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헤리치의 말>을 읽고 연달아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읽었다. 늦은 밤에 몇 쪽 남은 것을 다 읽은 후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의 한 남성 피아니스트의 사생활에 관한 좋지 않은 기사를 읽게 되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쇼팽 콩쿠르, 쇼팽의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피아니스트이다. 그러다 보니 올리비에 벨라미의 평전 <마르타 아르헤리치>에도 쇼팽 콩쿠르와 관련한 일화들이 소개된다. 이 쇼팽 콩쿠르는 몇몇 한국 피아니스트와도 인연이 깊다. 앞서 언급한 문제의 그 피아니스트 이름을 이 책에서(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3등상을 수상한 그는 심사결과에 불복해서 상금도 수상도 거부했다. 딱히 좋은 인상이 들 만한 일화는 아니어서 성깔이 좀 그렇네....하고 넘겼는데) 본 후, 책을 덮자마자 또 그 피아니스트의 이름과 그와 관련한 좋지 않은 기사들을 읽으니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나는 그 피아니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당시 3등상을 받은 후 국내에서 치켜세우기 바빴을 때도 글쎄 그닥..... 지금까지도 그다지 내겐 인상 깊은 피아니스트는 아니었는데, 사생활과 얽힌 이런 나쁜 이야기들을 읽으니, 역시 영혼이 썩어서 연주가 그랬던 거라는 생각과 함께 전에도 잘 듣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그의 연주를 들을 일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헤리치의 말>과 그녀의 전기를 읽고 나서 하필이면 왜 저 쓰레기 같은 한국 남성 피아니스트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고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책 영화 음악 등을 좋아하고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먹고살고 먹고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을 이런 것들을 소비하면서 지낸다. 이 덧없고 지루하고 흥미 없는 세상에서, 오직 그것들만이 유용하고 큰 즐거움과 의미를 준다. 그러나 인간은 어떠한가? 그런 문학, 사상, 사고, 음악, 영화, 미술 등 그러한 온갖 예술을 창작하고 또 구현하고 있는 인간이란 존재는 어떠한가? 인간에게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인간은 그들이 빚어낸 예술 작품처럼 완벽하지 않고 여기저기 결점투성이에 대개 가까이 알면 알수록 실망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것을 만들고 예술로 구현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다. 알고 나면 좋아하는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감동 면에서 마이너스면 마이너스의 영향을 끼치지 플러스가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예술가의 사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차라리 모르기를 바란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의 문화보다 저 먼나라의 문학이나 음악, 영화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멀리 있기에 더 쉽게 눈감고 모른 체할 수 있는 그들의 사생활이랄까...

마르타 아르헤리치- 수식어가 필요 없는 이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그녀도 내겐 그런 존재였다. 그의 에너지 넘치고 강건하면서도 때로는 이 세상의 모든 규칙이나 관습을 깨버리는 듯한 자유분방한 연주를 들으며 전신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그녀의 사생활에는 관심이 없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자유로운 그녀의 성격을 칭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했던 연주를 취소하고 무대에 올라서는 것을 기피한다고, 그런 태도를 비난하는 평가도 분명 존재했다. 천재이지만 길들여지지 않는, 길들일 수 없는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 그런 점 때문에 팬도 많지만 또 그래서 비난도 받는 피아니스트. 


그런데 나는 이 두 권의 책, <아르헤리치의 말>과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읽고 나서 음악가, 연주자, 예술인으로서의 아르헤리치 그 이상으로 인간 아르헤리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가 이런 성정의 사람이었기에 이런 놀라운 연주를 할 수 있었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1941년 생으로 이제 여든이 넘은 이 고령의 연주자가 얼마나 더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앞에 두고 관객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녀가 세상을 떠난다면 어쩐지 무언가 한 세기가 끝난 것 같은 섭섭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 두 권의 책은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 인간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사랑하게 만든다.

유일하게 아르헤리치의 평전을 썼고 2004~2019년 사이 네 번의 인터뷰를 진행해 이 책 <아르헤리치의 말>이 세상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한 올리비에 벨라미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실제 이름은 ‘마리아 마르타’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루가의 복음서」에서 상냥한 마리아는 그리스도의말씀을 귀 기울여 듣지만 언니 마르타는 그리스도를 대접하느라 분주하다. 마리아는 어떤 재능, 신이 주신 사명에 인도받은 자다. 마르타는 인간적이다. 많은 일로 정신이 산란하고, 삶을 희구하는 자다.’(<마르타 아르헤리치>, 13쪽)

아르헤리치에 관한 이 두 권의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줄기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마르타와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마르타 두 개의 삶, 그 극명히 다른 두 개의 삶 속에서 갈등하고 방황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고뇌랄까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기술과 재능으로 어릴 때부터 돋보였고, 웬만한 콩쿠르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던 그녀- 그런데 그녀가 피아노 치기를 끔찍이 싫어할 때도 있었고 무대공포증 때문에 스스로 제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 책들을 읽다 보면 아르헤리치만큼이나 강인했던 그녀의 어머니가 오늘날의 아르헤리치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어머니와의 갈등도 사뭇 이해가 된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딸이 강압적이리만치 피아노 앞에 앉아있기를 원했던 아르헤리치의 어머니. 그 어머니가 없었다면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아르헤리치는 1986년 아르헨티나 신문 《라 나시온 La Nació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피아노를 치는 기계가 되고 싶지 않아요. 독주자는 홀로 살아가고, 홀로 연주하고, 홀로 잠들지요. 나한테는 정말 맞지 않는 일이에요.”(<마르타 아르헤리치>, 227쪽) 피아노를 좋아했고, 누구보다 잘 쳤으며 음악을 사랑했지만 피아니스트로서만 살아가는 일에는 때때로 반감을 느꼈던 아르헤리치. 그의 이런 마음은 <아르헤리치의 말>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남들은 영화도 보러 가고 좋아 보인다.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사람들은 우리가 무대에서 행복하다고, 그 순간을 기다린다고, 착착 준비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지 않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하고 싶지도 않다. (<아르헤리치의 말>, 252쪽)

나는 재즈, 플라멩코 같은 음악 장르에도 열려 있다. 라디오를 자주 듣는다. 그냥 틀어놓고 음악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듣는다. 피아노를 치는 건 아주 좋아하지만 피아니스트로 사는 건 별로다. 이 직업에는 진짜 음악과는 상관도 없는 것들이 꽤 많다. 나는 좀 재미있지만 너무 우스꽝스럽지는 않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아르헤리치의 말>, 257쪽)


이런 이야기만 소개하면 아르헤리치가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에 불만만 가득했던 것은 아닌가 하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그럴 리가. 피아노를 못 칠 거라 도발했던 어린이집 남자아이 때문에 피아노를 치게 된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음악을 사랑했고 피아노를 즐겼으며 누구보다 거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리고 그녀 자신이 말했듯이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잘하고”(<아르헤리치의 말>,165쪽)싶어 했다. 도리어 자신의 분야에서 완벽하고 싶었기 때문에 가끔은 스스로 슬럼프에 빠졌던 게 아닐까. 그녀 자신도 그 점을 인정한다는 듯이 “완벽에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과 해내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공존”한다고 고백한다. 그런 자기에게는 “까다로운 면도 있으며”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의 힘을 믿”는다고, “노력은 재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생각은 그 반대”라고(<아르헤리치의 말>, 138쪽) 그녀는 말한다. 이런 말들을 지켜보노라면 그녀가 타고난 재능만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누구보다 노력했고, “혁명을 좋아하지 않고 진화를 선호”하기에 “기존의 것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같은 책, 121쪽)한 결과, 그 엄정함 속에서 청중을 휘어잡는 자유분방한 빛나는 연주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한편 이 두 권의 책은 꼭 아르헤리치이 팬이 아니더라도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흥미롭게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 풍요롭게 담겨 있다. “쇼팽이 에로틱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난 쇼팽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거든요. 독살당한 꽃 같아요.”(<아르헤리치의 말>, 74쪽)라는 그녀의 말에는 정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슈만은 상상력으로 여러 지평을 열어요. 그에게는 자기만의 언어, 결코 다른 사람과 헷갈릴 리 없는 그만의 고유한 언어가 있어요. 영혼의 친구, 그래요, 그 수준에서의 친구라면 동의해요.”(같은 책, 61쪽) 라며 슈만을 향한 애정을 서슴없이 고백하는 그녀. 그에 비해 브람스는 별로이며(아르헤리치의 절친인 넬손 프레이레는 브람스를 아주 사랑했으니 그 점도 참 재미나다), 엄정함 속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한 연주자들, 예컨대 프리드리히 굴다, 호로비츠 같은 피아니스트를 특히 사랑했다는 것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사실 나는 그녀가 그토록 흠모한 이 피아니스트들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좀 다른 마음으로 들어볼까 싶어지기도 한다. 넬손 프레이레의 연주도 내겐 좀 밋밋하게 들렸었는데, 마르타가 그토록 칭찬한 그의 연주도 더 귀를 열고 들어봐야겠다.

올리비에 벨라미는 예술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마르타에게 질문한다. 거기에 마르타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 시대정신을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 자기 시대를 좀 앞서가는 사람, 예술적 수단으로써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같은 책, 90쪽)이라고 말한다. 또 그녀는 “대중이 추앙하는 예술가와 대중이 가깝게 느끼는 예술가”가 있다면서 “전자는 불타는 얼음장 같고, 후자는 따뜻한 물을 받아놓은 욕조 같다. 나는 그 둘의 중간이었으면 좋겠다.”(같은 책, 173쪽) 말하는데, 그녀가 말한 예술가이자, 그녀가 소망했던 예술가의 모습이 바로 지금 마르타 아르헤리치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다가오는 3월 알라딘 수입음반 할인전에서는 그녀의 앨범 몇 장을 더 살 것 같다...(응?!)




이 앨범은 이미 갖고 있는 것인데 아르헤리치, 아바도 두 사람의 리즈 시절을 담은 앨범 재킷이 넘나 아름다워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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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2-27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천하신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2000년에 발매된 바흐 앨범을 들었습니다. 굴드는 ‘나는 너무 즐거워~ 너도 즐겁지?‘지만 아르헤리치는 ‘이거 너무 예쁘지 않아? 같이 볼래?‘라는 느낌이었어요. 불타는 얼음장과 따뜻한 욕조 그 중간이라는 글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아르헤이치의 말‘도 어서 읽어야 하는데 ‘웃는 남자‘가 끝나지 않네요. ^^;;;
인간론에 대해 쓰신 것은 흡사 ‘나는 잠자냥이로소이다‘ 같아 웃으며 읽었습니다. ㅎㅎㅎㅎ

잠자냥 2023-02-27 17:27   좋아요 2 | URL
굴드와 아르헤리치는 또 다른 의미에서 완벽주의자들 같아요. 굴드는 같은 곡 무한 반복! 거기서 가장 완벽한 걸 골랐다면 아르헤리치는 반복을 굉장히 싫어했죠. ㅎㅎㅎ
<웃는 남자>가 좀 길죠?! 완독 건투를 빕니다!

DYDADDY 2023-02-27 19:55   좋아요 0 | URL
굴드는 연주 녹음을 하면서도 계속 흥얼거려서 방독면을 씌우고 녹음했다는 일화도 있어요. ㅋㅋㅋㅋ
<웃는 남자>의 분량도 분량이지만 소설은 읽다보면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 때가 있어서 오래 읽기 힘들어요. 차라리 낸시 프레이저의 책이 이해도 잘 되고 논리적으로 수긍되는 점이 많아 오히려 편해요.
그런 점에서 잠자냥님이나 다른 분들이 소설에 동화되지 않고 한걸음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ㅎㅎㅎ

은오 2023-02-27 1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님 사람 진짜 별로 안좋아하는구낰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2-27 18:09   좋아요 2 | URL

잠자냥 2023-02-27 18:10   좋아요 3 | URL
제 사랑을 받고 싶으면 고양이로 태어나십시오.

미미 2023-02-27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피아니스트가 누군가 찾아봤습니다. 안그래도 오늘 우디 앨런이 입양한 딸에 대해
알게되어 이런저런 생각을 했거든요.
저도 사생활은 알고싶지 않은데 이 아르헤리치는 궁금하네요.
‘독살 당한 꽃‘이란 말을 보니 문학적 표현력도 뛰어났던 것 같아요! ^^

잠자냥 2023-02-27 18:13   좋아요 2 | URL
몇 년 전에 이혼하면서도 말이 많았던 거 같은데 이번에 전 아내가 결국 못 참고 터뜨렸는가 봐요. 암튼 참….

독살당한 꽃이라는 표현이 앞으로 쇼팽 들을 때면 계속 생각날 거 같습니다. ㅎㅎ

건수하 2023-02-27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 때 쇼팽을 많이 좋아했는데
아르헤리치도 빠르고 힘이 넘쳐서 좋았지만.. ‘그 피아니스트’의 협주곡 2번도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사실 쇼팽 콩쿨에서 거의 1번을 많이 치는데 제가 2번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긴 했지만;

저도 오늘 아침 그 기사 보고… 기분이 좀 그렇더라는.

잠자냥 2023-02-27 18:14   좋아요 2 | URL
저는 지금도 쇼팽 좋아해서 여러 연주자들 곡을 찾아들어요. 그 피아니스트도 아무래도 콩쿠르에서 수상한 전력도 있으니 귀 기울여 들어보기도 했고요. 그 피아니스트 인스타에 아르헤리치하고 같이 찍은 사진이 있어서 더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망고 2023-02-27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르헤리치 쇼팽을 너무나 열정적으로 빠르게빠르게 치는거 듣고 그 기교에 넘나 놀라서 한동안 중독된듯 계속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독살당한 꽃! 표현이 딱이네요 🥀

잠자냥 2023-02-27 22:17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열정적이고 기교가 대단하지요. 음악가에 관한 표현도 아주 적절하게 이해하기 쉽게 쏙쏙 잘 말하더라고요.

우끼 2023-02-27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고 아르헤리치 음악이 듣고 싶어져서 들으러 갔어요 ㅜㅜ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술가에 대한 표현도 멋지네요. 그가 바라던 모습이 그 자신의 모습이라 평해주신 게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잠자냥 2023-02-27 22:18   좋아요 1 | URL
ㅎ 이 책들 읽으면 정말 한밤에도 책에서 언급한 모든 연주들을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그게 쪼 이 책의 매력 아닌가 싶어요.

책읽는나무 2023-02-27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살당한 꽃!
강렬하네요.
쇼팽은 독살당한 꽃.
슈만은 영혼의 친구.

잠자냥 2023-02-28 08:44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는 댓글시인.

난티나무 2023-02-28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피아니스트 찾아봤어요.^^;;;

잠자냥 2023-02-28 08:45   좋아요 0 | URL
대부분은 궁금할 내용. ㅋㅋㅋㅋ

책먼지 2023-02-2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헤리치 연주 보면서 이 사람은 진짜 호쾌하고 강인할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손가락에 상처 입힐 정도로 무대공포증이 심할 줄은 진짜 상상도 못했어요ㅠㅠ 개인적으로는 아르헤리치 사자머리시절(?)이 좋은데 첨부해주신 앨범 재킷의 리즈 시절도 아름답군요!!

저는 문제의 그 피아니스트 공연도 다니고 앨범도 사고 했던지라 더 치가 떨리네요.. 하아..

잠자냥 2023-02-28 10:32   좋아요 1 | URL
아르헤리치의 무대공포증에 관해선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압박감이 굉장히 심하더라고요. 엄마가 협박하고 ㅋㅋㅋㅋ 지휘자였던 세번째 남편이 어르고 달래고 해서 올려보내고 이런 경우도 많았고... 한번은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공연을 공연 전에 펑크내서 ㅋㅋㅋ 번스타인이 결국 그 공연은 본인이 연주하고 지휘하면서 마쳤더라고요. 근데 이 공연이 의외로 호평을 받아서 번스타인이 흡족해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넘어갔더라고요.

저도 아르헤리치 사자머리시절 좋아하는데, 저 아바도하고의 리즈 시절 사진들은 뭐랄까 모든 인간의 리즈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스탤지어가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그 피아니스트는 국내 팬이 많으니까 그걸 믿고 더 그런 만행을 부린 것 같기도 해요.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고 마침내 진실이 밝혀진 것처럼 ˝이런 음악을 구사하는 사람이 절대 성범죄자일 리가 없다고 호소했던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실소가.......

책먼지 2023-02-28 11:49   좋아요 2 | URL
“이런 음악 어쩌구” 읽자마자 저 육성으로 욕나왔음요.. 인간이 싫어지네요. 그런 인간이 그런 실력을 가진 게 짜증나고.. 에휴… 이제 안 들으면 그만!!

아르헤리치와 번스타인 일화는.. 이 희대의 사기꾼들아!!! 클라스가 다르니 사고가 나도 환상으로 수습하는군요ㅋㅋㅋ

말씀하신 노스탤지어를 저는 어디서 느끼는지 곰곰 생각해보았는데 누군가의 졸업사진을 볼 때 수치스러우면서 간질간질하면서 못내 사랑스러운 느낌이 그나마 가장 근접할 것 같아요!! 아르헤리치가 곱슬머리 치렁하게 늘어뜨리고 머리카락 흩날리면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장면들 진짜 환상이죠ㅠㅠ

잠자냥 2023-02-28 11:55   좋아요 2 | URL
번스타인이 흡족하게 ㅋㅋㅋㅋㅋ 웃는 모습이 자연스레 생각나서 넘 웃긴 일화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르타 아르헤리치 - 삶과 사랑, 그리고 피아노
올리비에 벨라미 지음, 이세진 옮김 / 현암사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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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에 대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평전. 이 책을 읽으면 피아니스트로서의 아르헤리치를 좋아했던 것에서 한 인간으로서 마르타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아르헤리치 외에 다른 피아니스트 및 음악가 작곡가 이야기도 풍부해서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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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26 1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 인간에 대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랑. 이 사랑은 사이버인간으로서의 잠자냥님을 좋아했던 것에서 한 인간으로서 자냥님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잠자냥 2023-02-26 17:57   좋아요 2 | URL
이병률 시집의 폐해……

은오 2023-02-26 18:07   좋아요 3 | URL
사랑은 잘 있습니다....

공쟝쟝 2023-02-27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영화에 르몽드에 클래식이라니 ㅋㅋㅋㅋㅋ (절레절레) 프랑스 고양이님 서재 구경하다가 눈 만 높아져서 큰일났음 ㅋㅋㅋ cj감송에 미스터 트롯에서 벗어날 수 없는 티비조선에게 대리효도 부탁하는 나는 조용히 넥플릿스 몰아보기나 하면서 방구석에서 고독이나 씹을랍니다 ㅋㅋㅋㅋ 피아니스트ㅋㅋㅋㅋㅋ 아니ㅋㅋㅋ 진짴ㅋㅋㅋㅋ 클래식은 진짜ㅋㅋㅋㅋㅋ 암튼 잠자냥 흰옷입은 여인 땡투 그거 나요!!!
- 검은 옷 입은 음악 안듣는 은둔 쟝 -

잠자냥 2023-02-27 14: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ㅋㅋㅋㅋ 흰옷입은 여인 땡투가 여러 개가 들어와서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27 14:10   좋아요 2 | URL
비싼척은 또 어휴 ㅋㅋㅋ 잘난 척은 다부장 비싼척은 잠자냥 ㅋㅋㅋㅋㅋ 자매품 아는척 공쟝쟝 ㅋㅋㅋ 월요일 잘 보내시구요 😍
 

알라딘 서재 이웃들도 나를 아는데, 잠자냥은 잠자냥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체한 것인지.... 웃기고 있다. 2월에는 책을 더 안 사겠다고 호기롭게 소리치고 독서괭 님을 비롯하여 여러 이웃의 비웃음을 샀던 나. 미안하다 실언했다. 또 샀다. 2월 책탑은 소박하다고 소박 운운하더니 그것은 서재에서 소박맞는 소리. 15일 이후 야금야금 산 책탑이.... 이렇다. 그만해 제발 잠자냥! 사 둔 책이나 읽어!





피에르 미숑, <사소한 삶>
여러분 이 책 궁금하지 않습니까? 작년 12월에 출간되었을 때부터 나는 환호하면서 바구니에 담아둔 책이었는데(믿고 읽는 역자 ‘윤진’), 그 몇 달 간 아무도 안 산다..... 100자평도 리뷰도 없다. 민음사에서 그 흔한 서평단에게 책 뿌리기도 안 했는가 보다. 그래서 걍 내가 읽고 써주기로 했다. 피에르 미숑은 국내 초역. 그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신비이자 기적으로 불리며, 프란츠 카프카상 등 전 세계 주요 문학상을 석권한 신화적 존재’라는데 이런 소개보다도 나는 이 책의 첫 문장. ‘나의 허세가 어디서 왔는지 말해 보자.’에 반해서 샀다.... 요즘 읽는 중- 이놈아 이미 이 문장부터가 허세여! ㅋㅋ




크리스티앙 보뱅, <흰옷을 입은 여인>
1984books에서 나오는 보뱅 책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서 나오는책 가볍고 얇고 아무튼 그래서 금방 읽는다. 에밀리 디킨슨을 다룬 보뱅의 글이 넘나 궁금해서 알라딘 배송비 정책이 1만 5천 원 이상 무료 배송으로 바뀌기 전에 냉큼 샀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 한 권만 산 건 아니었지만.... 냉큼 읽고 별 다섯 줬다. 두고두고 또 읽으려고 책장 보뱅 칸에 꽂아두었다. 보뱅아, 너는 유럽 백인 남자이지만 남자 같지 않아서 내 특별히 너의 칸을 마련했노라.




존 르 카레, <오너러블 스쿨보이>
유럽 백인 남자이지만 내가 또 한 칸 살뜰히 마련해서 모시고 있는 존 르 카레. <오너러블 스쿨보이>도 결국 샀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서늘한 첩보물의 대가 르 카레. 다 읽어줘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그 이후의 이야기들- 하핫, 그런데 또 최근 르 카레의 신작이 출간되었더라. <실버뷰> 그것도 곧.... 기다려!




V. S. 나이폴, <비스와스 씨를 위한 집>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가다가 우연히 들른(뻥치지 마! 작정하고 가놓고!) 라딘 중고서점. 아아니, 이것은 심봤다!!! 중고로 올라오길 기다리던 요놈의 책이 집 근처 라딘 중고 책방에 완전 새 책으로 1, 2권이 나란히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1권 값도 안 된 가격으로 득템. 게다가 그날은 2만 원 이상 사면 2천원 할인해준다고 해서 다른 책 한 권도 살포시 구매. 이민자 2세로 어려운 삶을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오마주이자 나이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세밀한 기록-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100대 영문 소설.




엘리자베스 문, <어둠의 속도>
어느 행성에 홀로 남아 사투를 벌이는 70대 할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작품 <잔류인구>를 인상 깊지만 좀 지루하게(지루할 수밖에 없는 설정) 읽었던 터라 이 <어둠의 속도>는 그 강렬하게 지루했던 기억에 살짝 데여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제 그 강렬한 기억이 사뭇 사라졌는가 보다. 이제 읽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네. ‘지구에 태어난 마지막 남은 자폐인’의 이야기- 어쩌면 이 책이 나랑 더 잘 맞을지도.




올리비아 랭, <작가와 술>
공쟝쟝이 절판됐는데 자기는 있다고 자랑했던 이 책! 최근 이 나라에서 소소하게 불고 있는 올리비아 랭 인기(?)에 힘입어 어쩐지 다른 출판사에서 재간행될 것 같아 그걸 기다리기로 했으나.... 하, 요즘 술 마시다 보면 자꾸 이 책이 궁금해지네. 그래서 걍 샀다. 술을 사랑한 작가들의 이야기- 캬, 나는 읽는 내내 또 술 마시겠지. 그나저나 이 책 절판 이후 중고책팔이들은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있던데 그러지 마요. 나 이거 알라딘 중고로 반값에 샀어. 이 사람들아! 아무튼 랭이 나를 술 먹이겠네.




발터 슈미트, <공간의 심리학-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
나는 왜 구석진 자릴 선호하는가! 회사에서 얼마 전 리모델링 이후 자리배치를 다시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구석자리&벽을 등지고 앉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건 당연하잖아요? ㅋㅋㅋㅋ 그럼에도 이 책은 ‘벽을 등질 때 안심되는 이유’, ‘창가 자리가 사랑받는 이유’ 등등 누구나 알 것 같으면서도 심심풀이로 더 정확히 알고 싶은 ‘특정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취하는지, 행동과학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배경을 설명’해준다. 여러분, 이 책 증말 재미나 보이지 않습니까?




슈테판 츠바이크, <프로이트를 위하여>
츠바이크의 전기는 무조건 모두 다 읽어보겠어! 호기롭게 결심. 그중 눈에 띈 책. 츠바이크와 프로이트는 30년 가까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을 정도의 우정을 나눴던 사이. 이 책은 츠바이크가 친구였던 프로이트에 관해 쓴 평전이다. 거기에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까지 모아서 엮었다. 책 받아들고 휘리릭 넘겨봤는데 역시 흥미로워!




지그문트 바우만, <유행의 시대>
<액체근대>와 <쓰레기가 되는 삶들>을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바우만의 새 저작이 나오면 틈틈이 읽어보려고 하고 있다. <유행의 시대>는 단연 흥미로워 보인다. 바우만이 보는 유동하는 현대 사회의 문화- 바우만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 또한 ‘문화는 이미 소비시장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유행에 종속된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자 이제 책장을 펼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읽어보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D. 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약간 응?!하고 깜짝 놀랐다. D. H.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그 D. H. 로렌스가 유럽사를?! 그런데 진짜 그렇다. 이 책은 엄밀해야 할 역사책과 흥미로워야 할 소설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 교육이라는 목적에까지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이희재, <번역전쟁>
제목만 봤을 때는 ‘번역’에 관한 책인가 싶어 그냥 넘겼는데, 최근에 서재에서 어떤 분이 이 책의 몇몇 문장을 소개한 것을 보고 갑자기 궁금증이 확 생겼다. 그러니까 그 문장들만 보고 판단하기로 이 <번역전쟁>은 서구백인남성들의 언어를 이 동양의 지배계층(주로 남성)이 자기들의 언어로 옮기면서 어떤 헤게모니와 이데올로기를 새롭게 탄생시키는지 분석한 책이라고 판단된다. 저자는 “이 세상이 누군가에 의해 번역·해석되고 가공되고 많은 경우 날조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개념도 넓은 뜻의 ‘번역’이라 이름 지었다”고.




찬조출연.... 누워 읽을 때 빛 그림자를 없애주는 라딘 무선 클립 독서등-




아무튼 이제 5일 남은 2월 더는 책을 안 살 자신 있다!!!!!! 그런데 희진쌤이 팟캐스트 2월호에서 언급한 이 책은 좀 궁금하네....<인생수업> 희진쌤이 언급하지 않았으면 영원히 읽을 일 없을 것처럼 생긴 제목과 표지이지만..... 궁금해졌다. 집근처 라딘 중고책방에 있던데....있던데.....




이거 세일즈포인트 올랐던데 역시 알라딘 최고의 영업왕 ㅋㅋ 희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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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2-23 1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생수업>저도 희진쌤 때문에 궁금해서 대출해 놨어요! 클립독서등도 있고요(자꾸 반가운 꺼리들ㅋㅋㅋ) 츠바이크랑 올리비아 랭의 책에 관심이 갑니다. 알라딘에서 지키지 못할때도 박수받는 거 책 산 이야기 아닙니까 자책하지 마세욤🤭

잠자냥 2023-02-23 13:23   좋아요 3 | URL
안 그래도 도서관 찾아봤는데 저희 도서관엔 없더라고요!
희진쌤은 천 원에 샀다고 하셔서 저도 천 원 생각하고 중고 알아보다가 그 가격에 깜놀/주춤 ㅋㅋㅋㅋ
이게 다 희진쌤 때문?! ㅋㅋㅋㅋ
마구 지를수록 박수받는 알라딘~

다락방 2023-02-23 1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희진쌤 방송 듣고 인생수업 담아놨어요. 마침 중고샵 갔는데 있어서 살까 했지만 너무 낡은 느낌 나서 그냥 나왔거든요. 저도 완전 제목도 표지도 읽기 싫게 생겨서 무관심 책인데 희진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츠바이크의 프로이트를 위하여 궁금하네요. 저거 사야겠어요.

잠자냥 2023-02-23 13:22   좋아요 1 | URL
그쵸? 전 류시화도 싫어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증말 희진쌤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을 책은데 궁금해져! ㅋㅋㅋㅋㅋㅋ
알라디너들의 워너비 희진쌤 ㅋ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2-23 1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도파민 분비 순위에 당당히 올라와 있어요. 게다가 수집욕은 고대부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죠. ㅋㅋㅋㅋ 잠자냥님만의 시각으로 쓴 리뷰 기대할께요. ^^

잠자냥 2023-02-23 13:27   좋아요 4 | URL
이럴 수가 역시 저는 도파민 중독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2-23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어둠의 속도 좋아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자폐가 있는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이 인티제와 공명하는 부분이 있숨니다!!) 아직 보뱅 책 주문하기 전이었는데 배송비 아끼라고 같이 담을 책까지 안내해주시는 이 센스.. 하아.. 다락방님께 홀려서 잭 리처도 질렀는데.. 2월은 이제 그만해야되는데.. 저 손떨려요… 저는 인생수업은 아무리 희진쌤 추천이라도..(절레절레)

잠자냥 2023-02-23 14:11   좋아요 2 | URL
<잔류인구>하고 <어둠의 속도> 중에서는 <어둠의 속도>를 사실 더 읽고 싶었는데 어쩐지 맛있는 거 아껴두려다가 배불러서 못 먹게 된 그런 상태였습니다. ㅎㅎㅎ
잭 리처 먼지님이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하네요.
<인생수업> 도서관에 있으면 딱인데.....상호대창 신청해서 읽기는 참 귀찮고 ㅎㅎㅎ 그렇네요.

책먼지 2023-02-23 15:50   좋아요 2 | URL
저도 맛있는 거 아껴뒀다 나중에 먹는 타입인데 다행히 어둠의 속도 먼저 읽었습니다!! 잔류인구 완독 못했다는 슬픈 사연.. 잭 리처 제 삼일절 파트너로 낙점입니다(저도 제 감상이 궁금)!! 희진쌤 영향력 발휘하기 싫다고 하셨는데 이 영향력 어떡해요??? ㅋㅋㅋㅋㅋ

DYDADDY 2023-02-23 15:59   좋아요 3 | URL
정희진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이 도서관 지하서고에 있다고 해서 조만간 던전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ㅠㅠ (지하서고는 분류법에 따라 정리된 곳이 아니다보니 운이 없으면 두세시간동안 탐험해야 합니다. ㅋㅋㅋㅋ) 책 읽으시다 피곤하실 때 드라마 리처(프라임 비디오)를 추천드려요. 드라마를 보시면 몰입이 더 쉬우실겁니다. 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2-23 16:12   좋아요 2 | URL
드라마 리처 궁금해서 검색해보고 돌아왔는데 리처 역 배우가 너무 아놀드 슈워제네거 재질이네요…??? 몰입이 오히려 깨질 것 같아서ㅠㅠ 저는 그냥 톰 크루즈라고 생각하고 읽어보겠숨니다!!
대디님도 희진 쌤 팬이셨군요!! 대체 어느 도서관입니까(개방이 되는 게 신기)!! 운이 좋아 빨리 발견하실 수 있길요!!!

DYDADDY 2023-02-23 16:22   좋아요 1 | URL
‘신장 195cm, 몸무게 110kg의 근육질 몸매는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특징을 지닌 거구‘라는 표현이 있거든요. 하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 톰 크루즈를 연상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
매거진은 공쟝쟝님이 쓰신 추천 페이퍼를 보고 구독했어요. 두번 들었는데 슬슬 기억이 희미해져 다음주에 한번 더 들을 예정입니다. ^^

DYDADDY 2023-02-23 18:36   좋아요 1 | URL
아.. 지하서고 열려고 사서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도서관에 등록된 책은 세금으로 산 책이니만큼 이용자가 원하면 대출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씀드렸어요. 개방해주시는 대신 제가 직접 찾는 것으로 타협을 봐서 필요한 책이 있으면 책사냥하러 던전에 들어갑니다. ^^

건수하 2023-02-23 1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생수업 옛날에 읽다가 너무 졸려서 관둔 기억... 이제는 나이를 먹었으니 좀 다를까요 ㅎㅎ

로렌스의 유럽사 궁금하네요 ㅎㅎ
존 르 카레 저도 좋아해요 오너러블 스쿨보이 저렇게 두꺼운 줄 몰랐....

잠자냥님 만큼 읽으시면 이렇게 사셔도 됩니다!
저처럼 못 읽는데 계속 사는게 문제~

근데... 2월 5일밖에 안 남았다구요? 안돼 ㅠㅠ

잠자냥 2023-02-23 14:22   좋아요 3 | URL
<인생수업> ㅋㅋㅋ 사실 제목부터 하품과 졸음이...ㅋㅋㅋㅋ
존 르 카레 책은 대부분 두꺼워요! 재미있는데 그래서 마음먹고 집어들어야 함.
저도 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못 따라가게 된 지 이미 오래....

새파랑 2023-02-23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연 2월에 더 안사실수 있으실지 ㅋ
잠자냥님은 안읽은 책이 없으시고 이미 책도 어마어마하게 가지고 계신데 아직도 많이 사시는걸보면 대단하시단 생각이 듭니다. 혹시 갑부? ㅎㅎ

잠자냥 2023-02-23 15:16   좋아요 2 | URL
안 읽은 책이 없긴요! 엄청 많습니다. ㅎ
갑부는......제 꿈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2-23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고백하자면 인생수업 버릴려고 하던 책이었는데 정희진 선생님께서 언급하셔서 깜놀했네요ㅜ 너무 오래 전에 읽었고 저는 정말 재미없었거든요 다시 주섬주섬 담아놨습니다. 재미난 책 많아 보이네요. 하지만 바닥에 깔린 책들이 많아 참겠습니다!^^;

다락방 2023-02-23 16:40   좋아요 1 | URL
버릴려고 하던 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2-23 17:33   좋아요 1 | URL
이런 댓글 보니 더 흥미가 생기는 <인생수업>! ㅋㅋㅋㅋㅋ

은오 2023-02-2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와술 품절도서센터 의뢰완 저거 재밌겠네염

잠자냥 2023-02-24 09:53   좋아요 1 | URL
중고로 종종 올라오던데... 은오 님 괜찮겠니 중고인데 ㅋㅋㅋㅋㅋ

은오 2023-02-24 20:30   좋아요 0 | URL
후후후 그래서 새책으로만 의뢰했어요 ㅋㅋㅋㅋ 중고는 이미 꽤 올라와 있더라고요! 알라딘이 새책을 구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대해봅니다

유부만두 2023-02-2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허세에 함께 낚입니다.
2. 표지엔 검은옷
3. 르카레는 가셨지만 소설은 남아있나봐요.
오, 두 권 짜리네요?! 오예!

잠자냥 2023-02-24 09:55   좋아요 0 | URL
1. 읽고 있는데 재미있지는 않네요;;;;
2. 아 그러네요! ㅋㅋㅋㅋㅋ
3. 이번에 출간된 <실버뷰>가 유작이던데, 미완성 유작이더라고요. 결국 르 카레의 소설가 아들이 마무리한 거 같은데..... 그래서 살짝 안 땡기는 것도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3-02-2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 책방을 가더라도 잠자냥님처럼 다독가의 눈이라야 오~ 이 책! 완전 득템이야! 하며 살 수 있겠구나! 느꼈습니다. 제가 갔다면, 와~ 책 많다!!!!! @.@ 구경만 하고 온다죠ㅋㅋㅋ
중고 책방에서 득템하시는 얘기들도 참 감동입니다. 그리고 책을 알아보는 잠자냥님 눈도 부럽구요.
2 월의 책탑은 여기서 마무리!
3 월의 책탑 또 만나요!👋👋👋

근데 냥이들 보너스 사진은 왜 없나요?ㅜㅜ

잠자냥 2023-02-24 09:57   좋아요 1 | URL
중고책방은 사실 중고로 잘 나오는 책들이 있기 때문에 중고 책방에서 만나기 어려운 책이 나오면 와와와 흥분 상태가 되긴 합니다. ㅎ 그러면서도 아, 역시 어딘가에는 이런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뭐 이런 생각도 들고....
3월의 책탑은 정말 소박하게...........ㅋ

냥이들 보너스 사진은 이제 투비에서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2-2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마도 2월에 산 책은 3월에 만날 수 있겠죠?
책들이 어마어마하네요. 그나저나 잠자냥 님의 인생수업 후기 궁금하네요^^

잠자냥 2023-02-24 09:58   좋아요 0 | URL
저 책들을 열심히 읽고 3월에는 속속 리뷰를 올려야하는데 말입니다. ㅎㅎ
인생수업! 저도 제가 어떤 읽기를 할지 궁금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2-24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생수업> 2010년에 읽었는데,, 그냥 류시화 스타일의 책이라 생각했는데,,
희진 샘이 이 책 추천하셔서 깜짝 놀람요.
지금 다시 읽어보며 다르게 다가올까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죽음과 죽어감에 답하다>는 언젠가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

자냥님 책탑에서 제가 읽은 책이 나오는 기쁨을! 그러나 역시 소설은 아니고, <작가와 술>

잠자냥 2023-02-24 14:21   좋아요 0 | URL
류시화 스타일의 책이란 말씀이 확 와닿는데.....
팔랑팔랑 팔랑귀.... 그래도 한번 읽어보렵니다. ㅎ
저도 <죽음과 죽어감> 이 책은 보관함에 담아뒀어요.
어쩌면 <인생수업>보다 와닿을지도. ㅎㅎㅎㅎ

<작가와 술> 읽으셨군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23-02-2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을 읽고 저, 웃겨 죽는 줄...ㅋㅋ
동족 의식을 느낍니다.^^

잠자냥 2023-02-24 14: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알라딘에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제목일 것 같습니다!

북깨비 2023-02-24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특별히 너를 위해 칸을 만들었노라 🤣🤣🤣 맞습니다 칸은 소듕하니까요. 🫶🏻

잠자냥 2023-02-24 14: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럼요, 책쟁이들한테 책꽂이 한 칸이 얼마나 소중한데요!

공쟝쟝 2023-02-24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쫌만 마셔요 잠자냥냥냥💕 (술 이제 거의 안마시는 훌륭한 쟝쟝올림)

잠자냥 2023-02-25 01:23   좋아요 0 | URL
네….. 아직 먹는 중

독서괭 2023-09-2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야 저 이 글 왜 이제 봤어요? 그럴 줄 알았다고 막 놀렸어야 하는데… 쩝…

잠자냥 2023-09-23 23:23   좋아요 1 | URL
ㅋㅋ 오늘 밀린 숙제합니까?!

독서괭 2023-09-23 23:27   좋아요 0 | URL
잠자냥 육고일기 보다가.. ㅋㅋㅋ

잠자냥 2023-09-23 23:2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밀린 숙제 말고 책을 읽어!!

독서괭 2023-09-23 23:37   좋아요 1 | URL
운동하고 나니 힘들어서 책을 못 읽겠… 숙제가 넘 재밌네요?ㅋㅋㅋㅋ
 
흰옷을 입은 여인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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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방 안 내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거의 매일 같이 외출을 한다.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일주일간 집 안에서 격리할 때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좋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끔은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좀 걷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이 집 안에서만 지낼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리 타인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결국에는 어느 순간 밖으로 나오고 싶을 때가, 다른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은 그런 면에서 지존이라고나 해야 할까. 55년의 생, 아주 짧지도 그렇다고 또 아주 길지도 않은 그 생애 동안 그녀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거의 집 밖을, 아니 어떤 특정한 시기에는 아예 자기 방 밖을 나가지 않았다. 밀리센트라는 이름의, 에밀리에겐 조카뻘이 되는 한 소녀의 눈에 은둔자 에밀리는 이렇게 묘사된다. “어린 소녀의 기억 속 에밀리는 집 밖으로 전혀 외출하지 않는, 붉은 머리에 흰옷을 입은 신비로운 여인이다. 때때로 이층 자신의 방, 반쯤 열린 덧문 사이로 버들과 주리를 줄에 매달아 내려뜨리곤 하던 여인. 이웃집 아이에게 주려고 화덕에서 갓 꺼낸, 따뜻한 생강 빵이 담긴 광주리다.”(<흰옷을 입은 여인>, 12쪽) 무엇이 그토록 그녀, 에밀리 디킨슨을 방 밖으로, 집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녀는 그다지 외롭지 않아 보인다. 늘 자기 영혼을 마주하고 시(詩)를 써내려가기 때문이다. 비록 그 시가 자신의 서랍 안에서 고이 잠들게 될지라도 그녀는 쓰고 또 쓴다.

에밀리 디킨슨, 그 영혼의 기록을 내가 처음 접했던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쩐지 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알아서 ‘세계의 명시(名詩) 100선’ 같은 두꺼운 시집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처음 접했다. 그 시는 너무나도 유명한, “내가 만약 한 애타는 마음을 멈출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라는 구절의 ‘내가 만약 If I can’이라는 시였다. 어린 마음에 보기에 아름답기는 하지만 너무 소녀 감성이라 유치하단 생각과 함께 딱히 좋아하지는 않던 시였다. 그러나 그 시에 그토록 많은 의미가 있을 줄, 그 어린 날의 내가 어찌 알았으랴. 하긴 지금도 에밀리 디킨스의 시 구절구절 담긴 그 생각의 파편들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그럼에도 ‘내가 만약 한 생명의 아픔을 덜고/한 괴로움을 달래주고/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를/다시 둥지에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라는 시구에서 어렴풋이나마 그녀의 고독했던 삶을, 창공을 날아가기엔 너무나도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 다시 둥지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던 그 울새 한 마리가 그녀 자신의 영혼이었음을, 에밀리와 마찬가지로 유폐된 생활, 고독자의 생활, 은둔자의 생활을 기꺼이 찾아나선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고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흰옷을 입은 여인>에서는 두 은둔자이자, 두 아름다운 시인을 만날 수 있다. ‘흰옷을 입은’ 에밀리 디킨슨 그녀와 이 에밀리를 흠모하여 기꺼이 그녀의 일생을 좇아 기록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독특한 한 편의 시이자 전기이자 에세이를 쓴 크리스티앙 보뱅 그가 바로 주인공이다. 어떤 문장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따오기도 했지만 그 문장을 전하는 보뱅의 또 다른 문장과 한데 어우러져 저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조차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날아갈 힘을 얻어 둥지로 무사히 돌아오게 할 정도이다.

보뱅은 에밀리의 어떤 점에 사로잡혔을까. 물론 그녀의 시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가 탄생하게 된 그녀의 삶의 방식, 어느 순간에는 은둔을 자처한 그 맑고 깨끗한, 상처받기 쉬운 영혼에 사로잡혔던 것은 아닐까. 보뱅의 글을 통해 발견한 에밀리의 영혼은 애초부터 상처받기 쉬웠다. 그녀의 부모- 그들은 서로 너무도 다른 사람이라, 아버지의 세상은 돈과 명예, 소음, 계산으로 이루어진 세계였고, 사랑하는 존재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일찌감치 마음에 심각한 결함이 생긴 어머니는 ‘죽음들로 얼룩진 태양 아래’ 딸, 에밀리를 낳는다. 출산을 앞둔 에밀리의 어머니는 방 벽지를 갈면서 방에 생기를 부여하고자 애쓰지만 그것만으론 갓 태어난 딸에게 활짝 열린 삶을 부여하지 못한다. 보뱅은 이 순간 에밀리의 탄생을 이렇게 말한다. “망령들이 에밀리의 요람 위로 몸을 숙이고, 자신들의 말을 받아 적게 될 아이를 바라본다. 부재와 존재 사이에 가로놓인 벽, 그 방심의 벽을 통과하는 빛나는 감수성이 이미 아이에게서 전해져 온다.”(39쪽)  

숫자와 명예로 이루어진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구축하기 위해 바쁜 아버지와 마음이 병들어 침묵하는 어머니 그 사이에서 소녀는 ‘주변 사람들이 저마다 야심을 드러내며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할 때 그 무엇도 되지 않고 이름 없이 죽겠다는 당당한 꿈을 꾼다. 겸손이 그녀의 오만이며, 소멸이 그녀의 승리이다.’(33쪽)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을 남몰래 적어나간다. 시, 태양, 여름, 천국…. 그것들이 전부이다. 그러나 에밀리에게는 “첫 번째 단어로 족하다. 시인은 태양보다 더 순전한 태양을 낳으며, 그들의 여름은 영원히 기울지 않고, 천국은 그들에 의해 그려질 때만 아름다우니까.”(56쪽)

있으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어머니의 부재. 그리고 또한 마찬가지의 의미로 있으나 없는 것과 같은 아버지라는 존재. 그러한 “결핍은 세상의 벽에 뚫린 구멍”이며 에밀리에게 “글쓰기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104쪽) 그중에서도 “시는 글쓰기의 한 양식이기 이전에 그녀의 삶에 방향을 제시”(60쪽) 한다. 그러는 중에도 몇몇 사랑이, 그 뜨거운 열정이 에밀리의 가슴속에 찾아왔다가 덧없이 사라져가고 그 응답받지 못하는, 또는 어느 순간 어긋나 소멸하고 마는 마음은 또 다른 시를 낳는다. 그럼에도 에밀리의 머리엔 “살아생전 천재의 면류관이 씌워지지 않는다. 그녀의 글들은 모두 그녀의 가시 면류관과 함께 머리맡 탁자 서랍 깊숙이 묻혀”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에밀리가 만일 사랑했던 대상 그 누구에게라도 그녀 마음의 크기만큼의 응답을 받았더라면 그토록 고독하게 자신을 유폐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뱅이 기록한 그녀의 생을 좇다보면 결국 에밀리 그녀는 ‘천진하지 못한 삶’에 대한 탐욕스러운 취향을 접어두고 그녀 시의 제목들처럼 고독은 감히 그 깊이를 잴 수 없을지언정(The Loneliness One Dare Not Sound), 그녀 스스로 자기 영혼이 머물 곳을 선택하여(The Soul Selects Her Own Society) 하얗고 안전한 방 안에(Safe in Their Alabaster Chambers) 머물기를 선택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그 고독의, 은둔의 기쁨을 아는 보뱅이었기에 에밀리에게 기꺼이 이 아름다운 헌사의 글을 남겼으리라. 고독의 기쁨, 거기서 나오는 ‘명상의 빛나는 모티브’를 발견할 줄 아는 이 두 시인들, 그들은 분명, 천국을, “불안을 달래 줄 무언가가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장소”(84쪽)인 그 천국을 발견한 사람들이리라. 그리고 하느님은 이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 그래서 늘 이 세상살이에 패하기 마련인 그들을, “그런 그들을 총애해서, 침으로 얼룩진 그 얼굴을”(134~135쪽) 기꺼이 닦아 주실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과 보뱅의 글을 읽고 공명할 또 다른 고독한 당신의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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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3-02-27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키 콜린스 책인 줄 알았는데 궁금해졌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리뷰라뇨.
읽고 싶어지네요.

잠자냥 2023-02-27 10:06   좋아요 1 | URL
네 공교롭게도 윌키 콜린스 작품과 제목이 똑같네요. ㅎㅎ
그러나 아마도 그 느낌은 많이 다르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보뱅의 본 작품은 더 아름다우니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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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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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시인가 전기인가, 아니면 두 시인의 영혼의 고백인가. 보뱅의 펜끝으로 되살려낸 에밀리 디킨슨 그녀의 삶은 처연하도록 고독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눈부시게 아름답다. 디킨슨처럼 고독과 은둔, 시를 사랑하는 보뱅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전기.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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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16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안그래도 이 책 궁금했어요. 별 다섯 접수합니다. ^^

잠자냥 2023-02-16 23:47   좋아요 4 | URL
시인의 삶을 시인이 쓴 한 편의 시입니다!

독서괭 2023-02-17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잠자냥님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담아놨는데.. 디킨슨 시 몰라도 읽는 데 지장 없나요?

잠자냥 2023-02-17 08:36   좋아요 1 | URL
네 지장 없습니다. 그런데 이 책 다 읽고나면 분명 디킨슨의 시가 읽고 싶어집니다.

책먼지 2023-02-17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저 보뱅 성별 빼고 모든 게 맘에 들어요 디킨슨의 가치를 알아봤다?? 심지어 영혼에 공명한다?? 오늘부로 보뱅 사랑하기로 했음요

잠자냥 2023-02-17 10:11   좋아요 2 | URL
보뱅의 글을 읽다 보면 저분은 영혼은 여성의 영혼이 아닌가 싶은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ㅎㅎㅎ

독서괭 2023-02-17 14:25   좋아요 0 | URL
…넹? 보뱅 남자였어요..? 아 그러고보니 이름이 남자이름이네요. 왠지 당연히 여자인 줄 ㅋㅋㅋㅋ

잠자냥 2023-02-17 14: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괭님 당연히 남자인 줄 알고 있는 줄 ㅋㅋㅋㅋㅋ

은오 2023-02-17 2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자냥님을 너무 좋아해서 마음이 아픈데 참 아름답지 않나요 이 사랑?🥹

잠자냥 2023-02-17 23:43   좋아요 4 | URL
너무 누워 있어서 폐활량이 줄어들어 아픈 거예요.

은오 2023-02-17 23:46   좋아요 3 | URL
하... 제 사랑의 고통을 이렇게 곡해하다니ㅜ

그레이스 2023-02-18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뱅 마저 읽어야 하는데...
새책이 추가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