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생태 운동가, 작가 박경화 님께서 보내주신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누가 우리 아빠 좀 말려 줘요!>의 추천글입니다.
아이들이 에너지 문제에 눈을 떠야 하는 까닭
한 시간 가량 정전이 계속되었습니다. 날은 더운데 냉방은 안 되고, 해는 져서 어두워지는데 전등은 켜지지 않고, 텔레비전과 컴퓨터도 할 수가 없고, 핸드폰 배터리마저 닳아 버렸고... 도대체 이 상황에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몹시 허탈했습니다.
이제 전기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뿐 아니라 가게와 공장 운영, 도시 기반 시설과 국가 시스템까지도 전기가 들어와야만 정상 운영이 됩니다. 전기는 이렇게 소중하지만 우리는 전기를 생산하는 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모두 국가에서 생산하고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전기를 열심히 쓰고 전기요금만 충실히 지불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 절약이라는 말도 공허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이런 상황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 사고를 겪으면서 원자력발전의 위험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고갈 위기를 맞고 있는 화력발전, 고향을 떠나야 하는 수몰민 문제와 댐 바닥에 쌓이는 쓰레기, 안개 때문에 농산물 재배에 영향을 미치는 수력발전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결코 깨끗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전기를 사용하고 어떻게 생산해야 할까요?
이 책 <누가 우리 아빠 좀 말려 줘요!>에 등장하는 이슬이 아빠는 실험 정신이 뛰어난 에너지 발명가이지만, 한편으로는 무모한 도전을 하는 대책 없는 아빠입니다. 자전거 발전기를 돌리고,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태양열 조리기를 설치하고, 똥통 발전기에서 바이오가스도 만들어 냅니다. 에너지 자립을 이루기 위해 좌충우돌 실험하고 노력하지만 어느 것 하나 신통치 않습니다. 이슬이의 눈으로 보면 참 무모한 도전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 무모한 도전이 어느 날 마을에 닥친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합니다. 위기가 닥쳐서 전기가 끊어졌을 때 비로소 그 위력을 드러내고야 맙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자연에너지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하고, 에너지를 우리 힘으로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책의 부록 '이슬이 아빠의 자연에너지 교실'에서는 자전거 발전기의 원리, 풍력발전, 태양열과 태양광, 바이오가스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는 고갈 위기를 맞고 있고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태양과 바람, 똥과 식물, 지열, 파도 같은 자연의 힘으로 만드는 대안에너지 개발이 점점 활기를 띄고 있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에너지는 무궁무진합니다.
여름 더위를 겨울 난방에 활용하고, 겨울 추위를 여름 냉방에 활용하는 방법은 뭐 없을까요? 지구의 중력으로 전기를 일으킬 순 없을까요?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마찰력으로 전기를 생산할 순 없을까요?
지금은 비록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아이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원료 고갈을 걱정하지 않는 무궁무진한 에너지 개발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에너지에 대해 눈을 반짝 뜨고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상상력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또 부모와 함께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와 새로 개발될 에너지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에너지 발명가의 탄생! 이 책의 독자 중에서 등장하지 않을까요? - 박경화(환경 생태 운동가,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이상한 나라의 까만 망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