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네

 

 

 

1

 

간지러운 게 문제였다. 한랭건조해지는 날씨를 피부도 따라가는가. 한랭하고 건조한 피부나 그 덕에 쓸쓸하고 애처로운 마음 같은 건 참아낼 수 있지만, 간지러운 건 인간의 의지로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벅벅 긁다 보니 내 몸에 나도 모르는 흉터가 자꾸 생긴다.

 

더러워서 간지러운 게 아니라구요. 오전 오후 하루 2회 머리 감고 샤워하는 청아한 syo. , 그게 문제인가?

 

팔을 촥 꺾어서 등을 위아래로 쓸어보면 등판에 일정 간격의 선들이 가로로 좍좍 그어져 있는 것이 선명하게 만져진다. 모내기 마친 벼처럼 나란하다. 만석꾼 되겠군.

 

이런 형태의 등짝선을 두고 야한 뻘소리를주로 목욕탕에서주고받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농담이란, 누구야, 어젯밤엔 또 누굴 얼마나 못살게 굴어줬길래 이렇게 응? 누가 이랬어? 뭐 이런 시답잖은 것들을 말하는 건데, 그러나 어른의 삶이 어언 16년이나 지속되는 동안, 지금껏 누구도 내 등짝에 그래 주지 않았어……. 아무래도 내가 동기부여에 실패했나 보지. 꾸준히도 실패해왔나 보지. 그런 이유로 오늘도 내 등짝선은 내가 스스로 만든다.

 

손톱을 바투 깎아 보았다.

 

 

 

2

 



화학적으로 완벽한 아침은 대략 다음과 같다내가 아직 비몽사몽일 때첫 번째 햇살이 나의 눈꺼풀을 통과하여 망막에 닿는다망막은 시신경을 통해 뇌와 연결되며뇌의 솔방울샘이 이제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의 생산을 중단한다. [나의 멜라토닌 수치가 서서히 낮아지는 동안적당량의 코르티솔이 분비된다그러면 나는 자연스럽게 잠에서 깬다.

마이 티 응우옌 킴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자연스럽게 잠에서 깬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잠을 자는 방은 창문이 거대해서 좋은 와중에 불편하다. 애초에는 마냥 좋았었는데, 어느 날 누워 있다가 건넛집 2층 창문 안쪽에서 손걸레를 들고 왔다갔다 하던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치면서 그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보일 테면 보이고 볼 테면 보라지, 하는 마음으로 마치 창문 따위 없거나 아니면 창문 너머에 타인의 세상이 없는 것처럼 굴며 살았다. 커튼은 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건 남자라서 누릴 수 있는 자동적 특권의 일종이겠지.

 

그런 태도가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봄인지 이른 여름인지 애매했던 어느 날, 집에 찾아와 에어프라이어로 치킨을 해주겠다는 여자친구의 말을 듣고 번뜩, , 창문을 가려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치킨을 해 먹자는 그녀의 말 뒤에 다른 뭔가가 숨겨져 있는지는 그 시점에서 내가 확신할 문제가 아니었지만, 나로서는 치킨만 해 먹고 냠냠냠 맛있다 하고 끝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늘상 확신할 수 있었으므로. 그리고 집주인인지 청소업잔지 헷갈릴 만큼 부단히 청소하는 옆집 할아버지께 섹스하는 엉덩이를 보여드릴 수는 없었으므로. 그게 내 엉덩이든 다른 엉덩이든 간에.

 

우리 동네는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데 특별한 방식이 없다. 저녁나절 해서 자기 집 앞에 놓으면 되는데, 이건 구청이나 수거업체에서 정한 룰은 아니다. 그저 남의 집 앞에 내놨다가는 사회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의 한심한 도덕성에 관한 그 집 주인의 찌렁찌렁한 10분 스피치가 온 골목에 울려 퍼질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 간의 암묵적 규칙에 가깝다. 딴소리. 하여튼, 특별한 방식이 없다 보니 그냥 집 앞에 늘어놓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커다란 비닐 봉투에 담아서 배출하는 추세였다. 그래서 우리 집도 검은색 대봉투를 인터넷으로 100매씩 사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데, 그게 가림막으로 맞춤했다. 한 네 장 정도를 이어서 스카치테이프로 창문에 발랐더니 정말로 바깥 세상이 없어졌다. 마음먹고 바르면 쓰봉으로 암막도 만들 수 있는 신기한 세상. 그럭저럭 영상은 막았는데, 소리는 입술로 막기로 할까…….

 

그 봄에 그렇게 붙여놓고 귀찮아서 오래도록 떼지 않았다. 또 올 텐데 귀찮게 뭐하러, 하며 시꺼먼 김칫국을 마셨던 건데, 알고 보니 이 봉다리가 그간 아침 햇볕을 차단하면서 내 멜라토닌의 자연적 감소를 방해해왔던 듯. 어쩐지 아침마다 일어나기가 그렇게 싫더라니, 이게 다 과학적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아무래도 21세기는 과학이다. 게을러도 과학적으로 게을러야 되는 시대다.

 

 

 

3

 

쓰고 보니 두 꼭지가 비슷한 느낌이다. 등 긁기를 빙자해서 뭔가를 호소하고 있고, 멜라토닌을 입에 담으면서 뭔가를 원하고 있는 눈치다. 집구석 생활도 큰 문제 없이 그럭저럭 평안하다는 증거겠고, 삼십 대 뒷길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건강할 대목에선 건강하다는 의미로구나 한다. 가을은 과연 사랑과 양생의 계절인가요. 아니면 syo가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 syo인가요.

 


 

몸이 아프면 슬쩍 달라붙어 당신 손을 잡고 그 어깨에 기대 밥 한술 받아먹고 싶다 사랑한다고 사랑받고 싶다고 말을 못해 무슨 병에라도 옮아서는 곧 떨어져 버릴 듯이 매달려 있고 싶다

이향, <사과전문 


아무래도 좋아하는 것에는 손이 저절로 가는 법이지어쩔 수 없어돼지는 손을 내미는 대신 코를 내밀지돼지는 말이네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해두고 코앞에 맛있는 음식을 놓아두면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까 코끝이 점점 늘어난다고 하더군맛있는 음식에 닿을 때까지 늘어나는 거지정말 집념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니까.”

나쓰메 소세키산시로


한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무엇일 수 있는가?

  그러니까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엇'일 수 있을 때왜 그것은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가?

  이것이야말로 한 편의 소설이 던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질문이다.

김다은혼밥생활자의 책장


욕망은 멀리 쏘다니게 할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돌아다니게 해야 할 것이네욕망을 완전히 가둘 수는 없으니까이룰 수 없거나 이루기 어려운 것들은 내버려두고 가까이 있거나 이루어질 성싶은 것들을 따라다니되모든 것은 똑같이 하찮고 겉보기만 다를 뿐 속으로는 똑같이 허무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네.

_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인생이 왜 짧은가


 

 

--- 읽은 ---

 


202.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피 / 2018

 

소설가도 정말 놀랄 정도로 엄청 돌아다니는 직업이로구나 싶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엄청 돌아다녀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괜히 서늘해지기도 하고, 작품을 빙자해서 여기저기 잘도 놀러다니는구만, 하는 질투심도 고개를 쳐든다.

 

이 나라 바깥을 나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주인공(혹은 작가 자신)이 외국 어느 있어 보이는 나라의 이름만 들어도 있어 보이는 거리 이름을 줄줄 나열하며 돌아다니는 장면을 보면 괜히 화딱지가 나기도 한다. 이러고 말 거면 구글맵으로 보고 써라, 그냥, 괜히 작품 빙자해서 관광하지 말고. 실제로 그렇게 썼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직접 그 거리들을 둘러보면서 내면에 획득한 무언가를 다른 장면이나 서술 방식에 실어서 은근히 전달하고 있는데, 독자인 내가 열등감에 찌든 빙충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툴툴거리는 중일 수도 있고. 그렇지만, 그런 부단한 떠돌아다님을 통해 나온 책이 이정도 된다면, 읽는 입장에서는 열등감이고 나발이고 그냥 땡큐땡큐만 연발할 뿐이다. 언젠가, 내가 이 사람의 일곱 배를 떠돌아 다닐 수 있는 날이 온다고 해도, 아마도, 내가 하는 이야기가 이 사람의 칠분의 일만큼도 즐겁고 아름답기는 어려울 것 같다.

 

 

 

 

--- 읽는 ---

장판에서 푸코 읽기 / 박정수

/ 나쓰메 소세키

스무 살 / 김연수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 / 이수영



--- 갖춘 ---

진실에 복무하다 / 권태선

리듬분석 / 앙리 르페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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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1-0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순…순결한 등짝…

syo 2020-11-03 10:34   좋아요 0 | URL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뜬금포

다락방 2020-11-03 10:37   좋아요 0 | URL
1 만 읽고 쓴 댓글임을 고백합니다 ㅋㅋㅋ
1만 읽고 이거 쓴 다음에 다시 올라가서 2부터 읽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어요. 왜냐하면 여기는 내가 그런말을 할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의바름) 이만총총.

syo 2020-11-03 10:41   좋아요 0 | URL
ㅋㅋㅋ예의마저 갖춰 버린 티아바타 천재님이시여.


잠자냥 2020-11-0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 검은 비닐 햇빛 투과하면 밖에서 다 보이는 그런 거 아니에요? (-.- )a

syo 2020-11-03 10:3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저도 신경쓰여서 몇 번 올려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단 빛 자체가 투과가 거의 안 돼...

비연 2020-11-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 바깥을 나가본 적이 없다.. 에 더 화들짝...

syo 2020-11-04 09:34   좋아요 0 | URL
그럴 수도 있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시면 생각보다 많은 불쌍이들이 있답니다 -_ㅠ

비연 2020-11-04 16:20   좋아요 0 | URL
헉. 그냥 놀랐을 뿐.. 불쌍한 건 아니죠^^;;;; 여행은 몸으로 다녀야만 여행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쇼님은 마음으로 안 가는 곳 없는 여행가잖아요. 오히려 부러움~

수이 2020-11-0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에 복무하다 읽고 리뷰 대회 참가하시는 건가요? 쇼님이 1등 먹을 거 같다!!

syo 2020-11-04 09:34   좋아요 0 | URL
설레발은 안돼요. LG도 그러다가 야구 망했어.....

수이 2020-11-04 20:04   좋아요 0 | URL
음......... 그럼 제주도는 🤫 할래요

라로 2020-11-0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문제네! 너무 자주 씻지 마세요. (이젠 이런 글만 보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다른 나라에 가실 계획이 있다면 엘에이 먼저 생각해봐요. 여기 날씨는 토비 님께 별로 도움이 안 되겠지만, 볼 곳도 나름 있고, 나도 있고, 일단은 유명하잖아요오~~~.ㅋ

syo 2020-11-04 09: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에이 = 여기, ‘나도 있고‘ 이런 부분이 주옥같군요 ㅎ
아, 하루 두 번 안 씻을 생각을 하니 슬프다....

라로 2020-11-05 01:37   좋아요 0 | URL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우리 이쁜 토비 님~~~!! 사실은 그게 다에요. 나도 있고,,, 우리집에 와요. 큰아들방에서 지내고, 나랑 놀고, 맛있는 거 사줄게.ㅎㅎㅎㅎㅎ (막 꼬시는 분위기로 전환!ㅋㅋ)

syo 2020-11-05 19: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과연 syo의 첫 해외여행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

반유행열반인 2020-11-0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킨은 아무렴 옳다.

syo 2020-11-04 09:36   좋아요 1 | URL
혼자서 먹어도 맛있고 둘이 셋이 먹어도 겁나 맛있는 치킨은 아무렴 옳다.

2020-11-03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4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4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풍오장원 2020-11-0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전집 정주행중이신가요 ㅎㅎ 하루 샤워 두번하면 피부가 더 건조해진대요..

syo 2020-11-04 09:37   좋아요 1 | URL
전집 정주행까지는 아니고, 전기 3부작만 읽고 말아야지 했는데 또 후기 3부작이 땡기네요..

바람돌이 2020-11-04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 댓글을 남기나요? 쇼님 글을 항상 아주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 늘 감사한 마음으로 소개해주는 책으로 보관함도 빵빵하게 채우고요. ㅎㅎ 오늘은 저 1번 글을 보다가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요. - 음 제가 약간 오지라퍼입니다.
쇼님의 증상과 똑같은 증상을 거지고 있는 남편과 살고 있는데요. 쇼님의 증상은 약한 아토피일 가능성이 많구요. 기본적으로 피부가 건조해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심해지실겁니다. 손톱 바투 깍아봤자 소용없고요. 제일 쉬운 증상완화방법은 지금 바로 슈퍼에 가셔서 싸구려라도 바디로션 하나 사셔서 샤워후에 열심히 발라 주세요. 물론 성분 좋은 비싼걸 사면 더 좋으나 굳이 그러지 않고 바르기만 해도 훨씬 나아집니다. 바디로션 얼마 안합니다. 그리고 샤워는 하루 한번 정도로 줄이는 것이 좋으나 꼭 하루 2번씩 샤워를 해야 한다면 1번은 비누를 안쓰는것으로 하심이 가려움 예방에 좋을겁니다. 이상 소원들어주는 오지라퍼 바람돌이였습니다. 아 글구 친구 신청해도 받아주세요. 아 싫으시면 어쩔 수 없구요. ㅠㅠ

syo 2020-11-04 09:39   좋아요 0 | URL
길고 유익한 댓글 감사합니다.
바디로션 사놨는데, 귀찮아서 안 바르고 먼지 적립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늘 귀찮고 게으른게 문제네요.
그렇지만 오늘부터는 모래요정님 말씀대로 꾸준히 발라보겠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당^-^

바람돌이 2020-11-04 20:36   좋아요 0 | URL
음 모래바람편에 근면과 성실을 보내야 하는거였군요. 곧 보내겠습니다. 까삐까삐룸.....

라로 2020-11-05 01:39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이 모래 요정으로 친구도 아니었는데 급등급 업 된 거에요? 그럼 나는? 가디언 에인젤? (벌컥벌컥 - 김칫국 마시는 소리;;;)

syo 2020-11-05 19:25   좋아요 0 | URL
모래요정은 바람돌이님의 타고난 정체성인지라ㅎㅎㅎㅎㅎ
어린이의 친구!

가디언 에인젤 폼나는데요? ㅎㅎㅎㅎ 그거 시켜드릴게요ㅎ

바람돌이 2020-11-0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나더요 어껀 제품을 쓸까 고민된다면 세타필 바디로션 추천합니다. 가격 저렴하고요. 1kg용량에 2만원대입니다. 혼자 쓰면 6개월도 가능합니다. 남자분이시니 무향에 저자극이라 가격대비 품질 좋습니다. ㅎㅎ

syo 2020-11-04 09:39   좋아요 1 | URL
심지어 사놓고 먼지쌓는 바디로션이 세타필이었습니다....

모운 2020-11-04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타민B를 좀 더 챙겨 먹고 다이알 비누를 사서 쓰게. 환절기 때마다 같은 증상으로 고통 받았는데 많이 좋아졌다.

syo 2020-11-04 20:17   좋아요 0 | URL
저렇게 써놔서 그렇지, 내쪽은 ‘고통‘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는 아니고,
그냥 등 긁다 나도 모르게 가는 흉터 몇 개 만든 수준이지.

비타민은 꾸준히 먹고 있고.

모운 2020-11-04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말해도 안 들을 거 같아... 바이트 또 낭비했다 또 탄소 배출을... 지구여 미안하네

syo 2020-11-04 20: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거 재밌는데?

2020-11-04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4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0-11-0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요님 증상은 외로움때문 ㅋㅋㅋ
커피,차 줄이시고 수분 섭취량을 늘려보세요.
간지러울때는 손톱이 아닌 효자손! ^ㅎ^

syo 2020-11-05 19: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요즘 scott님, 기승전syo가을남자 ㅎㅎ
바디로션 바르기 시작하니까 거의 안 간지러워요 ㅎㅎ

NamGiKim 2020-11-1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영희 선생 관련 신간이 나왔군요. 읽을 책이 또 늘었습니다.

syo 2020-11-21 11:14   좋아요 1 | URL
읽을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뿅뿅뿅 늘어나고 있겠지요? 이놈의 삶은 너무 짧네요....

NamGiKim 2020-11-21 22:03   좋아요 0 | URL
계속 폭증하고 있는 중.ㅋㅋㅋㅋㅋㅋ

syo 2020-11-23 02:32   좋아요 0 | URL
다 읽으시고 부디 건승하시길....
 

 

매너 있는 버뮤다

 

 

 

1

 

41313331. 성남시청이 진지한 진동 2회를 수반하며 매일 전송하는 문자메시지에 의하면, 지난 25일부터 오늘까지 내가 사는 지역에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4, 1, 3……, 1명이다. 개근이로군.

 

 

 

2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서울이 그런 영화에나 나오는 미래 도시처럼 바뀌었다는 사실을 안 건 지난가을이었다해가 저문 뒤의 저녁 때 부암동 고갯길을 밟으며 인왕산 쪽으로 넘어가는데 멀리 남산타워의 모습이 보였다. '또 가을이구나!'라는 감회가 가슴 한 편으로 솟구치는가 싶었는데 동행하던 사람이 "지금은 대기질이 보통이에요"라고 말하는 거다.

  "남산서울타워 기둥을 보면 알 수 있어요빨간색이면 나쁨초록색이면 보통파란색이면 좋음."

  그러고 보니 남산서울타워 기둥의 색깔은 초록색이었다그러니까 서울에서는 "또 가을이구나."라고 외치기 전에 남산서울타워 기둥의 색깔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그러니 서울은 얼마나 미래에 가까이 가 있단 말인가!

  시끄러운 시국에 사시사철 대기질을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물려받은 재산은커녕 부모 형제를 부양해야만 하는 처지에 가족력이 있는 병에 걸린 신세와 같다고나 할까이제 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싶겠지만바로 그 이유로 모든 사람을 원망하고 싶다터 잡고 사는 땅의 꼴이 이렇다 보니 더욱 여행을 꿈꾸게 된다.

가장 그리운 곳은 일본의 나가사키맑았다그리고 미국의 샌프란시스코파랬다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말해서 뭐하겠는가노르웨이 베르겐미세먼지와 황사의 보호막 없이 있는 그대로의 햇볕을 마주하며 이대로 실명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중국 베이징만 아니라면 어디를 가든 지금 여기보다는 숨쉴 만하다내가 1981년으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쓰겠다. 21세기가 되면 해외여행을 자주 다닐 것입니다숨 쉴 곳을 찾아서.

김연수언젠가아마도


 아오, 재미져.

 

 

 

3

 

작년 이맘때쯤엔 하루에 한 번 이상 강제적으로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듣고 살았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아광속으로 흘렀고 눈 깜빡 했다 싶더니 또 한 해 슥삭인데, 미세먼지라는 말만큼은 어쩐지 더이상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된장독에 구더기 걱정하게 생겼냐고, 지금 건물주가 임차료를 더블로 불렀는데. 미세먼지 심한 날이면 꼭 전화를 걸어와 마스크 마스크 신나는 노래를 부르던 작년의 엄마가 생각난다. 좋은 노래였지만 나는 따라부르지 않았지. 얼굴에 땀도 차고 달리면 숨도 차고 안경에 습기도 차는 그따위 물건에 돈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미세한 먼지들에게 폐포 임대차 계약을 맺어주겠다! 그랬는데, 지금은 집 앞 슈퍼에 음쓰봉투를 사러 갈 때조차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코 부분을 최대한 꾹꾹 눌러준다. 예쁘게 하고 다니려고 마스크 스트랩조차 샀다. 살려고. 안 아프고 살아 보겠다고.

 

 

 

4

 

조금 더 읽어나가면 이런 대목도 있다.

 

세상이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하지만 그건 별로 궁금하지 않다내가 궁금한 건 인간이란 어디까지 긍정적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그건 아마도 지옥도 정겨워질 때까지가 아닐까.

같은 책

 

, 언젠가 정겨워지고야 마는 것인가, 아마도.

 

 

 

5

 

11, 12월에는 성의 역사 세 권을 읽는다. 4권까지 나왔는데 왜 3권까지 읽기로 정했는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시면, 중쇄에다 개정에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은 결과, 꼴랑 세 권인데도 표지 디자인에 통일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감히 상상컨대, 최초에는 세 권 다 3권처럼 촌스러운 형광 대일밴드 안에 부제를 집어넣은 디자인으로 뽑아냈는데(syo가 가지고 있는 세 권), 아무리 그래도 대일밴드는 아니다 싶었던 혁명 세력이 떨치고 일어났고, 투쟁 끝에 밴드 마니아를 축출, 개정된 1권은 부제를 간략한 밑줄 위에 올려놓았다. 썩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다시 8, 왕정복고가 이루어지며 밴드 마니아가 돌아왔다. 그러나 한 번 권력을 잃고 월드컵이 두 번 열릴 동안 쓸개를 핥아야 했던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하여 개정된 2권에서는 과감하게 대일밴드를 떼 버리고 젊은 감성에 부합하며 복식 매너의 상징성까지 갖춘 최신 니플 밴드스타일을 도입한 것이다. 올여름 당신의 얇은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자유롭게 만들어줄 최고의 선택! ‘쾌락의 활용에서 ’, ‘이 이루는 락활용 삼각지대의 정중앙에 주요 부분이 오도록 부착하세요. 버뮤다 삼각지대에 들어선 비행기처럼, 겉에서 볼 때 뿅 하고 완벽하게 사라질 겁니다…….

 

 

 

6

 

개론서도 한 권 읽기로 했는데, 지금 syo가 보유하고 있는 푸코 관련 개론서 등등은 요런 구성이다.



아무리 봐도 장판이 제일 쉬워 보여서, 일단 거기서 시작. 차곡차곡 읽어서 이 기회에 푸코 패스도 개척해 볼까.

 

 


7


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드립도 못 치고 무심한 가운데 10월의 마지막 날을 떠나보냈다. 그거 정말 1년에 딱 한 번만 가능한 완전 효자콘텐츤데….

 



+

 

제목을 저따위로 붙여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있었다.

 

 

 

 

--- 읽은 ---

 


201.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장석남 지음 / 문학동네 / 2012

 

시집 읽고 이런 걸 옮기는 건 처음이지만, 작가소개 전문을 인용해보겠다.

 

장석남 1965년 인천에서 났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몇 권, 산문집 두어 권 냈다.

 

이 짧은 소개를 통해 이 시집의 전체적인 느낌을 설명해본다.

  1. 일곱 권이나 되는 시집을 몇 권이라고 뭉갰다.

  2. 시집이나 산문집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3. “두어 권냈다고 쓰는 대신, “두어 권 냈다고 썼다.

이상.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젋은 시절의, 요동이 남아 있던 장석남이 좋았던 것 같다. 오늘날은 도통하신 느낌이라, 어쩐지 다른 중학교로 진학한 초등학교 시절 단짝을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났는데 걔는 이과 가고 나는 문과 간 그런 기분이랄지.

 

 

 

--- 읽는 ---

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장판에서 푸코 읽기 / 박정수

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 강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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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1-01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장석남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읽고 똑같은 감정 느꼈어요 ㅋㅋㅋㅋ 근데 인간 철들면 예술 분야 다 그런 거 아닌가 싶고요. 저도 서른여섯살 운운하면서 살구를 따던 장석남이 훨씬 좋아요!

syo 2020-11-01 15:35   좋아요 2 | URL
하긴, 철안든자가 철든자가 되는 동안 새로운 철안든자들이 나타나니까, 철안든자가 꾸준히 철든자가 되어 주어야 세상이 철안든자로 점철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겠네요. 허허허.

그나저나 서른여섯살, 좋은 나이죠!

반유행열반인 2020-11-01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날인데 비 이야기가 안 나왔다! 비 바다 나무 하늘 구름 이런 거 안 나오고 확진자로 시작해서 마스크 스트랩(예쁜 거) 찍고 푸코 또 푸코 십일월 첫날 시월말 드립치고...버뮤다네요. ㅋㅋㅋㅋㅋ

syo 2020-11-01 21:0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 그렇게 되었습니다.
비바다나무하늘구름 여전히 많이 좋아하지만 어쩐지 오늘은 그것들 생각이 전혀 안 나더라구요 ㅎ

북다이제스터 2020-11-0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이러스 때문에 다들 차 몰고 다녀 출퇴근 시간 훨씬 더 막힌 지난 6개월 동안 미세먼지 없고 더 깨끗한 공기를 보면 자동차가 미세먼지 원인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

syo 2020-11-01 21:0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저는 그냥 큰 파도가 작은 파도를 덮은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것만은 또 아니었나 보네요....

초란공 2020-11-01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81년은 제게 ‘어린 아이만 같아라’하던 나날이었는데, syo님이 1981년에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하셨던 나이(?) 라는 생각에 숨을 죽이면서 읽었네요. 그런데 김연수 작가의 글이었네요^^ 휴~ 김연수 작가의 꽃미남 얼굴이 떠오르면서도 syo님을 앞으로 어르신이라고 불러야 하는줄 알았습니다~ 역시 화면이 큰 전화기로 바꾸어야하나 하는 고민도 생기구요~

syo 2020-11-01 21:1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1981년이라면 저희 부모님조차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시절이네요.
큰 오해를 낳을 뻔 했습니다.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김연수 선생님도 이제 꽤 연배가 되셨구나- 하는 생각이 다 드네요.
아, 언제까지나 젊은 연수횽인 줄만 알았지.....

단발머리 2020-11-0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효자콘텐츠 드립 너무 들어보고 싶어요. 하루 지났지만, 어떻게 안 될까요? ㅎㅎㅎㅎㅎㅎ

syo 2020-11-01 21:11   좋아요 0 | URL
364일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추풍오장원 2020-11-0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조주의 책은 사서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네요. 인간사랑 책은 이상하게 너무 딱딱해 보입니다. 행시생 시절 정치학 책에 데여서 그런건지... 나쁜책 같지는 않은데..

syo 2020-11-01 21:14   좋아요 1 | URL
저도 저걸 지나가듯 훑은 기억만 있어서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좋은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일단 두께만 봐도 한 덩치 하는 게, 비슷한 영역을 다룬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에 비해 압도적이잖아요?
 

 

한몸 살이의 경제학

 

 

 

1

 

목놓아 불러보았으나 개놈이는 돌아오지 않으려나 보다. 추운 겨울이 온다.

 

 

 

2

 

많이 놀았다. 연초, 한두 달 쯤 일을 하고 나니 올해는 아무래도 100권을 읽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해의 절반을 더 넘기고 일을 관두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읽은 책이 200권이니, 과연 많이 놀았다. 때마침 읽기도 지쳤고 쓰기도 지루하니, 숨어볼까.

 

 

 

3

 

먹고 살 방편을 만들긴 만들어야 하니까.

 

 

 

4

 

이불 밖은 춥다. 돌돌 말고 있으면 꼭 내 한몸만 따뜻하다.

 

 

 

--- 읽은 ---

 


195. 그 후

나쓰메 소세키 지음 /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4

 

인류 최초의 금기는 사랑과 관계있지 않을까. 사람이나 가축을 죽인다거나 곡식을 훔치는 것에 대한 처벌을 정하기 훨씬 전에 이미,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을 정하고 그런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사람의 영역 바깥으로 몰아내는 대적불가의 금기가 있었을 것이다. 수만 년의 세월을 들여 인간들은 그 금기가 품은 독기를 조금씩 빼 왔으나, 금지된 사랑은 아직도 무겁고 무섭다.

 

약하고 홀로 설 줄도 모르는 남자가 하필 가장 어려운 전장에서 세상과 맞선다.

 


 


196.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이미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

 

영화는 끝나지 않았고, 기록하고 회상할 만하지 않은 시간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두는 것이 삶이라서 최선을 다해 버티고 견디는 사람들이 많다. 질투를 걷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카메라고, 삶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197.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도 있지만 말은 많아도 탈은 적은 것도 있는데, 아무래도 고대사가 그런 듯하다. 고대라서 그렇겠지. 4대 문명이 모두 한민족의 작품이라든가 신라가 사실은 아메리카 대륙에 있었다든가 하는 참신하고 미친 소리도 있다는데, 설령 그렇다 한들 이제 와서 어쩌라고 그 난리인지.

 

역사에 관한 책을 읽는데 얼마나 많은 날들을 투여해야 비로소 역사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닫는 경험을 하게 될까. 이 왕국의 영토가 어디까지 뻗었고 저 왕의 업적은 또 어디까지 뻗쳤는가를 외우는 일에서 재미와 뿌듯함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유형의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삶이 더 희망찼을까.

 

고문서를 뒤적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을 뛰어다니는, 범인의 눈에는 일견 쓸모없어 보이기도 하는 역사가들의 그 지난한 노력들과 그 결과물을 담담히 서술하는 역사책이 이제는 쿨하고 좋은 것 같다. , 표지부터 쿨한 색깔.

 

 

 

 

198. 우리를 속이는 말들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20

 

듣자니 주식의 세계에는 작전세력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판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를 취한 후 다시 다음 판으로 움직인다.

 

인간이 언어의 도구임을 모르는 사람일수록 자기의 자유의지와 주체성을 확신한다. 엄마 아빠를 처음 발음하는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벌써 사람은 언어에 염색된 존재임을 모르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무색투명한 객관성과 중립성을 강조한다. 그조차 이미 하나의 언어적 족쇄라는 것을 모르고. 그건 정교하지 못해서 불공평한, 아니, 정교하게 불공평한 사회 구조로부터 필연적으로 유발되는 개인의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의 21세기형 변종이다. 언어는 반드시 인간을 휘두르고, 인간은 여지없이 언어에 조종된다. 오늘날, 생각이 언어를 만든다고 믿는 것은 뭐랄까, 최저시급을 받고 법정 근무시간을 아득히 초과하는 노동을 하느라 하루하루 연소 되고 깎여나가면서도,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헌법에 적혀 있으니까 내가 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믿고 내일도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기를 선택하는 일과 비슷하다. 그 결과가 내게 바람직할 수는 있지만, 언어를 조작하는 다른 누군가에게 더욱 바람직할 수 있다.

 


 

 

199.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 이세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

 

확실한 동의와 안전을 확보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보라는 조언이다. 이를테면, 항문 자위를 통해 전립선을 건드려보면 쾌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과 그러니까 한 번 해 보라고 권하는 것 사이의 애매한 지점에 위치한 서술 같은 것. 방법과 준비요건(청결이 알파요 오메가! 손톱도 깎아라!)에 대한 설명도 늘 빼놓지 않는다. 섹스는 경쟁이나 퍼포먼스가 아니라는 말에 감동. 감동할 데가 아닌 지점에서 감동하는 나 자신에게 또 감동……. 앞으로의 섹스라이프는 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인가.

 

, 독자로 남자 청소년만을 상정하고 있다. 청소년 책에도 꼼꼼하게 감동하는 귀요미 독서가 syo.

 



 

200. 연년세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

 

놀랍게도 그저 그랬다. 그가 그저 그렇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기본값이 있어서, syo에게 황정은은 아무리 그저 그래도 별 네 개 미만을 받을 수는 없는 사람이지만, 마찬가지로 기댓값도 있다 보니 별 반 개를 깎으면서 내 마음도 깎여나가는 기분. 차분하게 마음을 타고 넘는 문장들이 여전해서 안심하는 중.

 

 

 

--- 읽는 ---

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 장석남

고전잡담 / 장희창

성가신 사랑 / 엘레나 페란테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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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0-31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쿠 골고루 많이도 읽으셨어요. 싸우자 세상! 모든 것을 시도해 보겠다! 패기가 넘치면서 이불도 돌돌 마는 글이네요.

syo 2020-11-01 15:24   좋아요 1 | URL
매일매일이 주말 같군요. 아무래도 패기보다는 이불이지만요.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정은 나는 좋았는데... 전자책도 다시 샀는데... 거 몇 번 더 읽으면 좋지 않을까요. 파묘 두 번 읽으니 더 좋더라구요 저는.

syo 2020-11-01 15:23   좋아요 1 | URL
그럴까요? 자기 전에 읽은 거라 약간 태도가 불량했을 수도 있어. 목욕재계 후 경건한 마음으로 읽지 못하구....

블랙겟타 2020-10-3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과는 다르게 이불 안에서 뒹굴 거릴 수 있어서 저는 겨울이.. 좋아요 ㅋㅋㅋ

syo 2020-11-01 15:2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이불 안에서 혼자 뒹굴거리는 것도 재밌지만, 그렇지만, 어휴, 뭐랄까,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llegoriker

 

 

 

영원히 바람 부는 벼랑에서 어떤 소리를 기다리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지구 반대편으로부터 걸어 와서 커다란 나무의 드러난 뿌리 사이에 텐트를 쳤다. 벼랑에서 그가 하는 일은 바람에 맞서는 게 전부였다. 지구의 절반을 걷는 동안 흠집 하나 나지 않은 그의 튼튼한 구두가 부는 바람에 다 낡아질 만큼 오랫동안 그는 벼랑에 섰고 수만 개의 석양을 세고 요동치는 지평선을 손끝으로 다듬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시간이 충분하고 넘쳐서 이제 사람들은 영원을 이야기할 때 벼랑과 바람과 벼랑에서 바람맞는 사내를 묶어서 말했다. 저기 저 벼랑 위에 서 있는 영원을 봐. 사람들은 어부가 등대를 마음에 들여놓듯 사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어부가 등대에게 말을 걸지 않듯 누구도 사내의 안부를 묻거나 해진 구두를 고쳐주거나 텐트 입구에다 잔치 음식을 두거나 하지 않았다. 영원함에게 그러하듯, 사람들은 사내를 원하고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런 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취급했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다는 무참한 말 속에 들어앉은 광막한 외로움을 보라.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하는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은 저 혼자서 변하지 않고 모든 변하는 것들을 지켜보며 영원한 외로움에 사무쳤을 것이다. 나는 영원의 목을 조르기 위해 태어났는데, 어째서 오직 나만이 영원의 증거물일까. 풀리지 않는 역설을 영원히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영원의 마른 몸 위로 깎아지른 벼랑은 서고 바람이 그것을 끝없이 핥았다. 그리고 다시 영원의 절반그 역시 작은 영원일만큼 시간이 흘렀고 지구의 절반을 걸어 사내가 벼랑에 도착했던 것이다. 영원의 풍경에 등장하기 위해서, 영원함에 관한 알레고리를 완성하기 위해서, 사내는 낡지 않는 구두를 신고 와 여기에서 낡아가는 중이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오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사내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영원히. 그 침묵 또한 하나의 영원일 것이다. 관심 어린 무관심. 사람들은 기어코 영원에 대한 관념을 완성했다. 영원에 대한 모든 지식이 낱낱이 밝혀져 한 문장으로 세상을 떠돈다. 영원한 건 없대.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단번에 영원의 모든 실체를 파악한 것처럼 굴며 온갖 형태로 그 소식을 변주하여 퍼뜨렸다. 나는 새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떨어뜨린들, 그 권세가 영원할 것 같으냐. 쯧쯔, 영원한 사랑 같은 허황된 말이나 믿고 있으니 결국 그 꼴이 났지. 아이야, 너의 그 빛나는 아름다움 또한 한때일 뿐이고 너 역시 언젠가 나처럼 늙고 낡아 세상의 뒷면으로 조용히 숨어들어야 할 운명이란다. 영원을 둘러싼 값싸고 구하기 쉬운 명제들로 가득 찬 세상이 그렇게 혼잡하고 시끄러운 동안, 벼랑 위에서 사내는 낡아가는 구두처럼 조용히 어떤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이고 사내가 노을에 녹은 빛처럼 사라지고 나면, 사람들은 그의 사라짐마저 영원에 대한 자신들의 낡은 관념을 영원히 타오르게 할 장작으로 쓸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잊힐 것이다. 영원의 개념에 포획된 모든 개체적 사건들이 지금껏 그러했듯이. 사내도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두통과 불면에 시달리는 밤이 많았을 것이고, 어쩌면 그조차 영원할 위험이 있었으니, 사내는 좁은 텐트 안에서도 길을 잃고 충분히 헤매었을 것이다.

 

그 사내를 만난 적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기를. 자신만 속아 넘어가는 거짓말로 스스로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지 말기를.

 

어쩌면 영원은 순간이고 순간이 영원한 것이어서,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가는 선이 저녁으로 붉게 일렁이는 짧은 순간을 영영 바라보는 일 속에서, 그 일을 해내고 실패하며 일구는 시선의 뜨겁고 또 서늘한 교차로에서, 한 차례의 생 전체를 걸고 들리지 않는 우렁찬 소리를 기다리며 맨몸으로 시간의 늑골을 더듬는 길고 지난한 은유법 속에서, 우리는 빛을 타 넘고 우주를 살라먹는 찰나의 순간을 발견할지도 모르는데, 그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을 부르고 설명하고 옆에 앉히고 싶은 마음에, 차마 영원이라는 말을 빌려 온 것은 아닐까.

 

우리가 각자의 벼랑 위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동시에 우리는 다른 이들의 세상을 영원에 대한 말들로 오염시키는 사람들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도 진심을 다해 유독하지는 않다. 영원을 믿지 않는 마음속에 영원에 대한 영원한 갈구를 숨겨 놓고, 아니라는 말이 적힌 종이를 뒤집어 아무도 몰래 혹시, 어쩌면, 이번만큼은, 다시 한번 더, 라고 써넣는다. 영원히 세어도 끝나지 않을 물음표를 적어넣는다. 사각사각, 희망이 마음의 표면을 스치는 소리, 섣부르고 위험하게 또 한번 몸을 던지는 소리, 세상을 침묵시킬 날카롭고 부드러운 소리, 지구의 절반을 걸어와 텐트를 치고 우리가 영원히 기다리는 소리가 있다.

 

 

 

 

--- 읽은 ---

 


194. 아우스터리츠

W. G. 제발트 지음 / 안미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

 

인간과 사람이 다르듯, 공간과 장소가 다르다. 누군가에게 단지 공간일 뿐인 어떤 곳이 다른 누군가에겐 하나의 장소가 되고, 장소는 인간과 공명한다. 장소가 품은 기억은 인간을 연주하는 숙련된 손이고, 장소에 기록된 기억은 한 번 익힌 자전거 타기처럼 시간이 지나도 끝내 잊히지 않고 돌아온다. 물론 나 혼자 울고 나 혼자 아득해지면 그만이겠으나 그래도 그 마음을 전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무기가 언어라면, 아마 이야기는 이렇게 흐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불안한 걸음으로 시내를, 예루살렘 가, 나이팅게일 가, 펠리칸 가, 파라디스 가, 임머젤 가, 그 밖의 많은 다른 거리와 골목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는지, 그리고 마침내 두통과 유쾌하지 않은 생각에 시달리며 중앙역 바로 옆, 아스트리트 광장에 면한 동물원으로 들어가 쉬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 읽는 ---

연년세세 / 황정은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권오영

우리를 속이는 말들 / 박홍순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 이미화

맑스를 읽다 / 로베르트 쿠르츠

어른들의 거짓된 삶 / 엘레나 페란테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 정주영

 

 

--- 갖춘 ---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목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이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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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10-2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작가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해서
사게 된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그런데 정작 그 작가는 그 책의 전부
는 아니고 일부만 읽었더라는.

인연은 그렇게 가 닿는가 봅니다.

syo 2020-10-31 14:15   좋아요 0 | URL
저는 <아우스터리츠>만 읽었습니다.
이걸 읽고 나니까 다른 걸 읽을 엄두가 안 나네요.
사실 이것도 다음에 한 번 더 제대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그 전에 벤야민이랄지, 르페브르랄지, 이런 책들을 좀 더 읽은 다음에....

반유행열반인 2020-10-29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놈아 너 말고...개놈이 어디갔어...

syo 2020-10-31 14:15   좋아요 1 | URL
개놈이가 죽은 건지, 아니면 올해 중2가 된 건지....

반유행열반인 2020-10-31 14:44   좋아요 1 | URL
회춘 ㅋㅋㅋ이십 살 젊어졌으면 이득이네요!!!

공쟝쟝 2020-10-29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개놈을 찾아서...

카알벨루치 2020-10-29 23:05   좋아요 1 | URL
푸하하하 개놈!!! 다덜 쇼군 중독증에 걸리신 듯 합니다 알라딘에 본좌엔 쇼군이...

syo 2020-10-31 14:15   좋아요 1 | URL
인간개놈프로젝트
 


아 진절머리 나는 진지함

 

 

 

1

 

요즘 읽는 것도 그렇지만, 쓰는 게 정말 예전 같지가 않아. , 괜찮은데. 아니야, 내가 우연히 2년 전 이맘때 쓴 글을 보게 됐거든? 근데 걔는 진짜 잘 쓰더라. 아닌 게 아니라, 그때 너가 참 대단하긴 했지. 그 글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지금부터 3년쯤 열심히 쓰면 2년 전의 나만큼 쓸 수 있겠구나, 하고. 웃기지 않냐? 2년 전의 내가 되기 위해 3년을……. 무슨 소리야. 너 아직 괜찮아. 아니야, 난 이제 틀린 것 같아. 총기를 완전히 잃었어……. , 글이 좀 무디다는 건, 그만큼 삶을 열심히 살고 있다는 뜻 아닐까? 그건 좋은 거잖아. 거 봐, 너도 결국 지금 내 글이 후지긴 후지다는 거잖아……. 아니, 후지다는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안 후지면 내가 지금 이렇게 고민하고 있겠니? 너 대체 지금까지 내 말을 듣긴 들은 거야? 아놔, 후지다고 해도 지랄, 아니라고 해도 지랄, 도대체 나더러 어쩌라고! 니가 어떡해야 될지까지 내가 가르쳐 줘야 되겠니? 너는 생각이라는 걸 해볼 생각이 없어? ……, 진짜 진절머리가 난다, 너란 남자. 정답.

 

오늘의 주제는 이족보행 하는 진절머리, syo입니다.

 

 

 

2

 

요즘 읽는 것도 그렇지만, 쓰는 게 정말 예전 같지가 않다. 괜찮다는 말은 넣어두시길. 진절머리 나는 수가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2년 전의 syo가 대단하긴 했다. 2017년 돌연 혜성같이 나타나 신인상(없다)을 거머쥐더니, 2018년은 아주 찢어놓았드랬다(마음이 찢어진다). 혹자는 syo()알라딘에서 심어놓은 쁘락치일 거라고 의심했고 심지어 신형 AI일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그의 정체는 사실 알라딘이라는 작은 생태계의 꼬마 요정이었다고 합니다. .


 

내 이놈의 요정질을 관두든가 해야지


 

 

그렇다면 이미지를 위해 정보와 사실을 조합하고 조작하는 조직된 거짓말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아렌트는 거짓말쟁이가 성공하면 할수록 자기 거짓말에 희생될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더 많은 사람이 믿게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기만해야 한다.

이진우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3

 

2년 전의 syo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내 속에 숨겨 놓은 너무도 많은 나였다. 그 가운데 두각을 드러낸 두 놈이 번갈아 나타나 글을 쓰곤 했다. 하나는 개그병 걸린 놈(개놈이)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2병 걸린 놈(중놈이)이었다. 특히 서재친구들은 개놈이를 아껴주었는데, 걔는 마음만 먹으면 그냥 도서관에 정자세로 앉아 논어필사하시는 할아버지를 가지고도 남들 배꼽을 훔칠 줄 아는 미친 녀석이었다. 모른 척하지 마세요. 님 배꼽 이야기라니까요(무리수). , , 지금 슬쩍 배꼽 확인해보네(무리수대폭발)?


 

우리는 어쩌면 인지부조화 때문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살다 보면 부끄러워 되돌리고 싶은 행동이 얼마나 많은가부끄러운 과거 한때를 합리화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내 이상한 행동에 합당한 각주를 계속 달아야 한다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그랬지그래그게 맞아!' 하다하다 갖다 붙일 이유가 떨어지면 이젠 기억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아니야그때 받은 과일바구니에는 분명 과일밖에 없었어.‘

박주영어떤 양형 이유

 

 

 

4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개놈이와 중놈이를 번갈아 가며 등장시키는 일이 너무도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이제 짬 좀 찼으니 내 안에서 샘솟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드러내도 되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착각이 뇌 속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결심한 것이다. 그래, 나는 나야. 내가 바로 2018 알라딘 쓰나미 syo! 으르렁…….

 

그랬더니 사는게 칙칙해서 그런가, 언제부턴가 개놈이는 사라지고 중놈이만 남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중놈이 걔도 참 걔인 게, 그냥 하던대로 대충 할 것이지 개놈이의 빈자리를 채워보겠다고 지나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아, 그거 하지 말지. 중놈이가 그렇게 중중놈이로 진화하고, 그 마당에 갑자기 인생이 주정뱅이 스텝처럼 이리저리 꼬이기 시작하면서 중중놈이가 중중중놈이로 메가진화하고…… , 정신을 차려보니 syo의 서재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잿빛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syo의 서재에는 이제 개그라고는 온데간데없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팩트 폭풍과 반박이 불가능한 논리, 치열한 사변과 심금을 울리는 감수성이 공존하는, 그야말로 무색무취하고 무미건조하며 농담 따윈 1mg도 함유되어 있지 않은 철저한 과학적 페이퍼만이 올라오게 된 것이다. 바로 지금 이 페이퍼처럼. , 정말 나도 내가 너무 객관적이어서 진절머리가 난다. 농담 하는 법을 까먹었어. 기억이 안 나…….

 

 


하지만 자네에게는 오점이 있네오래된 약점자네는 여기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여기서 뭔가를 찾아낼 수 있다고하지만 세상에 나가면 곧 알 수 있을 걸세자네 역시 처음부터 실패자로 만들어졌다는 걸자네가 세상과 싸울 거라는 얘기가 아냐세상이 자네를 잘근잘근 씹어서 뱉어내도 자네는 아무것도 못할 걸세그냥 멍하니 누워 무엇이 잘못된 건지 생각하겠지.

존 윌리엄스스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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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놈아 이제 그만 돌아와 줘. 그때 우리 참 좋았잖아…….

 



가끔 길을 걷다가 저 멀리 보석이나 꽃 같은 물체가 있는 것을 보지만 몇 걸음 더 다가가서 보면 그냥 쓰레기일 때가 있다하지만 그 물체도 정체가 완전히 드러나기 전에는 아름다워 보인다.

리베카 솔닛길 잃기 안내서


 

 

 

 

 

 

--- 읽은 ---

 


193. 아무튼, 달리기

김상민 지음 / 위고 / 2020

 

세상에서 제일 진부하고 식상한 것이 바로 잘 쓰고 잘 뛰다보니 마라톤도 자꾸 완주하는 작가 캐릭터다. 무라카미 하루키, 김연수, 그리고 이제는 김상민……. 지겹다 지겨워. 화가 다 난다. 지겨워서 화를 내는 것이다. 질투하는 게 결코 아니다.

 

……아, 아니라고요!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 읽는 ---

연년세세 / 황정은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아우스터리츠 / W. G. 제발트

마르크스 캐피탈 리딩 인트로 / 에르네스트 만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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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0-26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놈아 돌아와 222... 어 저기 진절머리 내면서 기어오고 있다...빨리 안 튀어 오냐...
남 웃기는 글이 제일 어렵지요 ㅎㅎㅎ

syo 2020-10-27 12:22   좋아요 1 | URL
남 웃기는 건 부수적인 거고, 나는 나를 웃기고 싶어요.... 나야 너 좀 재밌다? 이러고 싶다.

han22598 2020-10-27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노의 포도 알갱이가 꼬마요정었다니 ㅋ

syo 2020-10-27 12:23   좋아요 0 | URL
빨갛고 동그란 얼굴 속에 감춰놓은 정체성....

희선 2020-10-27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예전 제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고 자꾸 쓰다보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고 쓰지만 나아지기보다 더 안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 쓴 글을 보고 정말 내가 쓴 거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사람은 다시 돌아가지 못하겠지요 좋아지든 안 좋아지든 앞으로 갔다 조금 뒤로 갔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겠지요


희선

syo 2020-10-27 12:24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사실은 좋아지든 안 좋아지든 앞으로 갔다 조금 뒤로 갔다 그러면서 뒤로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서운 일이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로 2020-10-27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노의 포도 알갱이가 꼬마요정었다니 ㅋ2

내 댓글을 빼앗긴 것 같은!!!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그런데 너는 왜 웃고 있는 건데? 개놈이도 중놈이도 아니면서...버럭)

syo 2020-10-27 12: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요밍아웃했다

다락방 2020-10-27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았는데요. 2017년.. 쇼님이 혜성처럼 등장해 각종 신인상을 휩쓸고 알라딘을 평정하기 시작하던 그 때...

syo 2020-10-27 12:26   좋아요 0 | URL
그때 꼭대기 찍고 이제는 내리막이지.....
젊은이들에게 모든 걸 양보하고 돌아서는 늙은 요정이에요!

공쟝쟝 2020-10-2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잉 저 요정은 웨딩피치???? 어디서 마니 봣는데 ㅋㅋㅋ

syo 2020-10-31 14:16   좋아요 0 | URL
저거 아마 디지몬일걸요? ㅋㅋㅋㅋㅋ 저도 네이버에 ˝꼬마요정˝ 검색해서 찾은거라 ㅋㅋㅋㅋㅋㅋㅋ
이럴 땐 일본문화 전문가인 ㅂㄹㄱㅌ님이 등판해야 하는 건데, 그 분은 요즘 통 뭐하고 사는지 알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