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편집자 김성은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마법의 가면>의 추천글입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도와주는 그림책, <마법의 가면>

<마법의 가면>은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한 그림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학교 가는 길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가면을 줍게 됩니다. 가면을 쓰면 어떤 동물로도 변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법의 가면'이지요. 주인공은 가면을 쓰고는 웃기게 생긴 명주원숭이, 커다란 곰, 무시무시한 늑대, 그리고 떠돌이 개를 거쳐 결국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는 어쩌면 사람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 혹은 다면성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그래 그랬지. 내 안에도 누군가를 즐겁게 해 주고 싶은 욕구, 으쓱대는 마음, 때론 불쑥불쑥 올라오는 화란 감정도 존재했었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읽다 보니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 화가 났고, 분노로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니 주변엔 아무도 남질 않게 됩니다. 결국 엄마 아빠도 날 몰라보지요. 아,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슬픔에 떠돌이 개가 되어 방황하던 주인공을 누나가 꼭 안고 쓰다듬으며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까지 읽으니 아, 이 그림책은 누구나 하나쯤 품고 있는 '상처'와 그것의 '치유'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을 덮고 다시 생각해 봅니다. 주인공은 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가면을 주었을까요? 어쩌면 간절히 나를, 내 마음을 표현할 통로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얘들아, 나 이유 없이 화가 나, 내 마음 좀 봐 줘, 나 외로워, 하고 말입니다.


결국 이 그림책은 마음의 문제를 말하고 있네요. 마음에 쌓이는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지나갔을 때, 언젠가는 그 화가 나를 향한 화살이 되어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내 마음 깊은 곳을 잘 들여다본 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화든, 분노든 적절히 표현하고 풀어내야만 좋은 관계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아, 마음의 문제는 이 나이가 되어도 늘 어렵기만 합니다. 이 책이 진짜 내 마음에 닿는 여러 가지 길을 보여줄 것만 같습니다. - 김성은(어린이책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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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 초등학교 교사 박정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한 씨 부인과 일곱 친구들>의 추천글입니다.


자기가 아끼는 양말이 헤어져 구멍이 나자 일곱 살 딸이 너무 예쁜데 버려야 한다고 속상해 하며 울먹였다. 실로 꿰매서 신자고 하니까 그래도 되는 거냐고 천진하게 되묻는 아이한테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그래도 되는 거라니...' 이건 마치 양말을 꿰매어 신고 다니는 것이 부끄럽거나 잘못된 일을 하는 것 같은 뉘앙스였다.


하긴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이 아이들 앞에서 옷이 해져 바느질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물건을 아껴서 쓰는 미덕을 설명하고자 절약을 강조하자니 우리 아이에겐 다른 예쁜 양말이 너무 많아 굳이 꿰매서 신고 다녀야 하는 당위성이 부족했고, 양말을 꿰매서 신고 다니는 친구를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창피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이유 한 가지, 아이가 꿰매는 것에 대한 낯설음을 갖는 이유는 바느질 도구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아이에게 이 책을 읽힌 나는 엄청난 덕을 보았다. 우선 표지부터 남다르게 예쁘다. 옛날 사람들의 유물인 양 생각해 오던 바느질 도구들(자 아줌마, 가위 색시, 바늘 각시, 빨간 실 각시, 골무 할머니, 인두 아가씨, 다리미 아가씨)이 쉬운 한글 명칭으로 친숙함을 더할 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의인화되어 살아 움직이듯 그려져 있고, 파스텔 톤과 전통 문양의 색상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책 내용도 살펴보면 각각의 바느질 도구를 나열하듯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마다 자신의 장점을 자랑하는 방식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각각의 도구들이 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모티브인 조선 시대 고전 수필 <규중칠우쟁론기>에서는 일곱 가지 바느질 도구들이 규방 여성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들의 자랑은 가부장제적 질서 속에 갇혀 있었던 여성들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주어진 역할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새로운 인식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부분을 교사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남을 따라 하기만 하는 소심한 아이들에게 소신껏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당당하게 밝힐 줄 알고, 그런 가운데에서 타인의 의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자세를 지도하는 데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서로 자신의 공을 다투기도 하지만 한 씨 부인에 대해 원망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일곱 친구들의 입장이 되어 읽다 보면, 자신만이 제일 소중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고마움에 대해서는 가벼이 여기는 세태나 행동에 대해 반성해 보게끔 한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다툼이나 갈등을 상담하다 보면 대부분이 자기 입장과 피해만을 고집할 뿐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간단히 저고리 하나만 만들어도 한 씨 부인 혼자가 아니라 일곱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듯,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를 받고 있는지, 역지사지의 귀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전통문화나 옛 물건에 대해 아는 정도가 현저하게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다. 전통 도구를 대체할 첨단 도구들이 현대 시대에 쓰이기 때문에 볼 기회, 쓸 기회가 적은 것도 있지만 책이나 견학과 같은 체험도 전통문화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 바늘, 가위, 실, 골무, 다리미, 인두 일곱 가지지만 옛 사람들이 어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여 옷을 만들었는지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무릇 책이란 누가,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그 감동과 교육적 의미가 엄청나게 다르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곱 살 딸아이의 구멍 난 양말로 시작된 이 책으로의 여행은 엄마를 넘어 교사로서 여러 가지 가치덕목과 전통문화 등 학생들을 지도하는 좋은 지침서를 얻은 것 같아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 박정아(평촌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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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사 박봉화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재강이의 좌충우돌 한국사 달통기>의 추천글입니다.



















역사, 대화로 술술, 이해가 술술!

국어, 영어, 수학 과목과 달리 역사는 아이들의 관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아이들이 역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역사에 등장하는 단어도 어렵고, 과거에 왜 그런 사건들이 벌어졌는지 등, 역사책들이 이런 어려움을 쉽게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재강이의 좌충우돌 한국사 달통기>는 처음 역사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재강이와 아빠의 대화를 통해 우리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역사는 왜 알아야 하는지, 현재는 과거 역사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의문점을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아이들을 위한 역사책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을 알려면 어제를 들여다봐야

<재강이의 좌충우돌 한국사 달통기>는 기존의 평범한 서술 방식과는 달리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 어려워하는 문제를 두 부자가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넘어간다. 이를테면 아들과 아빠의 역사 수다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어린이 역사책 작가인 아빠와 말 많고 호기심 많은 아들 덕에 두 사람의 대화가 자못 흥미롭게 펼쳐진다.


대화 중간 중간 때론 상품을 걸고 퀴즈 대결을 펼치고, 중요한 부분은 만화로 보여주고, 답사여행을 하면서 이메일을 나누고, 중요한 인물을 인터뷰하기도 하면서 혹시 지루할지 모르는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주고 있다. 또한 ‘역사노트’는 역사적 사건의 핵심을 아들 재강이가 자기 수준에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써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재강이의 한국사 달통기>를 읽으면서, 이렇게도 역사를 풀 수 있구나, 그래서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계기로 아이들이 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질 많은 일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박봉화(독서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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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시험과 맛 없는 급식, 선생님의 야단. 집에서는 공룡처럼 싸워대는 엄마 아빠의 고함. 서럽고 피곤하고 화가 나서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그칠 모른다. 눈물이 흘러흘러 바다를 이루고, 급기야는 오늘 하루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이 눈물바다에 휩쓸려가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만다! 수많은 독자들이 열광한 새로운 상상력, 아이들의 속상한 마음을 위로하는 다정함과 압도적인 유머까지 갖춘 데뷔작, <눈물바다>로 주목 받았던 서현 작가가 2년 반만에 두 번째 그림책 <커졌다!>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아빠가 돌아가셔서 나 혼자 되면 어떡하나 괜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면서 우는 게 일이던 꼬마 울보에 장래희망은 만화가, 스물 다섯살에 피터 시스의 <이상한 화요일>을 읽고 그림책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점쳐보았던 82년 생 일러스트레이터. 장르 구분 없이 자신에게 감흥을 주는 그 무엇에 매료된다는 서현 작가가 들려준 <눈물바다>와 <커졌다!> 비하인드 스토리. 내가 좋아서 한 이야기가 독자와 통했구나! 느꼈던 순간을 회상하는 소리가 수줍고도 씩씩하다.


(사진 : 사계절출판사 정미은 / 인터뷰 : 알라딘 이승혜 / 2012-06-27)

 

 

2009년 출간된 데뷔작 <눈물바다>가 많은 독자분들께 사랑을 받았습니다. 첫 책 출간 이후에 개인적으로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부모님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제 좀 경제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겠구나... 안심하시는 그 정도요?(웃음)

 

두 번째 그림책 <커졌다!>에서, '키가 커지면 좋겠다'는 욕구를 다루게 된 까닭이 궁금합니다.

 

애니메이션 토토로 혹시 보셨어요? 토토로랑 아이들이 여름 밤에 외출하는 장면이 있는데, 밭에 심어 놓은 새싹이 갑자기 쑥쑥 자라 나무가 되는 거예요. 토토로가 어떤 동작을 취하면 나무는 또 순식간에 저 하늘 우주 끝까지 엄청 커지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걸 보고 제가 감흥을 많이 받았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한번은 친구랑 비를 맞자고 우비만 입고 남산 공원엘 갔는데, 비 맞으면서 나무를 보던 중에 토토로에 나온 그 장면이 오버랩이 되면서... 성장하는 생명력,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아서 <커졌다!>는 거기에서부터 시작하게 된 이야기에요.

 

남산에 가셔서 비는 실컷 맞으셨구요?

 

네!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찜질방으로 바로 씻으러 갔어요!

 

작업을 시작하기 전 머리 속에서 상상하고 목표한 이야기와, 실제로 완성되어 책으로 나온 <커졌다!>,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까 말씀 드렸던 것처럼 제가 비 오는 걸 직접 보고 느꼈었잖아요. 빗소리와 함께. 그런데 그걸 정지된 그림으로 그리려니까 그런 생동감이 잘 표현됐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커졌다!>도 <눈물바다>도 주인공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는데요. 책 속에서 그냥 '나'라고만 지칭하고 있으니까요.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두 주인공이 원래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지요? 생각해보시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서 이름을 지어주실 수 있으세요?

 

이름은 편의상 안 지었구요(웃음). 그리고 두 이야기 모두 제가 뭔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이라 딱히 주인공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그냥 저라는 느낌으로 시작했거든요. <눈물바다>의 주인공은 생김새 때문인지 읽으셨던 분들이 밤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시기도 했고, 눈물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눈물방울이라고도 부르시고요. 그래서 <커졌다!> 작업할 때는 도토리를 조금 연상하면서 얼굴을 그려봤어요.


<커졌다!>에서 키가 어느 정도 커진 '나'가 왠지 한강일 것 같은 강가에 걸터 앉아서요, 전봇대 빨대를 꽂고 강물을 쪽쪽 빨아 먹는 장면이 너무 재밌었어요. 자신의 욕망이 투영된 장면이었는지... (웃음)

 

아뇨, 사실 전 한강물이 매우 더럽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먹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요(웃음). 아이가 커졌을 때 뭔가 그 아이의 목마름을 해소해줄 수 있을 정도의 양이 강물만큼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본 거예요.

 

작가님은 어떤 장면이 제일 맘에 드셨어요?

 

맘에 드는 장면은 사실 하나만 꼽기가 굉장히 어려운데요... 저는 이 장면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유연하게 휘는 모습이 되게 마음에 들었거든요.

 

 

구름을 뚫을 만큼 커져서 올라가 본 하늘 위에서는 신들이 모여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어요. 부처님, 하나님, 알라신... 그리고 이 선글라스 낀 분은 누구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앗, 단군할아버지에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한국 그림책이니까 단군할아버지가 나와야한다고 생각을 했구요.

 

이렇게 신들이 모여 앉은 풍경에는 어떤 이야기가가 숨어 있을까요? 

 

거창하게 얘기하면 종교간의 화합?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하늘나라가 다 다르다고 생각을 해서... 각자 다른 종교도 있고, 각자 생각하고 떠올리는 하늘나라의 모습이 다 다르다는 생각을 조금씩 담아서요, 그들은 이렇게 사이좋게 지낸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커졌다!>의 주인공 하늘 위에서 사귄 친구 집게 다리를 가진 이 친구의 정체는 과연... 생김새로는 딱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이게 계란 모양 우주선이거든요. 접시에 올라가 있는 형상인데, 사실은 그냥 외계인 친구였는데 제가 줄무늬를 되게 좋아해요. 좋아하는 줄무늬 옷을 얘한테 입혀놓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이거 너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그래서 약간 저의 모습? 우주에서 사귄 계란 로봇 친구라고 할까요?

 
그 기발한 상상력의 비결이 뭐냐,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어보신 질문 아닐까 싶은데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만화, 만화를 많이 읽었던 것이 작가님의 상상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저는 책을 잘 안 읽었거든요. 만화책이랑 TV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런데 사실 부모님들도 그러시고, 많은 사람들이 TV는 바보상자라고 하고, 부모님은 만화책도 같은 이유로 못 보게 하시고... 제가 공부할 때 몰래몰래 만화 보는 걸 아시고 많이 혼내셨거든요. 근데 사실 저는 약간 텍스트가 길어지면 괴로운 부분이 없지 않아... (웃음) 그래서 책을 많이 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한데요. 그런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 제 생각에는 그러니까 책이든 만화책이든 영화든 전시든 어떤 이야기든 이미지든지, 자신에게 감흥을 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많이 보면 좋은 것 같아요. 꼭 그게 텍스트로만 된 책이 아닐지라도. 제 경우에는 만화가 많이 도움이 된 것 같고요.

 

 

예, 그러면 작가님이 좋아하는 만화책 한권만 소개해주세요!

 

<먼곳으로 가고파>라고 제가 되게 좋아하는 책이 하나 있는데, 이 작가 작품은 국내 출간작이 두 권 밖에 되지 않지만 정말 좋아하고요. 언젠가 만화책을 꼭 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저의 롤모델이라고 할 만한 작가예요.


작가님 그림책에는 익살스러운 표정이 많아요. 본인도 그려놓고 킥킥 웃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림책을 보는 분들처럼이야 제가 재미있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제가 만든 거니까. 그런데 나름대로 기대하면서 '아. 이거 보면 웃기겠지' 하는데. 만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요, 특이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표정을 그려낼 때 자기도 모르게 그 표정을 따라하면서 그린다고들 하거든요. 저도 약간 좀 그런 것 같아요. 그리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거울을 보고 제 표정을 보고 그릴 때도 있어요.

 

<눈물바다>는 개인적 경험이 투영된 작품이라고 말씀하셨죠. 제일 많이 울었던 기억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어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조금 전쯤? 그때 되게 많이 울었었는데요. 제가 괜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면서 우는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아빠가 돌아가셔서 나 혼자 되면 어떡하나... 어릴 땐 가끔 그런 이유 없는 공포가 엄습해올 때가 있어서요. 그런 것들 때문에 울고, 하여튼 어릴 때 무지 울었는데 그때가 감수성이 훨씬 풍부했었나봐요. 지금은 그때 처럼 혼자 무슨 생각을 하다가 울진 않으니까요.


<눈물바다>에서 '공룡 두 마리가 싸운다'라는 문장이 등장하는데요. 실제로 부부싸움하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화난 공룡 같다고 느끼신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당시에는 사실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요.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보는 순간에는... 그 자체가 그냥 너무 무서웠고요. 정신이 없고 무서워서 숨어 있기 바빴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습이 굉장히 거대하고 무서워보였던 것 같아요.


전작 <눈물바다>와 신작 <커졌다!>, 두 그림책 주인공들의 얼굴색이 노란색이라 너무 좋습니다.

 

색상 선택은 그냥 개인적인 기호였구요. 제가 파란색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에 비할 정도로 어느 날 갑자기 노란색이 좋아지더라구요. 단지 좋아서 쓴 겁니다.

 

다음에 쓸 그림책 주인공 얼굴색도 또 한번 노란색으로 칠할 생각도 있으세요?

 

아니요. 다음엔 노란색으로 안 하려구요. 앗, 괜히 그렇게 말했나봐요. 다시 노란색이 쓰고 싶어질지도 모르는데(웃음).


또 두 주인공의 공통점이라면 독특한 헤어스타일일텐데요. 눈물바다 주인공 같은 밤톨머리, 커졌다 주인공 같은 버섯머리 둘 중 어떤 게 더 마음에 드세요? 둘 중에 하나 골라서 머리 스타일을 바꿔보신다면?

 

머리는 밤톨이가 마음에 드는데, 제가 밤톨 머리는 할 수 없잖아요!! (웃음)

 

 

<커졌다!>의 모든 장면 구석구석에 정성을 쏟은 느낌, 빈틈 없이 꼼꼼히 매만진 손길이 느껴집니다.

 

주인공이 워낙 덩치가 크니까 면적을 많이 차지하기도 하고, 그 외의 것은 좀 작게 오밀조밀한 느낌을 줘야 대비도 되고 이야깃거리도 더 생긴다고 생각을 해서, 처음부터 의도를 한 부분이었어요.

 

<커졌다!> 같은 아기자기한 그림책을, 작업하는 것뿐만 아니라 독자로서 보는 것도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제가 워낙 좋아하는 작가가 많아서요. 한 명만 꼭 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도 좋아하고, 큼직큼직하게 시원한 터치로 그려내는 그림책도 정말 좋아하고요. 요즘 들어 더 좋아진 작가는 '피터 시스'인데요. 사실 제가 제일 처음 산 그림책이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이에요. 나이가 먹은 다음에 제일 처음으로 본 그림책인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예전에 제가 생각해왔던 그림책하고는 너무나 달랐어요. 그때부터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나도 그림책을 그려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겠다, 생각한 계기가 <이상한 화요일>이었거든요. 그림풍보다는 독특한 상상을 기반으로 하는 그림책들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그리고 유머가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고요.

 

<이상한 화요일>을 처음 사보셨을 때의 나이는 몇 살이셨어요?

 

그때가 한 스물 다섯, 여섯? 그 쯤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 시절부터 회화를 전공하고 그림 작업을 쭉 해오셨는데 이 과정에서 전환점이 되어준 사건이 있었다면요?

 

제가 복수전공으로 시각디자인을 했었거든요. 졸업하기 직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때야말로 이제 뭘 해야할까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만화를 하고 싶었는데, 사실 저는 만화라는 장르가 제일 어려운 장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작가가 모든 걸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만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내공을 많이 쌓아야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일단 했고, 그 전에 뭘 좀 해봐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하던 차에 교수님 상담을 받고, 일러스트 학교를 가게 됐어요. 그림책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시기, 졸업하기 직전이 제일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대학 졸업 후, 한국일러스트레이션 학교(HILLS)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책 공부를 시작하신 거고요.

 

저도 졸업한지가 좀 됐는데, 학교는 조금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더라구요. 힐스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배워요. 기법이나 그런 것들보다 자기 그림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보고 또 그걸 가지고 졸업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하는 과정이 있거든요. 자기 세계를, 자기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를 만들고 싶은 그런 작가나 학생들이 들으면 좋을 만한 수업이 정말 많아요. 특강도 많고. 이론 수업들이 좀 많이 있는 편이고.


수원에 있는 작업실 풍경도 궁금해지는데요. 몇 년이나 된 공간인가요? 

 

작업실이 집 근처에 있거든요. 한 2년 정도 됐구요. 제가 만들기를 좋아해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다 잠깐씩 전환 삼아서 이것저것 배우거든요. 오토마타라고 혹시 아세요? 그런 것도 배워서 작업실 한쪽에서 만들어보고 있고요. 타피스트리 같은 것도 배우고... 어디다 쓸진 모르겠지만 적당하게 그런 것도 좀 하고 그림도 그리고...

 

<눈물바다>가 너무 많이 팔려서 부자가 되셔서, 작업실이 생겼다는 얘기를 해주실 줄 알았어요(웃음).

 

네, 도움이 많이 됐죠(웃음). 비록 월세이긴 하지만. <눈물바다>가 잘 되고 나서 일도 많이 들어오고요.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많이 도움을 준 것 같아요. 덕분에 이렇게 꾸려나가고 있어요.


만약에 작가 자신, 본인의 만족과 독자의 만족이 일치하지 않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가정했을 때 독자와 작가 중에서 어느 편의 만족이 더 기쁘시겠어요? 나는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보는 사람이 맘에 들어하는 경우도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그 두가지가 병행이 되면 물론 좋겠지만...(웃음) 저는 사실 이야기를 할 때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는 거거든요. 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하는 건데, 다행히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지금 현재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저는 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만들 것 같아요. 그때도 좋아해주신다면 감사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제 안에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을 해나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평소에는 어떤 꿈을 갖고 살아가세요?

 

대작가가 되는 것?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그냥 희망은 계속해서 그림책도 내고, 만화책도 내고, 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계속 하는 거요. 일러스트 학교 졸업할 때, 그때는 아직 작가가 아니었죠. 그때도 마지막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냥 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계속 하면서 다 해보고 살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재밌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는 건 사실 쉽지만은 않은 일이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기 어려운 순간도 맞닥뜨리게 되실 텐데, 이럴 때 옆에서 가장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분은...

 

<눈물바다>가 나오고 나서, 이제 부모님이...(웃음) 사실 그 전에도 지지를 많이 해주셨는데...(웃음) 책이 나오기 전에는 막막한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부모님도 걱정하시면서 차라리 선생님을 하는 게 어떻겠냐 권유도 하시고. 제가 고집을 피워서 안하겠다고는 했지만. 엄마 아빠는 만약을 대비해서 저한테 가게라도 차려줘야겠다고 통장에 돈을 모아두셨다는 거예요. 부모님이 항상 응원 많이 해주고 계세요.

 

그림책 작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으세요?

 

저는 사실 제가 맞을까, 이 일에 과연 적합할까란 고민을 사실 했었어요. 책이 나오기 전에요. 그런데 의외로 선생님들 반응이 괜찮으시고 그리고 일단 책이 계약이 됐고, 재밌게 봐주셔서 출간이 되고... 독자분들로부터 재미있게 읽었다는 평을 듣거나 리뷰를 읽었을 때 아, 내 이야기가 이렇게 사람들한테 통하는구나, 꼭 그림책에 규정 지어 생각하지 않고, 내가 그림으로 풀어낸 이야기, 이걸 사람들이 재미있게 생각해주는구나 느꼈을 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시원한 여름 인사 한마디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즐겨주시고, 그림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여러가지 영화나 책이나 다른 것들로도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하는 여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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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 2012-07-1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현 작가에 대해서 또 작품에 대해서 더 알 수 있어서 좋았네요.
그런데 글 중에 작가가 좋았다던< 이상한 화요일>의 작가는 데이비드 위즈너입니다.

지난여름 2012-07-18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작가님이 꼭 만화주인공처럼 귀엽고 예쁘시네요 ^^

밤의숲 2012-08-0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 반가운 서현 작가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돼요. 작가님의 만화책도 꼭 만나 보고 싶습니다. :)

칸나 2012-08-1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이상한 화요일의 작가는 데이비드 위즈너!!
이건 기자님의 실수?

어쨌거나 눈물바다를 보고 팬이 됐는데 이번 작품도 멋지네요.

딸기꼬치 2012-08-14 23:52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작가로 '피터 시스'를 꼽아주셨고, 처음 산 그림책으로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을 말씀해주셨는데, 두 문장이 연달아 나오다보니까 그렇게 읽힐 수가 있겠네요. 먼저 댓글 달아주셨던 책 좋아님께서도 참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쑥부쟁이 2012-08-2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우리 아이들 너무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특히 눈물바다는 파주 사계절출판사에 가서 딸이 직접 골라 샀지요. 서현 작가의 이미지가 생각보다 차분하시네요. ㅋㅋ

서우사랑 2012-08-24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착하고 여려서 잘 우는 우리 아들 눈물바다 읽어주며 우는 것은 나쁘거나 약한 모습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어요. 서현 작가님 독자와의 만남은 안하시는 지요? 사계절에서 할 때 몰라서 못갔는데... 넘 아쉬워서요. 눈물은 한가득인떼 웃고있는 아이의 얼굴이 나온 표지가 넘 좋았어요.

착한내친구 2012-08-2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바다 구매하러 접속햇다가 작가님을 이렇게 만나네요 우리나라도 전집을 누르는 작가님 같은 그림작가님들이 많이 활동하셨으면 좋겠어요~~화이팅요~
 

대구장동초등학교 교사 김민중 님께서 보내주신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리 반 스파이>의 추천글입니다.


억울한 진실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교실에서 가장 장난이 심하고, 공부를 못하며, 말썽을 부리는 학생은 나쁜 아이인가? 정답은 '아니요'라고 믿고 싶지만 실제 교실 현장에서는 정답이 아닌 것이 정답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난이 심하다거나 공부를 못하는 것은 손가락이 길거나 고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사람의 한 특성일 뿐인데, 그것이 왜 나쁘고 부족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오늘도 수많은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파김치가 되어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나 역시도 분명히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뉘우침이 있다. 이러한 후회와 반성에 채찍질을 가하는 책이 바로 '우리 반 스파이'이다.


교사로서 나에게 이 책은 우선 매우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아마도 작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교단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교사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배우기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사실을 나도 그렇지만 많은 교사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잊으며 살아가고 있다. 안타깝지만 오직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교사도 엄연히 아이들에게 배우는 사람이다. 그리고 오히려 배울 것은 반듯한 모범생이나 얌전한 아이들이 아니라 책 속의 은수 같은 이른바 '골칫덩어리 녀석'에게 더 많기도 하다. 은수는 그 자체로 교사에게 훌륭한 선생님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출간이 참 고마운 이유는 교사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은수의 담임이라면 이렇게 스파이를 이용해서 은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자기 존중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 반에도 은수 같은 아이들이 꽤 있는데 나는 한 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저 골칫덩어리라고 날마다 속을 썩이고 원망하며, 기껏해야 혼을 내고 주의를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과연 아이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서 있을 수 있는가, 이 책은 그런 물음을 나에게 던지며 진정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 수 있는 교사가 되도록 큰 자극을 주었다.


누구에게나 진실은 있다. 공부 잘하고 모범생의 진실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말썽꾸러기 아이의 진실도 소중하다. 그리고 하나의 잘못을 핑계로 다른 잘못이 있다고 억울한 덤터기를 씌우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교실에서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대부분은 은수의 진실은 묻히거나 별로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 명이라도 억울한 진실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소중한 진실은 반드시 진실의 가치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진실을 증명하는 은수의 노력과 그것을 지켜주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하여 진실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다.


아이들이 보기에 이 책은 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군데군데 나타나는 유머러스한 표현은 때로 웃음을 머금게도 하고 때로는 배꼽을 잡고 쓰러지게 만든다. 우스꽝스러운 그림으로 된 만화도 아닌 순수한 글만으로 이렇게 즐겁고 웃긴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웃음 뒤에는 반드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감이 있다. 늘 그렇지만 정말 건강한 웃음은 공감이 가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은 은수의 건강한 장난들과 거기에서 빚어지는 사소한 갈등으로 인한 상황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나.


얌전한 아이나 말썽꾸러기나 간에 자기들의 눈높이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이 정말 일품이다. 거기에다 의미 있는 타인으로서의 배우 아저씨, 엄마, 선생님 등이 어른과 아이들의 세계를 비교하며 사건을 긴장감 있게 이어나간다. 그러면서 스파이는 누구인지 독자들의 궁금증은 커져 가고 은수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가게 되는데 이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 독자도 미소를 머금으며 은수를 따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산뜻한 책표지와 아이들이 좋아할 듯한 과장된 그림도 이 책의 큰 매력 중의 하나다. 그리고 궁금증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제목은 당장 책을 집어 들게 만든다. 주의할 점 한 가지, 책 제목만 언뜻 보고 추리소설로 오해하지 말 것! 표지의 삽화를 보면 그게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 김민중(대구장동초등학교 교사, 동시 작가, 대구아동문학회 회원, 2007/2009 개정 국어교과서 집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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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민트 2013-06-0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분 제 2년전 담임선생님이예요 4학년 4반 감자쌤으로 통했던...

딸기꼬치 2013-06-04 08:25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제가 괜히 다 반갑네요! 마지막 초등학교 생활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ㅇㅇㅇ 2015-10-2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 만중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