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 이웃들도 나를 아는데, 잠자냥은 잠자냥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체한 것인지.... 웃기고 있다. 2월에는 책을 더 안 사겠다고 호기롭게 소리치고 독서괭 님을 비롯하여 여러 이웃의 비웃음을 샀던 나. 미안하다 실언했다. 또 샀다. 2월 책탑은 소박하다고 소박 운운하더니 그것은 서재에서 소박맞는 소리. 15일 이후 야금야금 산 책탑이.... 이렇다. 그만해 제발 잠자냥! 사 둔 책이나 읽어!
피에르 미숑, <사소한 삶>
여러분 이 책 궁금하지 않습니까? 작년 12월에 출간되었을 때부터 나는 환호하면서 바구니에 담아둔 책이었는데(믿고 읽는 역자 ‘윤진’), 그 몇 달 간 아무도 안 산다..... 100자평도 리뷰도 없다. 민음사에서 그 흔한 서평단에게 책 뿌리기도 안 했는가 보다. 그래서 걍 내가 읽고 써주기로 했다. 피에르 미숑은 국내 초역. 그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신비이자 기적으로 불리며, 프란츠 카프카상 등 전 세계 주요 문학상을 석권한 신화적 존재’라는데 이런 소개보다도 나는 이 책의 첫 문장. ‘나의 허세가 어디서 왔는지 말해 보자.’에 반해서 샀다.... 요즘 읽는 중- 이놈아 이미 이 문장부터가 허세여! ㅋㅋ
크리스티앙 보뱅, <흰옷을 입은 여인>
1984books에서 나오는 보뱅 책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서 나오는책 가볍고 얇고 아무튼 그래서 금방 읽는다. 에밀리 디킨슨을 다룬 보뱅의 글이 넘나 궁금해서 알라딘 배송비 정책이 1만 5천 원 이상 무료 배송으로 바뀌기 전에 냉큼 샀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 한 권만 산 건 아니었지만.... 냉큼 읽고 별 다섯 줬다. 두고두고 또 읽으려고 책장 보뱅 칸에 꽂아두었다. 보뱅아, 너는 유럽 백인 남자이지만 남자 같지 않아서 내 특별히 너의 칸을 마련했노라.
존 르 카레, <오너러블 스쿨보이>
유럽 백인 남자이지만 내가 또 한 칸 살뜰히 마련해서 모시고 있는 존 르 카레. <오너러블 스쿨보이>도 결국 샀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서늘한 첩보물의 대가 르 카레. 다 읽어줘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그 이후의 이야기들- 하핫, 그런데 또 최근 르 카레의 신작이 출간되었더라. <실버뷰> 그것도 곧.... 기다려!
V. S. 나이폴, <비스와스 씨를 위한 집>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가다가 우연히 들른(뻥치지 마! 작정하고 가놓고!) 라딘 중고서점. 아아니, 이것은 심봤다!!! 중고로 올라오길 기다리던 요놈의 책이 집 근처 라딘 중고 책방에 완전 새 책으로 1, 2권이 나란히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1권 값도 안 된 가격으로 득템. 게다가 그날은 2만 원 이상 사면 2천원 할인해준다고 해서 다른 책 한 권도 살포시 구매. 이민자 2세로 어려운 삶을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오마주이자 나이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세밀한 기록-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100대 영문 소설.
엘리자베스 문, <어둠의 속도>
어느 행성에 홀로 남아 사투를 벌이는 70대 할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작품 <잔류인구>를 인상 깊지만 좀 지루하게(지루할 수밖에 없는 설정) 읽었던 터라 이 <어둠의 속도>는 그 강렬하게 지루했던 기억에 살짝 데여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제 그 강렬한 기억이 사뭇 사라졌는가 보다. 이제 읽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네. ‘지구에 태어난 마지막 남은 자폐인’의 이야기- 어쩌면 이 책이 나랑 더 잘 맞을지도.
올리비아 랭, <작가와 술>
공쟝쟝이 절판됐는데 자기는 있다고 자랑했던 이 책! 최근 이 나라에서 소소하게 불고 있는 올리비아 랭 인기(?)에 힘입어 어쩐지 다른 출판사에서 재간행될 것 같아 그걸 기다리기로 했으나.... 하, 요즘 술 마시다 보면 자꾸 이 책이 궁금해지네. 그래서 걍 샀다. 술을 사랑한 작가들의 이야기- 캬, 나는 읽는 내내 또 술 마시겠지. 그나저나 이 책 절판 이후 중고책팔이들은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있던데 그러지 마요. 나 이거 알라딘 중고로 반값에 샀어. 이 사람들아! 아무튼 랭이 나를 술 먹이겠네.
발터 슈미트, <공간의 심리학-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
나는 왜 구석진 자릴 선호하는가! 회사에서 얼마 전 리모델링 이후 자리배치를 다시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구석자리&벽을 등지고 앉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건 당연하잖아요? ㅋㅋㅋㅋ 그럼에도 이 책은 ‘벽을 등질 때 안심되는 이유’, ‘창가 자리가 사랑받는 이유’ 등등 누구나 알 것 같으면서도 심심풀이로 더 정확히 알고 싶은 ‘특정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취하는지, 행동과학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배경을 설명’해준다. 여러분, 이 책 증말 재미나 보이지 않습니까?
슈테판 츠바이크, <프로이트를 위하여>
츠바이크의 전기는 무조건 모두 다 읽어보겠어! 호기롭게 결심. 그중 눈에 띈 책. 츠바이크와 프로이트는 30년 가까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을 정도의 우정을 나눴던 사이. 이 책은 츠바이크가 친구였던 프로이트에 관해 쓴 평전이다. 거기에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까지 모아서 엮었다. 책 받아들고 휘리릭 넘겨봤는데 역시 흥미로워!
지그문트 바우만, <유행의 시대>
<액체근대>와 <쓰레기가 되는 삶들>을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바우만의 새 저작이 나오면 틈틈이 읽어보려고 하고 있다. <유행의 시대>는 단연 흥미로워 보인다. 바우만이 보는 유동하는 현대 사회의 문화- 바우만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 또한 ‘문화는 이미 소비시장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유행에 종속된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자 이제 책장을 펼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읽어보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D. 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약간 응?!하고 깜짝 놀랐다. D. H.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그 D. H. 로렌스가 유럽사를?! 그런데 진짜 그렇다. 이 책은 엄밀해야 할 역사책과 흥미로워야 할 소설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 교육이라는 목적에까지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이희재, <번역전쟁>
제목만 봤을 때는 ‘번역’에 관한 책인가 싶어 그냥 넘겼는데, 최근에 서재에서 어떤 분이 이 책의 몇몇 문장을 소개한 것을 보고 갑자기 궁금증이 확 생겼다. 그러니까 그 문장들만 보고 판단하기로 이 <번역전쟁>은 서구백인남성들의 언어를 이 동양의 지배계층(주로 남성)이 자기들의 언어로 옮기면서 어떤 헤게모니와 이데올로기를 새롭게 탄생시키는지 분석한 책이라고 판단된다. 저자는 “이 세상이 누군가에 의해 번역·해석되고 가공되고 많은 경우 날조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개념도 넓은 뜻의 ‘번역’이라 이름 지었다”고.

찬조출연.... 누워 읽을 때 빛 그림자를 없애주는 라딘 무선 클립 독서등-
아무튼 이제 5일 남은 2월 더는 책을 안 살 자신 있다!!!!!! 그런데 희진쌤이 팟캐스트 2월호에서 언급한 이 책은 좀 궁금하네....<인생수업> 희진쌤이 언급하지 않았으면 영원히 읽을 일 없을 것처럼 생긴 제목과 표지이지만..... 궁금해졌다. 집근처 라딘 중고책방에 있던데....있던데.....
이거 세일즈포인트 올랐던데 역시 알라딘 최고의 영업왕 ㅋㅋ 희진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