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시간 반
1
긴 수술이 될 거라고 교수는 말했고 딱 그 말만큼만 긴 수술이었으나, 그 사실을 다 알고 맞닥뜨려도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아들의 시간은 길고 마음은 위태롭다. 옆 자리에 앉아 함께 기다려준 에세이를 150쪽도 채 읽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는 특출난 독서가까지는 못 된 듯 보인다.
2
엄마는 7일에 입원했다. 동생과 내가 하루씩 번갈아 가며 보호자용 침대에서 자고 돌아온다.
3
가족 중 누군가 아플 때마다 느낀다. 내 작은 세상은 굉장히 고마운 사람들의 네트워크, 그들이 서로의 팔을 결어 만든 팔 가마위에 올라 앉아 둥둥 떠가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을. 일상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이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감사할 일 한두 가지씩을 해놓고는 다시 한 걸음 물러나 걱정과 격려를 남긴다. 이 모든 상황이 끝나면 그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내 삶의 백그라운드로 돌아가 자신들의 삶을 살 것이다. 환대는 일상의 그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비일상의 순간에 선뜻 나타나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님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아무데나 뿌려놓아도 좋은 마음이다. 여기저기 묻히는 만큼 세상이 조용히 아름다워지는 마술이다. 그 신비로운 기술을 나도 익힐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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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 136 ~ 229
+ 호젓한 시간의 만에서 / 장석주 : 260 ~ 377
+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 오노 후유미 : 161 ~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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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하는 마음 / 김필균 : ~ 165
= 잊기 좋은 이름 / 김애란 : ~ 149
= 문과생도 이해하는 E=mc² / 고중숙 : ~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