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엄마, 미안>의 배우 한가인 님 추천글입니다.


<엄마, 미안>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경험이 없던 제게는 너무나 힘들었던, 그래서 더욱 소중한 작품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로 장기들을 들어내고 특수 영양주사로 삶을 이어가는 서연이는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어린이병동의 천사입니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녹음을 몇 번이고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투정 부리고 떼를 써야 할 나이의 아이가 너무 의젓하고 담담해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 미안>이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이 제게는 희망의 노래처럼 들립니다. - 한가인(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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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준관 님께서 보내주신 5월의 좋은 어린이 책, <할머니의 힘>의 추천글입니다.


김용택 시인은 국민 시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입니다. 농촌의 아픔과 슬픔을 노래한 그의 시는 슬프면서도 따사롭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감싸 안아 주려는 따스한 시인의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 시인의 마음은 할머니를 통해서 나타납니다. 이웃과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내 몸 내 목숨과 같이 생각하고 보듬는 할머니의 힘이 있기에 농촌은 결코 슬프거나 어둡지 않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 이준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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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소중하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까? 그림책 <우리는 학교에 가요>는 케냐, 캄보디아, 콜롬비아, 네팔 네 나라 아이들의 낯설고도 흥미로운 등굣길 풍경을 통해 우리에게 꿈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환기시켜준다. 서울교육박물관에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인 황동진 작가가, 독특한 콜라주 작업에 작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별할 것 없이 매일 반복되는 학교 가는 길, 그러나 이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 줄지 그려본다면, 학교에 가는 일상은 이전과 다르게 다가올지 모른다. 오랜 시간의 공들인 결실이 드러나는 구성의 탁월함, 그림 하나하나에 깃든 아이들을 위한 마음, 그리고 호소력 있는 마지막 문장까지, 황동진 작가의 첫 책 <우리는 학교에 가요>의 출간은 작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의 기분 좋은 출발로 보인다.

 

(인터뷰 장소 : 서울교육박물관 / 사진.진행 및 정리 : 알라딘 이승혜 / 2012-04-20)

 

 

학예연구사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학예연구사란 직명이 한자어다보니까 잘 모르시는 분도 많은데, 보통 미술관에서는 큐레이터라고 하죠. 박물관에서는 학예연구사라고 하면,  박물관으로 들어오는 유물들을 과학적으로 보존 처리도 하고, 그 다음에 기록도 하고, 그걸 가지고 전시나 교육 자료로 활용하면서 디스플레이까지 마무리하는 일을 합니다. 큰 박물관 같은 경우에 부서별로 담당 업무가 있고, 작은 박물관에서는 한사람이 이 모든 일을 다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학예연구사란 박물관을 움직이는 가장 중추적인 핵심 직원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독도서관 안에 이렇게 서울교육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지는 드나들면서도 전혀 몰랐었거든요. 홈페이지 소개를 보니 개관 년도가 1995년이더라구요. 지금 재직하고 계시는 서울교육박물관에 대해 소개 좀 부탁 드릴게요.

 

우리 서울교육박물관은 지난 1995년에 개관을 했어요. 주요 전시하고 있는 목적이나 방향은,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를 많은 분들께 제대로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고요. 교육박물관은 우리나라 교육이 오래된 전통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나 동기가 무엇인가,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그 후에 전시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졌어요. 운영 주체는 서울시교육청이고, 정독도서관 부설 기관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어요. 현재는 한국 교육사를 바탕으로 끌고 가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변하기도 하고요. 우리 부모님 세대나 베이붐세대들이 추억이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옛날 교복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전시하는 쪽으로 많이 컨셉을 바꾼 상태이기도 하구요.

 

 

황동진 작가님께서는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려서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준비를 하진 않았구요. 애초에는 제가 미술을 전공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살면서 꿈이란 게 조금씩 바뀌어나가게 되잖아요? 이제 나이를 한살 한살 먹고 세월이 지나면서 꿈이 바뀌게 되는 거니까. 그전에는 다른 일을 하다가 대학교 때쯤 됐을 때 학예연구사란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다른 일을 하다가 이게 아니다 싶었던 거죠. 너무 힘들고 제 자신이 소모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래서 이쪽으로 방향을 전환해 시작하게 됐구요. 이제 이곳에서는 근무한지가 꽤 됐죠.

 

그럼 지금 하시는 일에는 만족을 하시고요?

 

만족하죠. 정말 만족하는데 이제 또 그림책이라는 다른 일을 벌이게 되니까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보니 직업하고 연관이 있었네요. 첫 번째 책의 소재를 학교 가는 길로 잡으신 게요. 학예연구사로 일하시는 바쁜 와중에 그림책 시작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미술 전공을 하셨다는 얘기도 앞에서 잠깐 들려주셨는데요.

 

욕심이 많아서 그렇죠(웃음). 그림책도 사실 대학교 때 처음 접하게 됐어요. 20년도 넘은 얘기죠. 한참 된 얘긴데, 처음엔 단순히 그림책 작가를 일러스트레이터로만 생각을 했어요. 그 어떤 구성이나 서사 같은 건 아주 쉽게 본 거죠. 너무 몰랐던 시절이라... 저는 어렸을 때 코끼리나 개구리, 그런 단순한 그림과 짧은 글이 들어간 책을 보고 자란 세대인데요. 대학교 때도 그림책의 서사에 대해 분석해보는 게 아니라 그냥 쑥쑥 넘겨 보는 거죠. 좀 쉬워보인다는 생각을 가졌었어요. 이거 해서 밥 먹겠나 싶어가지고 일단은 접었다가, 학예연구사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니까 옛날에 가지고 있었던 꿈을 이루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3년 전에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 그림책을 잘 알려주는, 잘 배울 수 있는 아동문화컨텐츠 학과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이제 거기 입학을 해서 2년 반 동안 공부를 하면서 <우리는 학교에 가요>를 준비하게 된 거죠.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림책의 서사나 플롯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사실 이 작품 나올 때도 그림은 제일 뒤로 늦춰졌던 부분이에요. 구조를 탄탄하게 하는 데 한 7, 8개월 정도 투자를 했고요. 그 다음에 그림은 한 5개월 정도 그리게 됐고요.

 

역시나 처음부터 구성에 그렇게 많은 공을 들이셨다는 게 이해가 가네요. 네 개의 에피소드가 나중에 하나로 물리는 구성이 쉽게 나온 것이 아니었네요. 구성도 그렇지만 문장에서도 재미있는 리듬이 느껴져서, 이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시네요(웃음). 저 혼자만 생각했는데, 알아주셨으면 했는데.

 

그림 페이지는 페이지 전체에 그림이 꽉 찬 것하고, 프레임이 들어간 그림으로 구분이 되는데요.

 

그렇죠. 처음에 제가 편집한 그림이 따로 있어요. 따로 있는데, 책으로 나온 건 출판이 진행되면서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이 된 것이긴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프레임을 갖고 있는 그림과 아닌 그림, 그것도 전체적으로 규칙이 있잖아요? 레이아웃을 잡으면서 한 건데, 그림 속에서 어떤 진행이 이루어지는 것과, 제가 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풀로 하고요, 다 애착은 가지만 그래도 어떤 리듬을 주기 위해서 조금 줄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부분은 그렇게 하얀색으로 테두리를 줬습니다.

 

다른 페이지랑 앵글이 달라지는 페이지를 보면서는 이 자유로운 시선 전환에 감탄을 했습니다. 

 

그림책은 보는 사람의 관점이나 보는 사람을 존중하면서 만드는 거지, 작가의 기분에 그려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정서적인 상황을 극대화할 때는 정면성을 유지하고 싶어서 이런 앵글을 유도하는 건데요. 그 정면성이라는 게 어떤 피사체건 배경이 됐든지 간에 보는 사람의 눈이 정 가운데 위치하게끔 해주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조감도 형식으로 볼 때도 정수리가 보이게 그리고요, 그 다음에 서 있는 방향을 볼 때는 배꼽 정도의 위치를 보게끔 정면성을 유지하는 것, 그럴 때 그 캐릭터가 갖고 있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작업했습니다.

 

인물이나 사물, 풍경 경계선에 들어가는 테두리는 이 그림들을 잘라서 붙인 자국인 거지요?

 

콜라주 작업을 한 이유는, 그림이 약하니까 비주얼로 좀 어떤 특이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고 오해하시는 분도 있는데 절대 그런 건 아니었고요. 그렇다고 제가 그림을 엄청 잘 그린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자르다 보니까 손가락이 거의 굳을 정도였는데, 한번에 되는 게 아니니까 실패하면 또 그리고 자르고 해야 해서... 이렇게 많은 공을 들인 이유는 그림책이라는 매체는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기반을 갖고 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인데요. 콜라주 작업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텍스트보다는 그림을 먼저 보잖아요. 보면서 제가 오려 놓은 라인을 따라 눈이 움직여요. 모니터링해보고 저도 느낀 건데요. 그러면서 그냥 단순히 잘 그린 그림보다 아이들이 정서적인 활동이 잘 일어나고요. 한번 볼 것도 두 번 보고 그런 면이 있죠. 원화 전시를 했었던 저 프린트물 같은 경우에는 종이책 보다는 훨씬 잘 표현이 되더라구요. 스캔을 받을 수 없는 작업물이라 하나하나 촬영으로 하느라고 편집팀에서 굉장히 힘드셨죠.

 

 

가위질하기 제일 힘들었던 그림, 실패를 많이 해서 재작업이 많이 들어간 장면도 있겠어요.

 

있죠. 특히, 네팔 이야기 부분인데요. 네팔에서 아이들이 힘들게 언덕을 오르는 장면. 사실 굉장히 크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지면에서는 디자인이나 규칙 때문에 많이 줄어들었어요. 많이. 실제로는 책에 인쇄된 그림의 두 배 정도 크기가 되죠. 이 장면에 아주 작은 사람까지도 다 오려붙이다 보니까 그많이 힘들었죠. 잡는 손은 큰데 그림은 작으니까. 사실 이 아이들 크기는 쌀알보다도 아요. 아이들하고 얘기를 해보면 '어, 아저씨 이거 어떻게 잘랐어요?' 하고 알아봐서 너무 고맙고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냥 보기 좋으라고 이렇게 작업하신 게 아닐까 단순하게 짐작을 해버렸었네요. 이 소재, 학교 가는 길이 그림책에 한 장면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이 등굣길을 주제로 한 권의 책을 만드셨다는 게 참 흥미롭고요. 저도 출근길에, 저는 회사에 가니까 다른 사람들의 등굣길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매일 같이 만나는 한 부자가 있어요. 아빠가 아들 유치원 등굣길 배웅을 해주는 모습을 매일 똑같은 시간에 봐요. 정류장에서 유치원 버스가 올 때까지 아빠가 같이 기다려주는 건데요. 매일 보는데도 질리지 않고 두 사람이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라구요. 작가님이 등굣길에 대해서 이렇게 각별하게 관심을 가지신 까닭도 어떤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왔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네, 맞아요. 작품을 해야 하니까 아이디어나 소재를 찾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캐치를 하게 된 거지만, 작품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그 안에는 제 어린 시절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경험이나 알던 사람들이 다 녹아들어 있는 거죠. 처음 동기가 됐던 건 제 아이인데요. 굉장히 성실하고 착한 학생인데, 그런데도 보면 아침에 차에 탈 때까지, 제가 데려다주려고 할 때요, 탈 때까지 무슨 특공대가 어디 출동 나가는 것처럼 늘 바쁘더라구요. 그 과정을 보면서 저는 이렇게 또 운전기사처럼 대기를 딱 하고 있다가, 아이가 타면, 쳐다볼 시간도 없이 출발을 하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이걸 이야기로 한번 풀어보면 어떨까, 거기서부터 시작이 돼서 일본, 중국... 여러 나라의 등굣길 자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찾다 보니까 처음에는 한 열 개의 나라 정도가 재밌는 에피소드가 모이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진행을 하면서 계속 가지치기를 한 거죠.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책에 실린 네 나라가 나오게 됐고요.

 

네 나라를 구성하는 내용 중에는 사실 저희 어렸을 때만 해도 좀 도시락을 잘 못 싸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 다음에 중학교 때쯤 되면요, 신문 돌리고 뭐 가사 노동을 하느라고 숙제 못 해오는 애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당시에 그나마 행복하게 사니까 배 안 곯고 요새 흔히 말하는 알바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 친구들이 조금 이해도 안 됐고요. 제 입장이 아니었으니까. 어렸을 때는 심하게 무시까지 했었어요. '쟤는 왜 숙제도 안 해오나... 쟤는 왜 미술 시간인데 크레파스도 안 갖고 오나... 너무 한심하다...' 그런데 커서 제가 부모가 돼서 그런 것들을 느끼니까 너무 가슴이 아픈 거고, 어렸을 때 제 생각이 너무 창피하고 나쁜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그런 친구들의 모습도 사실 조금씩 보여주려고 애를 썼고요. 케냐의 이삭 같은 아이가 그런 경우죠. 집안 일도 하고 공부도 해야 되는, 그렇게 힘들게 사는 친구들이 지금도 동시대에도 끊임없이 생겨나잖아요. 우리나라라고 없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만약에 그런 상황에 있는 친구들이 이 책을 본다면 좀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

 

콜롬비아 편 같은 경우에서는 누나가 동생을 챙기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 저희 누님들이 본인들은 실내화를 못 사고 덧버선 신고 들어가는데, 부모님이 준 돈으로 저한테 이제 실내화를, 막내라고 또 귀엽게 컸다고 하얗고 반짝반짝한 걸 사주셨거든요. 저는 뭐 그게 고마운 줄도 모르고 실제로 손잡고 질질 끌려가듯이, 막내니까 어리광이 있어서 학교 가기 싫어하잖아요. 그랬던 기억도 있고. 그런 것들이 좀 녹아 있구요. 네팔 편 같은 부분을 보면 책 안에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는 친구들이 몇몇 있어요. 함께 학교에 가고, 또 그 과정에서 기다려줄 수 있는 친구들. 어렸을 때는 의미를 모르지만 커서 보니까 그런 친구들이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 아닌가. 혼자만 가지 말고 좀 같이 가자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책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우리는 학교에 가요> 작업을 위해 조사하셨던 다른 나라의 특이한 등굣길 풍경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까 잠깐 언급하셨던 중국 아이들의 등굣길도 궁금해지는데요.

 

중국은 제가 조사할 때만 해도 그냥 저만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다 그렇지만요. 최근에 어떤 포털 사이트에 동영상도 떴더라구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등굣길' 해서 케이블 안에 들어가서 위험하게 학교에 가는 모습이 있었죠. 중국은 정말 너무 넓다보니까 여러 나라의 환경이 다 섞여 있어요. 그 중에서도 옛날에 차마고도 같은 그런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굉장히 높은 산악지대에 있어서 사다리를 위에서 선생님이 잡아주고 손을 끌어줘야지만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제가 흥미를 느꼈던 곳은 일본의 눈 많이 오는 지역인데요. 선진국이라 실제로 많은 고난을 겪는 학생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양 옆에 눈이 어른들 키보다도 높게 쌓여 있는 길을 아이들이 걸어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등굣길 풍경을 <우리는 학교에 가요>의 한 꼭지로 넣어보신다고 가정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세요? 등굣길이 아주 짧은 사람도 있고, 긴 사람도 있는데. 정독도서관 올라오는 길에 또 학교가 많잖아요. 참 예쁜 길인데, 매일 출근하시면서 보는 길이니까 이 골목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실 것 같기도 하고요.

 

많이 떠오르는데요. 굉장히 가슴 아픈 게, 우리나라 학생들 등굣길 뒷모습을 보면 너무 슬퍼요. 처음에는 우리나라 학생들 등굣길고 하나 넣으려고 했었어요. 보통 일반적인 가정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되면 어머니들이 깨우는 데 너무 힘이 들잖아요. 그런 장면들부터해서 뭔가 꿈과 희망을 주면 좋겠는데, 싸우는 장면만 생각나고 아이들 이렇게 뒷모습이 늘어진 장면만 떠오르더라구요. 실제로 초등학교 1, 2학년만 되어도, 제가 아침이 많이 봤는데 많이 쳐져 있어요. 책에 묘사한 나라들은 훨씬 더 쳐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교육을 통해서 자기의 인생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옷을 입고 찢어진 가방을 들어도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로 학교에 간단 말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더 잘 사는 우리나라는 아이들은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가기 싫은 데엘 가는 것처럼 학교에 가는 모습이죠. 아닌 학생도 있지만요. 그런 것들이 가슴 아프고요.

 

대학에서는 회화를 전공하셨나요?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는데, 거기서 조금 조금씩 골고루 다 배웠어요. 저랑 가장 친하고 잘 아는 분들 얘기가, 대학 시절하고 이번 책하고 그림이 너무 바뀌었대요. 옛날에는 잘 그리긴 했지만, 그게 뭐 기교적인 거였었죠. 그런데 지금은 아동 심리나 그런 걸 다 배우고 표현하려고 애를 쓰니까, 그림의 이야깃거리나 느낌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얘기를 많이 들어요. 공부한 보람을 정말 많이 느끼죠.

 

말씀해주신 걸 듣고 나니까 숙명여대 대학원 아동문화컨텐츠 학과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지는데요. 그림책 작가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곳에서 배우신 과정, 커리큘럼에 대해서 짧게 소개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숙명여대 아동문화컨텐츠학과는 일단 다른 데서 교육 받는 것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면요. 그림이나 시각적인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게 아이들한테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걸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요. 물론 제가 그 강의를 구성한 교수가 아니기 때문에 배운 것으로 느끼기에는 그렇다라는 것이고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작가의 의도나 얼마나 많이 팔릴 수 있는지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책이냐는 거죠. 0.5%밖에 안 되는 소수 집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정말로 아이들을 위하는 작가들이 있어야되지 않나, 그런 아주 좋은 컨텐츠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학과가 생겨났고요. 실제 교육도 그렇게 받고, 그러면서 하여간 제가 이 작품을 구상하고 여러 출판사에 갖고 다니면서 들은 공통적인 얘기가, 어디서 공부했냐 그리고 이 글의 구성이 너무 단단하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국내에서 그림책을 공부할 수 있는 유명한 곳도 여럿 있는데, 그곳 비해서 이 아동문화컨텐츠 학과만의 강점이라면 정말 본질을 알고 나서 아이들을 위한 아주 좋은 음식을 만드는 그런 음식점 같은 곳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세상에 나온 첫 번째 책, 처음 손에 쥐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많이 행복했죠. 행복했고,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많이 공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컸어요. 책이 많이 팔린다던지, 제가 유명해지는 게 목적이 아니었어요. 너무 많은 매체들이 책을 만들 때 제목이나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려고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언뜻 볼 땐 누추해보일 수 있고 매가리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고, 나왔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행복했죠.


기억나는 독자 분들 반응으로는 어떤 것이 있으세요?

 

초등학생들은 저희가 행복한 거군요! 하는 굉장히 어른스러운 말도 들었었어요. 그런데 사실 그걸 꼭 보여주려고 했던 건 아닌데, 다분히 교육적인 대답을 했더라구요. 정말로 기분 좋았던 대답은, 진짜요? 아저씨가 진짜로 이거 했어요? 그거죠(웃음). 짧지만 많은 얘기, 좋아요. 아이들이 또 너무 체계적으로 얘기하면 거짓말이잖아요. 그 표현이 제일 좋았고, 어른들한테 들은 얘기는 제일 좋은 게 그거죠. 서평을 써주신 분이였는데, 본인이 파주에 살면서 지나가는 탱크를 얻어 타고 학교에 가셨던 적이 있대요.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자기 어렸을 때 그 학교가는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우리 학교의 의미, 학원 폭력이니 그런 게 많으니까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어른으로서 가슴 뭉클했다. 특히 뒷장면을 보고 거의 다 뭉클했다고 하시니까, 감동을 줬다면 성공한 거 아닌가요? 그게 제일 기분 좋죠(웃음).

 

이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이 작가님이 가지신 꿈 하나를 이룬 과정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첫 번째 작품에서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했고요. 마지막 문장을 보고 뭉클했거든요. 크게는 아이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을 빌려 해주셨다고 보고, 이 꿈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까닭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아, 예 맞아요. 사실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틀이나 정말 제가 말하고 싶은 얘기는 '일상의 소중함'이에요. 그러니까 어려서 대통령도 되고 싶고, 요즘은 연예인도 되고 싶고 그런 여러 가지 꿈이 있는데 꿈은 꼭 가져야죠. 잊어버리는 게 나쁜 거죠. 그런데 그 꿈을 이루는 방법은 뭐 로또를 산다든지, 아니면 갑자기 천지가 개벽해서 지위가 바뀌길 바라는 그게 꿈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그냥 다 존경할 수 있는 존재로 자라나는 그게 좋은 꿈이고 그게 꿈의 올바른 형태잖아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일상적인 행동들이 하루하루 모여야지만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보통 등산을 하다 보면 왜 처음에는 우리가 급한 경사라고 못 느끼지만 다 올라와서 보면 굉장히 높이 올라와 있잖아요. 자기가 높이 올라간다는 걸 인지하고 올라간다면 겁나서 못 올라갈 것 같아요. 그 한발 한발,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이닦고 세수하고 밥먹고 또 어딘가로 공부하러 간다든지 일하러 간다든지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꿈을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거.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제발 그 결과만 보고 가지 말고, 과정이 제일 중요한 거고 과정을 이루기 위해선 하찮은 일부터 하나하나 이렇게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죠.

 

 

그렇다면 어렸을 때, 대학시절보다 더 어렸을 때 작가님께서 갖고 계셨던 꿈 중에서 혹시 지금 이루셨거나 아직은 아니지만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게 있다면 여쭤봐도 될까요?

 

아주 어렸을 때는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정말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었던 꿈인데요. 중간 중간, 사람이란 게 조금 더 좋아보이는 것들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그럴 땐 잠깐 샛길로 빠졌다가, 다시 메인도로로 들어왔다가... 삶이란 걸 긴 여행이라고도 표현하잖아요. 근데 그 여행이란 게 요즘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물리적으로 빨리 도착을 해서 많은 걸 퍽퍽퍽퍽 점 찍듯이 돌아다니면서 증명사진처럼 탁탁탁탁 찍고, 맛집도 가보고 그러면 뿌듯한 게 있고. 또 길을 잘못 들어서 샛길로 가서 어떤 구멍가게에서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서 사는 얘기 듣고 그 마을에서 나온 나물 하나 무쳐 준 거 얻어 먹고 시간이 돼서 가야될 때 못 오고 또 다시 오고 이런 여행도 있고요. 둘 중에 어떤 게 낫다 소중하다 옳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 제 생각은 꿈이란 건 그 큰 줄기만 있으면 약간 빠졌다가 다시 와도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직도 정말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게 제 꿈이지만, 현실이 있고 일상이 있어서 포기 안하고 계속 가면 언젠가는 될 거라고 계속 생각하고요. 그래서 지금의 제 일상 역시 꿈을 계속해서 이루어가는 과정이고,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학교에 가요>를 통해서 꿈을 향해 가는 의미 있는 출발을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직 자기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잖아요. 모른다기보다는 꿈이란 게 아직 생기지 않은 아이들도 있을텐데, 사실 그 꿈을 가져라라는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꿈을 가져라' 이 한 마디로 끝나면 너무 불친절하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래서 자기 꿈,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하는 이런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굳이 애써 찾으려 하지 말고, 각자가 꿈이 나타나길 천천히 기다려보면 될까요?

 

그 기다리는 방법이 문제인데요. 아까 제가 말씀드린대로 그러니까 오늘만, 아니면 잠깐, 그 다음에 요거 하나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거죠. 절대 그러면 안 되고, 당장 꿈이 뭔지 모르더라도 어떤 지표가, 도표가 대각선으로 막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꿈이 뭔지 모르더라도 앞으로 찾아올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는 모호할 수밖에 없잖아요. 너무 뚜렷하기도 참 어려운 그런 시기죠. 어린 나이라면. 그런 아이들일수록 특히 부모님들이 그날그날 해야할 일들, 그리고 꼭 그 자리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밥을 먹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자야 되고. 그게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면, 제 경우에도 그렇고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한 2~3학년, 3~4학년 정도 되다 보니까 거의 뭘 시켜서 하는 경우는 잘 없어요. 어려서 그런 것들을 잘 잡아주면, 그런 습관들이 잘 잡히면 아이들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커져서 실제 어린 아이들은 못 하는 게 없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제도나 그런 게 잘못 돼서 어른들이 잘 할 수 있는 아이들 손다리를 다 묶고 키우는 거거든요. 많이 가르친다고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교육을 시키다보면 능력이 개발이 될 거고요. 체조선수가 꿈이었다가, 화가가 꿈이었다가 꿈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그 과정들 인생들이라는 게 아름다운 거고, 하여간 잘 살기 위해서는 꿈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매일 꿈을 가지고 학교에 가는, 원래는 우리나라로 한정해서 여쭤보려고 하진 않았는데,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이 책을 볼 초등학생 아이들한테 응원 한마디 해주신다면요?(웃음)

 

응원이요? 응원까지...(웃음) 지구가 생겨나고 사람들이 지구에 출현한 이후로, 모든 활동은 교육적이지 않은 게 없었고, 학교가 없던 시절에도 뭐 사냥을 하는 법을 배운다든지, 낚시를 하는 법을 배운다든지, 비형식적인 교육도 있었잖아요. 그렇듯이 학교라는 건물, 이 체계는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 중에서 가장 좋은 제도 중의 하나인데요. 비록 요즘 어른 학생들에게도 할 게 너무 많고 학원도 너무 많고, 그래서 학교 가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나이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학교 가는 걸 많이 싫어하진 않고, 중고등학생보다는 초등학생들이 친구 만나는 즐거운 마음에 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 마음 쭉 잃지 않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고 또 성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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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2012-06-29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터뷰 가슴에 와 닿네요. 우리 아이들은 등교길이 고행길 같아 보여요. 오히려 험난한 길을 걸어서
저 아이들의 학교길이 행복해 보이네요. 어쩔까나 우리아이들....
다음책은 아이들이 신나하는 도서관 이야기 써 주세요. 서가사이 이책 저책 손길가는대로
구석에 앉아서 책에 빠진 아이들요...

박경미 2013-01-0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등학교때 처음 정독도서관 가서 공부했었는데...
그래서 황동진작가님 많이 보았어요~^^
배우 엄태웅씨 닮아서 눈길이 많이 갔던것 같아요.^^
저도 지금 꿈꾸고 있는것 이루면 아이들을 위한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 간직하고 있거든요...^^
인연이 더 닿는다면 저의 동화에 삽화를 그려주시면 영광일것 같아요.~^^

지금, 초등학생 저학년을 가르치고 있는데
작가님처럼 저의 소박한 꿈도 이루어지는 날이 분명 오겠지요. ^^

풋풋했던 청년모습에서 저와 같은 중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것도
대단한 인연이라 생각됩니다.~^^

항상 지금처럼 새로운꿈에 도전하시는 승리하는 삶 살아가시리라 믿으며...^^

 

사계절출판사 <역사 일기 시리즈>의 강변구 편집자님께서 보내주신 칼럼입니다.


옛날 역사 속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 '역사 일기 쓰기 대회'를 진행하며'


'역사 일기 시리즈'는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그 시대의 아이가 쓴 일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알아 보는 책이다. 그날그날에 쓴 일기 옆에는 의식주, 과학, 사회제도, 풍습 등 관련 주제를 함께 배치해 독자들이 일기로 된 이야기를 읽고 자연스럽게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꾸몄다. 시리즈는 '선사 시대'(1권)부터 '산업화 시기'(10권)으로 계획되었고, 현재 7권 조선 전기 편까지 나와 있다.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이 책과 딱 맞는 행사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독후감상문 쓰기는 이미 많이 하고 있어서 무언가 시리즈에 맞는 독특한 독후 활동을 찾았다. 시리즈의 컨셉인 "지식을 넘어서 그 시대 사람들과 공감을 이루는 역사"라는 점을 강조하되 어린이들이 쉽게 참여 할 수 있는 독후활동이라야 했다. 상대방의 삶에 공감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글을 써 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그래! 역사 일기를 써 보게 하는 거야.' 이미 초등학교에서는 역사 일기 쓰기가 교과 과정 중에 들어 있어서 독자들도 익숙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활글로서 일기를 늘 쓰는 아이들이 역사 일기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었다. 혹여 또 하나의 과제로 여겨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2010년 봄, 역사 일기 1권 "곰 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와 2권 "고조선 소년 우지기, 철기 공방을 지켜라"가 나온 직후 첫 번째 '역사 일기 쓰기 대회'를 진행했다. 기대 반 불안 반 응모작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응모마감이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응모편수가 형편없이 적었다. 아무래도 어린이 독자들이 쉽게 참여하기에는 역사 일기 쓰기는 어려웠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마감이 며칠 앞둔 어느 날 몇 박스에 이르는 응모작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체와 개인 부문의 응모 편수는 모두 715편이었다. 700명 넘는 아이들이 내가 만든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것에 가슴이 너무 벅찼다. 단체 응모는 주로 학교와 글쓰기 교실에서 참여했는데, 그 중 멀리 중국 천진시의 천진국제학교에서도 9점의 작품을 보내주셨다. 천진국제학교는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열정이 대단해서 감동을 받았다.



응모 작품들을 보니 원고지 5매라는 응모 요강을 넘어서 거의 한 달치 일기를 보낸 어린이도 있었고, 글과 그림 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갖가지 만들기 작품을 곁들여 훌륭한 그림 일기를 만든 어린이들도 있었다. 특히 그림 일기 종류에는 시상식 때 오신 그림 작가 분들도 놀랄 만한 수준급 그림부터 아이들다운 소박하고 엉뚱한 그림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많았다.


일기의 내용들도 무척 흥미로웠다. 당시 시대상을 꼼꼼히 공부해서 일기 속에 잘 반영한 작품도 있었지만, 엉뚱하게도 고조선 시대에 청동거울과 칼을 파는 홈쇼핑이 등장하는 재기발랄한 글도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글이 있었다. 배경은 신석기 시대의 학교였다. 물론 그때 지금 같은 학교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이야기는 학교에 새로 전학 온 다른 마을 출신 여자 아이와 같은 또래 여자 아이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전학 온 아이는 조개 팔찌에 목걸이 까지 하고 학교에 첫 등교를 했다. 주인공은 예쁘게 치장한 모습에 샘이 났지만, 그 친구가 목걸이를 선물하자 금새 친해졌다. 신석기 시대와는 조금 동떨어진 내용이 있지만, 요즘 어린이들이 학교 생활에서 겪을 법한 현실을 잘 담고 있었다.












작년 2011년 봄에는 역사 일기 3~5권(백제편, 신라편, 고구려편)을 묶어 두 번째 '역사 일기 쓰기 대회'를 진행했다. 이때는 응모 편수도 크게 늘어 1,000여편에 이르렀다. 심사를 맡은 선생님들은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많은 어린이가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자신만의 생생한 글로 표현하였습니다."라는 평가를 해주셨다. 일반적인 독후 감상문과는 달리 아이들은 역사 일기 쓰기에서 다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며 더욱 다채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들 때문에 우리들도 고무되었다. 그래서 역사 일기를 통해 기본적인 역사 지식과 소양을 갖춘 수상자들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상식 때 역사체험연극단 '아트브릿지'와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수상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역사 연극 공연을 했다.



올해도 4월부터 5월까지 6권 고려 편과 7권 조선 전기 편을 묶어서 세 번째 '역사 일기 쓰기 대회'를 진행한다. 고려 편은 청자의 나라 고려에서 도자기 기술자의 아들이 쓴 일기다.  조선 전기 편은 향촌 낙안읍성의 서당에 다니는 아이가 무과를 준비하는 시기의 일기다. 요즘 어린이들이 자신의 시대와는 사뭇 다른 옛 사람들의 생활, 그것도 자기 또래의 어린이들이 살았던 모습에서 어떤 공감과 상상력을 발휘할지 기대된다. - 강변구(사계절출판사 <역사 일기 시리즈> 편집자)


'역사 일기 대회' 수상작 보러 가기

http://www.sakyejul.co.kr/board/board.asp?bid=contest1


'역사 일기 대회' 기념 이벤트 참여하기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20327_h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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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9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꼬치 2012-05-09 13:03   좋아요 0 | URL
네~ 5월 이벤트는 11일 오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를 섬뜩하리만치 대담한 설정으로 풀어내며, 위험 수위를 한참 넘긴 오늘의 맹목적인 소비 문화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 끝도 없이 새로운 물건을 욕망하는 오늘의 우리 모습. 이에 대한 적지 않은 문제의식을, 제16회 창비 좋은어린이 책 대상작 <지도에 없는 마을>을 선택한 독자들의 분주한 손길에서 엿볼 수 있다. 파격적인 작품과 상반되는,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매력을 가진 최양선 작가님께 직접 들어본 <지도에 없는 마을> 이야기.

 

(인터뷰 장소 : 인문카페 창비 / 사진 : 창비 어린이 편집부 / 진행 및 정리 : 알라딘 이승혜 / 2012-03-29) 

 

 

<지도에 없는 마을>은 분량에 비해 사건과 플롯이 굉장히 촘촘하기 때문에, 설계하는 과정이 까다롭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작품의 첫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맨 처음에는 사라진 도시에 대해서 생각을 했어요. 물에 담긴 도시에 대해서요. 작년 초에 어떤 분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어요. 잠실 있잖아요. 그분이 어렸을 때 잠실에 살았던 분인데 어렸을 때는 그 지역은 그냥 물이였대요. 개간을 해서 오늘의 잠실의 모습이 된 거라고 하더라구요. 듣고서 처음에는 물에 잠긴 사라진 도시를 생각하다가 그렇게 시작을 한 것 같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사물로 변신을 한 가족 이야기인데요. 주인공 아이만 남고, 나머지 아이들이 다 사물로 변신하게 되는 내용의 단편을 제가 쓴 적이 있거든요. 그렇게 두 가지가 합쳐져서 장편으로 가면 좋겠다, 처음 세운 얼개는 그랬습니다.

 

사실은 불편한 동화였습니다. 필요성을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그래서 외면하고 싶은 주제를 건드리기 때문에요.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소비에 대한 평소 생각이 어떠신지요?

 

보면 사람들이 중독되어 있는 게 많잖아요. 예를 들면 쇼핑도 그렇고. 일종의 마음의 병처럼 생각이 되는데요. 자아나 내면이 건강하지 못하니까 사물로 마음을 채우려고 하는데 결국 그게 그렇게 채워질 수는 없는 거잖아요. 또 광고, TV 광고를 보면 굉장히 불편함을 느껴요. 광고에서는 자꾸만 사라고 사라고 하는데, 저게 없으면 안 돼! 넌 바보야! 도태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 대해서 평소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에요. 화가 나고 저런 것에 속으면 안 돼, 항상 느끼죠. 자동차 광고도 특히 그렇고 그런 것들이 다 저를 불편하게 하는데요. <지도에 없는 마을>이 아이들 책인데, 이런 주제를 아이들 책이기 때문에 쓸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요. 어렸을 때는 다른 공간에 살다가 어느 순간 어른이 돼서 현실에 온 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아이들 사는 공간도 현실도 똑같으니까요. 그리고 제 주변의 아이들을 보면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아이들도 굉장히 명품에 대해서 많이 알고 또 좋아하더라구요. 명품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그것의 가치가 아닌 소비에만 너무 집중을 하니까요. 명품 자체는 굉장히 좋은 거잖아요. 명품이라는 게 굉장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만들어지는 건데 그걸 생각하기보다 명품으로 자기 자신을 채우려고 하는 어떻게 보면 방법이 잘못된 그런 여러가지 생각들이 모여서 이걸 아이들한테 들려줄 이야기로 쓰고 싶었어요. 그냥 적나라하게 쓰기는, 현실 그대로 쓰기에는 좀 뭐하니까 재미있게 다른 방법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저도 <지도에 없는 마을>을 사라고 사라고 해야 하는 입장인데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웃음). 집착이란 것이 어떤 물건이냐에 따라서 좀 더 경계해야 할 게 있을텐데, 사람들이 이 물건에는 정말 집착 좀 안 했으면 좋겠다 하는 것 한 가지만 꼽아주세요.

 

스마트폰이요. 저희 애들은 핸드폰이 없어요. 안 사줬어요. 엄마도 절대 스마트폰으로 안 바꿀 거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어요. 큰애는 정말 아빠가 오면 스마트폰만 계속 만지더라구요. 그래서 주말에는 저희 신랑 핸드폰을 제가 압수해요. 신랑도 스마트폰만 손에 쥐고 있어요. 전철을 타도 사람들이 그것만 보고 있잖아요. 그럼 저는 당당하게 '나는 아니야' 하면서 책을 보죠. '나는 너희들과 달라' 이러면서. 자부심을 약간 느끼면서 책을 봐요, 저는(웃음). 물론 스마트폰이 무조건 나쁘지는 않은데, 너무 매달려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우리가 집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물건이 스마트폰인 것 같아요.

 

그럼 혹시 이런 물건이라면 집착을 좀 해도 괜찮지, 이렇게 허용해주실 수 있는 물건은요?

 

근데 모든 물건이 집착만 안 하면...(웃음). 집착해서 좋을 물건은 없겠죠.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랑, 새로운 걸 계속 갖고 싶은 거랑은 다르잖아요. 어느 정도 적당한 선이 있어야지.

 

보담, 해모, 리안, 구진, 호돈... 등장인물들에 이국적인 이름을 지어주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지도에 없는 마을>의 무대가 현실이라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현실이 아닌 공간이니까 한국적인 이름으로 가면 오히려 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해서였어요. 생활동화가 아니니까 중의적으로 가자, 완전히 이국적이지 않으면서 또 너무 한국적이지 않은 이름으로 하려고 했죠.

 

처음에 보담이를 여자아이로 생각했다가 나중에 일러스트를 보고서야 성별을 제대로 알았거든요. 그리고 작품에 등장하는 인어공주 이야기, 인어공주가 아니라 인어공주를 사람으로 만든 바다마녀에 주목하셨어요.

 

제가 마녀를 좋아해서요. 마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마녀의 나쁜 이미지는 사회, 역사가 만들어놓은 측면도 크니까요. 마녀사냥이라든가 중세시대에 여자를 사악한 존재로 몰아가던 것이 권력의 도구로 이용되던 그런 것처럼. 그런 것들을 알고 나서는 마녀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애착이 생기더라구요. 사람들 마음에 마녀 같은 구석이 다들 있으니까. 그래서 마녀를 좋아해요. 그래서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 의해서 나쁜 이미지를 얻었지만, 그렇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지도에 없는 마을>의 바다마녀 해모는 어찌 보면 상당히 과격한, 동화책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캐릭터인데요.

 

해모가 어떻게 보면 저랑 가장 닮은 캐릭터인 것 같아요. 해모랑 소라. 소라보다도 해모가 가장 저랑 닮은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해모예요.

 

아니! 이 얘기를 들으시면 독자분들이 놀라지 않을까요.

 

아이고. 그럼 소라라고 해주세요, 소라(웃음).

 

 

표지에도 등장하는 '거대한 고물상'은 물론 일러스트가 있긴 하지만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고, 특히 작품 초반의 인상을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우디를 좋아해요. 건축가 가우디를 좋아해서 그의 건물 같은 공간을 생각했어요. 굉장히 신화적인 느낌이 드는. <지도 없는 마을>에 나오는 고물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딱딱한 건물이 아니라 신화적인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이 있었죠. 무언가가 새로 태어나는 신화적인 공간이요.

 

그래서 더 생생하게 느껴지고, 공간 묘사에 공을 많이 들이지 않으셨을까 짐작했습니다.

 

많이 어렵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길게 고민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지도에 없는 마을>의 공간이 현실과 같다고 생각하면서 썼거든요. 사람들이 판타지라고 하지만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을 해요. 작품에 나오는 바다라든가 하는 공간이 없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다 우리 주변에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공간이 새롭다기 보다 저에게 익숙한 현실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도에 없는 마을>, 추리소설처럼 몰입해서 속도감 있게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유머 코드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건, 의도하신 바였는지요?

 

의도했다기보다도 그런 데 소질이 없어서요. 재미있게 말도 잘 못하고. 몇사람만 있을 때는 곧잘 얘기를 하는데 사람이 조금만 많아지면 말수가 적어져요. 제가 하는 말을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지도 않고요. 소질이 없으니까 안 되는 것 같은데요(웃음). 좀 그런 편이에요. 어두운 면도 많고요.

 

한편의 완결된 이야기이긴 한데 끝까지 다 읽고 나서는 그 다음 이야기, 2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자작나무 섬 초등학교에 부임하기 전까지 교장 선생님의 개인사도 정말 궁금하고, 바벨탑 쇼핑 센터 사람들이 무슨 일을 더 벌일지도 걱정이 되고요. 나중에 엄마는 잘 살 수 있을지... 혹시 속편을 염두에 두셨는지요?

 

글쎄요. 한번 생각해 볼게요(웃음).

 

책을 읽은 아이들도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해보게 될 것 같아요. 특히 자신의 소비에 대해서 돌아 볼 수 있고요. <지도에 없는 마을>을 읽고 나서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될 지 모를 독자분들처럼, 한 편의 동화가 작가님 개인의 관심사를 단숨에 확장시켜주었던 경험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에 <파란 시간을 아세요?>랑 <파울로의 눈물>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파란 시간을 아세요?>는 많이 아시는 것 같아요. 워낙 화가분이 유명하셔서. <파올로의 눈물>은 눈물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예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만 모여사는 마을이 있어요. 그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도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단 한 사람만 빼고요. 파올로라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슬플 때도 울고 기쁠 때도 울고 항상 눈물을 흘리는데 이 사람이 눈물을 흘릴 때마다 꽃이 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파올로가 울면 꽃을 가질 수 있어서요. 그러다 어느 순간 파올로는 영웅이 돼요. 사람들이 자신을 영웅으로 만든 순간부터 파올로는 사람들 앞에 나오고 싶지 않아서 숨게 돼요. 숨다가 결국 이 사람은 떠나요. 그리고 파올로가 배를 타고 떠날 때 물속에 꽃이 피어 있는 거예요. 눈물을 흘리면서 떠난거죠. 파울로가 떠난 다음, 마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게 돼요. 그러면서 다시 꽃이 피게 돼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인데, 이 책이 그런 경험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시는 책하고 쓰신 책하고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웃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와, 이번 창비 좋은 어린이 책 수상작 <지도에 없는 마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시간 차가 좀 나는데요.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는 2009년에, <지도에 없는 마을>은 작년에 썼어요. 그 작품이 4월에 나오는데 아마 보시면 아실 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커다란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 이 두편의 동화가 서로 다른 작품이지만, 하나의 방향은 같다라고 생각을 해요. 먼저 쓴 작품에서는 제 자신을 그냥 다 보여준 것 같아요. 물론 읽는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그걸 알고 있잖아요. 그랬다면 두 번째 작품에서는 조금은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도에 없는 마을>이 자신에게서 거리를 두고 조금은 객관적으로 쓴 작품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이야기만으로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상상해보기는 힘들었거든요. 작가님의 오늘의 모습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서 직접 여쭤보고 들어보는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동화 쓰기 전에 소설을 습작했었고, 처음 소설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을 한 것도 어떤 작품을 읽고서였는데요. 그때도 그 작품이 판타지였어요. 되돌아보니까 그렇더라구요. 판타지가 중요한 하나,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평범한 아이였거든요. 왜 그런 애 있잖아요. 튀지 않고 묻혀 있는 애. 그런 아이였어서 특별히 의식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 동화를 쓰는 데 가장 큰 자극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현실인 것 같아요. 현실이 힘들어질수록 더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럼 요즘 작가님이 마음에 안드는, 작가님을 가장 괴롭히는 현실은...

 

저도 애들이 있고 하니까 애들이 너무 힘든 것 같아서... 이 부분은 저 혼자 어떻게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진짜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놀 수 있는 공간도 친구도 없는 거예요. 엄마로서 가장 힘든 때가 그 때인 것 같아요. 아이들은 또래하고 어울려 놀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거예요. 제가 그 부분을 대신 채워줄 수가 없는데, 채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엄마로서도 힘들고 또 아이도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다요. 그래서 동화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만약에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것만 생각한다면 걱정할 게 적어지죠. 전 이미 어른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아닌 저하고 제일 가까운 저희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지는 것 같고,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를 생각하면... 그게 그래서 제가 동화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자녀분들이 혹시 이번에 나온 엄마 책도 읽어봤나요?

 

예, 저희 큰애가 남자애라서 그런지 굉장히 재미있어 했어요. 큰애가 초등학교 4학년이고, 딸은 1학년인데 솔직히 어려울텐데도 엄마가 쓴 거라고 읽더라고요. 대견해요. '이거, 이해가 되니?' 물어봤더니 이해가 된대요. 근데 큰애가 '이해도 안 되면서!' 이래요(웃음). 작은애는 조금씩 조금씩 읽는데, 큰애 같은 경우에는 학년이 높으니까 한번에 싹 읽는데 재미있어 했어요.

 

 

아들딸이 보담이처럼 수업을 땡땡이친다면 용서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보담이는 호기심이 너무 왕성해서 그런거였는데(웃음).

 

용서 못해줄 것 같아요!(웃음). 그런 애들이 있어요. 주변에 보담이 같은 아이들이 있어요. 말썽도 많이 피우고 애들도 괴롭히고 그런 아이들을 보면 혼란스러운 게, 객관적으로는 안쓰럽잖아요.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니까요. 그런데 이런 아이가 현실적으로 저희 애들이랑 부딪히는 걸 보면 '어우, 쟨 정말 왜 저래(웃음)' 하게 돼요, 어쩔 수 없이. 그런데 보담이도 솔직히 그런 아이니까, 이게 동화와 현실의 차이겠지요(웃음). 이렇게 마음을 가다듬죠. 내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하고요. 그러면서 제 아이한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을 때도 있고, 저도 사람이다보니까 그런 아이를 보면 미울 때가 있고. 그런데 이제 그렇게 생각을 안 하려고, 한번 거르게는 된 것 같아요. 동화를 쓰지 않았다면 저는 그 애가 밉다고만 생각하고 삐뚤어진 면만 볼 수도 있겠는데, 개인적으로 동화를 쓰다 보니까 조금 다르게 한번 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쟤가 참 마음이 아픈 아이구나.

 

심사평도 책에 인쇄가 되어 있고 직접 들으신 평도 있겠고 그리고 온라인 서점의 리뷰들. 마음에 드셨던 <지도에 없는 마을> 후기가 있으세요?

 

새로운 공간을 창조했다라는 이야기가 정말 좋더라구요. 아, 그런가? 내가 창조했나?(웃음) 그러면서 지난날을 이렇게 되돌아보니까... 아! 그 얘기를 하면 좋겠어요. 어일 때 샘터에서 일하고 싶은 게 제 꿈이었어요. 대학로에 있는 샘터 출판사 있잖아요. 중학교 때 처음 대학로라는 델 가봤는데, 샘터 건물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건물에 담쟁이가 덮여 있는 걸 보고, 그냥 그것만으로도 저기서 꼭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화를 쓰고 싶다고 처음 생각하고 서점에 가서 가장 먼저 손에 들었던 책도 샘터에서 나왔던 그림책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였나 그랬어요. 그러니까 그 책을 가장 먼저 들고 봤거든요. 어느 순간에 되돌아보니까 왜 처음에 가졌던 마음 같은 것 기억을 하게 되잖아요. 내가 처음에 그 그림책을 봤었지 하면서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장소와 공간에 대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지도에 없는 마을>에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보니까, 비슷한 영역의 작품을 쓸 계획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집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외계 소년과 지구 소녀의 사랑? 우정과 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연애라고 하면 너무 가볍고요. 사랑에 가까운 우정? 그런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또 외계인이 나오다 보니까 공간이 또 달라지겠죠?

 

<지도에 없는 마을>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또 앞으로 읽어주실 알라딘 독자분들에게 인사 한마디 해주세요!

 

뭔가 자기가 자신의 마음을 옮길 수 있는 소중한 물건이 하나씩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마음을 주는 물건들이 있잖아요. 이게 마치 나와 같은, 그런 애착이 가는 물건이 하나쯤은. 돈의 가치, 다른 사람들이 만든 가치가 아니라 내가 만든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는 그런 것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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