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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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고등학교 선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스물 한 살이었다. 심지어 이 세상 모든 스물 한 살 중에 가장 문제가 많다는 정치에 관심 없는 스물 한 살이었다. 아빠, 유시민 아세요? 고등학교 선배래요. 철없는 아들이 물었다. 철없는 아버지가 이렇게 대답했다. 유시미이 그거, 국회에 빽바지 입고 오는 빨개이거든, 그거? 아주 웃긴 놈이지. 원문에는 쌍시옷이 더 많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네발 짐승도 두어 마리 등장했으나 고인의 명예를 위해 옮기지 않는다. 어쨌든 향후 몇 년을 유지될 내 이미지 사전 속에 유시민이라는 사람이 웃긴 빨갱이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무슨 일만 터지면 이게 다 노무현 탓인지 아닌지 저울질하던 시절이었다. 밝은 가운데 엄혹한 시간이었다.


웃긴 빨갱이를 다시 발견한 것은(사실 그는 항상 있었다. 내 눈이 그에게 닿지 않았을 뿐) 한참 뒤의 일이었다. 통치해서는 안 될 사람이 통치하고, 그 결과 떠나서는 안 될 사람이 말도 안 되게 떠난 뒤였다. 강동구청에 마련되었던 분향소를 그냥 지나치고 나서야 뒤늦게 떠난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된 나는, 여기저기 그 사람의 흔적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그가 있었다. 떠난 사람의 옆자리에 그가 있었다. 더는 빽바지는 입지 않았지만 여전히 빨간 사람이라는 소문을 흙먼지처럼 끌고 다녔다. 그는 발견하지 않을래야 발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었다. 송곳은 그의 혀였다. 그 송곳을 휘둘러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을 발랐다. 털었다. 종횡무진이었다. 그와 마주 선 토론자들의 얼굴이 한 여름 좋았던 날을 추억하며 초라하게 바닥을 뒹구는 늦가을 나무 이파리 빛깔로 변할 때까지, 그는 가차없이 발랐다. 털었다. 뭔가를 갚아주기라도 하려는 듯, 거침이 없었다. 이미지 사전이 한차례 갱신된다. 웃긴 빨갱이는 지워지고 프로발골러와 천사소녀 네티가 기록되었다. 아주 싹 발라먹고 탈탈 털지만, 아쉽게도 그는 모든 선거가 끝나면 언제 있었냐는 듯 마법처럼 사라진다. 그러다 심지어 정계에서 사라졌다. 정말 마법처럼,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그는 짱가처럼,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앞에 나타났다. 이 다음에 그를 만난 것은 역시 그렇게 떠나서는 안 될 목숨들이 무수히 떠나고 난 다음 달이었다. 슬픔이 내게 정치를 가르쳐주었다. 그 슬픔은 나 말고도 많은 이들에게 정치를 가르쳐주었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마다 내 컴퓨터 속으로 내게 정치를 가르치러 오는 선생이 다시 그였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다시 듣고, 또 다시 들었다. 월요일을 그렇게 보내면 화수목금토를 침대에 누워 그의 책을 뒤적이며 보냈다. 일요일은 쉬었다. 내일이 월요일이고, 내일이면 다시 그가 말한다는 생각에 설레 차마 책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 두자. 이미지 사전이 마지막으로 갱신된다. 그는 선생이다. 한 번도 나를 제자로 삼은 적이 없지만, 아몰라 그냥 나한텐 선생이다. 그의 말은 내게 권위를 넘어섰다. 유시민과 여친과 치킨은 삼위가 일체였다. 셋 다 조금은 낮은 데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내 인생의 성스러운 트라이앵글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내겐 바이블이다. 바이블은 신비한 책이다. 믿음이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별 의미없는 옛날 이야기나 담겨 있는 책으로 보이지만, 믿는 이들은 그 안에서 세상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낸다. 근 1년간 내가 궁구했던 큼직한 질문들(주로 어떤 독재자의 딸과 그녀의 추종 세력을 둘러싼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의 답이 때로는 대놓고, 또 때로는 은근하게 이 책에 다 들어있고 녹아있다. 그러니까 이 책이 어떤 책인가 하면, 


아, 큰일 날 뻔했다. 읽는 분들은 모르시겠으나, 지금 이 순간 나는 거의 서른 줄에 달하는 찬양고무문건을 작성했다가 기겁해서 백스페이스를 연타하여 없애 버렸는데, 그것은 이런 여덟 글자로 요약 되는 등골이 서늘한 글이었다. "시민천국, 불신지옥." 쓸 게 없어서 이런 말로 때우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21개월의 군생활동안 구약을 2번, 신약을 4번 통독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어떤 신자들의 마음을 한 방에 공감시키고, 심지어 똑같은 행동까지 하게 만들다니, 그것만 해도 이 책 진짜 위대한 책 아닌가? 전 대통령이 그렇게 달고 살던 국론분열의 골을 메울 수 있는 막강한 접착제가 여기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누구보다도 전 대통령이 읽었어야 할 책이라 하겠다. 지금이라도 좀 읽었으면 좋겠다. 난 거지지만, 사비로 한 부 보내드릴 마음 있다. 없는 것은 지갑 속의 돈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향한 당신의 의지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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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9-05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 님에게 유시민이 그런 의미로 다가오셨군요.
저도 유시민 무척 좋아하지만
글쎄요, 현실에선 2프로 아닌 20프로 부족한 거 같습니다.
그나마 유시민 만한 정치인과 사람 없단 현실이 많이 슬픕니다.
마지막으로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썩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의 국가관 땜에요...

syo 2017-09-05 22:58   좋아요 2 | URL
하하하, 전 사실 유시민 작가님보다는 훨씬 좌측이라 결과적으로는 저도 그 국가관에 100%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지금 정치 중2라 치면 분명 저를 코닦아 가며 유치원 보내고 초등학교 보내고 중학교까지 입학시킨 건 또 100% 저 사람이라서요 ㅎㅎㅎㅎ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른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요. 저한테 유시민은 그런 의미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9-05 23:24   좋아요 0 | URL
<국가란 무엇인가>도 언급하지만, 유시민은 베른슈타인 사상에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로쟈 사상도 좀 더 소개했으면 좋았을 거 같습니다.
책에서 진중권이 비판했듯이 유시민의 국가관인 ˝사회자유주의˝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와 ˝자유˝가 엄밀히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 최상이죠. ^^

syo 2017-09-05 23:34   좋아요 1 | URL
제 생각에도 유시민은 베른슈타인 방식이 현 상태의 최적해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 아직 베른슈타인도 룩셈부르크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 입장을 내세울 단계는 아니지만, 솔직히 개혁이나 혁명이나 둘 다 너무 어려워 제 살아생전에 완수되는 꼴을 볼 수 없는 길 같다는 느낌입니다. 젠더 문제, 인종과 종교문제를 보면 사회혁명이 모든 걸 일거에 해결해줄 것 같지도 않구요.....

북다이제스터 2017-09-05 23:44   좋아요 0 | URL
저도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 생애에 개혁이나 혁명은 없을 거 같습니다.
그게 그렇게 쉽고 단순하게 일어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치만 그걸 우리 세대에 방향성으로 놓느냐 마느냐는 중대한 문제인거 같습니다.
갑자기 괜시리 오늘같이 좋은 밤, 얘기가 무거워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살기 넘 팍팍해서요. ㅠㅠ

syo 2017-09-05 23:54   좋아요 1 | URL
죄송은요.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북다님의 깊이있는 리뷰들과 이런 유익한 댓글들이 항상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살기가 팍팍 할땐 일단 팍팍 먹습니다. 말장난 아니라 진짜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9-05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시민님을 좋아해요

학교 다닐때 ‘항소이유서‘ 를 출력해서 가방에 가지고 다녔던 기억이..

syo 2017-09-05 23:34   좋아요 1 | URL
저도 그 글 정말 좋아합니다. 요즘도 가끔 읽습니다.

독서괭 2017-09-05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쳐 줘도 정치 초1 정도라(얼마 전까지는 신생아였으니 급성장?! 응애응애) 유시민씨의 빽바지나 프로발골러 시절은 잘 모르지만, 썰전과 알쓸신잡을 보며 존경할만한 멋진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그의 가치관에 동의하느냐 여부와 관계없이요. 논리 없이 떠들어대는 많은 사람들이 뱉어내는 먼지 속에서 별처럼 빛나는 지성을 목격한 느낌이랄까요... 앞으로도 종횡무진 활약해 주셨으면!
유시민과 여친과 치킨을 삼위일체로 모셨다는 syo님의 너스레에 또 웃고 갑니다. syo님의 글도 북플에서 별처럼 빛나고 있네요^^

syo 2017-09-05 23: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항상 읽어주시고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라딘에 글 올리고, 달아주시는 댓글들 보고 있으면 너무 과한 칭찬 많이 받아서 이거 원 까딱 잘못하면 저 자신도 실제보다 더 잘난 놈인 줄 착각하게 생겼습니다...
 

 

 

장서의 괴로움 / 오카자키 다케시 /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처음 이 책이 발매되고 도서관에 입고되었을 때, 한동안 서가에 꽂힐 새가 없을 정도로 불티나게 대출되더라. 처음에 나는 좀 놀랐다. 세상에, 장서의 괴로움을 공감할만큼의 고수들이 이렇게나 많단 말인가? 아니 잠깐, 그런 사람들은 책을 빌리는 게 아니라 사서 볼 텐데, 아니 잠깐잠깐, 그럼, 책을 사서 보는 사람들이 빌려 보기로 마음먹을만큼 이 책이 별로라는 말인가? 뭐 대충 이런 식의 되먹지 못한 논리의 흐름에 휩쓸려 그만 이 책에 대한 관심을 정리했던 것 같다. 3년 전이다.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 소재(최소한 의욕적인 알라디너라면 그렇게 생각할 공산이 크다)로 쓴 책을 막상 읽어보니 그저 소소했을 때, 리뷰어는 난감하다. 칭찬하기도 부끄럽고 욕하기도 뻘쭘하고, 칭찬거리가 오히려 단점을 부각시키고 마는 희한한 상황. 게다가 남의 나라 남의 책 이야기라서 한층 더 재미없다. 문장은 더 문제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고, 쓰기도 한다는 사람의 글 치고 어쩐지 문장에 매력이 없고 재미도 없다. 몇 군데 오자를 발견하는 바람에 혹시 이게 번역가와 편집자의 문제는 아닐까 싶은 의심도 든다. 무엇도 확실하지는 않다.

 

내용의 절반이 책이 너무 무거워 집 무너지거나 무너질 뻔한 이야기인데, 나는 저런 막장까지는 가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과 그러나 저런 막장 인생이라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킨다.

 

다른 책들도 떠오른다. 윤성근의 책은 재미 면에서 이 책이 지닌 단점들을 모두 극복하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스케일 면에서 이 책은 물론 독자까지 압도하는 데가 있다.

 

 

 

 

 

길 위의 인생 / 글로리아 스타이넘 / 고정아 옮김 / 학고재

 

특수성과 보편성이라는 양 극단의 두 우물이 있다고 치자. 한 번은 이쪽 우물에서 빨간 물을, 또 한 번은 저쪽 우물에서 파란 물을 길어야 한다면 얼마나 난망할까. 그런데 이 책은 또 그걸 한다. 그 양쪽 우물에서 빨간 물과 파란 물을 동시에 길어내는, 우리가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책들 중 하나다. 평생을 길 위에서 보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길 위에서 만난 무수한 사람들의 주옥같은 이야기들은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책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결코 얻을 수 없었을 특수성의 보석이다. 또한, 한 사람의 인생은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 그들과의 교감과 충돌로 빚어진다는 보편적인 지혜도 들려준다.    

 

나는 길에 오를 수 있다. 집에 올 수 있으므로. 나는 집에 올 수 있다. 자유롭게 떠날 수 있으므로. 존재의 모든 방식은 다른 사람의 현존으로 가치가 더 빛난다. 캠프 치기와 계절 따르기 사이의 이 균형은 아주 오래된 동시에 아주 새롭다. 우리 모두 두 가지 다 필요하다.

 

아버지는 오로지 길의 기쁨을 위해 혼자 죽는 편을 택할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는 집을 갖기 위해 자신만의 여정을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나도 그렇다. 당신도 그렇다. (414-415)

 

앞으로 50년이 더 지나, 내가 걸어온 길, 만나온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을 때, 내가 이 책의 절반, 혹은 그 절반의 가치라도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선, 지금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꼼꼼히 듣고, 자세히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 / 브누아 시마, 뱅상 코 / 권지현 옮김, 류동민 감수 / 휴머니스트 

 

 나는 비꼬는 책을 싫어한다. 그러나 제대로 비꼬는 책은 사랑한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

 

지식의 교수대가 있다면, 가장 먼저 마셜의 머리를 건 다음 파레토, 발라, 제번스 등 신고전학파 일당 전체에게 벌을 줄 것이다. 당시에도 이미 낡았던 가설(오늘날에는 오죽하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실 세계를 정의하는 것은 경제의 균형, 이를테면 공급이 수요에 다가가거나 수요가 공급에 다가가면서 추는 배꼽춤이라고 믿었다.

 

이 책을 통해 지식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는지가 채점기준이 된다면 득점에는 독자의 수준과 입장에 따라 논쟁이 붙겠지만, 일단 재밌다! 나보다 6살이나 어린 친구가 그렸다는 만화는 정말 뭐라고 칭찬해야 할지 말을 못 고를 지경이다.『자본』의 귀퉁이에 조그맣게 스마일을 그려넣고 있는 맑스의 저 표정을 좀 보라지! 그림은자본』이 그야말로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제대로 비꼬고 있다. 만화 속 맑스는 예언자다! 그의 염려대로자본』은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지만 실은 출간된 후 150년 동안 진짜로 읽은 사람은 전 세계를 탈탈 털어도 열두 명, 좋게 봐줘도 열 세명 뿐이며 향후 10년 안에 읽기만 하면 그 사람이 곧바로 열 네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추측되는 비운의 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저러나, 그간의 정황으로 미루어보건대, 어쩐지 나는 맑스를 그린 그림에 페티시가 좀 있는 것 같다. 저 지맘대로 수염 하며, 저 결코 가려지지 않는 배 하며. 하악하악.....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 권김현영 외 / 교양인 

   

이 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르크스는 상품의 가치를 그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에서 찾아냈다. 노동자의 임금 또한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노동력이 하나의 상품이라고 하면, 그 노동력을 만드는데 필요한 것들의 노동시간의 총량을 임금으로 보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를 '노동력의 재생산'이라 불렀고, 노동자가 노동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물적, 정신적, 교육적 여건들의 가치를 노동력의 가치로 본 것이다. 근데 이때, 아내가 제공하는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즉 노동력을 재생산하는데 필요한 가사노동의 가치를 매기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임금 전체가 낮게 책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놈의 여편네가 집에서 빈둥빈둥 하는 것도 없으면서 서방이 왔는데 밥도 안 내놔, 라는 개소리를 할 권리가 있다는 지독한 오해를 획득한 대신 임금의 일부에 손실을 보게 된 제 발 찍기식 실책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오독일 수 있다. 거친 결론일 수도 있다. 깊이 공부해 본 적이 없으니 자신이 없다.

 

어쨌든 이런 생각을 친구놈에게 말했다. 친구놈은 주류경제학의 입장에서, 가사노동은 딱히 그 가치를 측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나는 측정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측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놈은 그렇다면 책정된 가사노동의 대가는 누가 지급해야 하냐고 말했다. 나는 임금 자체가 가사노동을 배제하여 부족하게 책정되어 있으므로 임금 상승이 수반되어야겠지만 최종적으로는 가사노동이라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놈은 그렇다면 그것이 돈이 오가는 계약관계랑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가족이란, 결혼이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알았다. 부셔야 할 것이 곳곳에 있다. 낭만적 결혼에 대한 가부장적 환상. 사랑은 대가가 없는 것이므로 돈이 오가면 오염된 것이라고 보는 맹목적인 헌신의 사랑관. 정신차려야 한다. 그럴 이유가 없다. 인간이 만든 모든 관습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관습으로 고정될 이유가 없다. 관습이 전통이 되었다는 것은 보편성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기득권 세력의 통제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이야기이다. 전통이 문화가 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인정해주어야 할 절대적인 가치가 발현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 세력의 통제력이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그들을 감추는 투명망토가 되었다는 뜻이다. 많이 읽어야 한다. 날카롭게 보아야 한다.  

 

    

근육을 사용해야 걷거나 달릴 수 있듯이, 이론이 있어야 우리는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리는 현실의 중력에 대항해서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다른 것이야 말로 '새로운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기 위한 힘, 이것이 바로 근육의 쓸모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론은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을 찾아내는 관점을 뜻하기도 한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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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0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정말 좋은데 좋다고 표현하는 일이 어려워요. 책을 읽다보면 좋다고 느끼게 되는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도 있어요. 좋으면 그냥 좋은거죠.. ㅎㅎㅎ

syo 2017-09-03 09:18   좋아요 0 | URL
전 이유 여하에 상관없이 책이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대놓고 표현하는 편인데, 문제되는 지점은 아무래도 한 책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할 때더라구요.....
 

 

 

여행자의 책 / 폴 서루 / 이용현 옮김 / 책읽는수요일

 

여행기를 읽지 않는다. 남이 다녀 온 남의 땅 이야기를 읽어 어디다 쓸 것이냐는 이유였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제일 즐기는 이야기는 남의 책 남이 읽은 이야기였다! 순간 정체성에 구멍나는 소리가 들렸다. 비밀이지만 syo의 s는 사실 "si종일관"의 s이므로, 나는 급히 일관성을 보수하러 나섰다. 평소 의지하는 멘토께 여행책 하나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라는 책을 권해왔다. 웃음기 싹 빼고 진지하게 권했다. 심지어 검색해보니 책 표지에 적힌 제목도 진지한 명조체였다. 심지어 빨강색이라서 궁서체와 거의 다를 바가 없는 진지함. 나는 침을 삼켰다. 신중히 리액션을 고르는 내게, 그분은 자신이 그 책을 읽고(손에 들고) 혼자서 훌훌 베트남에 국수를 먹으러 갔다온 여행기를 링크해 주셨다. 메인플롯을 "책-국수-원 비어-국수-침대-원나잇좌절-스테이크-설사-버스아저씨"라고 요약할 수 있는 그 이야기는 정말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그만 여행기를 읽고 싶은 내 욕망을 증발시켜버렸다! 결국 어느 나라를 다녀온 책을 읽어야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굉장히 포괄적인 제목의 책을 뽑아 들었다. 그랬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bad friends중 한 명인 이 여행기의 대가는 20페이지부터 대뜸 나를 아연하게 만든 것이다.

 

어떤 곳이 낙원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면 이내 지옥으로 바뀐다는 사실은 공리에 가깝다.(20)     

 

 

 

어린이책 읽는 법 / 김소영 / 유유

 

이럴 줄 알았으면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거였다. 인간 복제 기술을 완성하는 거였다. 그랬다면 나는 아마 차별, 범죄, 국론분열을 비롯해 우리 나라에 산적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저자인 김소영 선생님을 복제해서 각급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 배치함으로써. 나는 이 책을 읽고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메시아고, 알고보니 나는 독서만능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땅의 평화와 밝은 미래는 말과 말이 통하는 사회가 도래하느냐 마느냐에 달렸으므로, 지금이라도 책쌤10만양병설을 주장해 본다. syo의 s는 알고보면 'sip만양병'의 s이므로.

 

아차, 그리고 꼭 인용하고 싶은 부분.

 

이런 책들(저자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내가 볼 떄 이건 분명 이지성과 그 워너비들이 싸놓은 종이뭉치들을 의미한다!)을 읽으면서 나는 어른이 아이의 독서를 통제할 수 있다는 기조를 본 듯해 마음이 불편했다. 어린이도 역시 '독자'라는 사실을 모른 척하고 가르칠 대상으로만 보는 것, 어린이의 생활과 개성을 무시하고 책 읽기를 최우선 가치로만 여기는 것이 과연 어린이와 책 사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나는 안 든다.) (24)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 스콧 피츠제럴드 / 김욱동 외 옮김 / 민음사

 

'짜장면vs.짬뽕', '엄마vs.아빠', '부먹vs.찍먹'이 같은 수준의 질문이라고 사람들은 종종 착각한다. 명망있는 연구진의 오랜 연구 끝에 드러나길, 저 세가지 질문은 작동하는 방식이 천지차이다. '짜장면vs.짬뽕'은 기호와 기분과 기억의 문제다. 결정은 내가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가, 오늘은 어쩐지 어느 쪽이 더 끌리는가, 최근에 먹은 것은 어느 쪽인가를 두루 고려해서 내려지므로 유동적이면서 내부적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엄마vs.아빠'의 경우, 이 질문에 대답을 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색함은 물론, 엄마 아빠의 현 위치, 그들과의 거리, 그들의 기분 상태 등등을 두루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유동적이지만 내부와 외부를 모두 고려하는 결정이 되겠다. 마지막 '부먹vs.찍먹'의 경우는 극단적이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배제와 추방, 독점, 그리고 학살의 문제다! 탕수육은 한 그릇이기 때문이다. 내가 부먹인데 당신이 찍먹이라면 우리는 기어이 피를 봐야 한다. 양보란 없다! 타협도, 변화도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많고 많은 책을 읽으면서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람은 봤어도 부먹에서 찍먹으로 개종하는 사례는 정말 한 차례도 목격한 바가 없다.

 

나는 피츠제럴드를 사랑한다. 물론 syo의 s는 'Scott Fitzgerald'의 s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그저 그와, 그의 문장과, 그의 문장이 겨냥하는 그것들을, 한꺼풀 벗기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망한 그것들과, 그래도 기어이 그것들을 겨냥하는 그의 문장과, 그런 문장을 쓸 수 밖에 없었고 스스로 그런 자신을 비참하게 생각했던 잘고 약한 남자 피츠제럴드를 사랑한다. 그래서 내게 '도스토옙스키vs.톨스토이'는 '짜장면vs.짬뽕'에 가까운 질문이더라도, '피츠제럴드vs.헤밍웨이'는 '부먹vs.찍먹'에 가깝다. 나도 평소에는 대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작가를 좋아하는지 의아해하다가도,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또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문장들 때문일까.

 

세상에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의 시간과 그녀의 시간 말이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는 순간, 그는 아무리 영원히 찾아해메더라도 잃어버린 4월의 시간만큼은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팔의 근육이 저려올 때까지 그녀를 꼭 껴안을 수도 있었다. 그녀야말로 갖고 싶은 고귀한 그 무엇이었고, 분투한 끝에 마침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옛날 어스름 속에서나 산들바람 살랑거리던 밤에 주고받은 그 속삭임은 이제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_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분별 있는 일'」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 김태정 / 창비

 

보부아르가 그런 말을 했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편에 서 있는 한 지식인은 결코 프롤레타리아가 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곁에 서 있는 지식인일 뿐이다." 나는 프롤레타리아도 아니고 지식인도 아닌 한낱 룸펜 나부랭이지만, 부끄러움의 크기는 작지 않다. 읽기 때문이고, 읽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는 또 이렇게 말한다.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한다. 울게 하고 웃게 한다.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더 나은 환경과 더 나은 사회를 꿈꾸게 한다. 그러나 책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 다음, 그 모든 것들을 실천해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건 책이 아니라 '책을 읽은 내가'해야 하는 일이다."

 

자기네들이 물대포라고 주장하는 그 미친 대포를 얻어맞으며 백남기 농민이 바닥에 나뒹굴던 순간, 나는 그곳으로부터 걸어서 한 시간 거리도 떨어져 있지 않은 내 작은 방 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곳으로 갈 수 있었다. 처음에도 그럴 수 있었고, 나중에도 그럴 수 있었다. 모든 국면에서 가능했던 나의 걸음을 잡은 감정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두려움? 귀찮음? 부질없음? 백남기 농민은 대학로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했고, 병원 길에 세워져 있는 농성텐트 앞을 나는 바닥을 뚫을 듯 깊이 고개를 숙인 채로 지나가야 했다. 그 감정은 또 무엇이었을까? 미안함? 죄책감? 부끄러움? syo의 s는 그저 'so시민'의 s였을 뿐이었다. 

 

김태정도 부끄러웠다. 그녀는 자신이 노래했던 시 속의 모든 인물의 옆에 앉아 보았다. 그녀는 들었고, 이야기는 그녀의 약한 몸을 몇 바퀴 깊이 돌다 시가 되어 나왔다. 겪은 것들을 시로 썼고, 시로 쓴 것을 겪었다. 그렇지만 김태정은 끝없이 부끄러워했다. 겪고도 쓰지 못한 것과, 쓰고도 겪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다가, 쓰다가, 다시 부끄러워하다가, 쓰다가, 김태정은 떠났다. 한 권의 시집을 남기고. 내가 그녀의 존재를 알았을 때 그녀는 이미 존재를 비웠다. 그래서 나는 한 권의 시집을 두고두고 다시 읽어야 한다. 슬픈 일이지만, 이 한 권의 시집은 너무 무거워 나는 읽어도 읽어도 다 읽지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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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8-2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 와 o 도 궁금해집니다. ㅎㅎ^^

syo 2017-08-24 23:51   좋아요 1 | URL
ㅎㅎㅎ 기회 닿으면 한 번 잘 갖다붙여 보겠습니다. 뭔들 못 만들까요, 어차피 멋대로 지어내는건데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7-08-24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쇼님 부지런히 읽고 쓰네요. 전 오늘도 술 마시느라 읽고 쓰기 패쓰...(시무룩) 쇼님은 성큼성큼 자꾸 앞으로 나아갑니다.

syo 2017-08-24 23:52   좋아요 0 | URL
저는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휴무입니다 ㅎㅎ

다락방 2017-08-25 07:12   좋아요 0 | URL
왜요왜? 어디 놀러가나요?

syo 2017-08-25 07:23   좋아요 0 | URL
서울나들이갑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17-08-25 07:26   좋아요 0 | URL
우앙 서울에서 뭐할건데요? @.@

syo 2017-08-25 07:27   좋아요 0 | URL
친구 결혼식가서 축가부릅니당 ㅎ

다락방 2017-08-25 07:28   좋아요 0 | URL
우앗 축가라구요????!!!!!!!!

syo 2017-08-25 07:30   좋아요 0 | URL
네 ㅎㅎ 그래서 오늘 저녁은 축하 연습, 내일은 결혼식, 모레는 원기회복 차원에서 휴뮤입니다

다락방 2017-08-25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제가 빠뜨렸는데요, 저도 피츠제럴드를 정말 사랑해요. 정말로요. 혹시 그의 단편 <컷 글라스 보울>을 읽어봤나요? 진짜 어매이징한 작품이에요. 짱임요!

syo 2017-08-25 08:16   좋아요 0 | URL
읽어봤을 것이나 언제나 그랬듯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단발머리 2017-08-2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어린이책 읽는 법>의 어린이 독서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마음에 와닿네요.
읽어야할 책의 범위가 방대한 경우 필독도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아이들 필독도서를 읽히지 않는 엄마의 의견),
모든 필독도서를 읽어야할 필요는 없는 것 같구요. 어린이들의 ‘감‘을 믿어봐야 한다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스스로의 감으로 책을 고른 아이들이 오래 오래 책읽을 수 있고, 책 자체를 좋아하는 진정한 독자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구요.

아름다운 축가 부르시고요(알라딘에 음성 파일 올려주는 센스^^)
즐거운 서울 나들이 되시길요~~

북깨비 2020-06-12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남의 책 남이 읽은 이야기 저도 좋아해요.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 금정연 / 어크로스

 

일기만 쓰다 질려 슬금슬금 서평의 영토를 넘보던 꼬꼬마 시절, 내 서평이 가야할 길을 탐색하기 위해 명망 높은 서평가들의 책을 뒤지곤 했다. 많이들 권하던 정희진 스타일은 멋있고 욕심도 났지만 어쩐지 냉엄해서 포기. 아무도 권하지 않던 장정일 스타일은 식음을 전폐하고 독서에만 매달리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음을 깨닫고 아, 이래서 아무도 안 권했구나 하며 포기. 비슷한 이유로 이현우 스타일 포기. 포기. 포기. 포기. 그렇게 포기로 배추 말고 책을 세는 것도 지쳐서 그만 포기하려는 찰나 운명처럼 금정연이 걸렸다.『서서비행』이 연이은 대출로 서가에 꽂힐 틈이 없었던 탓이니, 우리의 만남이 늦은 이유는 전적으로 금정연의 책임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사실 매우 좋았다. 내가 금정연의 글에서 발견한 매력 포인트는 빈정거림과 투덜댐의 통속적인 앙상블이었는데, 나 또한 또래집단 내에서 빈정거림으로는 아주 명망이 드높은 재야의 빈정거리니스트였으므로 아, 바로 이거다 싶었던 것이다. 물론 금정연의 글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기조는 "자조"지만, 그거야 뭐 나 자신을 빈정거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리하여 나는 금정연 이미테이션, 금정연의 하위호환 기종, 양산형 금정연을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다. 배'칠'수와 '너'훈아가 그 이름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당당히 활동하듯, 언젠간 나도 당당한 금정'역'이 되어 사해에 명성을 떨치리라 이를 악물었다. 악물었으나 이는 한 달도 안 되서 느슨해졌다. 아무리 서평이랍시고 각 잡고 써도 끝내 일기나 자소서가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심지어 지금 이 글도『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의 서평이라고 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구러 오늘날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어디까지 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나른하달지, 나태하달지, 어쩐지 슬그머니 늘어지는 매너리즘의 냄새가 나는데, 그건 나도 그래. 항상 매너리즘에 푹 빠져 있지(겨우 이 정도가 현재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빈정거림x자조 컬래버레이션의 최대치인 걸 보니 아, 아직 갈 길이 구만리임을 알겠다.....). 어쨌든, 여전히 금정연은 나한테 참 탐나는 글을 쓰는 서평가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 금정역의 꿈을 완전히 버리진 못한 것도 같다.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 땡스북스 + 퍼니플랜 / 알마

 

내 기억 속 최초의 동네서점에서, 아버지가 3권짜리 만화 한국사 책을 사 주셨던 것 같다.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사줬겠지만 그걸 읽고 훌륭한 사람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히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혁명과 경제 업적을 칭송하는 내용이 막대한 분량으로 실려 있었을 테니까. 그런 시절이었다. 그 책을 다 읽었을 무렵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저 동향 사람일 뿐인 당신에게 뭐 하나 챙겨준 것 없다는 이유로, 아주 냉정하고 잔혹한 놈, 차갑고 인정이 메마른 시대라고 노태우와 그 집권기를 평가했다. 그리고는 당시 우리 나라에서 돈이 제일 많다고 여겨지는 노인에게 투표했는데,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었다던 그 노인 자신의 말에 따르면 노인은 아마 생애 최초로 실패한 것 같고, 그래봐야 시련의 경험을 1회 추가하는 데 그쳤겠지만, 우리 아버지는 또 대통령에게 콩고물을 받아먹는 데 실패한 셈이었다. 시련이었다. 실패로 점철된 인생이었다. 하여튼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이나 마나, 나는 좋았다. 동네에 서점이 있는 것은 큰 축복이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동네에 서점이 있는 것이 축복이라고 느낄 줄 아는 깨친 꼬맹이었다는 게 더 큰 축복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역시 서점이 만들어 준 축복이었다. 책은 너무도 구하기 어렵고, 어린 아이 용돈으로는 침도 함부로 흘리면 안 될 물건이었으므로, 그저 책을 만져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막 행복하고 그랬다. 당시는 그런 시절이기도 했다.

 

그런 시절은 끝났다. 우리는 이제 어떤 책이건, 어디의 책이건 너무도 쉽고 간편하게 구할 수 있다. 얻기 쉬운 것은 얻지 않기도 쉬워진다. 언제나 얻을 수 있으므로. 얻기 쉬운 것은 버리기도 쉬워진다. 언제나 다시 얻을 수 있으므로. 얻지 않거나 버리는 데 부담이 없으면 이내 소중하지 않게 된다. 지금 당신의 등 뒤에 있는 책꽂이를 보세요. 사놓기만 하고 읽지도 않은 책이 무수히 많진 않습니까. 그러고도 당신의 장바구니는 여전히 새 책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습니까! 인정하자. 우리에게 이제 책은 소중하지 않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주변은 다 낡고 허물어져가는 공중 목욕탕이고, 다리엔 차꼬가 채워져 있고, 눈 앞에 있는 낡은 모니터 안에서 광대뼈에 회오리 모양을 한 인형이 음산한 목소리로 "너는 책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게 되어도 양심에 찔려서 차마, 이거 왜 이러십니까, 따져 볼 도리가 없을만큼, 우리에게 이제 책은 소중하지 않다. 그러므로 책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공간인 서점 또한 더 이상 소중하지 않다.

 

책이 흔해져 그 소중함을 잃었고, 그건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다시 책에게 소중함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현실에 마침내 그들이 떨치고 일어나 우리에게 왔다.『어서 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은 책의 소중함을, 서점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되돌려주기 위하여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분투하고, 그 분투 속에서 소소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판매용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 읽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서점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43)

 

저희는 소심한 책방이 '숨어있기 좋은 방, 전망 좋은 방, 자기만의 방'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58)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세상의 온도를 높이는 곳이라 생각해요. (81)

 

이미 너무 구하기 쉬운 책의 소중함을 되찾기 위해서, 책과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탈환하기 위해서, 우리에겐 그들과 그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우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나저나 세상에, 명색이 서평인데 정작 책 이야기는 인용 빼면 꼴랑 6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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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8-2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장정일, 이현우... 저도 포기 포기... ㅋ
금정연, 첨 듣는 작가에 저도 귀가 솔깃... ㅎ

syo 2017-08-21 20:55   좋아요 1 | URL
참 재미있는 서평을 쓰는 서평가인 동시에, 웃기면서도 난해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북다이제스터 2017-08-21 20:56   좋아요 0 | URL
좋은 책과 작가 소개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7-08-2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친 꼬맹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08-22 06:47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기조입니다 ㅎㅎ

독서괭 2017-08-2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책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오오 찔립니다ㅋㅋ 일기같은 syo님의 글을 읽으며 금정연씨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으니 성공적인 서평이네요^^

syo 2017-08-22 06: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저도 책꽂이에서 노려보고 있는 책들 때문에 양심에 불나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날 또 책을 대출해 오곤 하지요...

책읽는나무 2017-08-2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절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서평이었습니다.
전 이런 글 좋아서....‘좋아요‘ 열 번 누르고 싶네요^^

syo 2017-08-22 08: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ㅎㅎㅎㅎ. 나머지 아홉 개의 좋아요는 비축해놓으셨다가 나중에 제 별로 안 좋은 글을 만났을 때 옛다 하나씩 툭툭 던져주세요.

쇼코 2017-08-2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은 예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기만 했어요. syo님 글 읽고 바로 질렀어요. ㅎㅎㅎ 독서괭님 말씀대로 역시 책을 읽게 만드셨으니 성공적인 서평이라 생각해요.^^

그나저나 하나 둘씩 사라지던 동네 서점을 떠올려보면 참 안타까워요. 저도 고등학생 때 자주 가던 책방이 있었는데 그때 좋은 추억이 많거든요. 책을 사러 가는 것보다 구경하러 많이 갔어요. 친절한 주인아주머니랑 친해서 눈치 안보고 구경할 수 있었는데... 얼마전에 다시 가 보니 사라졌더라고요. 따흐흡ㅠㅠ 두번째 책도 읽어보고 싶어요^^

syo 2017-08-22 11:35   좋아요 0 | URL
항상 좋게 봐주시니까요 쇼코님은^^

요즘 작은 동네 책방에 관한 책들을 조금씩 읽게 되는데 어쩐지 뭉클하기도 하고 좋더라구요. 어차피 책 한 권 살거면 인터넷으로 사는 것보다 직접 작은 서점에 가서 사면, 똑같은 책이라도 어쩐지 더 소중하게 여겨질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17-08-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칠수, 너훈아...에서 흠흠.. 하다가 금정역에서 빵!터졌어요. 금정역 ㅋㅋㅋㅋㅋㅋ
저는 어떤 글보다도 서평이 글쓴이에 대한 궁금증, 다른 말로 하면 글쓴이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장르라 생각합니다. 그냥 쭈욱 책얘기만 할 거면 줄거리요약을 읽고 말겠죠.
syo님의 매력은 금정역을 넘어 syo역에 다다를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syo 2017-08-22 11:38   좋아요 0 | URL
와 ㅎㅎㅎ 단발머리님이 제 회심의 ˝1-4호선 환승개그˝를 알아주셨군요.
아, 보람차다.
칭찬 감사하고 개그 코드 맞아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블랙겟타 2017-08-2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이 마침 책꽂이에 꽃혀있었는데 ‘지금 당신의 등 뒤에 있는 책꽂이를 보세요.‘ 응? 뒤에 책꽂이가 진짜 있는데 ‘사놓기만 하고 읽지도 않은 책이 무수히 많진 않습니까.‘ 여기서 뜨끔! ‘그러고도 당신의 장바구니는 여전히 새 책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습니까!‘ 여기서 한번 더 뜨끔!! 했었네요 ㅜㅜ

syo 2017-08-22 15:1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반드시 누군가는 걸려들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러니까요!!! ㅎㅎㅎ

공쟝쟝 2019-12-3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댓글 갚으러 왓어요. ㅋㅋㅋㅋㅋㅋ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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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사람을 아는 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한 사람을 아는 데 그 사람이 쓴 책은 몇 권이나 필요할까?

그 사람이 쓴 책은 그 사람을 아는 데 필요한 시간을 얼마나 줄여줄까?

 

 

 

2

 

그녀는 크다고 한다. 아무리 잠든 여자 둘을 양 옆구리에 끼워 들고도 가뿐히 걸을 수 있는 괴력의 잭 리처라도, 만약 자기가 그 여자중 하나라면 그래도 잭 리처가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그녀는 확신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녀는 옹졸하다고 한다. 출근길 버스 기사와 왠 청년이 시비가 붙자 제일 먼저 지각 걱정을 하는 스스로를 보며 이반 일리치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적도 있는데, 후자를 더 후회한다고 전한다.

 

그녀와 결혼하려면 일이 많다. 채식을 그만둬야 한다. 설거지를 도맡아야 한다. 둘 사이에 유지해야 할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거리는 얼마만큼인지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단지 특별한 먹거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훌쩍 다른 나라로 떠나거나 이국의 도시에 깊은 환상을 품는 그녀를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그곳으로 데려갈 줄도 알아야 한다.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서재에서 "대체 왜! 그건 아냐! 제발 그러지 마!" 하는 식의 비명이 들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서재로 들어가 그녀의 손을 확인할 줄 알아야 한다. 손에 책이 들려있다면 그녀는 미친 것이 아니니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고 다시 TV를 보러 가도 될 듯하다. 

 

설사 그 모든 관문을 통과해 그녀를 얻었더라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매력적인 남자들과 격전을 벌이고 끝내 쓰러뜨릴 수 있어야 틈만 나면 그들과 사랑에 빠지는 그녀를 되찾아 올 수 있다. 그녀는 끝없이 읽고, 소설은 끝없이 쏟아지므로 전쟁도 끝이 없다. 그럼에도 소설을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소설을 사랑해야 한다.

 

비결이 궁금하다면 그것마저도 친절한 그녀가 알려준다.

 

큰따옴표 안의 글은 정말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느낌표가 있는 문장은 정말 감탄하거나 놀라듯이, 쉼표에서는 꼭 쉬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44)

 

 

 

전부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알아낸 것들이다. 심지어 일부다.

 

내가 저자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이유다. 웃기거나, 슬프거나, 다정하거나, 혹은 냉정하거나한 그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읽는 사람을 글쓴이의 진심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믿음직한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이유경 작가의 글은 그렇다. 내가 이 글을 읽고 웃었다면 반드시 그녀도 웃었을 것이라는, 내가 이 글을 읽고 화가 났다면 반드시 그녀도 화가 났을 것이라는(아직도 화가 나 있을 수도 있다. 그녀는 분노에 능하다), 그러므로 내가 진심이기만 하면 반드시 우리 둘 다 진심일 것이라는 믿음, 그런 믿음을 주는 글이 그녀의 손에서 나온다. 이 엄혹한 인터넷 시대에, 일기조차 남들이 볼 걸 예상해 한껏 꾸미고 포장하여 올리는 무시무시한 시대에, 아직도 저렇게 제 내장을 훌훌 다 끄집어내 보여주는 글을 쓰다니.

 

어쩌면 우리에겐 책에 대한 더 이상의 해석은 필요없을 수도 있다. 서평도 그럴 수 있다. 로쟈님과 cyrus님이 있으면 대단히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나.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느낌일 수 있다. 같은 책을 읽은 타인의 마음일 수 있다. 책의 역할이 한 사람의 내부를 채우는 것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채우는 데에도 있다면, 우리에게는 누군가의 "책 읽은 책"이 한없이 필요하다. 책 읽은 마음이 예쁘든 모났든,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보여주는 책이 소중하다.     

 

 

 

4

 

나는 예쁘지 않아요. 내 친구들은 어느 정도는 예뻐요. 내가 전화했을 때 반갑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나한테 연락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좋아요. 나는 함께 있을 떄 당신이 아주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아주 강한 욕망이 내 안에 있죠. 그것은 거의 나의 식욕과 맞먹어요. (170)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문제의 그 식욕이 어느정도인지는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밑줄 긋는 남자』의 여주인공이 쓴 편지를 흉내낸 글의 일부다. 여주인공은 벌써 답장을 받았고, 그녀도 답장을 기다린다고. 지금쯤 답장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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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8-17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너무 근사한 글이예요~~~

˝설사 그 모든 관문을 통과해 그녀를 얻었더라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매력적인 남자들과 격전을 벌이고 끝내 쓰러뜨릴 수 있어야 틈만 나면 그들과 사랑에 빠지는 그녀를 되찾아 올 수 있다.˝

특히 이 부분 좋아요.
그녀를 얻게 될 남자가 소설 속 매력적인 남자들과 벌이게 될 경쟁과 경합의 시간들. 격투와 격전들.

syo 2017-08-18 05:50   좋아요 1 | URL
가끔씩 보면 와, 저 자식은 이길 수 없겠는걸? 싶은 남자들도 있는 바, 누가 될지(혹은 된지) 모르지만 그들과 싸워야 할 그 분께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cyrus 2017-08-18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글은 다정다감해요. syo님은 책에 친근하게 다가가서 책에서 표현하지 못한 저자의 진심까지 읽어내요. 그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syo님 글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따뜻한 글이라면 문장력, 수사, 이런 거 없어도 됩니다.

syo 2017-08-18 23:16   좋아요 0 | URL
읽어주시는 분들이 따뜻해서 따뜻하게 읽히는 걸 겁니다. 제가 하는 게 뭐가 있겠어요 ㅎㅎ

AgalmA 2017-08-21 11:04   좋아요 0 | URL
동감ㅎ

2017-08-18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9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