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이 책을 바라보는데 괜히 손이 갔다 쓰담쓰담.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 국 영>

 

  장국영이 만우절에 생을 달리 한 것은 알았지만 9월 12일이 그의 생일인 줄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고, 곧 그의 생일이 다가옴은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살아생전 난 장국영을 그리 좋아하는 관객은 아니었다. 그를 좋아했던 것은 <금지옥엽>이라는 영화와 <야반가성>에서의 노래 부르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는 배우보다는 가수로 먼저 데뷔했고 사랑받는 가수였다.

 

 

 그의 팬은 아니었지만 그가 생을 달리하던 때에, 나는 많이 울었다. 여리고 다정했던 영화 속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그를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최진실이 떠났던 때와 노무현 대통령이 떠났던 때도 그랬다. 난 늘 왜 영원히 떠난 이들에게 뒤늦게 미안해지는지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생을 달리 하지 말아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안쓰럽고 더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주성철 기자는 그의 사망일이 오기 몇일 전 홍콩으로 떠났고 그의 흔적을 찾아 홍콩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많은 시일이 떠나 세상 속에서 그의 흔적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마음이 아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억하는 이를 발견할 때의 기쁨이 책 곳곳에 드러나있다. 홍콩의 배우들이나 영화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장국영'에 대해 묻는 일을 계속 했고 그때마다 그들은 오랜만에 장국영을 떠올리며 아련해했고 미안해했다. 누군가는 들추는 사람이 있어야 추억 속의 사람도 살아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양조위가 떠났다면, 그리고 10년이 흘렀다면 난 이렇게 무심히 잊고 살 수 있었을까? 아니, 무심히 잊고 지냈을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이 떠나도 떠난 시간이 많이 흐를수록 무심해지는 것이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장국영은 주성철이라는 사람을 비롯하여 오래오래 기억해주고 들추어주려는 사람이 있으니 행복한 것이 아니겠는가. 생전 노인의 역할을 하지 않은 장국영은 언제나 그 예의 맑은 웃음과 우수어린 촉촉한 눈빛으로 떠올려진다.( 내가 사랑하는 양조위는 요즘 독고영재 닮아가던데....) 가장 아름다운 그때의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된다는 것은 어쩌면 떠난 그에겐 위안이 되지 않을까. 그에게 이생은  화양연화花樣年華인 동시에 춘광사설春光乍洩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느 누구에겐들 그렇지 않을까만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사 두고 읽지 않았던 작가의 첫번째 책 <홍콩에 두번째 가게 된다면>을 찾아 읽고 있다. 읽다보니 <그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은 바로 이 책에서 장국영에 대한 내용을 더 구체화, 집중화 시킨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시절...>이 홍콩에서 장국영의 흔적을 작가와 함께 찾아가서 애도하는 책이라면 <홍콩에 두번째 가게 된다면>이 우리 추억 속에 고이 간직된 홍콩 영화의 흔적을 구석구석 찾아가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 향수가 충만해질 즈음 문득, 홍콩에 가고 싶어진다. 아, 내 어릴 적 꿈이 홍콩에 가서 양조위를 만나는 것이었지! 아, 그 시절 내 상상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홍콩의 배우들을 만났던가!하는 살짝 얼굴 붉어지는 추억까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홍콩엔 길거리에 채이는 게 배우라던데,,,그 말은 사실일까?^^ 주성철 기자가 우연히 관지림을 만난 걸 보면 사실일 것도 같다. 관지림, 참 예뻤는데.......

 

 

책 속 홍콩의 모습을 보니 참 복작복작 복잡하다. 홍콩의 모든 곳이 영화 속 장소일 것만 같다. 홍콩 영화 안 본지가 꽤 오래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마치 <화양연화>인것만 같다. 그만큼 오래되었다. <천장지구>, <불초자 열혈남아>를 보며 휴지 한 통씩 다 쓸 정도로 엉엉 울었던 어린 소녀. <도학위룡>, <가유희사>를 보며 깔깔 대던 그 어린 소녀. <아비정전>, <동사서독>, <중경삼림>에서 <춘광사설>, <화양연화>까지 왕가위의 영화를 사랑했던 소녀 혹은 여자. 그녀를 참 오래 잊고 살았다. 지금도 보이는 곳에 홍콩 영화 비디오테이프가 있건만 이젠 그것을 볼 수 있는 기계마저도 없다. 시간은 참 지나간다는 말도 없이 퍽도 빠르게 지나간다. 뭉텅이 뭉텅이로 지나가는 것만 같다. 어디서 홍콩 영화 한 편 상영해주면 좋겠다. 기왕이면 오~~래 된 것으로, 촌스러워도 좋아!

 

 

 

 

 

 

 

 

 

 

 

 

 

 

 

 

 

 

 

 

 

 

아, 홍콩에 가고 싶다. 두번째가 아니라 단 한 번 이라도!

 

 

 

"유덕화가 캐릭터와 경쟁하는 배우라면

양조위는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는 배우다

그리고 장국영은 캐릭터를 유혹하는 배우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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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9-12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홍콩영화 매니어(비디오와 dvd로 많이 봄)였는데 장국영이 죽은지 벌써 10년이 되었네요.장국영은 항상 우수에 찬 모습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울렸는데 개인적으로 장국영의 코믹한 모습이 더 보기 좋더군요.
동사서독이 여러문제로 촬영이 늘어지자 그 틈에 후다닥 찍은 영화가 있는데 바로 동성서취입니다.이 영화속 코믹한 장국영이 모습이 참 재미있었습니다.혹 보셨는지요?

그렇게혜윰 2013-09-13 01:25   좋아요 0 | URL
양조위가 퉁퉁부은 입술로 나오고 유명한 배우들 거의 다 나온 시대물이었죠^^ㅋ
책 속 사진에서의 장국영의 환한 웃음을 진작 알았더라면 좀더 사랑했을텐데 말이죠. 하긴 양조위도 한 우수 했는데 그는 사랑했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