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배송받으려고, 그러니까 밤 11시 이전에 받으려고 아침 일찍 주문하면 오후 3-4시쯤에 알라딘에서 신간 알림 문자가 또 날아온다. 근데 그중에 읽고 싶은 책이 또 있어! 미쳐 버려. 며칠 전에 사고 싶은 책 주문하고 났더니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에세이 <세상의 발견> 이 나왔다고 알림이....... 하... 딥빡.... -_- 이렇게 책의 노예가 되어가는 나날들. 3월에도 또 샀다.

참, 어제는 손목 치료 때문에 통증병원 가는 날이었는데, 주사 맞고, 물리 치료 후 전기 및 적외선 치료받으면서 누워 있는데, 나 이후로 물리치료사한테 치료받는 환자가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리치료사랑 대화를 나누며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 물리치료사하고 10분 가까이 같이 있었는데 대화라고는 1도 안 했는데 말이다! 심지어 들어보니 <파묘>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이 또 있네 싶었다. 누워서 들으면서 아 낯선 사람끼리 대화는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생각....

심지어 이날 발목 염증 치료 때문에 주사 맞고 났을 때 간호사가 “아프기는 하세요?” 묻기에 “네” 했더니, “다른 분들은 주사 맞을 때 아프다고 장난 아니거든요. 근데 항상 미동도 없으셔서 안 아프신가 신기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조금 움찔 하시더라고요?” “네, 오늘은 진짜 아팠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다들 주사 맞을 때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그러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뭘 저렇게 호들갑인가 했지..... 주사 맞을 때조차 1도 소리 안 내는 나는 통증병원에서 만난 또 다른 다락방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테스 건티, <우주의 알>
간만에 읽고 싶은 소설 책 등장!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새롭게 ‘환상하는 여자들’이라는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그 첫 번째 권이다. 데뷔 소설로 전미도서상 수상 단숨에 미국 문단의 스타로 떠오른 작가 테스 건티- “쇠락해가는 미국의 가상 도시 바카베일에서 무더운 7월의 한 주 동안 일어나는 기이하면서도 가슴 아프도록 현실적이고 때로는 웃음이 터질 정도로 황당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는데 출판사 소개 글을 보니 확 땡기는 맛




앙드레 지드, <팔뤼드>
지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지드의 이 작품은 궁금하다. 지드의 초기작으로 “그가 엄숙한 종교적 윤리와 철저한 금욕주의에서 막 해방된 시기에 발표한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그나저나 쏜살문고 디자인 예뻐졌는데? 지드 책만 그런 것인가.




배리 로페즈,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투자용으로 샀다. 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이거 리뷰 대회한다~!! 이 책하고 베리 로페즈 또 다른 책 <북극을 꿈꾸다> 둘 중 하나 읽고 리뷰 쓰기.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이 부제인데, <북극>보다는 이 에세이 모음집이 더 끌려서 이걸 읽고 쓰기로. 베리 로페즈는 5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북극을 포함해, 초원, 사막, 섬 등 80여 개 나라를 탐사하면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로페즈 사후인 2022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었는데 출간 직후 <아마존> 베스트 1위에 올랐고, 그해 <뉴욕 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정윤수, <클래식 시대를 듣다>
정희진의 <공부> 3월호를 듣다가 발견한 정윤수. 아, 이번호 게스트에 반했습니다. 이렇게 해박하고 똑똑한데 (내 기준에서는) 포지셔닝까지 훌륭하고 재치 있고 유머러스까지 하다니. 정윤수의 책을 읽고 싶어서 검색하다 보니 (다락방 님 말처럼) 딱히 읽고 싶은 분야는 없던데(게다가 공저가 너무 많았다), 이 클래식 관련 도서는 극찬 일색이기도 하고, 이분 자체가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이 책을 일단 읽어보기로. 아무튼 이런 사람을 보면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멀었어.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 <야망계급론>
부제는 “비과시적 소비의 부상과 새로운 계급의 탄생”- 재미있을 거 같아서 샀는데 그새 읽은 은곰탱이가 3별 준 거 보고 약간 김빠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책은 또 서로 다른 읽기가 가능한 품목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소개 문구만 보면 예전에 읽은 <보보스> 생각나기도.




마크 딩먼, <뇌의 흑역사-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끄아, 이거 진짜 재미나 보인다. 근데 왜 사놓기만 하고 바로 안 읽어? (읽을 책이 밀려서)- 그러니까 이 책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이른바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뇌가 때때로 기묘한 작용을 해서 기이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밝혀주는 책이랄까.



   
한병철, <고통 없는 사회>
한병철 책은 가끔 하나씩 읽으면 언젠가 전작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생각나면 하나씩 추가- 이 책의 부제는 “왜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추방하는가” 고통공포에 포획되어 만성 마취에 빠진 진통사회를 분석한다고.

    


오쓰카 에이지, <감정화하는 사회>
플랫폼 자본주의가 사회와 문학에 초래한 거대한 변화를 ‘감정화’라는 키워드로 분석하는 책. 이 책에서 말하는 ‘감정화’란 좋음과 싫음, 쾌적함과 불쾌함, 감동과 혐오 따위 감정이 판단의 주된 근거가 되는 사태를 뜻한다. 콘텐츠 생산자나 수용자 모두가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즉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점점 더 선호하는 시대. 감정화가 전면화되고 ‘반지성의 쾌락’이 사회 전 영역을 압도하고 있는 현실을 파헤쳐본다고.




실라 피츠패트릭, <아주 짧은 소련사>
러시아 문학을 좋아해서 자주 읽는데 러시아사, 특히 1900년대 역사는 진짜 읽을 때마다 헷갈린다. 이 책은 그래서 한번 정리 차원에서 읽어보자 싶어서 구매. “러시아혁명부터 페레스트로이카까지, 순식간에 사라진 사회주의 실험의 역사적 현장”
    




마이라 맥피어슨,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최근에 읽은 어느 책에서 ‘이지 스톤’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 이지 스톤이 했던 말이나 행동이 꽤 인상 깊어서 이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고 책을 읽던 도중 알라딘에 검색해 보니 이지 스톤 관련 책이 나와 있더라. 20세기 진보 언론의 영웅 이지 스톤의 평전-




아얀 히르시 알리,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
또 선물 받았다... 이 책의 존재는 <난민과 여성 혐오>를 통해 알게 되었고, 흥미로워 보여서 읽을 생각으로 보관함에 담아둔 상태였다. 그런데 다락방이 최근에 샀네? 다락방의 월요 책탑페이퍼에 댓글로 ‘나도 찜해둔 책’이라고 달았는데 달면서도 약간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 1. 다락방이 선물하는 거 아닐까? (아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2. 곰탱이 은바오가 선물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스쳤으나 이 곰탱이가 요즘 알라딘 서재에 잘 들어오지 않기도 하거니와 내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는 건 아닌 듯해서 그냥 댓글을 남겼다. 아 그랬더니................... 잠시 후.


최근 은잠드라마 <언니 얼려도 될까요?> 방영이 드문드문해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특별 방송 나갑니다.


갑자기 서재에 깨알 같이 나타나서 깨알 같이 저 댓글을 보고는 바로 선물........





심지어 책을 들고 문 앞에 나타난 곰탱이.









받지 않는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결국 자기를 보낸다지 않습니까??

휴... 그렇다면 책을 받아야지 곰탱이 따위 받아서 뭐해.... 그래서 받았습니다...



아니 그런데, 다음 날인가요? 밤에 제가 자전거를 타고 한강 한번 돌고 오니 문 앞에 택배- 오잉 벌써 왔어? 하고 택배 상자를 들어보니 뭔가 너무 가벼움?? 이상하다 싶어서 집에 들어와 바로 뜯어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배송료 아까우면 책을 두 권 보내지 말고 스티키 은바오 120매를 보내라고 했더니 스티키만 먼저 왔네요. 알라딘에 난 분명 분리배송 하지 말라고 했는데.... -_- 책은 아직 준비 중.....





그나저나 저 뒤에 보이죠? 카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녀석 요즘 카드 보내는 재미에 빠진 거 같은데 뜯어보니 휴............. 집사2가 가끔 택배 상자 정리하느라 제 택배 상자 뜯어줄 때 있거든요? 이거 집사2가 먼저 뜯어봤으면 약혼자가 누구냐 또 큰일 날 뻔(물론 카드는 안 뜯어봤겠지만 웬 스티키 120매랑 카드만 덜렁 있느냐고 알라딘에서 벌써 서재의 달인 뽑았느냐고 옆에서 봤을 듯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곰탱이가 카드 보내는 목적은 바로 집사2가 보길 바라는 마음이 아닌가 싶군요??

아무튼 제가 말이죠, 구매리스트 공개하지도 않을뿐더러 책 산 거 바로바로 올리지도 않으니까 댓글로 찜해둔 책이다, 이 책 저도 궁금해요! 말하면 바로 선물 보내는 분들이 있는데..... 앞으로는 제 입을(손가락을) 틀어막을 생각입니다. 산책 페이퍼 안 올리다가 올리는 것은 이런 책 샀다고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러니까 선물금지-

아무튼 은오는 잘 있습니다. 요즘 공부하느라 정신없습니다.
잠미새 은곰탱이 전공이 뭔지 아시죠?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잠자냥 공부하느라 정신없어서 서재에는 잘 못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책탑 사진.... 소박하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탱이의 선물 <이슬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마무리는 역시 우리 고양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막내냥이.

며칠 전 제가 연차 내고 집에서 쉴 때 찍은 사진입니다.
아 저 착한 눈, 저 오므린 앞발.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생명체입니다.
제가 이 녀석을 아가, 아가~ 하고 부르는데요,
집사2가 “쟤 올해 네 살 아니야? 언제까지 아가야??” 하기에,
“영원히. 영원히 막내지? 그럼 영원히 아가지!” 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이 녀석 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 꺄하하하하 >_<
금요일에 보면 더 행복하고, 주말에 보면 더 행복한데 주말이다! 꺄하하하하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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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3-22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물리치료사님과 영화 얘기하시는 다락방‘님 놀랍..

저는 <북극을 꿈꾸다>가 더 재밌어보이지만 리뷰는 쓸 수 없으므로 패스~

해러웨이 책 읽느라 너무 힘든데 이런 알콩달콩 이야기는... 흐뭇하네요 ㅋ

잠자냥 2024-03-22 10:13   좋아요 1 | URL
한의사랑 영화 이야기하는 다락방 님도 놀랍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
전 배리 로페즈 저 책 읽어보고 괜찮으면 <북극>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현실 일탈 드라마는 가끔이라도 방영해줘야. 이번 호 정희진의 <공부>에서도 정윤수 씨가 그랬죠. 드라마의 효용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3-2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막내지? 에 집사2가 답변하지 않으셨을 듯 합니다...
근데 사진을 잘 찍어서인가 아직도 아기 아기 하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잠자냥 2024-03-22 10:15   좋아요 1 | URL
헉 어떻게 아셨어요? ㅋㅋㅋㅋㅋㅋ 헐... 그 인간... 육고 다 세상 뜨면 또 키울 생각;;; 하더라고요??;;; 아놔-
다른 애들에 비해서 아기 같기는 해요. 몸도 작고 얼굴 생김새도 그렇고...
밤에 자다가 저 찾는 거도 그렇고 ㅋㅋㅋㅋㅋ(아 왜 옆에서 자는 지 엄마 안 찾고 ㅋㅋㅋ)
햇살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이번 주말 날씨 엄청 따뜻한 거 같더라고요!

독서괭 2024-03-22 15:1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도 영원히 막내라고 장담 못 할 거라 생각 ㅋㅋㅋ

잠자냥 2024-03-22 15: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그래도 그 인간 요즘 길에서 고양이들이 부르면 눈 질끈 감고 잘 도망가긴하던데……😹😹

새파랑 2024-03-22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종류가 너무 다양한거 아닌가요? 잠자냥님 술집에서는 사장님하고 말 많이 하실듯...

잠자냥님의 영원한 막내는 은바오님..

잠자냥 2024-03-22 10:17   좋아요 2 | URL
아닌데 ㅋㅋ 술집에서도 안 합니다~!!
말 거는 술집/카페는 다시 안 갑니다~!!

영원한 막내 은바오 ㅋㅋㅋ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곰탱이한테 일곱번째 고양이 하라고 했어요. 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3-22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리치료사와는 뜨겁네요, 이 정도가 전부인데...
이번에도 어마어마한 책들, <우주의 알>이 궁금하네요.
리뷰 올려주실 거죠?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주문은 했는데 읽을 수 있을지. 투자 대비 실패가 많아서. ㅠ,ㅠ
날로 발전하는 막내의 놀라운 미모와 자태!!

잠자냥 2024-03-22 10:26   좋아요 0 | URL
뜨겁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기가) ˝너무 세요!˝ 도 있습니다 ㅋㅋㅋㅋ
<우주의 알>은 읽기 전이긴 하지만 어쩐지 쓸 거 같아요.
<여기 살아 있는 것....> 저도 아직 한 장도 안 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언제 읽지;;;

아웅 우리 막내 진짜 예뻐요.
이젠 저랑 막 말도 하고(무슨 말인지는 서로 못 알아 듣지만;;) 뽀뽀도 하고.... >_<

stella.K 2024-03-2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윤수의 책 궁금하네요. 근데 언제 나와서 절판된 건가요? 허락도 없이. 광활한 우주에서 찾으면 있으려나요? 🤔

잠자냥 2024-03-22 10: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러게요, 저도 절판이라 우주에서 최상급으로 샀습니다~ 우주점에 좀 있더라고요!

망고 2024-03-2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분 혹시...진짜 다락방님 아닐까요?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3-22 11:16   좋아요 1 | URL
헉!!!!!!!!!!!!!!!!!

잠자냥 2024-03-22 12:00   좋아요 2 | URL
사실 내가 보쓰의 딸입니다.... (아래 다락방 댓글 참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3-22 13:07   좋아요 1 | URL
두분이 벌써 술마셨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4-03-22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 정윤수 장난 아니죠? 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좋아요. 근데 정윤수는 김혜리 기자와의 합이 최고입니다!! 저 정윤수 책 저거 사야겠네요. 저도 우주점 노려봐야겠어요. 물론 정윤수 두 권 사두고 두 권 다 읽지도 않은 저이지만... 한 권 더 늘려서 안읽으면 그래봤자 세 권이니까, 뭐. ㅎㅎㅎㅎㅎ

2. 저는 이 세상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데요 ㅋㅋㅋ 저는 보쓰의 딸과도 같이 술마시고 그러는데 회사 동료가 기절초풍 하더라고요? ㅋㅋㅋㅋ진짜 신기한 사람이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 모두와 친구할 수 있습니다. 위 아 더 월드 ~ 샤라라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의사든 물리치료사든 그게 누구든 다 데려와라, 다 대화터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상대 봐가면서 합니다. 요가쌤 극내향형 같아서 말걸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잠자냥 님의 이 페이퍼 보니까 <우주의 알> 사고싶은데, 책의 표지도 제목도 너무 내 타입 아니라서... 진짜 잠자냥 님 서재에서 본 거 아니라면 쳐다도 안봤을 것 같아요. 흐음. 사볼까요? 아직 이번주에 책 한 권도 안질렀지롱. 근데 만약 오늘 지른다면 땡투가 다 잠자냥 님이닷 ㅋㅋㅋㅋㅋ

4. 근데 은오 님 진짜 이미지 잘 만든다. 나는 저런거 할 줄 모르는데!!

잠자냥 2024-03-22 12:09   좋아요 1 | URL
1, 게스트 나온 사람 중에 의외로 남자 게스트들이 더 좋더라고요? 조현철 감독하고, 이번에 정윤수 이분 진짜 발견입니다. 제가 쌤 매거진 들으면서 빵 터지는 일 없는데(주로 길 걷거나 전철에서 듣기 때문에) 이분 땜에 진짜 빵빵 터지는데 ㅋㅋㅋ 아 근데 너무 똑똑하고 말 잘하고 아니 그리고 소설을 어쩜 그렇게 다 기억을 잘해요? 축구 끊은 지 오래인데(그래도 정윤수가 말하는 선수들은 다 알아들음 ㅋㅋㅋ), 축구마저 다시 보고 싶어지게 만들더라고요. 이 책 우주점에서는 구하기 쉽더라고요.

2. 보쓰의 딸... 사실 그거 나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극내향형이긴 하지만... 다락방 님은 서로 거의 9년째 알고 만나는 거라 이젠 괜찮을 거 같아요.
근데 잘 모르는 사이에 다락방 님이 말 걸면.. 약간.... 에에엥? 이 여자가 왜 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다 제가 또 사회적 가면 쓰고 잘 대화해줄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우주 알> 기다려 봐봐.. 내가 먼저 읽고 리뷰 써줄게 그때 사!!!!!!!!!!

4. 은바오 진짜 저 이미지 보고 깜놀.. 물론 돌아다니는 푸바오 짤 구해와서 책 이미지 합성한 거 같기는 한데..ㅋㅋㅋㅋㅋ
아무튼 삼행시도 잘 써. 잠자냥 100자평 패러디도 잘해... 이미지 합성도 잘해.. 눕기도 잘해... ㅋㅋㅋㅋㅋㅋ 못하는 게 없는 곰탱이.

망고 2024-03-22 12:18   좋아요 1 | URL
보쓰의 딸이랑 어떻게 친해져요? 정말 이해할 수가...ㅋㅋㅋ저는 예전에 보쓰의 딸과 동창이었는데 전혀 내색 안 하고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숨어다녔어요ㅋㅋㅋㅋㅋ다락방님 친화력은 진짜 존경스럽읍니다

잠자냥 2024-03-22 12:29   좋아요 1 | URL
망고는 가서 보스 딸한테 부비부비 가르르릉 purr...purr...purr.... 그럼 친해짐 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3-22 12:35   좋아요 1 | URL
사실 망고도 낯가림 심해서 낯선사람한테 부비부비 못했어요ㅋㅋㅋㅋ

잠자냥 2024-03-22 12:40   좋아요 2 | URL
고양이가 사실 낯선 사람한테 부비부비하는 거 드물긴 하죠....
근데 다락방 고양이로 태어나면 장난아닐 거 같긴 하네요??! ㅋㅋㅋㅋ
저희 집 주변에 길고양이 있는데 젊은 여자 사람만 나타나면 장난 아니게 들이대면서 먹을 거 달라고 졸라대거든요? ㅋㅋㅋㅋ 다락방이 그 고양이 같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3-22 17:34   좋아요 1 | URL
아니 여러분, 제가 낯선 사람한테 부비부비는 안해요. 걍 말만 거는거지. 저는 저한테 부비부비하는 것도 싫어해요. 그렇게 막 친근하진 않아 ㅋㅋ 친절할 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차가운 도시여자라구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3-22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탑에 쌓인 책의 종류가 다양해 읽고 싶은 욕구가 더 생기네요.
제가 한 때, 몸 전체를 돌아가며 물리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병원 침대에 눕는 순간 휴식 같은 꿀잠에 빠졌더랬어요.
그때 자꾸 말 시키는 물리치료사가 그렇게 밉더라고요.

은바오의 속셈~~
잠자냥에게 용돈 아껴가며 자꾸 책 보내다가 결국 미안해 한 잠자냥이 밥 사준다고 만나자고 할 기회를 엿봄!

저의 남편은 20살이 넘은 딸에게 아직도 애기라고 불러요.
아마 할머니 되어도 그렇게 불려질 듯요^^

잠자냥 2024-03-23 22:30   좋아요 2 | URL
앞으로 여러분들이 다양하게 읽고 싶어지도록 더 자극하겠습니다! ㅋㅋㅋㅋ
몸전체를 물리치료!? 많이 아프신 적 있었나 봅니다. 이젠 다 나으셨죠? 저도 허리때문에 물리치료받을 때는 누워있으면 따뜻해서 그런 지 잠이 잘 오더라고요? 근데 진짜 그때 말 걸면 싫을 거 같아요;; 잠 좀 자자!!ㅋㅋㅋ

ㅋㅋㅋ 은바오 속셈! 진짜 그럴듯하네요?!!ㅋㅋㅋㅋㅋ

맞습니다. 한 번 아가는 영원한 아가! ㅋㅋㅋ
페넬로페 님이 반려인분한테 애기 아닌가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3-22 15: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은바오 곰탱이 너무 귀엽군요!! 이런건 받아줘야죠!! ㅋㅋㅋㅋ 공부하느라 바쁜데 몸소 배달을 ㅋㅋㅋㅋㅋ
아니 잠자냥님을 겸허하게 만드는 장윤수님이 뉘십니까? 기억해두어야 겠군요.
막내냥이 미모는 오늘도 샤라랑💕💕💕

잠자냥 2024-03-22 15:25   좋아요 2 | URL
몸소 배달 ㅋㅋㅋㅋㅋ 몸소 배달하고 바로 그날 떡실신 ㅋㅋㅋ🤣
아 정윤수입니다… ㅋㅋㅋㅋㅋㅋ 그 방송을 들어보시면 끄덕끄떡 인정하실 듯!? 경향신문에 10년 동안 칼럼 쓰신 성공회대 교수…. 다락방 증언에 따르면 김혜리 기자 팟캐에서 그렇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신다고 하네요?!

다락방 2024-03-22 17:33   좋아요 1 | URL
정윤수 이미 제가 진작에 반한 분입니다. 저는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데 그 분의 클래식 이야기를 취한듯이 듣게 돼요. 김혜리 기자 팟빵은 그 분 때문에 정기구독 입니다. 다른 코너 안듣는다능 ㅋㅋㅋㅋㅋ 아 그런데 클래식 고전음악방은 끝났어요 ㅠㅠ 이제 안나오시더라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윤수를 돌려달라!!

독서괭 2024-03-22 18:36   좋아요 0 | URL
아 전에 다락방님이 그 방송 좋다고 하셨던 거 기억나요. 그분이 이분이었군요!!

단발머리 2024-03-23 1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관심 가는 책 ‘읽고 싶어요‘로 담아갑니다. 담아만 가서는 안되는데 일단 담아둡니다.
영원한 막내의 미모가 갈수록 번창(?)하네요. 책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은바오랑 경쟁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기는 편 우리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23 21:03   좋아요 1 | URL
담아두신 거 봤습니다~!!
월급 타시면 꼭 사세요!! ㅋㅋㅋㅋㅋ
저희 막내 번창하는 미모만큼 ㅋㅋㅋㅋ 단발머리 님 새로 시작하시는 일도 번창하시길~!!

은오 2024-03-23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새로운 미용실 갈때마다 디자이너 언니랑 n년지기마냥 입터는 은바오한테는 과묵한 잠자냥님 너무 매력적 ㅋㅋㅋㅋㅋ
야망계급론에 보보스 나와요!! 역시...모든걸 아는 잠자냥님... 머싯어...
뇌의 흑역사랑 감정화하는 사회는 좀 재밋어보입니다 잠자냥님이 먼저 읽어주십시오~!!
고통없는사회는 ㅋㅋㅋㅋ 전 자발적으로 잠자냥님을 사랑하면서 고통을 느끼고 있으니 해당x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23 22:35   좋아요 1 | URL
진짜 곰탱이 친화력에선 다락방2세….
전 미용실 선택 기준 말 안 거는 헤어디자이너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말 많이 거는 미용실은 바로 아웃 ㅋㅋㅋㅋㅋ
자발적으로 고통 선택하고 쾌감 느끼는 은바오 뇌도 지금 흑역사 쓰고 있는 거 아닌지….😹😹😹

은오 2024-03-23 22:58   좋아요 1 | URL
친화력만이라도 다락방님2세~!! 영광 ㅋㅋㅋㅋ
아 저같아도 손님이 왔는데 그 손님이 잠자냥님이라면 말 걸고 싶을텐데... 잠자냥님한테 말 못거는 건 고문이다!!😭

흑역사라니요?! 애틋한 사랑의 역사를 쓰고 있읍니다.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03-25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문하고 알라딘 알림 받고 다시 주문하고...^^
그러는거 아니었나요?
저는 자제하면 그담엔 매일 주문하고 있다는!
한병철 잊을만하면 한권씩 출간 소식 오고, 그때마다 구입하는데,,, 얇아도 쉽지 않다는...!
그런데 이 이미지 뭘까 정말 궁금해요!

잠자냥 2024-03-25 14:25   좋아요 1 | URL
우리 같은 책쟁이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알아서 야금야금 이벤트 적립금 주고,
야금야금 곧 소멸된다고 알림(빙자) 협박! ㅋㅋㅋ 거기에 번번이 넘어가는 알라딘 책쟁이들...ㅋㅋㅋㅋㅋㅋㅋㅋ
 

<수치심은 혁명적인 감정이다>를 읽을 때 자연스레 떠오른 책이 한 권 있다. 지난해 읽은 <수치-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Disgrace: Global Reflections on Sexual Violence>(디플롯, 2023)이다. <수치>는 부제가 설명하듯이 인류가 저질러온 온갖 강간의 역사를 훑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수치Disgrace’란 누구의 수치인가? 물론 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의 <수치>는 이토록 유구한 역사 내내 강간을 저질러 온, 저지르고 있는, 그리고 저지를 인류의 민낯을 지적한다는 것을 알 수는 있다. 그런데 모두가, 모든 인간이 그렇게 생각할까? 개중 누군가는 강간당한 피해자의 ‘수치’부터 떠올릴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뇌가 그렇게 작동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수치>에는 강간 피해자가 더 수치심을 느끼는 사례가 여럿 등장한다. 가문의 수치가 되어 명예살인을 당하는 여성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꼭 이렇게 다른 나라의 사례를 가져올 필요도 없다. 이 땅에서도 강간은 피해자의 수치로 환원된다. 그럴 만한 행동을 했기에 강간당했고, 피해자인데도 ‘수치스럽게’ 살아남았기에 더 수치스러운 존재가 된다. 사회에서도 피해자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그렇게 작동한다. 남성지배(사회)에 길들여진 남성들만 강간 피해자를 그런 존재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지정 성별이 여성이면서도 여성 피해자를 수치스러운 존재로 낙인찍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성을 지닌 인간이라면 한번 생각해보자. 성폭력 피해자가 수치스러워해야 할 일인가 아니면 가해자가 수치스러워해야 할 일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범죄에서 가해자가 수치스러워 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왜 실제 사회에서는 그것이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피해자의 수치스러움을 강요하고, 그것이 내면화되기 때문에 강간은 은폐되고 <수치>에서 보듯이 결코 뿌리 뽑히지 않는-뽑을 수 없는 만국공통의 범죄가 되고 만다.

<수치심은 혁명적인 감정이다>는 이렇게 ‘피해자의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는 수치심의 뿌리를 찾아 나선다. 수치심은 부정적 감정이다. 결코 긍정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수치심과 가까운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끄러움이나 그와 비슷한 자괴감, 창피함, 모욕, 망신, 치욕 등도 모두 그렇다. 하나같이 빨리 털어버리거나 극복해야 할 감정으로 취급된다. 대부분은 가해자, 또는 힘 있는 자들의 감정이기보다는 피해자나 약자의 감정에 속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또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성폭력 피해자뿐만이 아니다. 부자라는 이들이 가난한 이를 멸시하며 손가락질 할 때 가난한 사람이 수치를 느끼는 것이 온당한가? 그런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인가? 덜 가진 사람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수치를 느껴야 함이 옳지 않은가? 노동자는? 장애인은? 성소수자는? 사회에서 곧잘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람이 수치를 느껴야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혐오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수치를 느껴야하는 것이 옳은가? 저마다 자기 과시에 안달이 난 사회에서 염치를 알고 그 과시를 숨길 줄 아는 사람의 수치가 과연 부끄러운 감정일까?

프레데리크 그로는 수치심이 사회적 멸시를 내면화한 결과임을 지적한다. 부자의 교만함과 무례한 오만, 혐오를 담은 비웃음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런 말을 남긴다. “내가 형편없는 건 사실이야. 사람들이 나를 배려하지 않는 건 당연해.”(<수치심은 혁명적인 감정이다>, 62쪽) 타인의 멸시가 자기멸시로 바뀐 것이다. 자식들 앞에서 멸시당하는 계층에 속한다고 느끼고, 상사의 모욕을 견뎌야 하는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 내면화되어 그래도 마땅한 감정(존재)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이 수치심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세 가지 태도에는 ‘멸시’와 ‘분노’, ‘극복할 수 없는 혐오’가 있다. 한마디로 ‘비참하고 비열하고 불결해지거나 그렇다고 느끼는 것, 그런 감정이 바로 수치심이다.’(88쪽)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수치심은 이렇게만 작동하지 않는다. 패륜이거나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우리는 종종 수치도 모르는 자라거나 부끄러운 줄 알라거나, 창피한 줄 알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이럴 때 수치는 사회적이면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이때의 수치는 인간으로서 지녀 마땅한 하나의 윤리이다.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알고 있는 수치심의 긍정적인 면모이다. 실제로 수치심은 여러 면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수치심이 “정지시키고 한계 짓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그로가 지적하듯이 파렴치한 행동은 조심성의 부재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을 과시한다. 학위들, 인성, 성공, 사생활, 몸을 과시한다. 그러나 이때 수치심이 문득 고개를 들면 일단 정지, 이 선을 넘으면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feat. 눈물셀카 보내놓고 수치스러워하는 은바오). 또한 인간은 “수치심 때문에 악을 행하는 걸, 불의를 저지르는 걸 멈출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아이도스(Aidos)라는 개념을 중심에 둔 그리스 윤리의 비밀(153쪽)이다.

저자는 말한다. “도덕적 추락이란 자기 자신을 과신하는 것”이라고. “이 자만은 한계 없는 그늘의 세계를 연다. 허영심, 착각, 말과 행동 사이의, 원칙과 행동 사이의 괴리” 등. 그러나 “수치심은 행동하겠다고 떠벌리기보다는 행동하게 만든다. 수치심은 실제로 공정하고 공손하고 진지해지게 한다. 우리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하려고 지치도록 애쓰기보다는.”(158쪽). 나는 그로의 수치심에 대한 이 정의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수치심보다 더 내밀한 감정은 없다. 그리고 그 내밀함은 “타인들의 존재가 종횡무진 누비며 흔적을 남긴 내밀함”(67쪽)일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인간은 대중 앞에서만 수치심을 느낄 줄 아는 존재일까? 그로가 사르트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듯이 나 또한 그렇다. 수치심은 자기 내면 안에서 스스로 작동하는 눈이다. 보이지 않는 자기 감시의 눈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은 “나를 깨어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것은 “도덕적 의식”이며 칸트가 말했듯이 이 눈은 “나를 관찰하고, 나를 위협하고, 나를 제압하는 판관”과(70~71쪽) 같다. 또 플라톤이 말했듯이 수치심은 “함께 살아가기를 가능하게 만들고, 지혜를 요악하고, 용기를” 줄 수도 있다(160쪽). 때문에 인간이라면 자가 정서로서의 아이도스를 갖출 필요가 있다. 즉 “나는 나 자신과 윤리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기적 훈련으로 내 안에 그것을 기르고, 반복된 정신적 경험으로 양분”(166쪽)을 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마땅히 수치를 알아야 할 자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이다. 부자들은 염치가 없고 어느 곳에서나 약자를 향한 혐오와 조롱이 판을 친다. 그리고 그런 자들일수록 혐오할 권리를 당당히 외친다. 권력과 부의 분배체계, 학교나 법원 같은 공공기관, 때로는 심지어 “지배자”의 거만한 눈길을 옹호하는 가상의 “학문”(인종, 성, 계층 간의 불평등에 대한 학문)이 부추기는 열등의식 조작(200쪽) 등으로 약자들이 도리어 수치심을 내면화하고 그것을 떨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은 수치가 ‘개인적 특성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시기, 지리적 장소, 무수히 많은 권력의 제도적 체제에 깊이 뿌리박힌 사회적 감정’이기에 ‘젠더와 인종, 민족성, 종교, 성적 지향, 연령, 세대를 포함하여 다양한 교차적 자아들을 통해 굴절된’, 그리하여 수치는 ‘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 식민주의, 경제적 불평등을 포함하여 지배의 관계들을 통해 심어지기 때문에 불균등하게 분배된’ 것이라는, ‘그래서 사회적으로 소수화된 집단 속에서는 유독 강한 감정’(<수치>, 64~65쪽)으로 자리 잡는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약자들은 이렇게 수치를 내면화한 채 씁쓸함을 껴안고 침묵하고 살아야 하는가? 프레데리크 그로는 수치심에는 앞서 말했듯이 분노의 감정도 수반됨을 잊지 않는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수치심의 뿌리를 ‘투모스thumos(심장, 마음)’에 두었는데, 이것은 감정적인 방식이라기보다는 역동적인 방식으로 뜨거운 열정,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에너지, 실존의 연료이다. 투모스에 뿌리를 둔 수치심은 그리스인들에게는 분노의 자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의 분노는 “우리를 향한 또는 우리 가족을 향한 공개적 멸시, 부당한 멸시를 마주하고 공개적 복수를 바라는 비통한 욕구.”(241쪽)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 책에서 저자가 인용한 프리모 레비의 “인간으로서의 수치심”이자 “세상을 향한 수치심”이다. 또한 이것은 더 나아가 세상의 권력을 지닌 “지배자”들의 명령에 불복종할 힘이기도 하다. “수치심을 가쳐야 할 건 우리가 아니라 바로 너희들!”이라는 분노 말이다. 그리고 또한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이 성적 학대를 겪는다는 사실이 수치”라는, “다른 젠더와 섹슈얼리티, 인종, 민족, 계급, 카스트, 종교, 나이, 세대, 신체 유형,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성적 위해를 별것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수치”라는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알리는 사람들을 믿어주지 않기 일쑤인 법 집행자들이 수치”라는, “권력을 휘둘러 성적 피해를 입히는 권력자들이 수치”(<수치>, 23~24쪽)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감정으로만 생각했던 수치심의 혁명적인 면모를 이 책은 뜨겁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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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3-05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자주 보여~~
아직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수치나 수치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겪은 수치심을 글로 쓴다면 양이 많을거예요.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가서 그렇지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엄청나요^^
꼭 성적인 것을 떠나서도요.

잠자냥 2024-03-05 17:43   좋아요 2 | URL
두 권 다 강추입니다~!! 물론 두 권 모두 강간 관련 부분 읽다 보면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지긴 합니다…. -.-

독서괭 2024-03-05 1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 책 리뷰 쓰실 줄 알았어요!! 책에 매우 공감하고 또 수치를 모르는 자들에게 분노하는 잠자냥님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수치를 알자 인간들이여… 눈물셀카 보낸 은바오 빼고…

잠자냥 2024-03-05 22:34   좋아요 3 | URL
아니 회장님 제 마음 염탐하시나요?🤣🤣 아무튼 은바오에게 그만 수치스러워하라고 전해줄게요. ㅋㅋㅋㅋ

건수하 2024-03-05 18: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치심은 행동하겠다고 떠벌리기보다는 행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제가 3월 계획을 쓰지 않았습니다. 행동할 지는 모르지만 떠벌리지 않으려고 ...

잠자냥 2024-03-05 22:32   좋아요 3 | URL
아니 그걸 또 그렇게 핑계거리로 삼나요?! 건수하 님은 수치를 조금 없앱시다~!!

건수하 2024-03-06 10:17   좋아요 1 | URL
ㅋㅋㅋ

망고 2024-03-05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은바오님 당당해집시다 눈물셀카는 수치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잠자냥 2024-03-05 20:21   좋아요 3 | URL
수치스럽다면서 내가 이쁘다고 했다고 자꾸 계속 보여주는데 어떡하죠?!🙄

망고 2024-03-05 20:37   좋아요 3 | URL
지속적으로...눈물셀카를요?.....그...그건 좀....쉴드 불가인데....🤣

잠자냥 2024-03-05 21:11   좋아요 2 | URL
아니 그건 아니고 전에 찍은 그걸 자꾸 보여줍니다~!! 🤣🤣🤣

망고 2024-03-05 21:14   좋아요 2 | URL
그건 좀 귀여운데요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05 22:31   좋아요 2 | URL
막 자꾸 저장하라고 강요해요….🙄

은오 2024-03-06 20:50   좋아요 1 | URL
은바오가 또 보여줘서 본 횟수 vs 잠자냥님이 보고싶어서 혼자 다시 본 횟수

잠자냥 2024-03-06 21:16   좋아요 0 | URL
28 vs 2

은오 2024-03-06 21:28   좋아요 0 | URL
엥? 잠자냥님 코가 길어졌읍니다~!!
5대10 예상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06 21:37   좋아요 2 | URL
나 코 없어😺 이거 봐

은오 2024-03-07 22:17   좋아요 1 | URL
귀여운 잠자냥님....

은오 2024-03-06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잠자냥님의 글을 읽고 성장한 은바오

은오 2024-03-06 20:54   좋아요 1 | URL
1년전의 저를 되돌아보니....아 수치ㅠ 완전 진심입니다~!! 잠자냥님을 만나 성장했다!

잠자냥 2024-03-07 08:58   좋아요 1 | URL
뭘 성장해 종일 뒹굴대면서~!! 🤣🤣
아 목소리는 2주 전보다 성장했읍니다~!!

은오 2024-03-06 21:29   좋아요 1 | URL
오늘도 성장한 목소리였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헐 진짜 성장했나...

잠자냥 2024-03-06 21:36   좋아요 1 | URL
ㅇㅇ 지금도 성장기 어린이🐼

다락방 2024-03-07 0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인셀 테러> 읽으면서 왔는데요, 거기에는 페미니스트 여성드에게 협박 디엠이나 메일, 트윗을 보내는 남자들이 계속 등장하거든요. ‘나는 오늘 너를 강간할거야‘ 이런 거 써서요. 그거 보면서 생각했어요. 자신이 저런 말을 했다는 사실, 저런 글을 썼다는 사실을 도대체 부끄러워서 어떻게 견디는거지? 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부끄러움을 ‘알았다면‘, 수치를 알았다면 그럴 말을 내뱉지도 그런 글을 쓰지도 않았겠지요. 저는 지금 당장 그들이 주변의 다른 남자들과 함께 있는 분위기에 휩쓸려 강간 협박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말한 자신이 일년뒤에도 십년뒤에도 자신이라는 사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이 반드시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은 안하겠죠. 십년 뒤에도, 이십년 뒤에도 후회하지 않을까요? 그때도 여전히 그냥 그렇게 살고 있을까요? 수치를 모르는 채로?

잠자냥 2024-03-07 10:51   좋아요 2 | URL
왜 그러고 산답니까? 나원참... 에휴. 수치를 알았다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표 떨어지면 여성혐오팔이 시작하는 이준석이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03-1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오지심이 생각납니다.
이 책 장바구니로!
읽을 책 많지만 제목이 앞 순서에 놓게 하네요.
 

엥? 2월 산책을 올리지 않았어!!!!?!! 그리고 3월이 왔다. 오늘은 삼일절. 3일 연휴를 기념하면서 어제 급박하게 산 책 포함해서(생각으로는 3일 내내 침대에 누워 책만 읽을 것 같지만......과연??), 2월에 샀는데 언급하지 않고 지나간 책들 위주로 올려본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2월에 산책 정리 하지 않은 이유 : 인간들을(가족 포함) 너무 많이 만나서 정신적 여유가 없어짐->스트레스 해소로 책 지름->하도 많이 질러서 사진 찍고 정리할 의욕 상실->그냥 지나감(2월에 구매한 책 중 이 페이퍼에서도 언급 안 하고 지나가는 책 여전히 있음)....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영화의 이론 - 물리적 현실의 구원>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책을 샀다!! 3월에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산책 페이퍼를 쓰는 이유는 98%가 이 책 때문이다.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나오자마자 갖고 싶었는데 책값이 너무 비싸서 하...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 3일 연휴를 기념으로(엥?) 질렀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문화비평가, 영화이론가, 소설가인 천재 지식인이자 탁월한 에세이스트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의 대표작!!! 꺄ㅎ하하하하하하학켘 책도 넘나 아름다움. 두고두고 자손대대로(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겠습니다~!!


 


샹탈 자케,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

이것도 너무 급박하게 읽고 싶어서 어제 샀다. 미리보기로 몇 장만 읽어도 넘나 재밌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계급횡단자들’이란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이른바 ‘개천에서 용난 자’라고나 할까. 샹탈 자케는 프랑스사회에서의 계급횡단(재생산)이 가능한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양한 사례 예컨대 스탕달의 <적과 흑>이나 리처드 라이트의 <흑인 소년> 같은 문학작품을 비롯해 아니 에르노, 디디에 에리봉, 리처드 호가트의 작품과 같은 사회 전기형 자서전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프레데리크 그로, <수치심은 혁명적 감정이다>

이것도222 너무 급박하게 읽고 싶어서 구매. 사람들은 대개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은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꼭 필요한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물론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을 때).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에 동의하는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


 


마사 누스바움, <혐오와 수치심>

그래서 이것도 샀다.........





필리프 데캉 외, <마니에르 드 부아르 13호- 언어는 권력이다>

오랜만에 마니에르 드 부아르 구매. <언어는 권력이다> 이 제호를 보고 사지 않을 수가 없구나. “고사 위기에 처한 언어들, 일본 언어에 숨은 ‘복종 사회’, 영어의 습격을 받는 유럽의 언어들, 엘리트 계급의 자발적 복종, 단일언어주의가 치러야 할 대가” 등등 목차만 봐도 모든 글이 흥미롭다. 이번 호는 바로 다 읽을 듯.


 


케이트 맨, <다운 걸-여성혐오의 논리>

최근에 어떤 책 읽다가 이걸 읽어야겠다 싶어서 샀는데 정작 그 어떤 책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기이한 현상... 아무튼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여성혐오란 무엇이고, 누가 여성혐오자인지, 그 기원은 어디이며 어떤 위력을 전파하며 어떻게 존속하는지 밝히는 본격 ‘여성혐오misogyny’ 분석 철학서.


 


김보라, <아비 바르부르크>

아비 바르부르크를 좀 많이 알고 싶은데 때마침 이론총서가 나왔다. 이론을 요약한 책을 읽느니 맨땅에 헤딩하기라도 애초부터 원전을 읽자 주의이긴 한데, 이 책은 아비 부르크의 이런저런 책을 접하기 전에 읽기 용도로 좋았다.


 


폴 프라이, <문학이론>

‘예일대학 최고의 명강의 오픈예일코스’라는 부제 때문에 사기 싫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이런 부제나 홍보 문구 붙으면 도리어 흥미 반감되는 사람.....) 결국 궁금해서 구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어떻게 문학을 이해할 것인가? 문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해석과 읽기, 텍스트와 구조, 저자(독자)와 심리, 사회적 맥락이라는 네 가지 큰 주제로 20세기 이후 문학이론의 주요 흐름을 살펴본다. 문학 수업 받듯이 읽겠습니다.


 


김우창, <궁핍한 시대의 시인>

저 미국에 폴 프라이가 있다면 한국에는 김우창. 현재 한국 문학 비평계 아이돌이 신형철이라면 나에겐 김우창. 영원히 김우창. 아무튼 김우창의 이 전집 시리즈는 한 권씩 읽으면서 다 모으는 게 궁극의 목표. 근데 읽지 않으면서 사기만 하면 안 됨!


 


아닐 아난타스와미,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뇌과학이 밝힌 인간 자아의 8가지 그림자>

자아란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알츠하이머, 조현병, 이인증, 자폐스펙트럼장애, 유체이탈 등 8편의 이야기로 들여다보는 이상하고 놀라운 ‘자아’ 대 탐험!


 


낸시 프레이저.악셀 호네트, <분배냐 인정이냐?>

악셀 호네트 선집 2권인 이 책을 마련함으로써 일단 악셀 호네트 선집은 다 구비. 그러니까 읽어볼까? 이 책은 낸시 프레이저랑 악셀 호네트가 서로 현대 사회가 분배냐 인정이냐 이 시대의 정의는 대체 무엇이냐 베틀을 벌이는 것이라 더 재미날 듯.


 


슬라보예 지젝, 가라타니 고진. <유토피아>

지젝과 고진의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으니까 개꿀....


 


애널리 뉴위츠,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아주 오래전 꼬꼬마 때 누가 꿈을 물어보면 고고학자요! 라고 말한 적이 한동안 있었다. 뭘 안다구 ㅋㅋㅋㅋㅋㅋㅋ 넌 씻지 못해서 못 견딜걸?! 아무튼 아마도 <인디아나 존스> <구니스> 탓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생긴 호기심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이런 책 좋아한다. 한때 융성했으나 기이하게 사라져버린 도시 멸망 대 탐사!



 

르네 지라르,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들도 나의 관심을 끈다. 신화와 성서에 나오는 폭력을 비교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희생양' 메커니즘의 정체를 분석하는 책- 표지부터 매우 흥미로워 보임.


 


레슬리 제이미슨, <리커버링- 중독에서 회복까지 그 여정의 기록>

나 스스로 알코올중독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들 글을 읽을 필요가 있는데.... 읽어도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게 문제. 작가 자신의 알코올중독 경험과 회복의 과정을 전면에 내세운 자전적 회고록으로 알코올중독으로 잘 알려진 천재 작가들의 삶에 대한 낭만화, 중독은 질병인가 범죄인가 하는 사법적 판단의 역사, 알코올중독과 성적·인종적 차별의 관계와 사회정책, 중독을 주제로 수행된 과학 연구의 맹점 등 다양한 지점을 사유- 근데 이런 책 읽으면 술이 더 땡기...........던데.


 


슈테판 츠바이크,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이거 재미있다고 소문났더라고요? 츠바이크랑 (기이한 인물) 발자크가 만났으니 재미나지 않을 수가.


 


찬쉐, <격정세계>

읽고 별 다섯 주기는 했는데 시종 좀 촌스럽기는 했다(특히 대사 같은 것들). 그리고 어떤 분이 지적했듯이 독서클럽 멤버들이 기승전 사랑(섹스)로 흐르는 게 약간 허허허. 그 독서클럽은 짝짓기 클럽인가효? 막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문학을(또는 한 권의 책을) 열정적으로 읽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것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다만 거의 모든 로맨스가 이성애 귀결이라 중국(인)이라는 한계인가 찬쉐의 한계인가 싶기도(완벽하게 별 5는 아니라고 덧붙이고 싶었음).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신을 죽인 여자들>

마을 공터에서 온몸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된다. 추리소설인 데다가 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대표작이라고 해서 와우! 재미나겠다!!! 당장 읽어!!! 설 연휴 시작 전에 샀는데 아직 안 읽었음;;; ㅋㅋㅋㅋㅋㅋ


 


케빈 윌슨, <신경 좀 꺼줄래>

표지가 강렬해서 인상 깊었던 책인데, 재미있을까 없을까 망설이던 참에 폴스타프 님 리뷰 보고 구매.


 


내가 나를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ㅋㅋㅋ(<분배냐 인정이냐> 책탑에서 빠졌네...)



아 그리고 선물받았다. 곰탱이가 벌써 자기 책장 포화상태인지 나한테 책을 보냄. “나 이거 샀어!” 라고 거절했더니(책값은 비싸고 궁금은 해서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던 상태이긴 함) 아니 또 거짓말은 어떻게 알아가지고.... 받으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카렐 차페크, <외경 이야기들>

차페크 단편집으로 그가 편집자로 근무하던 일간지와 잡지에 1920년부터 1938년에 걸쳐 연재했던 작품들을 묶은 것이다. 곰탱이의 사랑으로 차페크를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산책 페이퍼에서도 계속되는 깨알 드라마.....


3월에는 책 더 안 사...............아니다 부질없다 이런 소리..........


 


모두 즐거운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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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3-01 14: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월 산책 올리지 않은 이유: 은바오 생축 이벤트 하느라.

잠자냥 2024-03-01 14:40   좋아요 4 | URL
아……🤯

독서괭 2024-03-01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니스 저도 좋아했는데 ㅋㅋㅋ 반갑 ㅋㅋㅋ
잠자냥님 책탑 옆에 제가 산 책 올려놓고 찍으면 잼나겠네요.. ㅋㅋ
은오님께는 거짓말도 안 통하네요. 다 꿰뚫어 본다!! 3월 열심히 읽으셔야겠어요. 지금도 충분히 읽고 계시지만.. 사는 속도를 못 따라감 ㅎㅎ

잠자냥 2024-03-01 17:52   좋아요 4 | URL
구니스가 뭐죠?! *웅성웅성 9N년생*
아 징짜 거짓말도 안 먹히는 그 곰탱이~!! ㅋㅋㅋ
휴 진짜 빨리 읽고 처분할 건 처분해야 합니다. 제 방에 지금 책탑 쌓이고 알라딘 상자 올 때마다 집사2가…. “너의 알라딘 또 오셨다” 운운…😹

페크pek0501 2024-03-01 1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 들어 저도 구매한 책이 많았는데 잠자냥께 졌습니다. 제가 졌거든요..ㅋㅋ^^

2024-03-01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4-03-01 19:4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책 사는 데 저도 패배자이고 싶습니다~!! 🤣🤣🤣

얄라알라 2024-03-01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우우우~~~~3월 첫날 올리신 페이퍼, 책탑의 위용이라니!!!!

근데 꼬꼬마 때 꿈이 고고학자셨어요?^^ 잠자냥님이 학교에 계셨으면 팬덤 생겼으리라 장담.

하나같이 책이 다 묵직합니다. 요새는 동네 도서관에서 30000넘는 책은 고가라고 안 사주거든요. 그런데 30000밑의 책을 더 찾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아비 바르부르크..^^ 저도 신간 소개에서 처음 접해보는 이름이어서 신청해놨는데^^ 잠자냥님이 페이퍼는 먼저 올리실듯!

잠자냥 2024-03-01 19:43   좋아요 2 | URL
2월에 산 것도 조금 포함되긴 했습니다만…. 미쳤나 봅니다!!! ㅋㅋㅋ
중학교 1학년 즈음에는 셰계사 같은 걸 좋아해서 역사학자 고고학자가 꿈이긴 했습니다.

요즘 책값 비싸긴하죠…. ㅠㅠ 사는 사람 입장으로는 비싸고 파는 사람 입장에선 남는 게 없는 장사 🤣🤣🤣

은오 2024-03-01 23:06   좋아요 2 | URL
역알못 은바오 반하는 소리 들리시나요?????

잠자냥 2024-03-01 23:16   좋아요 2 | URL
바보 곰탱….🐼

페넬로페 2024-03-01 1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은오와 잠자냥의 사랑은 옹냥옹냥 계속되고 있군요.
보기에도 흐뭇합니다.
영화의 이론, 희망도서 신청했어요^^
츠바이크의 평전, 지금 두 권을 동시에 읽고 있는데 역시나 입니다^^
야옹이는 막내인가요?

잠자냥 2024-03-01 19:44   좋아요 3 | URL
보기에 흐믓 ㅋㅋㅋㅋㅋ 이러니 은오가 페넬로페 님 좋아하죠. ㅋㅋㅋㅋ
츠바이크 평전 두 권을 동시에!!🙀

네 막내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3-01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어질어질…

은오 2024-03-01 22:56   좋아요 2 | URL
어질어질...22
차오르는 결혼욕구....

잠자냥 2024-03-01 23:17   좋아요 1 | URL
책탑 쌓는데 집사2한테 들킬까 봐 어질어질…33

달자 2024-03-01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이 책을 마침 이태리 폼페이에 관광하러 갔을 떄 가지고 갔던 책이여서 관광 전 후로 저 책의 폼페이 챕터를 읽으니 너무너무 재밌더라구요... 잠자냥님 즐거운 독서 하시길!

잠자냥 2024-03-01 23:18   좋아요 1 | URL
우앙 그 말씀 들으니 더 기대됩니다~!!

책읽는나무 2024-03-01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스는 핑계고 분명히 뽀나스를 듬뿍 받은 게 틀림없을 것이다!
또 무한 잠자냥 생각, 생각!!!!🤔🤔
다락방 님 책탑 안 본지가 좀 된 듯한데 여기서 다락방스러운 책탑을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
그나저나 저 위대한 책들은 어떻게 알고 계셨던 건지? 읽지 않고 책장에 보관만 한대도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은오 님의 통찰력은 어디가 끝인 걸까? 또 생각 생각....🤔🤔🤔
신비롭네요.ㅋㅋㅋ



잠자냥 2024-03-02 00: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무한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
뽀나스 ㅠㅠ 보너스 받고 싶어요. 보너스는커녕 올해 연봉 인상 동결 ㅋㅋㅋㅋ(작년 종잇값 넘 오르고 책 판매는 제자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저를 먹여살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신간 계속 훑어보면 됩니다~!!

페넬로페 2024-03-03 17:11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출판사 알려주시면 우리가 책 살께요.
그러면 월급 올라갑니다^^

잠자냥 2024-03-03 17:48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이미 다들 제게 월급 주시고 계십니다~!! ㅋㅋㅋ 저에게 월급을 주는 제 이웃분들 🙆🏻‍♀️💕

은오 2024-03-01 2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헐 이제 책탑 안올라오는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아쉬웠는데 올라오니 반가운 책탑! >.<
진짜 이번 책탑은 유난히 더....어질어질....어지러운만큼 차오르는 결혼욕구....
하....이런 책 읽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이런 책 읽는 사람 이세상에 잠자냥님밖에 없을듯 고로 잠자냥님이랑 결혼해야함
다 너무 어려워보여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읍니다.. 아비 바르부르크는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군요 어떤인간이길래 잠자냥님이 “좀 많이 알고 싶”다고 하시는지??????? 너무 질투납니다ㅡㅡ
그냥 1번책 잠자냥님이 너무 좋아하시는게 귀엽곸ㅋㅋㅋㅋㅋ
셀프수치심 너무 자주느껴서 수치스러울때마다 뇌를 도려내고싶은 은바오...는 수치심이 싫읍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01 23:22   좋아요 3 | URL
엥 책탑 기다렸나요? 울집에 다 있고 개봉 같이해서 다 알면서 연기는…🤣🤣🤣

수치를 아는 은바오 🙆🏻‍♀️💕

책읽는나무 2024-03-02 09:18   좋아요 2 | URL
저도 어젯밤 수치스러움에 몸을 떨며 잠들었다는....ㅋㅋㅋ
그래도 은오 님은 해볼만 합니다.
잠자냥 님과 결혼만 한다면 이 모든 책을 다 읽어볼 날들이 넘 많아.....^^
전 늙어서 좀 틀린 것 같네요.
저도 은오 님처럼 좀 젊었을 때 잠자냥 님 만날 걸 그랬어요.ㅋㅋㅋ

은오 2024-03-03 17:30   좋아요 2 | URL
20대에 잠자냥님을 만난건 행운....>.<💕

잠자냥 2024-03-03 17:49   좋아요 1 | URL
고통의…🤣

moonnight 2024-03-02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최근에 구입하고 뿌듯해하고 있어서 반갑습니다^^ 리커버링은 놀랍게도(잠자냥님 어려운 목록에 겹치는 게 있다니 @_@;) 저도 읽은 책이에요. (저 역시 중독..)

잠자냥 2024-03-03 09:39   좋아요 1 | URL
리커버링 읽으셨군요! 생각보다 두까워서 아직 못 펼쳤어요. ㅋㅋㅋㅋ 어려운 책 목록이긴요. 다들 읽으시는 책 목록!!

coolcat329 2024-03-02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이젠 비문학 도서를 압도적으로 많이 읽으시네요. 책들이 다 고급지고 수준이 높아보여요. 😅
<문학이론>은 도서관에서 훑어봤는데 저에겐 어렵더라구요.
<신을 죽인 여자들> 재미있을 거 같아요.
발자크 평전은 정말 너무 재밌습니다. 저 책 개정판으로 멋지게 양장본으로 나오면 꼭 사고 싶어요.
김우창이란 분도 궁금하고 <혐오와 수치심>도 책이 좋아보입니다.
르네 지라르 책도 강렬하구요.
근데 책 구매로 집사2 눈치는 이제 안 보시나요?

잠자냥 2024-03-03 09:41   좋아요 0 | URL
발자크 평전 진짜 재밌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기대됩니다.
책 구매 눈치 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봅니다. 집사2 없을 시간에 배송 오게 선택해도 영… ㅋㅋㅋㅋ 거의 늘 집사2가 택배 상자 들고 오면서 “너의 알라딘 또 오셨다!“ 라고 합니다… 🤣🤣

은오 2024-03-03 17:31   좋아요 1 | URL
저랑 결혼하면 눈치보지 않으셔도 될텐데......

잠자냥 2024-03-03 17:49   좋아요 0 | URL
그냥 눈치 보며 살렵니다~!!

다락방 2024-03-03 21:25   좋아요 1 | URL
너의 알라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3-03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살 시간도 없었던 저는 이 페이퍼를 보며 하염없이 부러워합니다. 아 부러워하면 안되는건가? ㅋㅋㅋ 오늘 책탑 진짜 엄청나게 근사하네요. 책탑도 잠자냥 님 닮아서 지적입니다..

잠자냥 2024-03-03 17:50   좋아요 0 | URL
책 살 시간은 있던 거 같던데….?🙄🤣🤣🤣

새파랑 2024-03-03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책탑에 소설이 너무 없는것 같습니다. 이제 더이상 살 책이 없는것인 걸까요? 책탑 목록중에 저에게 땡기는게 없네요ㅡㅡ but 최근 책탑중에 가장 높은 탑인거 같습니다~!!

잠자냥 2024-03-03 17:5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제가… 소설은 사 둔 거 읽기도 바빠 보입니다~!!

자목련 2024-03-04 15: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모두 어려운 책들 같아요. 새파랑 님 말씀처럼 소설이 가득한 책탑을 만나고 싶습니다. ㅋㅋ
 

일요일인데도 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어제, 문득 집사2가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냥 써! 너 저기 스터디룸 들어가서 써. 뭘 배우러 다녀. 글쓰기 같은 거 배우러 다니지 마!” 내가 너무 버럭 성질을 내니까 집사2가 깜짝 놀라 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알았다고 하면서 얼마 전 만난 예술 분야 쪽 일하는 사람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냥 쓰세요, 배우러 다니지 말고 써야 늘어요.” 집사2가 뭔가 새로운 걸 배우러 다닌다고 하거나 기타 등등 뭔가를 한다고 할 때 나는 말리는 적이 없다. 단 한 가지,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겠다는 것만 빼고. 문예창작이든, 시 창작이든, 비평이든 기타 등등 뭔가를 쓰고자 제도권 교육을 받으러 가겠다는 것은 다 말려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없는데도 글쓰기를 배우러 아카데믹한 곳에 간다는 것은 말리는 게 이상한지 집사2가 언젠가 물은 적이 있다. “아주 예전에는 나 사람들 못 만나게 하려는 건가 의심하기도 했었는데 그건 아닌 거 같고 왜 그러는 거야?” “너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글 썼어??????” “.........” “쓰지 않는데 어떻게 늘고, 먹지 않는데 어떻게 싸니? 그런 데 배우러 다니느니 그냥 집에서 읽어. 읽고 써. 진짜 요즘 사람들 이상해- 다들 글 쓰겠다고 영화하겠다고 연기하겠다고 음악하겠다고 그러면서 읽지도 보지도 듣지도 않으면서 무턱대고 창작만 한대. 먹지 않는데 똥이 나오냐? 제발 좀 그냥 읽고 써.” 그런 곳에서 기교는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생각은 혼자 하는 것이다. 창작도 혼자 하는 것이다. 글쓰기도 혼자 하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글쓰기 강좌를 다니면 자신의 글이 는다고 착각할까.

이런 나조차도 딱 한 번 소설 창작 강좌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다. 30대에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읽다 보니 쓰고 싶어졌다. 한국 현대 소설을 읽으면, 아니, 이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이라고?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예: 한재호, <부코스키가 간다>) 야심차게 노트북을 열고 타타타타닥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아니 근데 부코스키가 어떤 사람인데? 하고 부코스키의 작품을 찾아 읽다가(예: <우체국>, <호밀빵 햄 샌드위치>, <여자들>) 좌절한다. 젠장,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왜케 잘 써. 통찰이 있어.... 젠장 난 안 되겠다..... 그러니까 한국 현대 소설을 읽으면 이 정도쯤이야 나도! 하면서 야심차게 불타올랐다가, 서양 고전을 읽으면 아....... 죄송합니다. 저 따위가 무슨 소설을 쓴다고 깝칠까요 겸허&겸손해지면서 소설 쓰기를 포기하던 나날이 반복되며 이어지던 중 그래도 한국의 현대 작가 중 이 사람 작품은 좀 괜찮다 싶었던 사람, 그 작가가 마침 소설 창작을 가르친다고 해서 그 강좌를 수강 신청했던 적이 있다. 나와 나이가 같아서 자극 좀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컸다. 저 사람은 이십대에 데뷔해서 벌써 작품이 몇 개냐.....

창작 첫 시간.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교실에 모였다. 본격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그 작가는 수강생들에게 어떻게 이 강좌를 신청하게 되었는지, 왜 소설이 쓰고 싶은지, 글쓰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었다. 내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별 대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 있던 사람들 대다수가 이렇게 말했던 것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어서.” 나는 이 말이 무척 놀라웠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고?! 오잉?! 그런 상태가 있어? 와 다들 대단하구나....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는데, 그런 상태가 무엇일까?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는 상태라.... 아 역시 나는 작가는 안 되겠다! 어차피 돈 낸 거 강의나 열심히 들어보자.

그 수업은 창작을 했어야 했다. 단편 소설을 하나씩 써서 내야했고, 강의 중반 이후로는 단편을 써낸 사람들의 작품을 합평하는 위주로 수업이 흘렀다.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이 점차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즈음에는 절반가량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고, 단편을 끝까지 써 낸 사람도 드물었다. 시시했다. 뭐야,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면서 단편 하나 써내지도 못하고 수업 시간 하나 제때 챙겨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다들 사라져버리네. 정말 시시했다. 그때부터일까 글쓰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 글쓰기 자체가 자기 삶에서 숭고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좀 우스워 보인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실눈 뜨고 보게 된다. “진짜? 정말? 그래서 오늘 몇 줄이나 쓰셨나요?”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그 수업을 단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 단편도 쓰라고 한 날짜까지 써서 냈다. 그 작가로부터도 그리고 다른 수강생들로부터도 작품에 대해 칭찬도 받았다. 쓸 동기를 더 북돋는 계기를 얻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의아하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던 그 사람들은 왜 사라졌을까? 약속한 수업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과제를 낼 정도의 성의도 없다면 그 사람의 글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크게 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틀림없다.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작업이다. 성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는다. 늘지 않는 구간도 분명히 있다. 테니스를 하다보면 테니스에서도 도무지 늘지 않는 구간이 있다. 그게 뭐라고, 진짜 속 터져서 라켓을 부숴버리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프로 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단지 취미인데도 더 잘 치고 싶은데 늘지 않아 속상한 것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이제는 소설 쓰기에 대한 욕구는 많이 줄었다. 그래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여전히 있는데 어느 날 늘지 않으면 한숨이 푹푹- 내 글이 쓰레기 같아 속이 터진다.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단지 취미(?)인데도 더 잘 쓰고 싶은데 늘지 않아 속상하다. 아니 잠깐 그런데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이지? 글을 쓰면 뭐가 좋다고? 지금도 이걸 끼적이고 있지? 길긴 또 오지게 길어.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사람들의 글쓰기를 향한 욕망을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생계 때문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글을 쓰는 동기는 크게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1. 순전한 이기심 :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이게 동기가 아닌 척,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하는 건 허위다. 작가의 이런 특성은 과학자, 예술가, 정치인, 법조인, 군인, 성공한 사업가 등, 요컨대 최상층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특성이다. 사람들 절대 다수는 그다지 이기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서른 남짓이 되면 개인적인 야심을 버리고(많은 경우 자신이 한 개인이라는 자각조차 거의 버리는 게 보통이다) 주로 남을 위해 살거나 고역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살 뿐이다.
2. 미학적 열정 :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어떤 소리가 다른 소리에 끼치는 영향, 훌륭한 산문의 견고함, 훌륭한 이야기의 리듬에서 찾는 기쁨이기도 하다.
3. 역사적 충동 :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4. 정치적 목적 :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292~294쪽)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읽고 쓰는 것은 내 삶이었다. 동화책을 읽다 보니 직접 써보고 싶어져서 처음 썼던 게 희곡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었는데 일기장에 썼던 것인지 의무가 아닌, 내가 쓰고 싶어서 그냥 썼던 최초의 창작 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담임선생님이 우연히 발견하고는 너무 재미있다면서 친구들한테 직접 읽어주지 않겠느냐고 물어오셨다. 극도로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아이였던 나는 크게 당황해서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그때 그 선생님은 내 그런 성정을 잘 알고 이해하고 예뻐해 주셨던 분이라 나를 다독이면서 잘할 수 있다고, 한번 해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셨다. 앞으로 나가 내가 쓴 글을 아이들 앞에서 최초로 낭독.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어느 순간 나는 내가 만든 이야기에 빠져들어 이런저런 동물 목소리를 흉내 내며 낭독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마법이 일어났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산만하던 아이들이 어느 틈엔가 다들 몰입해 있는, 그리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 순간의 마법.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박수를 쳐주고 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담쓰담- 나는 조금 자신감이 생기고 아주 많이 뿌듯해서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이렇게 보았을 때 글쓰기는 내게 조지 오웰의 평대로라면 1번과 2번에 가깝다. ‘순전한 이기심’과 ‘미학적 열정’이 겹친 유형인데, 그 순전한 이기심 속에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다. “이게 동기가 아닌 척,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하는 건 허위다.” 조지 오웰의 그 구절을 읽을 때 빵 터지면서 크게 공감한 기억이 난다. 맞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허위다. 남에게 내 글이, 또는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가 없다면(인정욕구) 왜 글을 써서 어딘가에 공개하겠는가? 그냥 끼적이고 서랍에 처박아 놓든가, 아니면 일기장에 쓰든가 아니면 방문자 한 명도 없는 아무도 모르는 블로그에 비공개글로 쓰고 말지. 안 그런가? 그렇지만 나는 글을 써서 어딘가에 공개한다. 비공개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개글로 온라인에 올린다. 이렇게 살아온 지 거의 이십 년이 넘는다. 아니, 십대 시절에도 모듬일기장에 쓴 내 글에 아이들이 반응하는 걸 보면서 약간 변태적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으니 거의 평생 나는 그렇게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글쓰기가 왜 그토록 나를 사로잡지? 존 파울즈는 글쓰기를 일컬어 ‘자아 사랑의 과정’(존 파울즈, <나의 마지막 장편 소설> 1권, 579쪽)이라 말했고, 또 바르트는 ‘글쓰기가 욕망의 산물’이며, 그렇기에 ‘글쓰기는 쾌락, 행복, 기쁨을 주는 관능의 규범 아래 있다’고 말했다(장석주,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 232쪽). 그리고 무려 미셸 우엘벡은 이 인생에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두 개로 ‘사랑’과 ‘글쓰기’를 꼽았다. 나 또한 이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글쓰기는 사랑과 더불어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 해볼 만한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다. 그것이 어떤 글이든 계속 쓴다면 어느 날 글을 쓰면서 뭔가 달라지는, 달라진 자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니까 좀 웃기지만...

일단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렇지만 하루 24시간을 돌아보자. 진실로 ‘생각’이라는 것을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독서를 할 때 생각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독서는 대부분 어떤 생각의 주입 과정이다. 이 주입된 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끝난다면 머릿속으로 들어온 것들은 곧 휘발되기 쉽다. 책을 읽고 또는 영화를 보고 나서 글을 끼적여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의 차이는 확연하게 다르다. 알라딘 서재에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할 텐데 리뷰를 남긴 책과 읽고 별점 정도만 남긴 책에 대한 기억은 몇 년이 지난 후에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카프카는 죽기 전 자신의 벗에게 자기의 작품을 다 불태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마음이 100% 진심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도 있었겠지만 자기 생각의 기록, 내 기록의 역사, 즉 자신의 역사를 불태워버리고 그대로 소멸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을 쓰면 기록이 남는다. 물론 그 흔적이 싫을 수도 있다. 창피하고 부끄러울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수치스러워서 다 밀어버리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밀어버리지(지워버리지) 말고 비공개로 돌려놓으면 된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의 소소한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내 역사 따위 남기고 싶지 않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글쎄 인간은 대개 나르시시스트 면모가 있기에 100%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자기만의 역사를 쌓아갈 때 글쓰기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언젠가 다락방과 잠자냥이 10년 전, 15년 전 글을 뒤적여서 꺼내오는 걸 보고 은오와 독서괭이 “저분들처럼 15년 전 글 가지고 와서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저도 그거 진짜 부럽더라고요. 아니 내가 10년 전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하는 거”라고 대화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10년 전, 15년 전 기록을 꺼내서 아니, 내가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 이런 글을 썼어?! 돌아보려면 일단 써야 한다.

그리고 글은 무엇보다 카타르시스를 준다. 서재 활동을 하는 이들이라면, 글쓰기가 위로가 되는 순간을 한두 번이라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하면 욕을 하기보다 그 감정을 글로 써보자. 그러면 그 분노나 속상함이 쓰고 나기 전 후로 크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고통이나 외로움도 마찬가지다. 쓰다보면 치유가 된다. 어딘가에 공개하지 않아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나는 회사에서 조금 스트레스 받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주로 트위터 창을 열고 막 갈기다가... 갈기는 중에 해소가 되어서 트윗하지 않고 창을 닫을 때가 종종 있다. 진짜 열이 받아서 트윗했다가도 그러고 나면 기분이 해소되어서 바로 지우기도 한다. 쓴다는 것은 뭔가 이런 마법의 기능을 갖고 있다. 오늘은 숙취로 인해 기분이 우울했는데 역시 이렇게 쓰고 나니 뭔가 상쾌해.........

게다가 인간은 모두가 어느 정도 인정욕구를 지니고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심리. 알라딘에서 글을 쓰고 남기는 이들은 대게 글쓰기를 통해 그런 인정욕구를 채우는 편이 아닐까. 나는 확실히 그렇다. 독자가 많지 않아도 반응(좋아요)이 많지 않아도 몇몇 사람이 진심으로 읽어주고 응원한다는 것을 알면 쓸 동기가 생기고 쓰고 났을 때의 기쁨이 남는다. 더 나아가서는 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서 혼자서 살 수는 없다. 제아무리 침대에서 24시간 누워 지내는 오블로모프에게도 하인 자하르가 있었고, 마찬가지로 침대에서 24시간 지내는 왼다리 오른다리 근육량 9%의 은바오에게도 소통 창구인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져 있다. 그리고 그 은바오가 주로 소통하는 사람들은 여기 알라딘에서 은오 글 보고 반한 언니들이 아니었던가? 나 또한 은오가 만약 그런 빛나는 글을 쓰지 않았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거 같은데. 그러니 은오는 “쓸데없는 인정욕구 때문에 불안할 때마다” <불안>을 꺼내지 말고 글을 쓰시오. 삼행시도 기가 막히게 잘 쓰던데...... 아차, 그런데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던데, 나는 이 말도 어느 정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오가 요즘 글을 안 쓰는구나....... 에휴.

그래도 우엘벡 마니아 은바오에게 우엘벡이 말합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어쨌든 청소년 시절 이후로 기억하는 한, 인생에 있어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은 딱 두 개였습니다. 세 개도, 네 개도 아니고, 딱 두 개 말입니다. 하나는 ‘사랑’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사랑, 여자를 사랑한다는 의미에서의 사랑을 말합니다. 또 하나는 ‘글쓰기’입니다. 언어를 다루는 작업대에서 언어를 반죽하고, 그것에 형식을 부여하고, 작은 기호들의 기둥들을 세우면서 수많은 말을 지새우고 낮을 보내고, 또 많은 밤을 지새우는 것을 말하죠.
 이 두 가지 열정이 잘 어울린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결국 같은 것이니까요. 같은 종류의 에너지, 같은 종류의 충동, 같은 종류의 강압, 억제되었다가 한꺼번에 해소되는 같은 종류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같은 종류의 관능과 고통의 결합, 갑작스러움과 참을성의 결합, 같은 종류의 암중모색과 분명함의 결합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왜 글을 씁니까? 하루 종일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왜 사랑을 합니까? 온종일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당신은 글쓰기를 그만 둘 수 있습니까? 아마도 다른 정열, 다른 열기가 소진되었다는 징후가 있을 때일 겁니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 미셸 우엘벡, <공공의 적들>, 299쪽)





문장은 머리카락과 같아서 빗을수록 빛이 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중에서)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쓰는 것뿐이다. -수잔 손택,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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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02-26 16: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쓰는가> 저도 빨리 읽어야겠습니다.
앞으로 페이퍼에 은오 님이 더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라인 글쓰기 강의나 줌 강의 수업을 보면 궁금하긴 한데, 그게 전부라서.
잠자냥 님의 그냥 쓰라는 말씀이 왜 이리 반갑고 고마울까요 ㅎㅎ


잠자냥 2024-02-26 16:22   좋아요 1 | URL
<나는 왜 쓰는가> 재밌어요. 좋은 에세이도 많고... 올해는 읽어보시기!
꾸준히 쓰시는 자목련 님 글쓰기 응원합니다~!!
곰탱이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 가동 중입니다~!!

등대지기 2024-02-26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앗 순살되어서 네 닥치고 쓰겠읍니다,, 모드로 읽었어요 뭔가 혼나면서 동시에 격려받은 기분!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4-02-26 16:36   좋아요 2 | URL
헐.. 읍니다체를 벌써 익히신 분...
글쓰기도 금방 늘 것으로 예상돼....

등대지기 2024-02-26 18:30   좋아요 0 | URL
앜ㅋㅋㅋㅋㅋ 저 9n년생이랍니다. 나름 읍니다체가 익숙한 세대죠💞

잠자냥 2024-02-26 20:21   좋아요 1 | URL
아 이게 9n년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체인가보죠?! 저는 은바오가 쓰는 거 보고 다들 쓰는 줄 ㅋㅋㅋㅋ(망고 님, 건수하가 쓰는 거 목격 ㅋㅋㅋㅋ)

등대지기 2024-02-26 23:4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언제부터 유행했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많이들 쓰고 있더라구요🤔🤔🧐

잠자냥 2024-02-27 09:51   좋아요 1 | URL
읍니다체를 제가 가끔 댓글로 쓰게 된 이유는....

1. 언제부터인가 은오가 읍니다~!!로 끝나는 말을 쓰더라고요?
2. 편집자의 눈에 거슬리기 시작... 처음에는 스마트폰 입력하다 오타?? 엥 아닌데 잘못 눌러질 구조가 아닌데...? 이상하다. 한두 번 저러다 말겠지.
3. 계속 읍니다 읍니다를 쓰는 은오(특히 댓글에서 페이퍼나 리뷰에서는 안 씀)-
4. 음 이상하군, 저 사람 진짜 50대 이상 장년 남성 아니야?? 인터넷에서 20대 여성인척 하는??? (예전에 은오 손글씨 보고 아재가 아닌가 의심했던 적이 있어서 더 의심 증폭)
5. 도무지 안 되겠다 싶어서 물어봅니다. ˝너 왜 자꾸읍니다~!! 쓰니?? 그거 유행어야??˝ 아니면 진짜 넷카마 장년 아저씨인가요?˝
6. 돌아온 은바오 답변 ˝습니다~ 보다 읍니다가 더 부드럽고 재밌지 않나요?˝
7. 더 부드럽고 재밌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렇다면 그래라 근데 읍니다~읍니다~ 하니까 덜 떨어져 보여..
8. 은바오 ˝ㅋㅋㅋㅋㅋㅋㅋㅋ약혼자 평판 걱정!!! 근데 덜떨어져 보이긴 하네요.˝
9. 뭐 이렇게 되어서 일단락 되었는데 저도 가끔 그 뒤로 읍니다~!! 재미붙여서 쓰고 있고 최근에는 망고 님, 건수하 님도 읍니다~ 쓰는 거 보고 웃었다는...
10. 아니 근데 등대지기 님도 읍니다~!!를 쓰는 게 아니겠읍니까!?

참 그리고 아실지 모르겠으나 ˝~!!˝ 요거는 술파랑(새파랑)님 전매특허입니다. 묘하게 중독성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2-27 10:58   좋아요 2 | URL
제가 -읍니다를 썼다고요???????

잠자냥 2024-02-27 11:05   좋아요 1 | URL
건수하 2024-02-22 09:51
네 뭐... 그런 걸로 알고 있겠읍니다..

건수하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은바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2-27 13:10   좋아요 1 | URL
헐.. 그러고보니 일부러 그렇게 쓴 것도 같고.... - -;

맞춤법 상 틀린 건 아닌가 봅니다...?

잠자냥 2024-02-27 15:48   좋아요 1 | URL
‘표준어 규정‘ 전에는 ‘-읍니다‘와 ‘-습니다‘를 함께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1988년 표준어 규정이 개정되면서 ‘-습니다‘가 채택되었습니다. ‘표준어 규정‘ 제17항에 보면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하고, ‘-읍니다‘를 버리고 ‘-습니다‘를 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습니다‘는 종래 ‘-습니다, -읍니다‘ 두 가지로 적고 ‘-습니다‘ 쪽이 더 깍듯한 표현이라고 해 왔으나, 이 규정에서는 ‘-습니다‘와 ‘-읍니다‘ 사이의 그러한 의미차가 확연하지 않고 일반 구어(口語)에서 ‘-습니다‘가 훨씬 널리 쓰인다고 판단하여 ‘-습니다‘ 쪽으로 통일한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는 모음 뒤에서는 ‘-ㅂ니다‘가, 자음 뒤에서는 ‘-습니다‘만을 씁니다.(관련 규정: ‘표준어 규정-표준어 사정 원칙‘ 제2장, 제4절, 제17항.)

건수하 2024-02-27 16:07   좋아요 1 | URL
등대지기님 댓글에 계속 죄송한데… 그러니깐. 이제 -읍니다는 현행 맞춤법상 틀린 것 아닙니까?

(받아쓰기 힘들게 했었는데 조금 지나니 -습니다로 바뀌어 억울했던 인간)

잠자냥 2024-02-27 16: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틀렸다고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표준어로 취급하지 않으니까... 이제는 쓰지 않는(?) 권장하지 않는 말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래서 90년대생들도 밈처럼 사용하는 게 아닐까요.
제가 곰탱이 보고 덜 떨어져 보인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또는 아재 아닌가 의심했던 이유도 1988년에 개정된 거니까ㅋㅋㅋㅋ (저 읍니다체 요즘 밈인가 해서 찾아봤을 때 장년 이상 아재들이 여전히 폰에서 잘 실수하는 맞춤법이다 뭐 이런 글도 봤어요 ㅋㅋㅋ)

건수하 2024-02-27 16:37   좋아요 1 | URL
네 일단 표준어는 아닌 것으로.. (그러면 엄밀히는 틀린 거 아니냐며…) 그런데 은오님이 써서, 전 뭔가 이유가 있는가 보다 했지만 그 이유는 모르고 있었어요.

90년대생들이 나이든 사람을 약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쓴다는 걸 오늘 나무위키에서 보긴 했습니다 ㅎ

잠자냥 2024-02-27 16:42   좋아요 1 | URL
엄밀히면 틀린 거죠. ㅎㅎ 책 같은 곳에서도 쓰지 않으니까요.
비하의 의미로도 쓰는군요? (틀딱같은??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제가 읍니다 왜 쓰냐고 물어봤을 때 은오는 90년대생들이 쓰는 줄도 몰랐던 거 같더라고요. 아무튼 읍니다~!!는 덜 떨어져 보이는 것으로 결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2-27 16:45   좋아요 2 | URL
저도 오늘에야 알았읍니다...

잠자냥 2024-02-27 17:06   좋아요 1 | URL
🤣🤣🤣

등대지기 2024-02-27 22:31   좋아요 1 | URL
헉 읍니다에 비하의 의미도 있었군요..!! 방금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는데 그런 용도로 쓴다는 글밖에 안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제가 느끼기로는 진지함을 귀엽게? 발랄하게? 표현할 때 많이들 쓰는 거 같아요 특히 카톡할 때!! (‘습니다‘를 ‘슴미다‘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그러나 안좋은 의미도 있다고 하니 신중하게 쓰는 것으루 ,,,

페넬로페 2024-02-26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니까요~~
은오에게 글 쓰라고,
집사 2에게 그냥 쓰라고 하지 말고,
잠자냥 님 글 써요.
그리고 책 내자고요^^

결혼하고 나서 일 쉴 때 백화점 문화 센터에 소설 창작 배우러 다녔던 때가 생각납니다^^

잠자냥 2024-02-26 16:39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 글 꾸준히 쓰는 분들은 다들 어느 정도 글 욕심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페넬로페 님도 글쓰기 화이팅~!!

망고 2024-02-26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볼빨간 초딩 잠자냥😊상상해버렸어요 넘 귀요워요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6 17:25   좋아요 1 | URL
😡 화난 거 아님. 볼 빨갱이임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2-2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쓸수록 어려운데 그렇다고 안쓰면 더 퇴화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알라딘 서재 이제 3년차라서 2년 전, 1년 전 글이 뜨면 반갑더라고요. 점점 그 횟수가 늘겠죠^^ 앞으로는 더 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잠자냥 2024-02-26 18:08   좋아요 1 | URL
화가 님은 어쩜 그런 어려운 책 읽고 쓱쓱 남기시는지!! 응원합니다~!!

독서괭 2024-02-26 16: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엉?? 은오님, 큰일 났어요. 어서 글을 열심히 써서 ‘행복할 때도 글을 쓴다‘는 걸 입증하지 않으면 잠자냥님이 은오님 글을 보기 위해 괴롭힐지도 몰라요..
잠자냥, 해장 위해 글 써. 충격고백
‘인정욕구‘ 공감합니다. 글 씀으로써 해소된다는 것도요. 혼자 쓰는 것도 좋지만, 누가 읽어주고 댓글 달아주고 공감해주면 더 좋은 것!^^
잠자냥님이 다락방님 좋아하는 이유 하나 더 알겠네요. 일단 쓰고, 성실하게 쓰는 사람! 역시. 호되게 혼난 집사2님도 글 많이 쓰시면 좋겠습니다. 은오님과 경쟁 붙으시오 ㅎㅎ

잠자냥 2024-02-26 17:2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해장 글 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웃김 백점입니다~!!

은오 2024-02-26 17:2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동의합니다~!!
근데 전 잠자냥님이 일부러 안괴롭혀도 이미 매일 잠자냥님 때문에 고통받고 있읍니다..

은오 2024-02-26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쓰는 분들은 글을 씀으로써 얻는 기쁨이 쓰는 데 들이는 기운보다 크니까 계속 쓰시는 거겠죠? ㅠㅠ
저도 다 쓰고 나서 제가 봤을 때 글이 마음에 들고(보통은 안 듦....) 사람들이 반응해주면 좋긴 하지만....
쓰는 과정이 힘들어요...😮‍💨 힘든 이유는 완벽주의 자의식과잉 자기검열이 쓰리콤보로 원래 좀 있는 편인데 이게 글 쓸 때도 어김없이 발동되니까 결국 힘듦>기쁨이 되어버려서 의욕이 안 생기는 것으로 귀결....
기억에 오래 남고 씀으로써 생각하게 된다는 건 저도 실제로 경험했지만 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으앙ㅠ 뭐든 할 때마다 해소는커녕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이 유해한 성격을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쳐버립니다 진짜....

잠자냥 2024-02-26 17:24   좋아요 1 | URL
자하르야 그냥 자라~

잠자냥 2024-02-26 17:27   좋아요 1 | URL
아니 근데 그 글은 자기검열 안 했나봐요?! 외면이 멋진 은오설?!🤣🤣🤣🤣

잠자냥 2024-02-26 17:35   좋아요 3 | URL
곰탱이는 (모든 일에서) 완벽하게 끝낸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70% 정도만 한다는 생각으로 일단 움직이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아뢰오~ 언젠가 논문 쓸 텐데… 완벽주의 초반부터 발동하면 기한 내에 못 쓰고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은오 2024-02-26 17: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건 검열 대상이 아닙니다~!! 보통은 남한테 말하기 꺼려지는 것들이 검열 대상 ㅋㅋㅋㅋ
근데 앞에 “내면에 비해”를 꼭 넣어주시고요. 상대적인 겁니다. 아 수치스러워서 지워야겠땈ㅋㅋㅋㅋㅋㅋ

100%는 불가능하다고, 내려놓음의 필요성을 자주 느끼면서도 어렵네요ㅠ 그치만 곰탱이 잠자냥님 말은 들어야 함. 노력해보겠읍니다~!!
그래도 잠자냥님을 70%만 사랑하는건 불가능...

잠자냥 2024-02-26 17:5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지우지말고 비공개로 돌려!! ㅋㅋㅋㅋ

근데 그것부터 연습해봅시다. 70%만 사링하기~!!

은오 2024-02-26 18:04   좋아요 0 | URL
엥? 지금도 200에서 100으로 반이나 줄인겁니다~!!

잠자냥 2024-02-26 18:08   좋아요 1 | URL
ㅇ ㅏ…….🤯

건수하 2024-02-2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도 제가 원했던 추천도서가 될 수 있겠네요.
저에겐 인정욕구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님 귀차니즘이 심한가...

잠자냥 2024-02-26 20:19   좋아요 1 | URL
귀차니즘파 ; 건수하/ 은바오. 근데 귀찮고 쓸 동기가 없으면 안 쓰고 살아도 됩니다~!! ㅋㅋㅋㅋㅋㅋ

허무한 답변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6 18:24   좋아요 2 | URL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 수업> 추천해요…. 작가되는 방법도 방법이지만 글쓰기가 삶에서 왜 중요한지 알려준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락방 2024-02-27 0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추천 백 개 드립니다. 저도 이거 읽고 페이퍼로 쓸까 하다가 댓글로 쓸게요.

음, 저 역시도 글쓰기 수업을 배우러 다닐까 생각했었어요. 정확히는 문창과 에 다시 들어갈까 싶었죠. 문창과에 들어가면 글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글 잘 쓰는 요령 같은게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제 글은 막글이라서 뭐랄까, 음, 우아함이나 그 어떤 그 뭣이냐 전문성이 떨어지는? 그런 식의 부족함을 제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창과에 간다면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을까, 그러면 좀 더 나은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 제가 문창과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국문학과 졸업한 친구가 뜯어 말리더라고요. 아니, 그러지 말라고, 문창과에 왜 가냐, 거기 안가도 계속 쓰면 된다고요. 그러고보면 저는 관심 있어 글쓰기 관련 책을 몇 권 읽었지만, 그것들로 인해 제 글 실력이 늘지는 않더라고요. 이것들이 도움이 되겠지, 하다가도 흐음, 그런데 내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잖아?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스스로 ‘오 나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은데?‘ 라고 느꼈을 때는, 그게 글쓰기 책의 도움이 아니라 그간 축적된 읽고 쓰기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자냥 님도 글에서 언급하셨지만, 저는 읽지는 않으면서 자신이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심지어 저보다 덜 읽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활자중독자라 칭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저기요, 여보세요?... 사람이 스스로 객관화 할 수 있는 건 참 어려운 일인것 같아요. ‘나는 글을 잘 쓴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못쓰는 걸 모르는 것 같고요, 그러나 항상 글에 대해 겸손한 사람들이 글을 더 잘 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제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 바로 엊그제도 누군가에게 댓글로도 말했던 것이 잠자냥 님의 이 페이퍼에 단어도 똑같이 들어가 있네요. 그건 자기치유 였어요. 저는 글을 쓰고 싶어서 썼는데, 그런데 글을 쓰니까 생각도 정리되고 제 복잡한 감정이나 시끄러운 마음도 좀 다스려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순전히 저를 위해 쓴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글을 나를 위해서 쓴다, 라고요. 독서괭 님과 은오 님 댓글처럼, 먼 훗날 돌이켜보면 그건 또 그것대로 의미있고요. 알라딘 전에도 그랬지만 알라딘에도 순전히 저를 위해 쓴건데, 저 좋자고 쓴 글인데, 어느 날 그걸 읽은 사람들이 하나씩 네 글 재미있다. 네 글 덕에 웃었다, 네 글 덕에 위로가 됐다 라는 댓글들을 달아주더라고요? 그 때 기분이 너무 좋았는데, 그런 한편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결국 나를 위하는 일이 타인을 위한 일이 되기도 하는구나, 하는 것을요.

잠자냥 님의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작도 했으면 좋겠고요. 제가 친구를 만나서 글 쓰라고 했던 말이 이 페이퍼에 다 들어가있네요. 친구들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면 항상 계속 읽고 쓰라고 말하는데, 여기 다 있어요. ㅎㅎ 그러고보면 잠자냥 님과 저는 아주 많이 다른 사람이면서 동시에 어떤 지점에서는 굉장한 공통점을 갖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안 쓰면 죽을 것 같아서‘ 뭐 이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그런 답변이 좀.. 그래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4-02-27 08:37   좋아요 1 | URL
얘들아 여기 다 선생님 글쓰기 강좌 들어라~!! ㅋㅋㅋㅋ 집사2가 10뎌 년 전 문예창작 다시 간다고 해서 뜯어말린 국문학 전공자 잠자냥 ㅋㅋㅋㅋ 다락방 님 제도권 교육받았으면 자기 고유의 개성조차 잃어버렸을 거예요… 지금의 그 유쾌함이 묻어 나오는 솔직한 글!!

계속 써야 합니다.. 계속 읽고 쓰는 삶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4-02-27 09:33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멋진 페이퍼에 다락방님 멋진 요약 댓글까지! 환상의 케미~
두 분 선생님으로 모시고 열심히 읽고 써보겠습니다!

- 이상 열심히는 읽는데 쓰기는 어렵고 힘들고 귀찮은 1인

헬가 2024-02-28 0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글 최고중의 최고예요 !!!×1000~~~
글쓰기보다는 단순한 일상기록선호자이지만
이글 읽으면서 많이 멈췄고 내안이 헤드라이트로 들처지는 줄
갑자기 그렇게 쓰고있는 여러님들에 대한
애정의 물결이 일렁임 ㅅ ㅅ

잠자냥 2024-02-28 09:17   좋아요 0 | URL
단순한 일상기록도 쌓이고 쌓이면 엄청난 글이 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헬가 님에게 비친 헤드라이트 꺼지지 않길 기원합니다. 아, 그리고 감사합니다! (썼다 지웠다 하신 모든 댓글 포함해서 ㅎㅎ)

단발머리 2024-02-2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여전히 있는데 어느 날 늘지 않으면 한숨이 푹푹- 내 글이 쓰레기 같아 속이 터진다.

내 글이 쓰레기 같아 속이 터진다......... 이 문장이 제게는 콕 박히네요. 쓰기의 이유에 더해 쓰기의 윤리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해보았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잠자냥님! ^^

잠자냥 2024-02-28 17:18   좋아요 1 | URL
어딜 가요, 가지 마~!! 🤣🤣

단발머리 2024-02-28 17:22   좋아요 1 | URL
그니깐요 ㅋㅋㅋ 갔다 옴 🤪🤪
 

은오의 추천으로 요즘 일본 드라마를 보고 있다. 나는 일본 영화는 종종 찾아보면서도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언젠가 다락방 님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호들갑스러움(갑자기 에에? 혼또? 하는....)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여성캐릭터들이 대개 지나치게 귀엽고 여성스러운 면만 강조해서 보고 있으면 거부감이 든다. 그래서 일본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데(하긴 생각해보니 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한드, 일드, 미드, 영드 다 잘 보지 않는 편이구나), 이 드라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괴물>의 각본을 쓴 사카모토 유지의 작품이라고 해서 보게 되었다. 드라마 제목은 <그래도 살아간다 それでもきてゆく>이다. 2011년 작품이니 꽤 오래전 드라마이다.

 

11화 중 5회까지 봤는데 아직까지는 내가 일본 드라마에서 느끼는 거북스러운 면모들이 없어서 잘 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드라마의 주제가 굉장히 무겁기 때문이다. 한 마을에서 초등학생 소녀가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범인은 알고 보니 중학생 소년.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죄책감, 죄의식, 윤리 등을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가 더 가볍지 않은 까닭은 가해자, 피해자 당사자의 삶을 그리기보다는 그 주변인들, 즉 가해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의 쉽지 않은 삶 그 면면을 섬세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족이라고 뭉뚱그려서만 말할 수도 없는 것이 가해자 집안의 아버지, 어머니, 가해자의 두 여동생마다 입장이 다르고 피해자 집안 또한 아버지, 어머니, 피해자의 두 오빠들의 입장이 각각 다르다.

 

가해자 집안이야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죄책감 때문에 부모의 고통이야 말할 수 없이 크리라 짐작이 되는데 피해자 집안은 왜 저마다 죄책감을 끌어안고 사는 것일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히로키’(에이타)는 죽은 소녀 아키의 큰오빠이다. 드라마 초반 히로키는 그 사건이 일어난 지 15년이 흘러 이제 어엿한 성인인데도 후미진 낚시터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세상과 단절한 듯한 삶을 대충대충 이어가고 있다. 제멋대로 자란 머리와 수염(그래도 감춰지지 않는 미모), 아무렇게나 입은 옷. 무엇보다 히로키의 삶이 어딘가 망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은 그가 아버지와 밥을 먹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아버지는 그래도 볶음밥에 소스를 뿌려 먹는데 히로키는 아버지가 소스를 뿌려주려고 하자 아무 맛도 없을 것 같은 밥을 우걱우걱 퍼먹는다. 스스로 미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장면을 처음 보면 히로키는 소스를 싫어하나보다 생각할 수 있는데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그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 잘생긴 외모에도 사귀는 사람 하나 없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도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받으려는 욕구도 스스로 거세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가해자도 아닌 피해자의 오빠인데 대체 왜? 싶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히로키는 여동생 아키가 죽던 날 아키를 돌봐야 할 책임이 있었다. 부모는 저마다 일터로 나갔고 장남 히로키가 어린 동생을 잘 돌봤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19금 에로비디오를 친구와 보려는 계획에만 정신이 팔려 연 날리러 가자는 아키의 부탁을 들은 체 만 체했고 그날 홀로 연을 날리러 나간 동생이 비명횡사한 것이다. 그날 이후 히로키는 동생을 죽인 것은 자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리는 사람은 또 있다. 바로 아키와 히로키의 엄마이다. 엄마는 하필이면 그날 평소 딸에게 잘 입히지도 않던 치마를 입혔다. 그 치마 때문에 어린 딸이 범행의 표적이 되어 잔혹하게 살해당한 것이라 믿고 있다. 자신이 우려하던 일(성폭행)이 딸에게 실제로 일어났을까 봐 너무나도 무서워서 사건이 일어난 그때부터 1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의 진실 여부는 차마 어디에도 묻지 못하고 정상적인 삶을 거의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물론 엄마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정신적으로 가장 망가진 사람은 이 엄마가 아닐까).

 

이 드라마는 피해자의 오빠인 히로키와 가해자의 여동생인 후타바가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히로키는 혼자 낚시터를 찾아온 후타바가 자살하려고 온 사람인 줄 알고 그녀가 죽지 않게 신경 쓰다 보니 자꾸만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러다 처음 본 사람임에도 여동생의 비참한 죽음을 털어놓게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임에도 서로 닮은꼴-그러니까 이십대 중반을 넘도록 뭐랄까 인생에서 축제다운 축제는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즐겨본 적이 없는 듯한 그 묘한 분위기 때문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둘은 점점 가까워져간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히로키와 후타바 사이에 호감이 있고 서로 상처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에 사랑이 싹틀 수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그 엄연한 사실이 둘 사이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드라마 중반인 5회까지는 히로키와 후타바 사이에 손을 잡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 없는 마음이 그려진다. 이 마음은 더 커지면 커지지 줄어들지는 않을 텐데 드라마가 끝날 무렵에 이 두 사람은 연인이 될까? 이 작품 분위기상 부부가 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현실에서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실제로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는 일이 가능할까? 글쎄... 나는 좀 회의적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다 하더라도 결국 서로의 마음 안에 도사리고 있는 그 심연을 극복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완벽하게 거둬들일 수 있을까.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크게 자리 잡은 죄의식, 죄책감, 한 사건에 대한 저마다 다른 윤리적 판단과 입장은 쉽게 무너뜨리기 어려울 것이다. 서로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또 다른 한편으로 <그래도 살아간다>라는 제목은 이 작품 1회에서 잠깐 등장하고 죽임당하는 어린 소녀 아키의 짧은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다. <플랜더스의 개>를 인상 깊게 읽은 아키는 어느 날 오빠 히로키에게 묻는다. 네로는 그렇게 어린 시절 내내 온갖 고생을 하며 구박 속에 살다 끝끝내 죽고 마는데 그런 네로의 인생도 태어나길 잘한 것이냐고 묻는다. 아이의 질문이지만 이 질문은 어린 히로키에게도 그리고 성인이 된 히로키에게도 여전히 무겁게 다가온다. 태어나 죽기까지 아주 짧은 생애동안 삶이 온통 비극적인 일들의 점철이라면, 간혹 소소한 기쁜 일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탄생은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네로는 마지막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루벤스의 그림을 본다. 그러나 곧 얼어 죽는다. 이 삶을 과연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도 쉽게 그렇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잔혹하게 살해당한 아키의 삶도 그렇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런 죽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짧은 생애 동안 가족들로부터 사랑받았으므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드라마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는 까닭은 어젯밤 늦게 읽기 시작한 나쓰메 소세키의 <> 때문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작품인데 연휴 막바지에 문득 쓸쓸해져서인지 우울해져서인지 늦은 밤에 읽고 싶어 책을 펼쳤다. 책을 덮고 <그래도 살아간다>의 몇몇 인물들과 <>의 부부 소스케오요네의 삶이 겹쳐져서 생각이 꼬리를 무느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물론 <>의 소스케와 오요네의 삶에 저토록 큰 비극-누군가가 살해당하고 살인을 저지르는-은 없다. 그러나 이 두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분명한데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어떤 일로 인해 세상과 유리된 채 둘만의 삶을 조용히 이어 나간다. 결혼한 지 꽤 되었는데도 둘 사이에는 아이도 없이, 찾아오는 이들도 사회적인 친분이나 교류도 없이 절벽 아래의 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셋집에서 하루하루가 흐른다. 그런 두 사람의 생은 이 작품의 표현에 따르자면 세상의 햇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추위에 서로 껴안아 몸을 녹이는 식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부부도 아니고, 나이도 아직 젊은데 다 늙어버린 노인처럼 삶에 어떤 강렬한 욕망이나 의지를 잃어버린 듯, 아내와 남편만을 의지하면서 이토록 음울하게 살아가는 이 두 부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 대개 그렇듯이 <>의 소스케와 오요네는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그 죄의식- 둘의 사랑 때문에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었다는 그 윤리적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하는 부부답게 웃고 행복하게 살아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부는 스스로 세상과 단절된 채 세상의 온갖 냉대와 멸시도 견딘다. 그런데 과연 이 삶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그들이 삶에도 봄이, 햇볕이 잠깐은 들지만 겨울은 또 오고 말 것이라는 체념이 소스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어 이 두 사람은 세상을 향한 문을 힘차게 두드려 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문을 닫아걸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살아간다. 이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태어나길 잘한 생인 것일까. 이들의 이 비탈진 집에 완벽하게 볕이 드는 날이 과연 있을까?

 

<>보다 조금 먼저 읽은 책 <철학의 위안>에서 알랭 드 보통은 쇼펜하우어를 끌어와 사랑이 인간의 생을 지배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쇼펜하우어는 맹목적인 생에 대한 의지가 인간 종()의 존속을 위해서 작용하고 그 때문에 사랑이 인간의 생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랑도,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도 번식욕으로만 풀이한 쇼펜하우어의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기는 한다. 얼마나 강렬한 생에 대한 욕망인지 때로는 <>의 소스케와 오요네처럼 자기들만의 이기적인 욕망을 위해 타인 삶을 짓밟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형벌처럼 가혹한 생이다. 사랑으로 선택한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고 세상의 모든 추위를 내내 견딜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두 사람에게 사랑은 네로에게 있어 루벤스 그림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태어났으므로 루벤스 그림을 볼 수 있었고 그러니까 태어나길 잘했다고, 그래도 세상의 냉대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으니까 태어나길 잘했다고, 가혹한 운명이지만 죄책감을 덜어주고 거기에서 벗어나게 해줄 존재를 만날 수 있으니까, 만났으니까 그래서 사랑할 수 있으니까 태어나길 잘했다고, 그러니까 그래도 살아간다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잠 못 드는 밤 이들의 마음속을 하염없이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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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2-1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의 소스케와 오요네에 대해 생각하자니 <토지>의 별당아씨와 구천이가 생각나네요..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해야 할 지...
그냥 그럴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살아간다.는 게 더 납득이 쉬운 것 같아요.

잠자냥 2024-02-13 16:00   좋아요 1 | URL
헐.... <토지>를 안 읽어서 별당아씨랑 구천이 사연을 알지 못하는 잠자냥...ㅋㅋㅋㅋ
그렇게 살아간다, 그래도 살아간다가 대부분의 인생 아닌가 싶습니다.

건수하 2024-02-13 16:48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토지> 안 읽으셨어요? 당연히 읽으셨을줄 알고... ^^;;;;
참 <특성 없는 남자> 4권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잠자냥 2024-02-13 16:57   좋아요 1 | URL
한국 대하 장편에 취약한 잠자냥...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왜 <특성 없는 남자> 4권은 알려주시는 거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2-13 20:45   좋아요 1 | URL
읽는다고 하신 것 같아서…. 아 그러고보니 그거 말고 읽는다고 하신 책이 하나 더 있군요 😁

잠자냥 2024-02-14 06: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2-14 13:37   좋아요 0 | URL
크.. 별당아씨와 구천이, 딱이네요.
잠자냥님 국문학과 나오셨는데 토지를 안 읽으셨다니!! ㅋㅋㅋ 완독자로서 우쭐거린다.

잠자냥 2024-02-14 15:20   좋아요 2 | URL
필독서는 아니었어서;; 과제로도 안 시켰어서;;; 걍 패스...
토지, 태백산맥, 아리랑 이런 거 다 패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불>만 읽었습니다. 이건 과제하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4-02-13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덕분에 철학의 위안,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4~5권은 읽은 팬인데 이 책은 구매하지 않았어요.
책 제목이 바뀌었군요. 이 책 제목이 나은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4-02-13 16:02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철학의 위안>이 구판으로 나왔던 책이라는 것은 사고 나서 알았어요.
그런데 제목 변경하고 나온 게 페크 님 말씀처럼 더 나은 것 같습니다. 페크 님도 즐겁게 읽으실 듯합니다!

새파랑 2024-02-13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휴에 문득 쓸쓸해져서 소세키의 <그 후>를 꺼내 읽었는데 ㅋ 역시 쓸쓸할땐 소세키군요~!!!

은오님께 영향을 받는 잠자냥님이라니... 그린라이트 인가요? ㅋㅋ

은오 2024-02-14 03:03   좋아요 2 | URL
결혼각이 보입니다~!!

잠자냥 2024-02-14 06:13   좋아요 2 | URL
그린 라이트 ㅋㅋㅋㅋㅋ 은오 생각이 궁금해서 읽은 책은 좀 있습니다. 은오가 영화는 잘 보지 않는 거 같아서 영화 영향은 없었는데… 드라마는 처음 찾아보긴 했네요~!!

새파랑 2024-02-14 09:22   좋아요 1 | URL
상대의 생각이 궁금할 때에는...

결혼해야 합니다~!!

은오 2024-02-14 10:0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습니다~!!
결혼해서 직접 물어보면 더 빠르고 편하고 정확합니다~!!

잠자냥 2024-02-14 10:27   좋아요 0 | URL
네에?????! 술파랑, 은바오 결혼 안 한 티 납니다~!!!
결혼한 부부들 서로 생각 더 모르고 사는 거 같던데....*먼산*

은오 2024-02-14 10:29   좋아요 0 | URL
그건 결혼때문이아니라 사랑이 부족해서입니다~!!
전 사랑이 넘쳐서 괜찮습니다ㅋ

희선 2024-02-1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 안 될 것 같아요 아주 없지 않겠지만... 태어났으니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좀 나을 것 같고, 살아 있기에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을 때 태어나서 다행이다 하더군요 그런 순간이 있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피해자 가해자 식구도 살아가기 힘들겠습니다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많겠습니다 그래도 살아가야죠 그런 생각이 듭니다


희선

잠자냥 2024-02-14 06:14   좋아요 0 | URL
태어났으니 살아간다, 그 정도가 맞는 거 같습니다. ㅎㅎㄹ

2024-02-14 0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4 0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2-14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명품 페이퍼.. 연휴를 보내고나면 명품 페이퍼가 나오는겁니까? 나쓰메 소세키의 문 궁금해지네요. 그렇다면 장바구니로!
흐음. 보통도 살까요? 저는 그간 보통을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에잇 그냥 사야겠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14 08:54   좋아요 0 | URL
ㅋㅋ아 어떻게든 살 핑계!! ㅋㅋㅋ <문> 다시 읽으니 전보다 재미있네요.

다락방 2024-02-14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문]에서는 어떤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면 소세키의 [마음]도 비슷했던것 같아욜. 사랑 때문에 죄의식 느끼는 거요.

여하튼 책 사겠습니다.

잠자냥 2024-02-14 08:55   좋아요 0 | URL
네, 소세키 작품은 대개 마음속 죄의식, 윤리 이런 거 고민하더라고요. <행인>도 비슷….

coolcat329 2024-02-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드라마 보기 고통스러울 거 같은데요. 제가 걸으면서 볼 드라마가 필요하긴한데 이 드라마는 고민 좀 해봐야겠어요.

저는 소세키 소설 <그 후> 딱 하나 읽었는데 이 소설 하면 그 정신을 잃을 것 같던 백합향이 떠오릅니다. 두 남녀가 세상과 고립된 채로 백합향에 갇혀 있던 장면이요.
저도 이참에 소세키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잠자냥 2024-02-14 10:27   좋아요 0 | URL
걸으면서요?? 안 됩니다. 이 드라마 걸으면서 보시면 걷다 오열합니다. ㅋㅋㅋ
3회에서 제가 좀 오열한 부분이 있어서;; ㅋㅋㅋㅋㅋ

은오 2024-02-14 10:30   좋아요 0 | URL
3화 어떤장면이요?!

잠자냥 2024-02-14 10:33   좋아요 1 | URL
계속 건드리는 부분이 있기는 해서 1~5회까지 보는 부분마다 조금씩 울기는 했는데 ㅋㅋㅋㅋ (현실 인간한테 공감은 잘 못해도 이런 거 보면서는 잘 우는 편).... 3회에서 히로키가 엄마한테 아키 검시한 서류 갖다 주고 같이 우는 장면....

은오 2024-02-14 10:47   좋아요 1 | URL
그게 완전히 따로따로이진 않을 것 같읍니다. 분명 잠자냥님은 저보다 훨씬 현실 인간한테도 공감 잘하실듯... 내꺼ㅜ 아 그장면이었군요. ㅋㅋㅋㅋ 저는 5화 마지막이었나요?! 마지막에 아키 엄마 독백씬 있잖아요 가족들앞에서 한 10분동안 혼자 주절거리는 장면. 거기서 와연기미쳣다 하면서 좀 안타까워했습니다. 화면밖으로 전해지는 고통이었따...

잠자냥 2024-02-14 10:53   좋아요 1 | URL
5화 마지막 맞아요. 그분 진짜 무슨 연기신?! ㅋㅋㅋㅋ 저도 거기 보고 심정적으로 힘들어서 일단 다음 회 못 넘어가고 있음;;; 오늘 집사2 늦는다는데 봐야겠다.........

독서괭 2024-02-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나 때문에 동생이..‘ 이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까요. 저는 혹시 내가 눈을 뗀 사이에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과연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사라진 것들>에서 ‘숨을 쉬어‘에도 매우 공감. 아 이거 리뷰 써야 하는데..
소세키 언젠가는 읽겠습니다..ㅎ

잠자냥 2024-02-14 15:23   좋아요 1 | URL
우웅 그런 생각 금지.....
전 사실 ㅋㅋㅋㅋ 부모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슬프다... 이러다가... 우리 막내냥이한테 저런 일이?! 생각하니까 갑자기 오열;; ㅋㅋㅋ 막내냥이 치마 입혀보고 싶어요... 근데 못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입혀보고 싶다!!!

자목련 2024-02-14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은오 님의 영향으로 드라마까지!
결혼이 몇 년은 당겨질 것 같습니다. ㅋㅋ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 사랑.
하나의 사랑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 다양한 갈래의 사랑이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것 같고요.

잠자냥 2024-02-14 17:2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이 댓글을 은바오가 좋아합니다...ㅋㅋㅋㅋㅋㅋ
사랑이 사람을 살아가게도 하지만 죽게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것참;;;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