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 초등학교 교사 박정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7월의 좋은 어린이 책, <한 씨 부인과 일곱 친구들>의 추천글입니다.
자기가 아끼는 양말이 헤어져 구멍이 나자 일곱 살 딸이 너무 예쁜데 버려야 한다고 속상해 하며 울먹였다. 실로 꿰매서 신자고 하니까 그래도 되는 거냐고 천진하게 되묻는 아이한테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그래도 되는 거라니...' 이건 마치 양말을 꿰매어 신고 다니는 것이 부끄럽거나 잘못된 일을 하는 것 같은 뉘앙스였다.
하긴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이 아이들 앞에서 옷이 해져 바느질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물건을 아껴서 쓰는 미덕을 설명하고자 절약을 강조하자니 우리 아이에겐 다른 예쁜 양말이 너무 많아 굳이 꿰매서 신고 다녀야 하는 당위성이 부족했고, 양말을 꿰매서 신고 다니는 친구를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창피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이유 한 가지, 아이가 꿰매는 것에 대한 낯설음을 갖는 이유는 바느질 도구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아이에게 이 책을 읽힌 나는 엄청난 덕을 보았다. 우선 표지부터 남다르게 예쁘다. 옛날 사람들의 유물인 양 생각해 오던 바느질 도구들(자 아줌마, 가위 색시, 바늘 각시, 빨간 실 각시, 골무 할머니, 인두 아가씨, 다리미 아가씨)이 쉬운 한글 명칭으로 친숙함을 더할 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의인화되어 살아 움직이듯 그려져 있고, 파스텔 톤과 전통 문양의 색상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책 내용도 살펴보면 각각의 바느질 도구를 나열하듯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마다 자신의 장점을 자랑하는 방식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각각의 도구들이 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모티브인 조선 시대 고전 수필 <규중칠우쟁론기>에서는 일곱 가지 바느질 도구들이 규방 여성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들의 자랑은 가부장제적 질서 속에 갇혀 있었던 여성들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주어진 역할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새로운 인식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부분을 교사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남을 따라 하기만 하는 소심한 아이들에게 소신껏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당당하게 밝힐 줄 알고, 그런 가운데에서 타인의 의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자세를 지도하는 데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서로 자신의 공을 다투기도 하지만 한 씨 부인에 대해 원망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일곱 친구들의 입장이 되어 읽다 보면, 자신만이 제일 소중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고마움에 대해서는 가벼이 여기는 세태나 행동에 대해 반성해 보게끔 한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다툼이나 갈등을 상담하다 보면 대부분이 자기 입장과 피해만을 고집할 뿐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간단히 저고리 하나만 만들어도 한 씨 부인 혼자가 아니라 일곱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듯,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를 받고 있는지, 역지사지의 귀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전통문화나 옛 물건에 대해 아는 정도가 현저하게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다. 전통 도구를 대체할 첨단 도구들이 현대 시대에 쓰이기 때문에 볼 기회, 쓸 기회가 적은 것도 있지만 책이나 견학과 같은 체험도 전통문화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 바늘, 가위, 실, 골무, 다리미, 인두 일곱 가지지만 옛 사람들이 어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여 옷을 만들었는지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무릇 책이란 누가,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그 감동과 교육적 의미가 엄청나게 다르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곱 살 딸아이의 구멍 난 양말로 시작된 이 책으로의 여행은 엄마를 넘어 교사로서 여러 가지 가치덕목과 전통문화 등 학생들을 지도하는 좋은 지침서를 얻은 것 같아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 박정아(평촌 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