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밀드레드(가명)와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도 있고, 현실의 집을 둘러봐도 쌓여있는 것이 책이라 책 주문은 자제해야겠다며 나름 책을 사야 하는 것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 그렇다고 해서 기준이 특별히 복잡하거나 강한 결심을 드러내 보이는 그런 것은 절대 아님.
내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 영어에서 번역된 책은 영어 책으로 읽자.
- 다른 외국어에서, 특히 일본어, 중국어처럼 동양어에서 번역이 된 책은 한국어로 읽자 (아무래도 우리 나라 번역가들이 일본어나 중국어는 더 잘 번역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 한국인이 쓴 책을 주로 구매하자.
- 위에 적용이 되는 책이라면 이북으로만 사자.
이렇게 간단한 기준 4가지를 정했으니 잘 지키자는 결심을 세운다.
오늘 아침엔 새벽 3시에 잠이 깨어서 남편을 깨워 같이 놀다가 새벽 5시가 거의 다 되어 남편은 더 자고 싶다고 해서 나는 북 리뷰 마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무실에 왔는데 모처럼 내 글에 댓글이 많이 달려서 답글 달다 보니 어느새 서재 이웃들의 글을 다 읽고 있네! 그러다가 잠자냥 님이 올린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단편집 구매자평을 읽었네. 앗! 이건 사야 돼!! 그러면서 기준을 떠올린다. 음 이건 영어로 쓴 책이 아니니까 사도 되는 거야. 그러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음, <눈사태>도 이북으로 있구나. 장바구니 퐁당. <눈사태>는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떠오른다는 역시 잠자냥님의 글이 생각나고,, 이런 글을 안 읽었어도 얼른 읽고 싶은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책인데 역시 좋아하는 체호프의 글과 비슷하다니!!
이 두 책이 잠자냥 님의 페이퍼에 다 언급이 되는데 <눈사태>는 땡투가 안 된다. 이유가 뭐지? 그러고 이북의 <눈사태>를 클릭하니 그 밑에 어떤 글도 달려있지 않았다. 이북에 대한 글이든, 종이책에 대한 글이든 연동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그리고 두 권만 사는 건 너무 그렇잖아? 하면서 이북을 계속 찾아보는데 맘에 드는 책이 없다. 아니, 있긴 있었지만 사고 싶을 정도로 나를 끌어당기지 못했다. 그러다 어떻게 된 것인지 존 르 카레의 <완벽한 스파이> 소개에 다다랐네. 이 책은 내 기준에 어긋나니까 사고 싶어도 사면 안되는 거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이것을 보게 된다.
뭐야? 귀엽네? 하면서 클릭해보니 마음에 드는 굿즈도 아니고 (가방 너무 많아서 가방은 눈에 안 들어 옴, 그리고 최근 아주 멋진 에어 파드 케이스를 사서 역시 관심없고요) 책도 나만을 위한 책들이 아니에요 알라딘!
알라딘 덕분에 다시 정신 차리고 기준을 생각하면서 이벤트 페이지도 빠져 나와 이북 코너를 뒤지다가 몇 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박완서 선생님의 큰 따님인 호원숙씨도 작가라고 들었으니 글을 잘 쓰겠지 싶어서 다른 사람들의 구매자평도 읽지 않고 담았다. 그 엄마의 그 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눈사태>와 체호프의 글을 비교하신 게 생각나서 체호프의 책도 퐁당
이 책은 장바구니에 넣긴 했는데 살지 말지 고민이다. 출판사도 이름이 생소하긴 하지만, 구매자평에 올라온 글에는 구매자가 하나도 없고, 내가 아는 알라디너가 올린 글도 없어서 고민. 아무래도 이 책은 아는 알라디너가 글을 올릴 때까지 기다려보든지 할 것 같다.
일단 영어에서 번역이 된 책은 안 사겠다는 기준을 정하고 나니까 살 책이 거의 없;;; 더구나 사고 싶은 책도 이북으로 나온 책이 없어서 이 기준을 계속 유지하는 한, 앞으로 책 사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내가 한국 소설이나 시를 즐겨 읽던 사람도 아니고... 이 기회에 사 논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겠다. 이 결심을 오래 지켜야할텐데,,, 내 의지박약,, 그것이 문제로다.
왜냐하면 최근 지인이 보내주신 <고래별 1>을 재밌게 읽었는데 <고래별>의 2편, 3편도 나왔네!! 기준에 추가해야 하나? 한국 만화책만 종이책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