나 공적인 무능력

우리가 지켜본 것은 무능력의 광경이었다. 그것도 집단적이고 총체적인 무능력이었다.(203쪽)


뉴스를 챙겨본다. 연말이 다가오며 세월호 특별법은 우여곡절 끝에 처리가 되었지만 그것이 정부의 능력 향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연이어 터지는 많은 문제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 문제들마저 보도하는 기관에 따라 비중의 차이가 있어 어떤 채널에서는 집중 보도의 형식으로 다른 채널에서는 여러 뉴스들 중의 하나로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안 보던 사람이 봐서 그런 건지 원래 우리나라의 정치 뉴스가 그런 건지 뉴스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 그저 쇼핑몰의 상품들을 나열하는 것만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엔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와 하는 소리에 집중하다가도 이내 산만해져 버린다. 질 나쁜 물건을 말만 그럴 듯하게 하여 좋은 물건인 양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느낌을 받는 곳도 있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서 ‘뉴스가 제공하는 국가에 대한 소식들이 국가 그 자체는 아니(52쪽)’라고 했지만 어느 곳에선 그들의 판단을 진실인 양 받아들이겠기에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것은 그저 하나의 판단일 뿐이다. 국민이 이 점을 간과할 때 누군가는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 흔한 일이니 만큼 뉴스를 보더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봐야 할 일이다. 또한 그가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품격 있는 관심을 갖는 것(212쪽)’이라며 셀러브리티 뉴스에 대해 정리한 글은 비단 셀러브리티 뉴스뿐만 아니라 사회적 모든 관계를 위해서도 새겨들을 말이다. 정부도 뉴스도 국민도 서로에게 품격 있는 관심을 갖는 나라는 아름다울 테니까.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 갇혀있던 사람이 작은 걸음이지만 외부를 향해 눈을 돌린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낯설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위치와 가치를 찾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겨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챙겨보는 일 따위를 하면서 거대한 의미를 갖다 붙이는 느낌이 들어 민망하지만 김광기가 [이방인의 사회학]에서 ‘영원한 이방인이 되는 것, 하이데거가 말한 "이상한" 자가 되는 것, '실향성(낯섬)'을 담지한 자가 되는 것, 그리고 우리의 고향을 부단히 찾고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본연의 나의 모습을 찾는 유일한 길이다’(417쪽)는 말에 기대본다. 요즘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나 때문에 누군가가 행복하다는 말이 그렇게 듣기 좋다. 결국 자꾸만 물어 아이가 “행복하다는데 왜 자꾸 물어?”라며 나를 멋쩍게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사실은 결국 나 자신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가치를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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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의 경우 정가를 조정해서 출고할 수 있다는 게 이번 도서정가제에 신설된 규정인데, 그게 주로 전집들이었어!!!!!! 전집 잘 안사고 그들은 거품이 많아서 내릴 것을 예상했는데 딱 그만큼만 내린 거였어 ㅠㅠ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은 은행나무 출판사의 몇 권. 내가 요즘 은행나무 출판사의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가 눈에 쏙 들어 오는군! 재정가의 대상이 너무 적은 것이 아쉽지만 기존에 익숙한 출판사 이름이 없는 가운데 선전했다고 보고 또한 재정가가 파격적이라 소문을 아니낼 수가 없다.

 

 

 

 

 

 

 

 

 

 

 

 

재정가 6500원씩/ 7500원.  이건 예상 외였고, 대단히 유혹적이다.

 

 

 

부키 출판사의 장하준 페이퍼백은 도서정가제 이전에 이미 출간된 것인데 이 역시 도서정가제 이후를 생각하고 만든 아이템이므로 의미있는 출간이고 독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일이므로 소개해본다. 나같으면 이런 페이퍼백을 선호할 듯^^

 

 

 

일반판이 14000원인데 비해

페이퍼백은 정가 9800원씩이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시리즈는 토피 출판사의 [저학년이 보는---이야기]인데 그중 일부가 재정가 책정되었다. 우리집엔 [저학년이 보는 공룡 이야기]가 있다.

 

 

 

 

 

 

 

 

 

 

 

 

 

 

 

 

 

 

 

 

 

 

 

 

   신간인 속담이야기만 9500원이고

  나머지 시리즈 도서는 6000원으로 재책정 되었다.

 

 

 

 

 

 

 

아마 지금도 출판사들의 재정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될 것이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모르겠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유혹을 많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도서정가제는 소비자가 아닌 독자의 입장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건가? 너무 머리 아픈 건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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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마감하기엔 빠른 때이지만, 당분간 아가사를 쉬어가려고 한다. 너무 몰아서 읽다보면 어느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용이 가물가물해져서 올해 남은 기간 동안은 가끔씩 그 이야기들을 기억해내는 것으로 보내고자 한다. 최종목표는 전집을 모두 읽는 것이지만 그건 기약 없는 계획이기도 하다. 어쨌든 정리해 본다.

 

 

 

 제목 다시 별점   한줄평  리뷰
 1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 영화를 더 자주봐서 영화가 더 먼저 떠오른다만^^  http://blog.aladin.co.kr/tiel93/6916424
 2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음산한 느낌이 긴장감을 조성한다. 영화랑은 전혀 다른 진행!  http://blog.aladin.co.kr/tiel93/6919676
 3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  아가사 최고의 작품이라는데 난 왜 경과가 기억이 안나지 ㅠㅠ 다시 읽어야겠어!  http://blog.aladin.co.kr/tiel93/6929295
 4  서재의 시체  ★★★★  포와로와는 다른 마플 여사, 처음엔 적응 못했지만 볼수록 매력있는 마플!  http://blog.aladin.co.kr/tiel93/6949442
 5  ABC 살인사건  ★★★  드디어 헤이스팅스와 포와로의 캐미가...근데 역시 기억에ㅠㅠ  http://blog.aladin.co.kr/tiel93/6955128
 6  0시를 향하여  ★★★★★  제목부터 결말까지 문학적인 느낌이 물씬  http://blog.aladin.co.kr/tiel93/6967616
 7  살인을 예고합니다  ★★★★★  마플양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http://blog.aladin.co.kr/tiel93/6976426
 8  할로윈파티  ★★★  추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지만 결말도 신화적의미부여도 그다지 공감은 안됨.  http://blog.aladin.co.kr/tiel93/7160939
 9  봄에 나는 없었다  ★★★★  애거사의인물심리탐구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버지니아울프인줄,그러나 추리가 더 좋아!  http://blog.aladin.co.kr/tiel93/7160939
 10 블루트레인의 수수께끼 ★★★★★ 내가범인을 맞혔다!!! 달달한 로맨스도 있다^^ http://blog.aladin.co.kr/tiel93/7196291
 11 엔드하우스의 비극 ★★★★★얼씨구! 헤이스팅스와 왓슨의 캐미 작렬!  http://blog.aladin.co.kr/tiel93/7196291
 12 세번째여인 ★★★★ 당시 변화하는 시대를 엿보는 즐거움, 구성은 살짝 힘빠진 느낌... 
 13 비뚤어진 집 ★★★ 기억이.... 
 14 다섯 마리아기 돼지 ★★★★★ 우리에게도 익숙한 마더구즈, 짝짝 잘 맞는 구성! 

 

1년도 안 지났구만 기억이 벌써.. 기억력 트레이닝을 좀 해야하나?

아무튼 아가사님, 올 한 해 즐거웠어요. 내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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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책방 이음에 들렀다. 처음 가본 곳인데 정말 아기자기하니 맘에 쏙 들었다. 그곳에서 범우사문고가 진열되어 있어 살펴보니 기존에 온라인에서 느껴지는 후진(?) 느낌이 아니라 작고 산뜻한 느낌이었다. 종류별로 모으고 있는 [어린왕자]와 근래에 독서에 대한 산문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받은 헤세의 에세이 [세계 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사왔다.

 

 

 

 

 

 

 

 

사장님이 책을 건네시면서 "이 정도도 충분한데요^^"라고 하셔서 "그러게요, 예뻐요"라고 맞장구를 치며 나와선 헤세의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나를 사로잡은 문장 하나!

 

독자는 의무가 아닌 애정의 행로를 따라가야 한다.

 

정말 멋진 말이 아닌가! 누구나 자신만의 주관적인 독서를 하고 개인적인 도서관을 갖는 것에 대한 말인데, 내 책장을 둘러보니 시정이 급해보이긴 한다만 안읽은 책을 처분할 수는 없기에 일단 그의 책을 더 읽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원제는 [세계 문학 도서관]이라는데 역자가 제목을 바꾸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원제가 더 좋다는 게 내 결론이다. 역자는 '도서관'에 대한 의미를 너무 편협하게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헤세는 '우리의 도서관'이라는 불특정 소수를 뭉뚱그려서 꼭 필요한 책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 책을 쓴것이 1929년이니 그 이후의 책은 목록에 없다는 건 감안하고 봐야한다. 어떤 작가와 작품을 온갖 영역으로 레이더망을 펼쳐 선택하고 그 이유를 말하는 데 어느 샌가 내가 갖고 있는 책을 표시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또 온라인 서점을 들락날락 하게 되는 것이다. 헤세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모든 소설을 추천했는데 내겐 [걸리버 여행기] 뿐이고, 디킨스의 책도 [위대한 유산] 밖에 없는데 그 책은 추천 목록에 없고^^;; 읽고 나니 역시 헤세다 싶은 마음도 들지만 더 의미깊게 '나만의 도서관'을 꾸려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일전에 알베르토 망구엘의 [밤의 도서관]을 읽었을 때의 마음처럼 말이다.

 

우선은 내가 가진 그의 추천 도서나 정리해 보는 것으로 짧은 독서를 마무리 해야겠다.

 

 

 

 

 

 

 

 

 

 

 

 

 

 

 

 

 

 

 

 

 

 

 

 

 

 

 

우리집에 셰익스피어가 없다는 것에 문득 놀랐다!!!!! 얼마 전 한 권 있던 책을 번역이 맘에 안들어 팔았더니 하나도 없다는 점~~~! 펭귄클래식 특별판으로 사고 싶어져~~^^

  

 

 

 

 

 

향후 목록이 추가되면 이 페이퍼에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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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11-17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돈키호테 눈에 확!! 띄네요. 저희 집에 잘 있어요. 아직 못 읽고 있는데,
그렇게혜윰님 페이퍼 보니 다시 도전해볼까 합니다!!!

그렇게혜윰 2014-11-17 13:53   좋아요 0 | URL
저도창비세문 시작때 사서는 그저 갖고 있기만ㅋㅋ

그렇게혜윰 2014-11-30 20:49   좋아요 0 | URL
열린책들판 넘 예쁘지 않아요? 요즘 가장 고민되는 책이에요 ㅠㅠ 돈끼호떼 있는데~~ㅋㅋ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당시 많이 울었고 힘들었던 그 시간을 다시 바라봐야한다는 비겁한 두려움. 그 때문에 [눈먼 자들의 국가]를 사놓고도 한참을 읽지 못하고 이제야 읽는다. 읽고나서야 안다. 나, 참 비겁한 사람이야.... 하지만 비겁한 사람도 비겁한 사람 나름의 저항을 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그 극최소한이 바로 이 책들을 읽는 것이었다. 책을 사서(사는 것이 읽는 것만큼 중요한 책들이다.) 읽는 것으로 최소한의 저항을 시작하고 이렇게 읽은 것을 소문내면서 아주 작은 걸음을 더 떼어본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런 것도 저항이냐고 말할 수 있을만큼 아주 작은 의미의. 다행히 활동하는 카페에 책을 추천해주니 반응이 좋았다. 당장 구매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두렵다는 사람도 있었다. 당장 구매하는 분들껜 주변에도 권하기를 권하였고, 두렵다는 분들께는 용기를 내어보자고 권하였다. 우리는 이렇게 못난 보통 사람들이지만 최소한 나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눈먼 자들의 국가]는 문학계간지 [문학동네]에 두 계절에 걸쳐 실린 세월호와 관련된 글들을 모은 책이고, 수익의 전부가 세월호와 관련된 곳에 기부된다. [세월호 이야기]는 세월호 특별법 촉구를 위한 현수막에 여러 어린이책작가, 그림작가들이 자발적으로 그린 한 폭의 글과 그림을 엮은 책이고, 인세의 전부와 정가의 10%가 기부가 된다. [눈먼 자들의 국가]를 펴낸 문학동네는 국내 굴지의 출판사이고 [세월호 이야기]를 펴낸 별숲 출판사는 좋은 어린이책을 출간하는 1인 출판사이다. 큰 출판사와 작은 출판사가 모두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의미있다.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가장 유명한 글은 아무래도 표제작인 소설가 박민규의 <눈먼 자들의 국가>일 것이고, 그 중 가장 유명한 글은 뒤 표지에도 실린 네 행의 구절일 것이다. 나 역시 그 글들을 포함한 그의 글의 논조에 공감했다.

 

말인즉슨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그리고 그의 강압적이지만 간절한 바람에도 공감했다.

 

바라건대 각하, 지금 당신에겐 저 불쌍한 유가족들을 구조할 기회가 아직은

 

그런데 이런 느낌을 [세월호 이야기]에서도 고스란히 느낀다. 장르가 달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는 위안이 된다.

 

배는 바다가 삼켰어도

사람은

사람이 가라앉혔다

 

배를 삼킨 바다는 가만있어도

사람은 가만있으면 안 된다

 

             -김하늘, <사람은 배가 아니다> 중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도 그렇고 [세월호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방법의 애도와 저항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우리가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월호 이야기]의 한 작품처럼 우리에게는 <덫>에 걸린 것만 같은 막막함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눈먼 자들의 국가]와 [세월호 이야기]에서 많은 작가들은 강조한다. 바다에 빠진 아이의 입장에서 '잊지 말아달라'는 요청과 '걱정 말라'는 당부가 함께 있듯이 우리 마음에도 여러 마음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나쁜 길로 가서는 안된다. 덫에 빠져서는 안된다. 앞에 나설 수 있는 자들은 앞에서 저항하고 그럴 수 없는 사람들도 미약하게나마 저항의 마음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 가장 쉬운 일은 자꾸만 거론하는 것이다. 잊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잊지 않겠다는 말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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