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열심히 했다. 파워포인트를 10장에서 20 안에서 만들라는 Book Review Assignment Grading Rubric을 보면서 20장 꽉 채워서 만들었다. 내일부터 3일 연속으로 일하기 때문에 미리 제출하려고 열심히 자료도 밤새워 찾고 그랬다. 그래서 오늘 아침 마무리를 하고 숙제를 올리려고 보니까 다른 두 학생이 먼저 올린 것이 있어서 열어보고 허탈해졌다. 그들은 10페이지가 겨우 되는데 references 도 겨우 2개씩. 자기가 읽은 책과 작가에 대해서 소개한 부분 참고한 것. 나는,,나는 너무 많은 것을 찾은 것이야. 나는 작가에 대한 글도 도대체 몇 개를 읽었니? 거기다 소설에 나온 장소에 대한 조사까지 하고 티 케이크가 미친개에게 물렸던 the Great Okeechobee Hurricane의 기사까지 찾아서 잠잠할 때와 허리케인이 불어서 난리가 나는 사진까지 비교해서 올리고,,,왜 이렇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지랄인지. 혼자 허탈해져서 급 우울.
우울할 땐 재밌는 책 읽기. 그래서 이주윤 작가의 읽던 책을 펼쳤지. 하아~. 이 작가도 어린데 나보다 더 많은 고생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짠하네. 그런데 나와 너무 비슷한 커리어를 걷고 있었다니!! 국문과나 문창과를 나온 사람이 아니었어. 어쩐지 그런 것 같긴 했다. 재밌지만, 전문적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으니까. 암튼 예대의 그래픽디자인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그래서 그림도 그리는구나,, 아항), 간호학과에 곧바로 입학해서 그지 같은 (본인 표현 그대로 복사) 성적으로 다시 한번 졸업했다네.ㅎㅎㅎㅎㅎㅎㅎ
나는 어느 의상학과(더구나 미국에서)를 그지 같은 성적 (사실 중간)으로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애들 낳고 늦둥이까지 다 낳고 더 늦게 간호대학에 들어가서 우수한 성적(헤헤,,네 뭐)으로 졸업해서 이제 겨우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었는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두 전공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없으며 예대를 다니던 사람이 간호대를 다니기가 절대로 만만치 않을 거라는 사실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아는 걸 왜 나만 몰랐을까. 왜긴 왜야. 멍청하니까 그렇지.
복잡다단했던 그때의 상황을 줄이고 줄여 말해보자면, 나는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잘 몰랐는데 나의 부모는 무엇이든 돼야 한다고 자꾸만 나를 재촉했고 그럴 때마다 덜컥덜컥 엉뚱한 선택을 하다 보니 결국에는 이상야릇한 길을 걷게 되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모든 결정은 스스로 내렸으니 그 누구를 원망하랴.
-이북이라 페이지 생략
우와! 이거 나랑 싱크로율 거의 80%야. 나의 더 자세한 얘기는 언제 하게 될지 모르지만,,,소름 돋았음. 책은 다 인연이 있어서 만난다더니 내가 이 이야기를 읽으려고 어제 그렇게 뭐에 홀린 듯이 그녀의 이무송이 되었던 것일까?
아무튼 멍청하니까 그렇지에 몰표!!ㅋㅋㅋ
멍청하니까 남들 설렁설렁 하는 숙제를 죽자살자 하면서 하고 있지. 하아~~.
내 시간 돌려됴, 내 눈알 빠질 것 같았던 거 돌료됴, 억지로 더 좋은 기사를 찾으려고 기를 써가며 머리 아파 뒤질 것 같아도 계속 웹상을 헤매던 나를,,,그 가련한 나를, 더구나 늙어서 그 개고생 하던 나를 나를 다시 돌려됴. 이러고 혼자 울부짖고 있다. 에이 머리가 나쁘면 정말 평생 고생이구나. 흑
그래도 그녀의 글을 읽으니 뭔가 위로가 되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어딘가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더구나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이런 위로에 혼자 위로를 더 하고 있는 나. 그리고 계속 이주윤 작가의 글을 읽어간다. 묘하게 위로가 되는,,,글.
그러다 또 이런 글을 읽게 되네. 사실 알라딘에 일기 같은 글을 매일 올리는 내가 혼자 부끄럽고, 알게 모르게 부끄럽고, 남들이 나를 우습게 볼 것 같아서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계속 글을 올리는 내가 부끄럽던 차에,
내 일기=알라딘 글쓰기가 훌륭한 인생 자습이라니,,,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 같아서 또 혼자 자책하면서,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며 위기감을 느꼈던 차에 이런 글이라니. 나처럼 귀 얇은 사람이 혹하지 않을 수가!! "만물정관개자득" "만물정관개자득" 자꾸 만물정관개자식,,처럼 읽히지만 (요즘 이상하게 글자가 그런 식으로 읽힘;;;) 이것도 나이 드는 것이라서 그런 거니까 나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