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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자의 고독 - 개정판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5
노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김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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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영정 옆에 서 있는 동안에는 침묵해야 했다. 하지만 누군가 무거운 표정으로 나타나 고인의 영정 앞에 서는 순간부터는 애절하게 '아이고 아이고' 하며 곡을 해야 했다. 조문객의 등장 여부에 따른 그 희한한 간극에 대해 생각하는 나를 백부는 무섭게 다그쳤다. 조문객들과 마주 절하고 나면 백부는 매번 똑같은 말을 했다. 고인의 형 되는 사람입니다, 제가 못나서 이렇게 아우를 먼저 보냈습니다, 참 면목이 없습니다, 였던것 같다. 심지어는 아버지와 백부를 모두 아는 조문객에게도 당신께서 고인의 형 되는 사람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그 모든 과정이 우스꽝스러웠고 잘 납득이 되지 않았으며, 그러한 의아함 때문에 그나마도 크지 않던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나 슬픈 감정이 더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의례는 죽음을 무겁게 만들고 고인에 대한 존경을 표하라는 명목을 들어 썩 폭력적으로 부조리를 휘두른다. 엘리아스는 그러한 일종의 억압이 죽음을 삶으로부터 멀리하려는 산 자들의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죽음이 지니는 의미가 변하면 남은 자들이 고인을 기리는 방법이나 슬픔을 드러내는 방법 또한 그에 맞춰 변해야 한다. 또한 이 시간, 이 곳에 남은 이들이 더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죽음의 관념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의례의 권위속에 몸을 감추고 있는 부당함과 허식을 걷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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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굴의 시대 - 침몰하는 대한민국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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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대 정시모집 면접 전날, 막상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말 한번 섞어 보지 못했던 고등학교 선배의 기숙사 2층 침대에 누워 선배가 던지듯이 두고 간 박노자를 처음 읽었다. 이 나라 지성의 요람중 으뜸이라는 곳의 기숙사는 상상했던 것보다 허름했고 그래서 더욱 고즈넉했다. 창 밖으로 겨울밤은 가로등이 뿜어내는 빛 위에 누워 춤추고 어디선가 찌르르- 하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불을 켜 놓은 방은 어둡고, 밤이 내린 밖은 오히려 밝다는 기분이 들었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박노자의 책도. 그리고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는 곳은 밝은 중에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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