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크리스티앙 보뱅의 <마지막 욕망>을 읽는 내내 기형도의 시가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사랑을 잃어버린 이의 심정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형도의 <빈집> 속 ‘나’는 사랑을 잃어버린 후 문을 잠그고 빈집에 갇히기를 선택한다. ‘나’의 침잠과 은둔을 뜻할 수도 있고 사랑을 잃어버린 후의 세계가 더는 이전의 세상과 같지 않음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보뱅의 작품 속 ‘나’는 사랑을 잃고 세상을 등지기로 한다. ‘나’는 좋아했던 오래된 책들의 페이지를 열 때면 사랑하던 이, 그러니까 ‘당신’이 준 철필을 사용하곤 했는데 이제 그 철필로 천천히 ‘나’의 정맥을 연다. 칼날은 먼저 옷감 속으로, 다음에는 피부 속으로, 마지막으로 살 속 깊숙이 파고든다. 가장 먼 곳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곳으로 긋는 칼날…. 저항이 점차 줄더니 곧 사라진다. 피는 마치 블랙베리나 라즈베리의 거품처럼 솟았다가 솜털처럼 미지근하게 흘러내린다. 나는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등지기를 선택함으로써 욕망, 한때 자신을 사로잡았던 그 욕망의 세계 또한 벗어난다. 그렇기에 이 죽음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시도한 나의 욕망일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다 그 사랑을 잃어버린 후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위대한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 아니라 고통”(마리 루티, <하버드 사랑학 수업>)이라는 말처럼 사랑의 세계에는 온갖 고통이 존재한다. 어떤 이는 욕망하는 이의 마음을 얻지 못해 고통스럽고, 또 어떤 이는 기적처럼 원하는 이의 마음을 얻어 함께 똑같은 언어로 이루어진 사랑의 세계 안에 살다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떠남으로써, 또는 그 둘의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가 더는 전과 같지 않음을, 사랑이 무너져 감을 지켜봄으로써 고통스럽다. “사랑이 시작되는 이유도 별로 없지만, 사랑이 끝날 때는 더더구나 아무런 이유도 존재하지 않”기에(<마지막 욕망>, p.129) 저무는 사랑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인간의 목숨만큼이나 욕망과 사랑의 세계도 유한하기에 소멸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렇기에 너를 잃어버린 나는 문을 닫아걸거나 세상을 등지거나 또는 그와 비슷한 여러 형태의 은둔으로 담을 쌓는다. <마지막 욕망>의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 더는 살아갈 욕구를 느끼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은 또 다른 사랑을 꿈꾸지 않겠지만 사랑을 잃고도 사람들은 살기 위해,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다음에 찾아올 사랑은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리라 기대하면서. “인생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는 마음을 열수록 우리는 더 취약해진다는 사실”(마리 루티, <하버드 사랑학>)을 알면서도 또다시 그 취약함에 기꺼이 자기를 내던진다.
 
블랙베리나 라즈베리의 거품처럼 솟았다가 솜털처럼 미지근하게 흘러내리는 피는 죽음의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은 나눌 때 느꼈던 것이기도 하다. 당신은 ‘블랙베리처럼 내 입술을 짓눌’렀으며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는 장미, 체리, 산딸기, 오렌지향이 피어난다. 그런데 사랑을 속삭이며 느끼던 블랙베리는 이제 죽음의 피가 되어 내 몸에서 흘러내린다. 보고 싶어 죽겠어, 죽을 만큼 사랑해, 죽고 싶을 만큼 좋아, 죽을 것 같아…. 사람들은 사랑을 말할 때 죽음의 표현을 종종 한다. 에로스(Eros)와 타나토스(Thanatos)- 사랑과 삶, 죽음의 충동은 묘하게도 공존한다. 열정과 광기로 촉발된 사랑은 죽음에 이를 정도로 파괴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은밀할수록 더욱 그렇다. 애절하기 때문일까. <마지막 욕망> 속 두 사람의 사랑은 은밀하기 짝이 없다. 숨겨 둔 보물을 찾듯이 편지를 주고받고 그 편지는 오직 둘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쓰인다. “단어 밑의 단어들. 흑백의 생채기가 가득한” 그 편지들은 그들을 “휩쓸었던 광기, 몸짓으로 접힌 주름 속의 광기를 모사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을”(<마지막 욕망>, p.60)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나’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딸을 둔 여자이고 그런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나의 남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어떤 사랑. 그래서 은밀하고 애절할 수밖에 없던 그 사랑.

이 사랑은 생텍쥐페리의 <남방 우편기>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세상과 멀리 떨어져 저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살아가는 ‘베르니스’와 이 지상에 속한 여인 ‘주느비에브’의 사랑은 보뱅의 ‘나’와 ‘당신’의 사랑과 조금은 닮았다. 다른 남자의 아내인 주느비에브를 사랑하는 베르니스…. 베르니스는 하늘 위에서 세상을 두루 살피며 마음속의 연인 주느비에브를 그리워한다. 지상에 발을 디디고 살기보다는 생의 거의 모든 순간을 하늘에서 보내는 베르니스는 관습, 관례, 법과 같은 이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나 있다. 그것들이 그에게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주느비에브는 철저히 지상에 속한 여자로 그것들이 그녀 인생의 테두리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두 사람의 짧고도 뜨거운 사랑은 끝내 파국을 맞이하리라는 것은 누구나가, 어쩌면 그들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 곧 탄생과 같은 의미를 지녔던 베르니스는 주느비에브가 살던 기존의 삶을 텅 비우려고 애쓰며 그녀에게 새 삶을 안겨주고 싶지만 어쩐지 그 노력은 물거품처럼 보인다. “어떤 순간에는 가장 단순한 몇 마디 말이 위력을 발휘해 아주 쉽게 사랑을 불타오르게 하지. 그건 맞는 말일세…. 하지만 삶은 분명 그와는 다른 것이라네.”(<남방 우편기>, p.188)라는 베르니스의 친구의 말은 그래서 뼈아픈 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세속적인 삶에서 동떨어져 있기에 주느비에브는 베르니스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의 품 안에서는 아이의 죽음도, 남편의 원망과 질타도 잊을 수 있었을 테니까. 마치 <마지막 욕망>의 ‘나’가 이른바 ‘세상의 지성에 금세 지루해져버린’ 것과도 같다. “언제나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전쟁과 돈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들” “성찰 없이 그런 일을 과장해서 떠드는 잡담”, “영혼과 혀를 빠르게 고갈시키는 입에서 나오는 소음”(<마지막 욕망> p.71)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거짓으로 웃거나 침묵하다 마침내 거기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 ‘당신’을 사랑하기로 선택했던 ‘나’- 그런 그들에게 이제 “진정한 언어는 사랑이라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마지막 욕망> p.71)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랑들은 결국 이 지상에서의 삶과는 완전히 유리될 수 없기에 사랑은 어느 순간 ‘나’ 또는 ‘당신’의 품을 떠나고 그것을 잃어버린 이들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혹은 죽지는 못하더라도 죽음과 같은 고통 속에 놓인다. 사랑이 이런 고통을 동반하기에 ‘나’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 “사랑이 저주임을 알고 있느냐고, 당신에게서 삶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서는 살아 있게 남겨두고, 일상을 벼락에 맞아 불타버린 황폐한 곳으로 만든다는 것”(<마지막 욕망>, p.59)을 알고 있느냐고. 또한 그 사랑으로 인해 ‘나’는 다정함과 잔인함이 욕망의 이면에 서로 달라붙어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또 존재는 부재로 인해 성장했기에 부재를 피할 수는 없음도 깨닫는다. 더불어 탄생은 죽음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때로는 나아가는 일이 포기나 멀어짐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음도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상처를 주는 건 고통이 아니라 고통을 둘러싼 어두운 밤이며 밤의 외피임도 깨닫는다.  이런 깨달음 속에서 그런 ‘나’는 다시 사랑이 가능해진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달지 않은 달콤함. 폭력적이고 상냥한 부드러움…(<마지막 욕망>, p.22) 그래서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사랑을 잃고도 또 다시 사랑을 찾는 것이리라. “당신이나 내가 아니라 ‘우리’에게 머물러 기쁨을 주었던 사랑”(p.60)이 여전히 이 세계를 이루는 언어의 진정한 저자라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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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5-29 15: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을 써내기 위해서라도 잠자냥 님은 열심히 독서를 계속하셔야 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써내는 잠자냥~

다락방 2024-05-29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사랑을 잃고 빈집에 갇히는 것도 사랑을 잃고 죽음에 이르는 것도 반대입니다.

잠자냥 2024-05-29 15:36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사랑을 잃고 나는 먹네 / 잘 있거라, 허기진 밤들아 / 창밖을 떠돌던 겨울 찐빵들아 / 내 곁을 떠났던 식탐들아, 잘 있거라 / 수저를 기다리던 흰 국밥들아 / 망설임을 대신하던 식탐들아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굶주림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마구 먹네 / 가엾은 내 허기 빈집에 갇혔네

망고 2024-05-29 15:57   좋아요 2 | URL
우와!!!!!!!넘 아름다운 시다!!!!!😂

다락방 2024-05-29 16:07   좋아요 1 | URL
흥!!! 제가 그렇게까지 많이 먹진 않는다고요!!!

2024-05-30 0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30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30 0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30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케이 2024-05-30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시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네요. 저는 기형도의 <빈집>에서 ‘나‘는 문 바깥에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사랑도 가두고 종이도 가두고 밤, 안개, 촛불 하여튼 사랑이랑 관련된 모든 걸 다 빈집에 가두고 난 빈 껍데기처럼 심지어 앞도 못 보는 상태로 살겠단 뜻으로 생각했는데, 똑같은 시에 대한 다른 해석을 보는 게 신기하고 재밌네요!
사랑을 하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걸까요? 제 인생 통틀어 제일 부끄러운 시절은 20대 초반 누군가를 죽도록 짝사랑했던 시기인데요. 제 인생에서 통째로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추한 시기였거든요 ㅎㅎㅎ
내 사랑이 일방통행이어서 그랬던 걸까요? 서로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이 끝나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무덤덤해지기 마련인데 그런 사건으로 목숨까지 끊는 건 너무 억울한 것 같아요.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쓴 걸 봤어요.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최고로 행복하면서 끝없이 불안함을 느낄 때는 내가 가진 애정의 100%를 오직 한 사람한테만 쏟고 있을 때라고.
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사랑은 나를 피폐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위험해요.
그런 사랑을 할 기회가 있었어도 택하지 않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사랑은 그냥 책에서만 읽어야죠 ㅋㅋ

저는 애기 생긴 뒤 처음으로 내일 가평으로 여행갑니다.
말이 여행이지 뭐 애기들 뒷바라지 하다 끝나겠지요 그래도 좋네요.
잠자냥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4-05-30 14:14   좋아요 1 | URL
케이 님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게 또 시의 묘미겠죠!
사랑을 하면 정말 더 좋은 사람이 될까요??? 저도 돌아보면 사랑할 때 저의 가장 추하고 못난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해요. 인생 통틀어 제일 부끄러운 모습도 누군가와 사랑할 때 나타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런 괴물을 마주하면 현타도 오고 그렇습니다. 이럴 바엔 사랑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요. ㅎㅎㅎㅎ
사랑 때문에 피폐해진 경험도 종종 있었어서 다시는 그러지 않는다! 하고도 또 그러고 있는 저를 보면 참 한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아 드디어 아가들과 내일 첫 여행을!!
새로운 곳에 가서 싱기방기 눈동자 굴릴 아가들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귀엽습니다.
케이 님도 쌍둥이들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독서괭 2024-05-3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생텍쥐페리가 저런 작품도 썼군요. 처음 들어봐요. 야간비행은 예전에 사놓고 안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ㅋㅋ
저 최근에 옛날에 했던 라디오 방송(영어책 읽어주는)을 들었는데 첫 작품이 <어린 왕자>더라고요. 귀로 듣는 어린왕자는 또 다르더군요. 너무 좋았어요.
보뱅의 이 책은 사랑의 이면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흠.. 읽고 싶진 않다.. 잠자냥님 글로 만족! ㅎㅎ

잠자냥 2024-05-31 10:27   좋아요 1 | URL
<야간비행>보다 <남방 우편기>가 더 좋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시라능-
보뱅의 이번 소설은 지금까지 보뱅 작품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약간 당혹감을 안겨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날씨도 화창하고(아닌가? 올해 5월에는 우중충하게 비가 많이 내리는 거 같기도), 연휴도 많아서 즐거운 5월인데, 나는 이래저래 좀 힘든 일이 많아서 그 5월을 제대로 누리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책도 읽지 못한 지 어언....2주가 다 되어가는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책 한 자 읽지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이 있을 줄이야. 그나마 회사에 나오면 글을 읽을 수 있어서(머릿속에 잘 들어오지는 않지만 일이니까 읽어야 하므로 읽는다) 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중에 비비언 고닉 신간 <끝나지 않은 일>을 살펴보다가 “그 무엇도 책에는 비길 수 없다. 문학작품에는 일관성을 갈구하는 열망과 어설프고 미숙한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비상한 시도가 각인되어 있어, 우리는 거기서 평화와 흥분, 안온과 위로를 얻는다. 무엇보다 독서는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한다.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pp.10~11) 이 구절을 읽고는 한참 거기에서 눈길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그러니까 정말로 그렇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고, 책 읽기만이 어쩌면 이 힘겨운 세상에서 나를 버티게 해준다고. 그런데 요즘 이 힘든 시기에 그걸 못하고 있으니 더 인생이 버거운 느낌이다.

그렇게 읽지 못해도, 읽지 못하니까 왠지 더 사게 되는 책들, 그래서 산 책들-




강남순, <철학자 예수- 종교로부터 예수 구하기>
5월에 출간된 책 중에는 가장 눈길이 간다. 나는 종교인도 아니고 신을 믿지도 않고 기독교도 좋아하지 않지만 인간으로서의 ‘예수’에는 관심이 많다. 사상가로서의 예수, 철학자로서의 예수, 사회주의자로서의 예수 등등 예수라는 인간을 다양한 각도로 살펴본 책에는 눈길이 간다. 데리다의 환대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국내에 알리고 있는 강남순이 철학자로서 예수의 면모를 살펴보는 책이니 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부제가 “종교로부터 예수 구하기”가 아닌가. 그래, 맞아. 예수는 종교, 그러니까 기독교 때문에 오독된 인물일지도.




비비언 고닉, <끝나지 않은 일>
당연히 사야할 책이었다. <사나운 애착>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그러면서도 고닉 책은 읽는 족족 다 팔아버린 나..... 이따금 약간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그 이후로 글항아리에서 출간되던 비비언 고닉 선집은 이로써 완간. 북플이나 서재에서 이 책 상찬이 대단한 것 같다. 오롯이 내 감상으로만 느끼고 싶어서 이웃들 리뷰는 실눈 뜨고도  읽지 않았다.....




메리 루플, <가장 별난 것>
잘 쓴 에세이를 읽으면 황홀하다. 고닉의 에세이를 처음 읽었을 때 그랬는데, 메리 루플은 어떨까. 시인 메리 루플의 산문집 <나의 사유 재산>과 <가장 별난 것> 이 두 권이 나에게 전율을 일으킬 또 다른 에세이스트가 될 수 있을까........




레이먼드 월리엄스, <키워드>
문화비평가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30년 동안 집필에 힘썼던 책. ‘가족’, ‘사회’, ‘대중’, ‘변증법’ 등 사회 문화적으로 중요한 총 131개의 키워드를 통해 삶과 사회를 살펴보고 있다. R 항목을 훑어보자..... “Racial 인종적/ Radical 급진적, 근본적/ Rational 합리적/ Reactionary 반동적/ Realism 리얼리즘, 실재론, 사실주의, 현실주의/ Reform 개혁, 개혁하다/ Regional 지역적/ Representative 대의제, 대표, 표상적/ Revolution 혁명/ Romantic 로맨틱, 낭만주의적, 가공의, 낭만주의자” 완전 재미있을 거 같은데 언제 읽지...;



       
프랑수아 줄리앙, <고요한 변화>
동서양 철학의 간극을 비교, 통찰한 저서들로 유명한 프랑수아 줄리앙의 대표 저서. 그에 따르면 ‘변화’는 눈에 띄지 않지만 결국 모든 것을 전혀 다른 국면으로 이끄는 지속적인 움직임이다. 서양 철학은 ‘변화’나 ‘이행과정’ 자체를 사유하지 못하는데 동양 철학의 사유를 끌어와 그 빈틈을 메꾸어 본다.  




에바 일루즈, <사랑은 왜 끝나나- 사랑의 부재와 종말의 사회학>
<사랑은 왜 아픈가> 읽던 중 급박하게 읽고 싶어져서 구매. 에바 일루즈가 20여 년간 연구해온 감정사회학의 대미를 장식하는 저작으로 꼽힌다. “어떻게 자본주의가 성적 자유를 점령해, 성적 관계와 낭만적 관계를 유동적이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는가”(48쪽)를 해명한다고.




케네스 골드스미스, <문예 비창작- 디지털 환경에서 언어 다루기>
언젠가 서점에서 서서 읽다가 아, 이거 사야겠다 싶어서 보관함에 담아두고는 오래 묵혀두었던 책. 글쓰기와 관련해 이 시대의 무수한 글과 엄청난 정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살펴보는데, 디지털 시대에 “비독창적 천재(Unoriginal Genius)”로서 “비창조적 글쓰기(Uncreative Writing)”를 구현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증명한다.




김인정, <고통 구경하는 사회-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얼마 전 유튜버들끼리 살인 현장을 생중계했다는 끔찍한 뉴스를 접했다. 자극적인 영상이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날마다 재현되는 시대가 또 있을까? 사람들은 이런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타인의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만다. 이 책은 고통을 눈요깃거리로 소비하는 세태를 진단하고 대상화되는 고통의 맥락을 복원하는 한편으로 공적 애도의 자세까지 제안한다.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미셸 시망, <다르덴 형제 - 인간을 존중하는 리얼리즘>
다르덴 형제의 인터뷰집이 출간되었는데 어떻게 안 사?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프랑스 퀼튀르 라디오방송을 통해 진행된 네 번의 인터뷰와 2015년 로렌대학교에서 열린 영화 수업이 담겨 있다고 한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자전거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등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간다고 하니 더 기대된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뭉크를 읽는다>
뭉크를 좋아한다. 이 책은 <나의 투쟁>을 쓴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가 뭉크에 관해 쓴 에세이로 뭉크의 작품과 그가 살았던 시대, 그리고 그의 예술이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구한다. 전통적인 내러티브의 형식을 따르기보다는 그림과 전기적 요소를 오가며, 뭉크에 관한 다양한 저술, 문학 작품, 동시대 예술가와의 인터뷰, 현대 철학 사이를 넘나들며 뭉크의 작품 세계를 파고든다고.




워커 퍼시, <영화광>
이 출판사(섬과달)는 출간 목록이 흥미롭다. 편집자 출신이 차린 1인출판사인 것 같은데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를 계속 소개하는 패기가 남다른 듯. ‘팀 오브라이언’을 뚝심 있게 소개하더니 ‘워커 퍼시’의 이 작품도 소개. 이렇게 색깔 있고 개성 있고 (시장 논리에) 굴하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목록을 만들어가는 출판사, 진심으로 응원한다. <영화광>은 작가가 마흔네 살이던 1961년에 쓴 데뷔작으로 이듬해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1923년부터 2005년 발표된 최고의 영어 소설 100권 중 하나로 꼽히기도(<타임> 선정).




마르그리트 뒤라스, <부영사>
뒤라스 책이니까 그냥 산다.




크리스티앙 보뱅, <마지막 욕망>
보뱅 책이니까 그냥 산다22222222. “좋아했던 오래된 책들의 페이지를 열 때 당신이 준 철필을 사용했다. 지금 그 철필로 천천히 내 정맥을 연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 지금까지의 보뱅과는 어쩐지 좀 다를 듯한 이야기.




앙드레 지드, <새로운 양식>
<지상의 양식> 아닌 <새로운 양식>- 김화영 번역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



북펀딩



C. 더글러스 러미스, <래디컬 데모크라시>
일찌감치 펀딩한 책이 곧 올 예정이다! 다음주 출간 예정.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의 더글러스 러미스 “사유의 저수지 같은 텍스트”라는데 펀딩에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지. 원저가 출판된 지 28년 만에 드디어 한국어판 출간!!





정신없어서 책 안 산 것 같더니 많이도 샀구나...;; 이 재미난 책들을 이제 읽을 수 있게 되길....



마무리는 역시 우리 막내~!! 이런 중에도 이 녀석 보면 순도 100%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간식 기대....



필살의 애교. 발라당~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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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5-21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잠자냥 님 글이다!! (일단 안읽고 댓글 달기)

잠자냥 2024-05-21 10:22   좋아요 1 | URL
책을 못 읽어서 쓸 글이 없던 잠자냥....

다락방 2024-05-21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에바 일루즈의 책만 제가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네요. 저는 고닉 한 권 읽고 더 안읽고 있어요. 저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 서재를 보면 저 빼고 모두가 매력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잠자냥 님도 물론..
그나저나 강남순에 대해서는 좀 복잡한 마음이라 저는 저 책의 존재를 알고 그냥 바로 패쓰하긴 했었는데, 이 페이퍼에서 잠자냥 님의 글로 만나니 흐음,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담아갑니다.

잠자냥 님 글 내내 기다렸는데 언제 올리시려나 하다가 이렇게 올라온 거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저도 다음엔 책 많이 사서 책탑 사진 찍어 보답할게요.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5-21 10:24   좋아요 1 | URL
에바 일루즈는 서재에서 다들 한 권씩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은 잘 안 읽었는데 에바 일루즈는 ‘그런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계속 읽어보려고요....
강남순에 대한 복잡한 마음은 제가 다락방 님 만나면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만난다고 계속 세뇌 중인 잠자냥 ㅋㅋㅋㅋㅋㅋ)

5월 안에 꼭 다시 책 읽고 글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꼭 많이 사서 높은 책탑으로 보답해요! (뭐래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5-21 10: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에겐 다른 책은 안 들어오고 왜 미셸 시망 이름만 꽂힐까…한국에선 자기 이름이 시발 망함인 걸 몰라서 다행이겠다 시망…

잠자냥 2024-05-21 10:49   좋아요 1 | URL
시망 ㅋㅋㅋㅋㅋ 시발 망함 ㅋㅋㅋㅋㅋㅋㅋㅋ
유열 님 요즘 공부하기 힘드시군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5-21 10:49   좋아요 1 | URL
요즘 아니고 요세월 (한 삼년 간) 힘들지요 ㅋㅋㅋㅋㅋ
쉬러 와서 시망 한 단어로 잘 쉬고 가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5-21 10:50   좋아요 2 | URL
시망 어른 작년에 사망하셨네요…제 댓글 못 보고 가셔서 다행…

잠자냥 2024-05-21 10:59   좋아요 1 | URL
시방 시망 사망

공쟝쟝 2024-05-21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글라스 러미스 펀딩 한사람 나! 누구 생각하며 했을까?

잠자냥 2024-05-21 10:53   좋아요 2 | URL
엥? 잠깐만.. 어제 펀딩한 사람들 목록 떠 있어서 살펴봤는데 쟝 이름 못 본 거 같은데... 다시 보러 갔다올게... (앗! 있네?! ㅋㅋㅋㅋㅋㅋ)
내 생각! (마음속 땡투?!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5-21 10:55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이랑 저랑 댓글 튼 계기가 경제성장.. 때문이다!! ㅋㅋ 헤헷. 대학교 때 여름방학 때 읽으면서 몸서리 쳤던 기억이 납니다!

자목련 2024-05-21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기다렸어요, 잠자냥 님 글!! 저도 고닉 책 읽고 다 팔았다는 ㅋㅋ 메리 루플, <가장 별난 것>가 제일 궁금해요.
보뱅은 앞부분 읽다가 멈췄어요.<가벼운 마음>과는 완전 다른 소설인 것 같은.
막내의 애교는 날로 성장 중~~

잠자냥 2024-05-21 13:25   좋아요 0 | URL
보뱅 저 책은 어두운 분위기인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또 기대 중.
<가장 별난 것>은 얇아서 금방 읽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4-05-21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남순 교수님 책 나도 사야겠구나 싶네요. 그 밑에 책도, 그 밑에 밑에 책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닉 책이랑 에바 일루즈 책 말고 몽땅 사야합니다.
근데 진짜 막내 전성기인가요? 미모 폭발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5-21 13:25   좋아요 1 | URL
다 사요! ㅋㅋㅋ
막내는 늘 전성기 미모입니다. ㅋ

독서괭 2024-05-21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악!! 발라당!!! 하트 100개 날리겠다 막내야!!
잠자냥님이 책을 못 읽다니.. ㅠㅠㅠㅠ 어서 괜찮아지시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요즘 소설 잘 안 사는 잠자냥..

잠자냥 2024-05-21 13:24   좋아요 0 | URL
저거 진짜 막내 필살기인데.... 직접 보면 쓰러짐..... 심지어 자기도 자기 필살기인 거 아는 거 같음.
소설 3권이나 있잖아요?!

독서괭 2024-05-21 13:33   좋아요 1 | URL
비율상.. 1/5…

페넬로페 2024-05-21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자냥님 글 기다렸고
딸아이는 고양이 사진 기다렸습니다.
뭔지 몰라도 잘 해결 되었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잠자냥 2024-05-21 15:54   좋아요 2 | URL
아~아니, 생각지도 못한 제 고양이 팬이 있었군요?
이번에는 막내 사진 올릴까 말까 하다가 올렸는데 안 올렸으면 큰일 날 뻔!
시간이 좀 필요한 일들인데 다 잘 해결되리라 믿어요!! 아무튼 감사합니당!!

건수하 2024-05-21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책을 못 읽어서 글을 안 쓰셨군요...
책을 못 읽는다니 ㅠㅠ 댓글은 다시길래 걱정하진 않았지만 기다렸어요.

철필로 정맥을 ... @_@.... 보뱅 이번 책은 좀 무섭군요.
이번 책탑에는 처음 보는 책이 많네요.

앞으로는 책을 좀더 읽을 수 있게 되시기를..

잠자냥 2024-05-21 17:26   좋아요 1 | URL
글도 딱히 뭐라고 쓰기가 뭐한 그렇더라고요?! 댓글까지 안 달면 다락방이 심심할까 봐 ㅋㅋㅋ 다락방 서재 위주로 달기는 했어요.

네~ 읽게 되겠죠!

다락방 2024-05-22 07:54   좋아요 2 | URL
자나깨나 다락방 생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5-22 10:11   좋아요 0 | URL
마자🙆🏻‍♀️💕💕

다락방 2024-05-22 11:33   좋아요 1 | URL
나 어제 책 샀다? 많이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5-22 12:18   좋아요 0 | URL
잘했따~~~~!!! 기대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5-21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막냉이 보드라운 뱃살 만져보고 싶어요ㅠㅠ

잠자냥 2024-05-21 17:28   좋아요 1 | URL
저도 만져보고 싶네요;;; ㅠㅠ
(저도 아직 못 만져 봄 ㅋㅋㅋㅋ 고냥이들이 뱃살 만지는 거 싫어하는 거 아시죠? 덥석 만지다 물립니다! 😼)

망고 2024-05-21 17:31   좋아요 1 | URL
아니 아직 못 만져 보셨어요? 저는 울 망고 뱃살 만지고 물리고 뒷발로 채이고 앞발로 맞아도 일단 만졌는데요ㅋㅋㅋㅋㅋㅋㅠㅠ

잠자냥 2024-05-21 17:40   좋아요 1 | URL
오눌 아침에도 뽀뽀 좀 많이 했다고 결국 팔뚝 물림 ㅋㅋㅋㅋㅋ ㅠㅠ
뱃살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녀석은 3호뿐입니다. 이 녀석은 좋아해요. 신기한 넘 ㅋㅋㅋㅋ

망고 2024-05-21 17:42   좋아요 0 | URL
막냉이 새침한 성격이네요ㅎㅎㅎ3호의 뱃살도 보여달라😾

건수하 2024-05-21 20:32   좋아요 2 | URL
아직 못 만지셨다니….

저도 얼마전 회사 냥이가 벌러덩 하고 배 보여주길래 응? 만지라는 건가? 하고 만졌다가 피봤습니다…. 발톱이 청바지를 뚫고 ㅠㅠ

망고 2024-05-21 21:42   좋아요 1 | URL
저런ㅜㅜ 그래도 긴바지 입고 계셔서 다행입니다 반바지였으면...🥶

건수하 2024-05-22 08:39   좋아요 1 | URL
어후… 그러게요. 그뒤로 조심하고 있어요 ^^

은오 2024-05-24 0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 오늘도 차오르는 결혼욕구.... 한권한권 너무 머싯읍니다~!! 제 이상형이 이런 책 읽는 사람인데 이런사람은 이세상에 잠자냥님밖에 없음 고로 난 잠자냥님이랑 결혼을 해야함...

잠자냥 2024-05-24 09:33   좋아요 1 | URL
아니야 저런 책 읽는 사람 많다던데....
책 읽는 거 보고 결혼하면 패가망신합니다~!!

은오 2024-05-24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가장 별난 것> 찜~!!
2. 저 <사랑은 왜 아픈가> 엄청 재밌게 읽었거든요 ㅋㅋㅋㅋ 그뒤로 감정자본주의랑 섹스자본이란 무엇인가는 그저그랬는데 여기서 <사랑은 왜 끝나나> 보니까 갑자기 궁금... 잠자냥님을 향한 제 사랑은 끝날 일이 없으니 안읽어봐도 될거같지만 일단 담아보겟읍니다
3.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좋아하는 패기가 남다른 은바오는 어떠신지?!
4. 최근에 <연인>까지 읽고 저도 뒤라스 내 취향이다 했어요!! 다음으로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읽으려고 담아둠 ㅋㅅㅋ
5. <마지막 욕망>은 슬플 거 같아서 잠시 미뤄두는중.... 요즘엔 슬픈 책 읽기 싫더라고요ㅠ
6. 전 잠자냥님을 보면 순도 100%의 미소가 지어집니다.

잠자냥 2024-05-24 09:48   좋아요 1 | URL
1. 내가 먼저 읽어야지!! (과연? ㅋㅋㅋㅋ)
2. <사랑은 왜 아픈가>는 항상 읽다 만다는;; 이번에도 또 끝까지 못 읽음;;; 아무튼 <끝나나...>부터 읽어봐야지;
3. 패기는 남다르군요. 근데 왜 <영화광> 사놓고 안 읽음? 그새 식음? ㅋㅋㅋㅋ
4. 곰탱이도 태평양을 막는 제방 > 연인.... <타키니아의 작은 말>은....4별 예상~!!
5. 이것도 내가 먼저 읽어야지!! (과연? ㅋㅋㅋㅋㅋ)
6. 언제 봤는데요? ㅋㅋㅋㅋㅋㅋ

2024-05-25 0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25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의 인생 네 권- 2024년 버전


인생 책을 꼽아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당황한다. 그 많은 책에서 몇 권을 고르라고? 그게 가능해? 게다가 책 한 권이 사람의 인생을 대단히 크게 바꾸지는 못한다고(그런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인생 책!”이라는 매우 무척 대단히 몹시 장엄한 질문에는 괜스레 가볍게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예를 들면 <소돔120>일!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다....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이것도 어떤 의미로는 인생 책이긴 하다. 책을 읽다가 난생처음 구토를 해보게 해줬으니까...........끄아.

아무튼 다른 분들의 인생 네 권을 살펴보니 참 재미있구나. 나도 일단 2024년 4월 현재 인생 책 네 권을 추려보았다.





황순원, <나무들 비탈에 서다>
진정한 의미로 인생 책이다. 10대 시절 황순원의 소설을 읽고 감응하지 않은 문학소녀소년들이 있을까. 나는 그중에서도 <나무들 비탈에 서다>를 최고로 꼽는다. 이 판본으로 읽은 것은 아니고 문고본으로 읽었는데 하.... 진짜 몇날 며칠 몇 달 이 책의 문장과 분위기 정서 인물들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다. 지금도 생각하면 뭔가 가슴이 아파지는 작품. 아마도 이 작품을 읽고 문학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 <회색 노트>
인생 책이라면 아무래도 자기 자신의 역사와 관련 있는 책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회색 노트>도 이 판본으로 읽은 것은 아니고 아주 오래전 문고본으로 읽었는데 진짜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거의 모든 구절들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본가에 가면 그때의 그 문고본이 아직도 있는데(지난 2월 설에 갔을 때도 잠깐 펼쳐봤는데.... 하 이젠 뭔가 부끄러워서 재빨리 덮었다), 이 책은 영원히 버릴 수 없을 것 같다. 10대 시절에 이 책을 읽고 감응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심장은......... 아직도 기억하는 구절. “Tibi” 내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C. 더글러스 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이 책도 늘 꼽는 책이긴 하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 어쩌면...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순응하면서 살아가기 더 편했을 것이다. 엄마가 보기에도 그렇게 살아가는 내 삶이 더 좋았을 것은 확실하고- 그러니까 이 책을 읽기 전의 나- 20대의 나는 이른바 자기계발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성장이라든가 발전이라든가 이런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이 책 이후로 비슷한 책을 탐독하면서......예컨대 <게으를 권리>(폴 라파르그)나 <게으름에 대한 찬양>(러셀)이나 <벤야멘타 하인학교>(발저) 같은 탈성장 반성장주의 책을 읽어대며 나는 엄마가 원하는 삶에서 점점 더 멀어져갔다...... 나의 야망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엄마 및 집사2)은 이 책을 탓해야 할지도.

데이비드 오길비, <어느 광고인의 고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미치겠다. 이 책을 저주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런데도 인생 책으로 꼽은 까닭은, 이 책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여, 내 인생 돌고 돌아 이제와 제자리에 선 듯한 느낌.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생 때 하필이면 데이비드 오길비의, 하필이면 이 책 <어느 광고인의 고백>을 읽고 우아, 광고! 멋지다! 카피라이터! 멋지다! 매일 새로운 걸 생각하고 살아야 한대! 와, 대박. 좋아! 나는 오길비 같은 카피라이터가 되겠어! 생각하고.... 또르르... 그 이후 인생은 그렇게 망조로 걸어 들어가........... 10년 이상을 허비한 것 같다. 그래도 이 책 자체는 해당 분야에서 명저이긴 하다. 엥? 근데 이 책 오랜만에 보니까 왜 가슴이 뛰어...? 정신 차려!!!!











이렇게 그냥 가면 재미없으니까 은잠 드라마 열혈 시청자들을 위한 특별버전입니다.


잠자냥의 인생 네 권- 2083년 버전(은곰탱한테 결혼 10년 줄여줬습니다)





2083년 버전이니까 할망구 톤 앤 매너로 상상하면서 읽으십시오.

하마노 지히로,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아니 내가 그 옛날에 언제더라.... 내가 소싯적이던 그 마흔 몇 살 때 말이야. 아이고, 젊다 좋을 때다. 그때 그 알라딘인가 옛날에는 온라인 서점 같은 데서 책도 팔고 글도 끼적이게 하고 그랬거든? 근데 거기서 웬 어린애가 나타나서는 허구한 날 나 좋다고 들이대고 그러더라고. 근데 걔가 이 책을 처음 소개했지 아마? 허, 요즘 애들은 신통방통한 걸 다 아는구나 싶어서 한번 읽어보자 했다가. 그때 말로 대가리가 깨졌잖아? 이걸 요즘 말로 뭐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근데 나 좋다고 하던 그 애가 이걸 읽고 쓴 리뷰도 또 기가 막히게 잘 썼더라고. 아니 요 녀석 좀 똘똘하구나, 그래서 좀 관심이 갔지. 그 전에는 뭐... 별 이상한 애가 다 있군 했거든. 이 책 때문에 좀 관심이 생겼다, 뭐 이거지.”

박태하, <책 쓰자면 맞춤법>
“아니 근데 그 애가 말이야. 무슨 맞춤법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뭐 그래 공부도 열심히 하는구나? 기특하다 했더니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야. 예문을 다 온통 나를 예로 들어서 쓰면서 연재를 하는 게 아니겠어? 그거도 다 기승전결혼. 내가 그때부터 세뇌를 당해가지고, 아 내가 얘를 좋아하나? 아 좋아해야 되나?? 아 결혼해야 되나? 자꾸 넘어가는 것 같더라고? 서동요 작전을 맞춤법 책으로 할 줄 내가 알았느냔 말이야. 그러니까 이것 좀 보라고. 완전 결혼신청이지.”

꼬깃꼬깃한 종이를 탁자 위에 펼쳐놓는다.
 
어떻게 잠자냥 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수')
잠자냥 님 때문에 남자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따위')
잠자냥 님이 별로였던 적이 있던가? ('적')
잠자냥 님의 지성미, 귀여움, 재치 등 모든 게 좋아. ('등')
잠자냥 님을 만나는 김에 뽀뽀도 해야겠어. ('김')
잠자냥 님과 결혼하면 정말 행복할 텐데. ('터' * '텐데' = '터인데')
잠자냥 님과 결혼할지 말지는 내가 정해. (어미)
잠자냥 님을 사랑한 지 벌써 일 년이나 되었어. (의존명사)
나한테는 잠자냥 님밖에 없어. (조사)
잠자냥 님, 추운데 왜 밖에 계세요? 저희 집에서 라면 먹고 가세요. (명사)
잠자냥 님은 정말 바람직한 성품을 갖고 계셔. (접사)
잠자냥 님과의 결혼은 내가 바람 직한 일이지. (보조형용사)


다니엘 글라타우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책이라는 게 참 요상한 물건이야. 요런 책은 내가 평소라면 절대 안 읽을 책이거든? 근데 이 제목만 봐도 오그라드는 책을 인생 책이라고 허구한 날 꼽는 사람이 있었어. 다락방이라고 진짜 많이 먹는 걸로 유명한 여자가 있었거든. 지금 백 살이 넘었는데도 자기 장수 비결을 1끼 2메뉴로 꼽고 있어. 대단하지? 아무튼 그 여자가 이 책을 설명하면서 은오랑 내가 알라딘판 새벽 세시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 그게 뭔 소린가 싶어서 읽었다가 제대로 낚였지 뭐.... 내가 읽었더니 은오도 따라 읽고 나서는 ㅋㅋㅋㅋㅋ 자기가 공감한 구절 서로 막 보여주면서 그랬다 뭐 그런 옛날이야기야.... 그러니까 이런 구절 말이야.”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아유, 이 책도 우습네. 내가 신형철을 안 좋아해서 은오가 맨날 내 귀 막고 약혼자가 신형철 마니아하고는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든 뭐 그런 짤이 있는데 그 짤 보다가 신형철하고 정들어서(엥?) 읽어봤지 뭐야. 근데 원래 뭐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읽는 책 궁금해지고 왜 좋아하나 들여다보고 싶어지고 그런 거잖아? 그래서 내가 큰마음 먹고 대체 왜 신형철을 좋아하나.... 내가 뭐 놓친 게 있나? 싶어서 읽어봤거든? 좋더라고..... 그러니까 이런 문장 말이야. 아 그리고 주례사비평의 대명사 신형철이가 우리 주례 서줬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이기적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위선적이기도 싫지만, 자주 둘 다가 되고 마는 심장의 비참. 이 비참에 진저리 치면서 나는 오늘도 당신의 슬픔을 공부한다. 그래서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다.”(<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28쪽)

“이제 여기서는 욕망과 사랑의 구조적 차이를 이렇게 요약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탁자에 놓은 틀니를 입에 넣고 일어서는데 지팡이 짚은 은곰탱이가 나타나서 부축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곰탱이도 이거 해보라고 할까?!

은오야 인생 책 4권 쓰면 결혼 5년 더 줄여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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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24 12: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은오님과 책으로 연애하시네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24-04-24 12: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역시 재미있다. 잠자냥 님은 이 간단하게 쓸 수 있는 페이퍼도 아주 재미있게 쓰시네요. 황순원 소설 말씀하셨는데 저는 강신재 생각이 납니다. 다른분 인생책 네 권에도 강신제 <젊은 느티나무>가 있던데, 저도 그거 참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고등학교 시절 한국 단편은 의무감으로 읽는걸로만 알았는데 젊은 느티나무 읽으면서 와 엄청 재미있다! 하고 반복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문장들은 외우기도 했었는데요, 어제 마침 회사 동료가 민음사 북클럽인가 신청해서 온 책들 인증했는데 거기에 젊은 느티나무 있더라고요. 오빠, 그는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이었다. 이런 구절 같은거 막 얘기해줬었어요. 국내 문학작품을 인생 네권으로 꼽으시니 잠자냥 님 뭐랄까 정말 문학도 같고 멋집니다. 게다가 광고책까지.. ㅋ ㅑ - 술 마실 각이네요. (갑자기?)

글로써 잠자냥 님 인생에서의 많은 부분들을 읽어보긴 했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만나서 나누어도 정말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 해보게 됩니다. 잠자냥 님 만나서 겁나게 수다 떨고 싶다는 생각을, 이 페이퍼 보고 하게 되네요. 껄껄.

잠자냥 2024-04-24 12:37   좋아요 5 | URL
네 권만 딱 올라온 페이퍼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역시 그 책과 관련한 이야기가 술술 덧붙여져 있으면 더 재미있더라고요. <젊은 느티나무> 때문에 비누 판매율 치솟았던 거 아세요? (는 뻥 ㅋㅋㅋㅋㅋㅋㅋ) 한국 단편은 지금 기준(특히 페미니즘 기준)으로 보면 빻은 작품들도 많지만 그래도 또 한국인 특유의 정서로만 이해할 수 있는 문학도 많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름 피와 살이 되고.... 황순원의 작품은 진짜 참 아름답습니다...... 캬 술마실.....(응?ㅋㅋㅋㅋ)

만나서 나눌 시간이 육박해오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락방 님 하고 저는 조만간 왠지 만날 거 같은 예감~ ㅋㅋㅋㅋ 순댓국 뚝배기 기울이기 대결! ㅋㅋㅋㅋㅋ

망고 2024-04-24 12: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글 잘쓰는 사람은 인생네권 페이퍼로도 이렇게 고품격 글이 나오는군요. 캬~
그나저나 성스러운동물성애자가 사랑의 시작이었군요. 역시 잠자냥님은 동물성애자 곰탱이사랑꾼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4 12:46   좋아요 3 | URL
엥? 고품격? ㅋㅋㅋㅋㅋㅋ 고품격이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ㅋㅋㅋ
동물성애자 곰탱이사랑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4-24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잠자냥님 인생네권은 재밌어요~
폴스타프님과 잠자냥님 인생네권에 황순원이 있다니.
황순원하면 소나기 밖에 생각안나는 저로서는 궁금하네요. 문학도 두 분이 꼽으셨다니!!

잠자냥 2024-04-24 13:00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님이 황순원 꼽으신 거 보고 끄덕끄덕했습니다. 내적 기쁨 ㅋㅋㅋ
(<이 시대의 사랑>이나, <밤의로의 긴 여로>도 그렇고...)
소나기가 아닌 다른 작품으로 황순원 한번 읽어보세요! ㅎㅎ

라파엘 2024-04-24 15:53   좋아요 2 | URL
자냥님과 폴스타프님의 공통된 선택에 영향을 받아서, 문지 한국문학전집에 있는 황순원 단편선과 소설선을 주문했습니다 ㅎㅎ

얄라알라 2024-05-15 21:51   좋아요 1 | URL
저도 소나기 밖에 알지도 못하고 읽어본 적도 없어서 부끄부끄 조용히 댓글만 읽고 지나가려다가 햇살과함께님 말씀에 냉큼..얹기 ㅎ

공쟝쟝 2024-04-2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순원 자냥에 감히 드래곤 라자를 비볐구나…

잠자냥 2024-04-24 13:2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삼미>는 읽었을 당시엔 나도 좋아했던 작품.... 그 이후 표절 사건으로 정이 좀 떨어졌...
아무튼 드래곤 라자는 안 읽어봐서 뭐라 말하기가.... ㅋㅋㅋㅋ
근데 쟝은 이미 프랑스고앵 자냥한테 씨제이감송도 비볐으니까 괜찮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4-24 14:00   좋아요 1 | URL
부비적 부비적. 나 저거 경재성장 20대초반에 읽었다고 말씀드렸죠? 좋은 시절이었죠… 나의 불만과 함께 리먼브라더스가 터지던 시절…

페넬로페 2024-04-24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홋!
이 잠자냥의 센스 보소~~
은곰탱을 사랑하고
부정했지만 신형철마저 사랑하게된 할머니, 잠자냥!! ㅎㅎ

잠자냥 2024-04-24 15:52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은 역시 문해력과 리뷰와 독해력이 뛰어나십니다~!! ㅋㅋㅋㅋ

Falstaff 2024-04-24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순원에 딱 꽂힙니다. ㅋㅋㅋ 저도 뒤 가르의 <티보가의 사람들> 넣을까 말까, 끝까지 괴민하다가 ㅎㅎㅎ 여러가지로 반갑네요.

잠자냥 2024-04-24 20:04   좋아요 0 | URL
황순원은 그져 한국 문학의 꽃입죠… 저도 <학>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은오 2024-04-24 20: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책...? 😫 그거 버리면 안되나요? 아님 절 끝사랑으로 여기시든지....
2. 경제성장 궁금합니다. ㅋㅋㅋㅋ 게으름에대한찬양이랑 벤야멘타하인학교보다 먼저 잠자냥님을 바꾼 책이라니!
3. 광고인의 고백 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보니까 또 가슴 뛴다고 하는 거 너무 귀여웤ㅋㅋㅋㅋㅋㅋ
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책도 멘트도 하나하나 주옥같다...... 신형철이 우리 주례 서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용문 두개 다 저도 좋았읍니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저 구절 때문에 조제호랑이물고기들을 다시 봤다는
5. 부축해줄게요. 진짜! ㅋㅋㅋㅋㅋ
6. 인생네권이니까 40년 줄여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2043년에 결혼 약속 해주시면 쓰겠읍니다~!!

잠자냥 2024-04-24 20:08   좋아요 2 | URL
1. 엥?! 버리라고?! ㅋㅋㅋㅋ 아니 이 무슨 벌써부터 집착&질투&감시 나원참
2. 경제성장 저거 개정판 말고 초판 2002년인가 나왔을 땐 센세이션했는데 그 이후 저런 책 많이 나와서 은오는 이미 다 알 내용일지도.
3. 🤯🔫
4. ㅇㅇ 주례 서준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인용문 곰탱이 글에서 가져 온 겁니다. 바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너 지금도 기대서 다니잖아!!
6. 헐 이 곰탱이 나랑 밀당을 하시겠다?! ㅋㅋㅋㅋㅋㅋㅋ 2043년 계산해 봄…. 음………….🙄🙄🙄🙄

새파랑 2024-04-24 2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제가 생각하는 잠자냥님의 책 리스트는 아니지만,

책마다 다 사연이 있어서 그런지 더 인생책처럼 느껴집니다~!!

잠자냥 2024-04-24 21:20   좋아요 1 | URL
사연도 있고 그래야 인생책스럽지 않겠습니까~!!

독서괭 2024-04-24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오!! 역시 잠자냥님이닷!! 읽은 책이 한권도 없닷!!! ㅋㅋㅋㅋ
이건 무슨 신종 프로포즈인가 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4 21:20   좋아요 0 | URL
ㅋ ㅑ ㅎ ㅏ ㅎ ㅏ ㅎ ㅏ ㅎ ㅏ ㅎ ㅏ 신종 프로포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 ㅑ 하하하하하 그때 꼭 국수 먹고 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4-24 21:26   좋아요 1 | URL
뷔페로 해주시면 안되나염? 🙄

단발머리 2024-04-24 21:51   좋아요 1 | URL
갈비탕도 난 괜찮아요. 잡채는 나오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4-24 21:56   좋아요 2 | URL
뷔페면 축의금 좀 더 생각해드릴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4-24 22:16   좋아요 2 | URL
얼마 하실거에요? (속닥속닥)

다락방 2024-04-24 22:30   좋아요 2 | URL
(그건 나중에 따로 얘기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4 22:56   좋아요 2 | URL
엥?! 🤯😂😂😂 얘들아 그래 국수 뷔페….. 갈비탕 잡채…. 그래 접수는 할게……

잠자냥 2024-04-24 22:58   좋아요 5 | URL
곰탱이가 제 말 잘 들어서 지금 쓰고 있습니다…페이퍼 쓴다고 해서 지하실에서 올라오게 해줬어요. 낼 아침에 올릴 테니까 기다려~~~!! 드뎌 페이퍼 쓰는 은곰탱

그레이스 2024-04-24 2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황순원 나무들 비탈에 서다
고등학교때 읽었던 것 같아요
한국문학전집이 집에 있었거든요
거기서.

잠자냥 2024-04-24 22:58   좋아요 1 | URL
좋았죠?! ㅋㅋㅋㅋ 좋았을 겁니다~!!

그레이스 2024-04-24 23:01   좋아요 1 | URL
예~^^
반가운 맘에...!

달자 2024-04-24 2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라고 진짜 많이 먹는 걸로 유명한 여자가 있었거든”에서 별안간 다락방님 소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4 23:02   좋아요 2 | URL
언제나 제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많이 먹는 그 여자….🤣🤣

다락방 2024-04-25 11:20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바로 그 다락방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4-25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나기> 밖에 모르는 저는 황순원에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오늘의 표지로는 <회색노트>를 꼽고 싶고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얼른 자야지 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아침에 은오님 페이퍼 올라온대요. 앗! 그거 잠자냥님이 말해줬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5 09:38   좋아요 1 | URL
황순원의 저 작품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중편에 속해요. 전쟁문학이라고 할 수 있고요.... 폴스타프 님이 꼽으신 <학>이 담긴 그 책이 단편 모음집이라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은오 페이퍼 읽으셨죠? 아 진짜 잘 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4-25 11:43   좋아요 1 | URL
취한다 은오에게 🫣🫣🫣

자목련 2024-04-25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 대한 사연은, 도서관에서 제목에 끌려 빌렸으나 완독은 못하고 반납한 기억만 또렷하게 ㅋㅋ
그래도 제목도 알고 스쳐간 책이라 반갑고도 반갑다는 ㅋㅋ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책 다 정리했는데 이 책을 다시 들여놓을까 갈등 시작!!

잠자냥 2024-04-25 09:38   좋아요 1 | URL
자목련 님이 완독 못하고 보내는 책도 있군요?! 인간적입니다. ㅋㅋㅋ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신형철의 초기 책들보다 좋았어요. 저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4-04-27 1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2024년 인생 페이퍼 아닌가요?
인생 책들도 어쩜 저리 잠자냥스러운지?
또 책 제목 외워야 한다.
아...나의 기억의 한개여!!ㅜㅜ
 

4월에는 책을 열심히(?) 사지는 않았다. 기대별점 이벤트로 모은 적립금 쓸 생각에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사고는 했는데 뭐랄까 열광적으로(?) 사게 되지는 않더라. 읽을 책이 쌓여 있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열 권 왕창 대출해온 책들도 있기도 하고 이래저래 그랬던 듯. 그런데 그 와중에 다락방 너마저 책을 안 사고 있어?! 실망이다..... 그랬더니 다시 책 사기 시작한 다락방! 말도 잘 듣는다. ㅋㅋㅋㅋ 그래서 나도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그간(?) 산 책을 올려본다. 은오가 왜 요즘 산 책 안 올리냐고... 잔소리하기도 하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세상의 발견>
리스펙토르 이 언니 참 난해한데 계속 읽게 만들게 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이 두꺼운 책, 심지어 가격도 비싸서(정가 43,000원) 선뜻 사지는 못하고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뒀었는데 오잉!? 알라딘이 아니 북하우스가 이 책 사라고(엥?) 베리 로페즈 리뷰대회 1등 적립금을 주는 바람에 두 권이나 샀다(엥?) 내 거 사기 전에 은오에게 먼저 보냈다(곰탱아 이 정도면 찐사랑 아니니? ㅋㅋㅋㅋㅋ)- 곰탱이랑 서재 합치면 이 두꺼운 책이 두 권이나 나란히 있을 듯?(그동안 <언니 얼려도 될까요?>에 목마른 알라딘 언니들을 위한 깨알 드라마 방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은오한테 보낼 무렵에는 땡투할 사람이 전무했고, 내 거 살 때는 그사이 공쟝쟝이 페이퍼 쓴 게 있어서 쟝에게 땡투.... 붕대값 0,00000001%에 보태고 다리 얼른 나으쇼!!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컬트-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이 책도 재미날 거 같다. 컬트- 왜 사람들은 컬트에 빠져들까? 컬트 지도자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20세기 이후 세상을 경악하게 한 집단 광기의 역사를 탐구하는 책. 맨슨 패밀리부터 시작해서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하다.




샹탈 자케, <몸-하나이고 여럿인 세계에 관하여>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을 읽고 나니 샹탈 자케에게 반해서 이 사람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그런데 현재까지 번역 출간된 책은 <계급횡단자> 제외하고는 이 책이 유일하더라. 이 책도 흥미로워 보인다. 이 책 역시 그린비에서 출판. 그린비 만세. 그나저나 땡투 하려고 보니 공쟝쟝이 사두고 몇 장 펼쳐 읽다만 듯? 아무튼 쟝에게 땡투. 다리도 다쳐서 냥이 두 마리 케어하기 힘들 텐데 츄르값에 보태 ㅋㅋㅋㅋㅋㅋ



스피노자, <에티카>
자케의 <계급횡단자>들을 읽은 사람이라면 분명히 스피노자가 읽고 싶어질 것이다. 스피노자와 에티카, 그동안 이름만 무수하게 들어봤을 뿐인데, 드디어 읽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아아아아아니 그런데 진짜 에티카! 이 정도가 최선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네, 전에 다락방이 스피노자 에티카 읽고 싶다고 페이퍼 쓴 거 보면서도 책 표지들이 참.... 하고 절레절레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내가 책을 사기 위해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이 책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샀다. 락방아 땡투 나야.... ㅋㅋㅋㅋㅋ 너는 이 책을 고민만 하다 사지는 않은 것 같지만 아무튼 내가 먼저 읽어볼게.



별빛처럼 영롱한 스피노자....ㅋㅋㅋㅋㅋㅋㅋ 아 표지 힘드네...




진짜 별이 쏟아질 거 같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서체?!?!?!?!? 대충격




내지 편집은 이렇습니다. 서체는 계속 보니 적응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ㅋㅋㅋㅋㅋ 나 저 서체 진짜 싫어하는데.... 저 서체를 제목으로 쓰는 패기!




아무튼 그래도 이 책이  <에티카> 중에서는 최선인 듯합니다......




필립 피셔, <열정에 대하여 - 분노, 공포, 애도, 수치 … 감정의 지리학>
저자 필립 피셔는 “강한 감정이나 열정은 어떤 인지 가능한 세계를 만들고, 이 세계는 열정적인 또는 격렬한 상태를 경험하는 순간에만 나타나는 구분선으로 만들어진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열정을 분노/공포/애도/수치의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살펴본다.

 


조르주 바타유, <파시즘의 심리구조>
오잉 <에로티시즘>의 바타유가 파시즘도 연구했어? 궁금해서 샀다. 그런데 이 책 대학교재로 자주 사용되는지 “스프링 분철”서비스 해준다는데.......... 네?! 스프링 분철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얇은데요?




우치다 다쓰루,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라는 제목에도 공감했고 우치다 다쓰루 선생의 주장에도 공감하는 편이다. 책은 결국 읽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말, 이 세상에는 세속적인 공간, 초월적인 공간이자 그런 세계가 있어야 한다는 말, 그리고 그것이 책과 책이 만드는 세계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전자책은 줄 수 없는 종이책만의 그 세계도.
    
[eBook]


이현재, <악셀 호네트>
전자책 적립금 모은 거 써야 할 거 같아서 구매. 악셀 호네트 <인정투쟁> 읽기 전에 또는 읽고 난 후 예복습용으로 좋을 것 같아서....
    
  

B. 파스칼, <팡세>
이것도 뭔가 최근에 읽은 책 때문에 드디어 읽어야겠다! 생각하게 되어서 구매. 나는 이런 식의 아포리즘에 취약한 편이라(집중하기 어려움) 미루고 미루기만 했는데 이제 마침내 읽겠습니다.

아니 잠자냥, 실망이다! 소설을 안 사다니! 하는 분들을 위해 그동안 이런 소설을 사서 읽고 되팔려고 챙겨두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줄리아 스트레이치, <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



샐리 루니,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제시카 앤드루스, <젖니를 뽑다>



아사이 료, <정욕-바른 욕망>

이미 다 읽고 100자평 남김. 다 별 넷. 근데 별 네 개보다는 살짝 부족한 느낌. 별 네 개가 4.0이라고 치면 저 책들은 대부분 3.7정도. 줄리아 스트레이치는 국내 초역 작품과 처음 소개하는 작가 책을 읽어봤다는 데 의의를 두고, 샐리 루니는 역시 나랑은 안 맞는구나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젖니를 뽑다>는 MZ 여성 작가 소설을 읽어봤다는 데 의의를 두고, <정욕>은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아무리 생각해도 그 페티시가 그렇게까지 부끄러워 할 페티시인지 모르겠네? 난 내가 그런 페티시 있으면 친구들이나 뭐 가까운 사람한테는 그냥 말할 거 같은데. 난 “000을 보면 흥분해!” 이게 그렇게 부끄러운가?! 아무도 이해 못 할 거라고(아니 그리고 꼭 이해받아야 하나?? <-이건 본인들도 알고 있는 듯) 가드치고 자기들끼리 서로 부둥부둥 쉴드 쳐주는 거 같기만 하다....
 



스티키 북마크(120매) - 마티스
색깔이 다채롭기를 바라는, 더 예쁜 색깔이 나오길 바란다는 망고 님 100자평을 알라딘이 접수한 듯? 마티스랑, 클림트 버전 두 가지로 나왔다. 난 클림트보다는 마티스 그림을 더 좋아해서 일단 마티스로 구매.

그리고 선물받았다.



실비아 플라스, <낭비 없는 밤들 - 실비아 플라스 작품집>
받고만 있지는 못하는 은곰탱이가 책을 보냈는데, 하필이면 때마침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탈코르셋> 이 한 권과 실비아 플라스 <낭비 없는 밤들> 두 권이 아닌가. <탈코르셋>은 취소하라고 협박해서 겨우 취소시키고 이 한 권만 받았다. 실비아 플라스의 국내 초역 단편과 산문 모음집.







그래도 진짜 덜 산 거 같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곰탱이는 요즘 이렇게 스티커 제작 솜씨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 지하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탱이에게 드레스 입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은오는 잘 있습니다.





마무리는 우리 막내.... 아니 여보세요, 지금 어디 들어가 계신 거죠???

아...저녁밥 달라고, 밥창고에 들어가셨네요....나와 아가야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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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4-20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티카 진짜 표지랑 글꼴 뭔가요. 2014년 아니고 1984년 아닌가요 ㅋㅋㅋ
막내 표정이 ㅎㅎㅎ 화났네 화났어 밥 왜 안줘!!

잠자냥 2024-04-20 20:04   좋아요 1 | URL
ㅋㅋ 무려 2022년 초판 발행입니다! ㅋㅋㅋㅋㅋ 막내는 이제 밥 먹고 배 빵빵 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4-20 21:03   좋아요 0 | URL
응?! 14년 아니고 22년요???

잠자냥 2024-04-20 21:53   좋아요 0 | URL
네! 지금 또 확인해봤는데 판권에 2022년 9월 30일 발행이라고 써 있어요!!! 알라딘 책 정보랑 왜 다르지?!?!?!

은오 2024-04-20 22:42   좋아요 2 | URL
근데 저 에티카 표지 구린 건 진짜 옛날부터 유명했어서 2022년에 처음 나온 건 아닐걸요?! 검색해봐도 2017년에 표지 촌스럽다 이런 글 나오는데 엥?!

잠자냥 2024-04-20 22:46   좋아요 2 | URL
알라딘 예스24 교보 다 찾아봐도 2014년 초판 발행으로 나와요. 그렇다면 2022년이 가장 최근 증쇄 버전일 텐데 보통은 이러면 판권에 2022년 9월 30일 1판 3쇄 이런 식으로 표기해야 하거든요?! 근데 ㅋㅋㅋㅋㅋㅋ 그걸 그냥 무시하고 2022년 9월 30일 발행 🤣🤣🤣

은오 2024-04-20 22: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조있는 출판사군...멋있다~!! 표지 안 가는 것부터ㅠ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4-05-15 21:54   좋아요 0 | URL
에티카 2022초판이라고요? ㅎㅎㅎ잠자냥님을 힘들게 한 표지 ㅎ

은오 2024-04-20 22: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찐사랑 맞읍니다~!! 놓치면 후회할 찐사랑~!! 아 진짜 어차피 합칠 건데 보내지 말래도 계속 보내고.....결혼신청이라고생각할수밖에없읍니다이건
에티카의 광기넘치는 표지와 폰트....잠자냥님을 향한 제 마음같읍니다..
열정에 대하여는 막 출간됐을때 보관함 담았다가 삭제했는데 잠자냥님이 구입하신거 보니까 다시 살짝 관심. 100자평을 기다리겠읍니다~!!
저도 계급횡단자 읽고 반해서 <몸> 담았읍니다. 근데 계급횡단자는 역자분이 번역을 잘하시기도 한듯?!
오잉? 잠자냥님도 아포리즘 취약하신 거 처음 알았읍니다. 그래서 제가 불안의책을 거의 한달만에 완독 ㅋㅋㅋㅋ
정욕은 패스~!!

진짜 저렇게 드레스까지 입고 기다리는데....결혼도 안해주고....

잠자냥 2024-04-20 22:47   좋아요 2 | URL
에티카 표지와 폰트랑 왜 엮죠?! 근데 이해되는 광기 ㅋㅋㅋㅋㅋ🤯🤯🤯🔫🔫

은오 2024-04-20 23:04   좋아요 2 | URL
사실 걔네보단 잠자냥님이랑 더 엮이고싶읍니다 아주단단히 풀수없도록...

잠자냥 2024-04-21 01:09   좋아요 3 | URL
사철제본해야겠군요…

공쟝쟝 2024-04-21 13:56   좋아요 1 | URL
땡투는 나에게~ 샹탈 자케와 샹탈 무페 헤깔리지 말아요! 그리고~ 저는 아무래도 프랑스 철학 쪽 인 것 같습니다 (취향찾음ㅋㅋ)

은오 2024-04-20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별이 쏟아질 거 같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헛웃음이 납니다....

잠자냥 2024-04-20 23: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긴 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4-2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알라딘이 제가 쓴 평에 영향을 받았을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막냉이 배고프다 보채는 모습 아구 귀요워라😭

잠자냥 2024-04-21 10:40   좋아요 1 | URL
네 영향받았습니다… ㅋㅋㅋㅋㅋ
ㄲ ㅑ 우리 막냉이 하트코 보이시나요?! 어쩜 코도 하트하트 😍😍

망고 2024-04-21 10:49   좋아요 0 | URL
핑쿠하트코❤

새파랑 2024-04-2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글꼴 왠지 80년대 느낌이 납니다 ㅋ
생각보다 소설이 별로 없군요~! 역시 편집자의 중요성이 큰것 같습니다. 편집장 잠자냥님의 위엄~!

알라딘 기대별점 적립금 때문에 매일매일이 고통입니다...

공쟝쟝 2024-04-21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절망적인 궁서체인데… 그….. 요즘 유행하는 티셔츠와 콜라보인 가 싶은 맛인가 싶기도 하고…. 잠냥님 저도 모 책에 땡스투를 했사오며… 그거 납니다… !!ㅋㅋ 힌트 (자케 책과 취지 비슷?)
오고가는 츄르값 보태기에… 좋은 건 알라딘 ㅋㅋㅋ 고마워요… 병상일지라도 쓸까 하다가 일단 움직이기 귀찮으니…😆

다락방 2024-04-21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먼댓글 썼는데 왜 안보이죠?)

안그래도 어제였나 시사인에서 [컬트]보고 저도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잠자냥 님은 벌써 사셨네요? 빠르셔라.
제가 지난주에 책을 좀 샀고 그중에는 당연하게도 잠자냥 님께 땡투한 게 몇 권 되기 땜시롱 제 덕에 또 부자 되실 것 같습니다. 어제 책장 보다가 ‘나 이런 책도 있었어?‘를 좀 많이 한 관계로 다시는 책을 사지 말자 생각하였으나,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또... 나란 인간은 정말 답이 없는걸까요. 아무튼 잠자냥 님의 책지름을 응원합니다! (응?) 남들 책 산 거 보는게 너무 재미있어요!

단발머리 2024-04-21 20:22   좋아요 0 | URL
먼댓글 서비스 잠정적으로 중단 상태입니다. 저도 문의하고 친구도 물어봤는데 다시 서비스할 생각이 별로 없어보이기는 해요.
다음은 알라딘 고객센터 답변입니다.

담당부서 확인 결과, 송구하게도
먼댓글을 통해 스팸 댓글 달리는 등의 문제가 있어
현재 닫아 둔 상태에서 점검 중이라고 합니다.
이후 서비스를 재개 여부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상세한 안내가 어려운 점 양해 말씀드립니다.


다락방 2024-04-22 14:15   좋아요 0 | URL
아 먼댓글 서비스 중단..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4-04-21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티카>랑 <세상의 발견>의 ‘이 달의 표지상‘ 각축전입니다ㅋㅋㅋㅋㅋ 둘 다 표지가 아주 눈에 쏙 들어옵니다. 하지만 <세상의 발견>은 너무 두껍고(더하기 비싸고) <에티카>는 너무 어려워보이네요. 게다가 가격 실화입니까? @@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저는 일단 우치다를 마저 읽는 것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4-23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은오 님은 잘 있고 우리 막내도 잘 크고 있군요!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였다.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엄마는 자몽이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었다. 난데없이 자몽의 생김새를 말해야 했던 나는 약간 당혹스럽기는 했으나 엄마의 질문이 진지했기에 설명을 하기는 했다. “오렌지보다 더 크고 단단하게 생겼잖아.” 그러다 문득 엄마가 자몽을 먹어봤는데 왜 모르지 싶어서 “자몽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몰라?” 하고 반문했는데 하필이면 그때 친구들의 얼굴에 약간의 놀라움 비슷한 표정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수화기 너머 엄마는 “아니 글쎄.... 누가 설명을 해달라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전화해봤어. 알았어.” 그러고는 끊긴 전화.

그때 나는 약간의 열패감 같은 게 느껴졌다. 갑자기 엄마는 자몽도 못 먹어본 사람이 되어 버린, 우리 집은 그런 집이 되어버린 것인데, 친구들이 만일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면, 친구들 중 누군가가 전화를 끊고 나서 “자몽? 엄마가 자몽을 모르셔?”하고 의아하게 되묻지 않았다면 느끼지 않았을 감정이었다. 나는 자존심이 센 편이라 내 집안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사귀던 사람에게조차 부모의 이혼 사실을 말하지 않고 여전히 아빠가 함께 사는 척했던 적이 있으니 말다했지 뭐. 아무튼 어릴 때부터 그랬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렇게 뭐랄까 감춘 것도 아니지만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집안 생활 풍경이 나도 모르게 ‘밝혀질’ 때면 열패감에 휩싸일 때가 가끔 있다. 친구도 많지 않지만 그나마 이 나이 되도록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의 집안이 알고 보니 어릴 때부터 부유하거나 알고 보니 다들 학자 집안 출신이라 어린 시절부터 해외 유학 경험이 풍부하고 부모의 가방끈도 길고 교수이거나 대개가 이렇더라. 내가 극복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 앞에서 졸지에 자몽도 모르는 엄마를 둔 내가 느낀 그 미묘한 열패감. 타인과 나 자신을 잘 비교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문득 나고 자란 환경의 다름- 계급의 다름을 인지하고는 씁쓸해질 때가 있다. 아니 에르노는 그걸 “부끄러움”이라고 했던가.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에서는 계급횡단자들- 그러니까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개천에서 용 난 자들, 그래서 자신이 나고 자란 환경을 벗어나 그 환경을, 계급을, 재생산하지 않은 ‘비-재생산’자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아니 에르노와 피에르 부르디외, 디디에 에리봉 같은 사람이 언급된다. 문학 작품도 다양하게 소개되는데 <적과 흑>의 ‘쥘리앵 소렐’, <마틴 에덴>의 마틴도 자주 인용된다. 나는 내가 에르노나 부르디외, 에리봉처럼 계급횡단자이거나 비-재생산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여전히 내 삶이 비루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대단한 지식을 쌓은 것도 아니고 사회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가 알 정도로 내 분야에서 성공해 이름을 알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돈도 명성도 지식도 아무것도 없다. 계급은 이런 것들로 달라지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엄마에게 나는, 아니 내 형제들은 모두 엄마 기준에서는 자기 인생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은 비-재생산들에 속할 것이다. 엄마를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은 결국 ‘배움’이다. 한때 우리 집 거실 벽은 자식 넷의 대학 졸업 사진, 그러니까 학사모 사진 네 개가 걸려 있었다. 엄마는 내 건 두 개를 걸어야 한다고 해서 뜯어 말리느라 곤혹스럽기도 했는데, 그 사진들을 볼 때마다, 종종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당신 스스로 ‘내가 딸 넷 다 대학 보냈다!’ 자랑스러워하는 엄마를 보면 복잡한 마음이 들고는 했다. 그게 뭐라고…. 그런 엄마는 이제 대학생인 손주들 자랑에 정신이 없다. 내 조카들은 한국의 부모라면 자기 자식을 다 집어넣고 싶어 하는 학교를 갔다. 그렇지만 나는 그 애들을 보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녀석들도 자기가 속한 세계에서 나의 ‘자몽’ 같은 일로 당혹해하는 일이, 열패감을 느끼는 있을 텐데....... 대학생이 된 큰조카가 우울증을 앓는 것을 보고 혹시 그런 건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묻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그랬을지도 모른다. 우리 집안의 계급횡단 혹은 비-재생산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조카들 대(代)에서 괄목할 만한 비-재생산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애들이 나고 자란 환경은 어쨌든 또 다른 종류의 부끄러움이나 열패감 같은 것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든지 불쑥불쑥.

샹탈 자케의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은 이처럼 계급횡단자들의 존재의 불안이나 소외 고독을 통해 계급 문제를 성찰한다. 에르노나 부르디외는 그들의 출신 성분과 달리 그들이 이룬 업적으로 워낙 유명해졌고 또 그에 관한 책을 많이 써냈기에 그렇게까지 센세이션하지는 않았으나(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디디에 에리봉은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두고 여태 안 읽은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올해는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케에 따르면 “계급횡단자는 서로 이질적일 뿐만 아니라 배타적이기까지 한 두 환경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런데 에리봉의 경우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덧붙여진다. 바로 그의 성정체성이다. 계급횡단자들이 태어난 우물을 벗어나려면 어떤 욕망, 그러니까 그 세계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발현되어야  한다. 자케는 그중 하나로 야심인, 모방의 욕구를 꼽는다. “모든 야심은 그것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것이든 허구의 것이든 한 개인이 달성하고자 욕망하는 어떤 모델의 표상이 조건으로 주어져 있어야 한다.” 즉 요컨대 모방 없는 야심이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비-재생산은 일종의 재생산의 형식을 가진다. 다만 자신의 출신 계급에서 지배적인 모델과는 다른 모델을 모방하여 재생산할 뿐이다.

쥘리앵 소렐의 야심은 나폴레옹이라는 모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아니 에르노는 L선생님이 그런 모델이었다. 샹탈 자케가 보기에 L선생님은 에르노가 욕망할 수 있는 탁월성과 완전성의 모델을 그녀에게 심어줌으로써 에르노가 자신의 세계로부터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 물론 L선생님은 사랑의 욕망을 불러일으킬만한 구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 경우 선생님이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에르노의 주변에는 그 선생님 정도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L선생님으로부터 에르노는 어머니와 이모들, 가게에 들르는 손님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한 여성의 형상을 발견한다. 요컨대 L선생님은 에르노의 여성적 환경에 어떤 타자성의 형상을 도입한 것이다. 그녀의 교양과 엄격함은 당시 어렸던 에르노가 상인의 딸로서의 정체성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에리봉의 경우 그 모방(욕망)의 대상이 사랑하는 한 소년이었다. 에리봉은 “위대한 음악”이란 도저히 봐줄 수 없는 것이며 혹시 어쩌다가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당장 라디오를 꺼 버리는 것이 일상이었던 집에서 자랐다. 그런데 어느 음악 시간에 클래식에 귀를 기울이다 그 음악을 듣고는 그게 어떤 곡인지 곧바로 정답을 맞히는 소년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에리봉은 자신이 혐오하던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이 소년에게 매혹되고 에리봉 안에는 이 소년의 마음에 들고 싶고 또 그를 닮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겨난다. 에리봉은 그 소년처럼 글을 쓰고자 시도했으며 그 소년을 자신의 모범으로 삼으면서 반항아를 벗어나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디디에 에리봉에게 이 우정은 닫혀 있던 그의 계급적 아비투스와 거부감을 느끼게 했던 교양의 세계를 개시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모든 문화 충격이 그런 것처럼 서로 다른 계급 사이의 우정 혹은 사랑의 만남은 우리가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싶고 또한 우리가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타자성을 향한 열림을 통한 정체성의 재주조를 동반한다. 이러한 타자성을 향한 모험은 동요와 저항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계급적 코드에 대한 무지가 불러오는 오해와 상처는 결코 쉽게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친구란 서로 다른 사회적 역사를 체현하고 있는 두 인물이 서로 공존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라는 우정에 대한 디디에 에리봉의 아름다운 정의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정의 역량은 사회적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사랑 역시 그러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개의 경우 사랑은 분명히 우리의 눈을 멀게 만들지만 가끔씩은 우리의 시각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바꿔 주기도 한다. (p.105)


사랑이 우리의 눈을 멀게 만들지만 때때로 우리의 시각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주기도 한다는 말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타자성을 향한 열림을 통한 정체성의 재주조”라는 말 또한 그렇다. 디디에 에리봉이 그 증거이다. 어느 날 한 여성에게 반하고 그 여성을 갖고자 예술과 문학을 향한 사랑에 빠져 작가가 된 거칠고 무식한 바닷사람, 마틴 에덴의 이야기도 떠올릴 수 있다. 이렇듯 “사랑의 힘은 그 사랑의 대상과의 만남을 통해 주체의 변신을 보조해 주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에서 비-재생산에서 동력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케는 사랑을 통한 사회적 신분 상승의 한계를 분명히 지적한다. 사랑이 비-재생산에 특권적인 감정이라거나 이 감정이 마치 계급투쟁의 병폐를 치료하는 해독제로 쓰일 수 있다는 식의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사랑은 일시적으로나마 분명한 효력을 지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만병통치약인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매력이 넘치는 지배자가 되기를 꿈꾸거나 아름답고 유복한 상속녀를 차지하겠다는 꿈이 우리에게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더라도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며 그러한 상상은 혁명을 낳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러한 상상은 사람들을 신분 상승에 대한 헛된 기대를 꿈꾸게 하는 보수주의 속에 가둠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안정화시킬 뿐”이라고.
 
비-재생산은 사랑처럼 단 하나의 감정에만 기초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원한, 증오 그리고 굴욕에서 탄생한 분노와 같은 그 모든 부정적 감정이 기쁨의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수치심도 그런 동력 중의 하나이다. 에리봉은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스스로 자신과 타인들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차별화하기 위해 철학자나 예술가 혹은 지식인 등의 모습에 근거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발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므로 지배적 모델에 대한 성적인 비-재생산은 사회적 비-재생산의 결정적 요인이자 그 기원이 되기도 한다. 에리봉은 이미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의 학업적 궤적을 되짚어 보면서 나는 그것을 일종의 ‘기적’처럼 기술했다. 적어도 나와 관련한 한에서 이 ‘기적’의 동력은 동성애였을 것이다.” 샹탈 자케는 성적 수치심이 게이 프라이드로 전환할 경우 이 감정은 사회적 신분 상승의 증기기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디디에 에리봉에게서 수치심은 비-재생산의 과정에서 여러 방식으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먼저 성적 수치심은 디디에 에리봉이 동성애 혐오가 만연한 노동자들의 환경과 거리를 두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사회적 수치심은 게이 프라이드를 통해 가려진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수치심은 다른 수치심을 감출 수 있었으며 게이 프라이드는 다른 사회적 출신 성분을 가려 주는 방어막이자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사용되었다. (p.125)

수치심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출신에 대한 부정의 극단적 형태’가 가장 흔하다. 생략을 통한 거짓말은 계급횡단자가 자신의 출신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흔한 수법이다. 그럼에도 출신 성분을 들킬지 모른다는 공포로 인해 끊임없이 자신을 위장하도록 만든다. 넬라 라슨의 <패싱>에서 ‘클레어’는 자신의 인종을 부인하고 백인 행세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끝없는 거짓말이 들통 나고 고발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전에 나는 <패싱>을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성애자이면서도 이성애자로 패싱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읽혀 더 흥미롭게 읽었다, 샹탈 자케는 디디에 에리봉과 넬라 라슨의 <패싱>을 들어 계급횡단자의 “밀항자(clandestin)”로서의 성격을 분석한다. “계급횡단자는 그의 가족을 보기 위해서 혹은 보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연약하고 위협받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감춘다. 따라서 출신에 대한 수치심과 출신이 발각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진심을 이리저리 짜깁기하여 아예 한 편의 소설을 발명하거나 거짓말로 에둘러 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고통의 감정도 큰 동기가 된다. 계급횡단자에게는 배신자, 위장자라고 비난하는 집단 검열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주변의 검열은 어느 누구도 자신이 태어난 환경으로부터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평준화의 효과를 산출하고 이를 통해 기성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검열에도 도저히 대안적 모델을 욕망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주변 환경이  강압적이고, 숨 막힐 정도로 목을 조르는, 그야말로 파괴적인 환경이라면, 그러한 환경이 키워 내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끝내려고 아예 그 환경을 떠나고자 하는 참을 수 없는 욕망 같은 강력한 동기들을 제공하게 된다. “욕망한다는 것은 달을 따오겠다는 말처럼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것이며, 산개하는 고통을 찬란한 미래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고통에 긍정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고통은 우리의 숨을 조이는, 우리를 둘러싼 갑갑하고 나쁜 존재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숨 쉬게 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존의 방식을 찾아내도록 우리를 추동한다는 점에서 긍정성을 지닌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고통은 비-재생산의 본질적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고통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더 나은 다른 삶으로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더 나은 삶을 욕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p.117)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속했던 세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취향의 결여에 대한 부끄러움을 일찍이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들을 은밀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감정 때문에 고통받는다. 그녀의 글쓰기는 “바로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자신과 자신의 것을 구원하기 위해 저 악덕들을 낱말로 옮기게 만드는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탄생”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재생산은 고통의 승화와 구원의 형태로부터 그리고 고통을 창조적인 동원력으로 변형시키는 것으로부터 귀결”(p.113)되기도 한다. 자케는 에르노의 작업을 수치심과 죄책감을 문학작품으로 전환시킨 결과라고 평한다. 에르노 자신은 이를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이 죄책감이야말로 결정적인 것입니다. 이 감정이 제 글쓰기의 기저에 있다고 한다면 그와 동시에 글쓰기가 저를 그 죄책감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단순한 열정>의 말미에 등장한 ‘되돌려주는 선물’(don reverse)의 이미지는 제가 쓴 모든 글에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배신자가 되어 버린 저의 상황에서 글쓰기는 정치적 행동이자 ‘선물로서’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pp.281~283)

사랑(욕망)이나 수치심, 고통 등 한 개인의 감정이 계급횡단자를 어떻게 이끄는지를 위주로 살펴보았지만 이 책은 그런 한 사람의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가족, 개인적 원인을 분석하며 계급횡단자의 기질을 살펴보는 데까지 이어진다. 그런 중에도 자케는 계급 이동은 한 사람의 능력에 달린 것이 아니며 계급횡단자는 언제나 그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사유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수성가의 신화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간다. “타자성을 향한 열림을 통한 정체성의 재주조”- 에르노나 부르디외, 그리고 에리봉 같은 이들은 비-재생산에 성공했으나 어떻게 보면 여전히 경계인으로서의 위치성을 갖고 있다. 나는 그 경계인으로서의 위치성을 사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높이 사고 싶다. 자신이 태어난 환경의 규범을 따르지 않고 독특한 것을 사유하려는 노력, 도리어 정상성의 용어로 자신을 설명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이 경계인들, 이 책의 표현에 따르자면 ‘검은 양’들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그것이 무엇이든 ‘횡단’을 더 자유롭게, 가능하게 만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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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4-09 14: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든 문장이 다 와 닿는 명품 페이퍼. 책을 안그래도 잠자냥님 덕에 담아뒀었는 데, 꼭 읽어 봐야겠어요. 프랑스 고양이 답다!
저는 사랑은 스스로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안믿는데 사랑의 순간은 믿어요 ^^;;
덧, 디디에 에리봉 나 읽었지롱~ 아니 에르노도~ 정확히 그 맥락에서 저는 읽어왔기 때문에 무척이나 뿌듯하며.... 마지막으로... 마틴 에덴 그토록 스포 안당하려고 실눈 뜨고 읽었는 데... 지젝한테 스포당해서... 에이씨... 추천 목록에서 <적과 흑>을 담아갑니다!

잠자냥 2024-04-09 14:49   좋아요 2 | URL
<계급횡단자> 이 책은 쟝은 또 쟝대로 다른 지점에서 공명하면서 읽기가 가능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디디에 에리봉 쟝이 읽은 거 알고 있습니다! 저도 당장! 읽으려고 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일단 째려보고 있어서 밀리네요.. 그래도 올해는 조만간 읽는다!!
이 책에서 쟝이 읽은 에르노 <칼 같은 글쓰기>도 종종 인용됩니다.
아니 그나저나 지젝은 스포일러 감추고 글쓰는 법은 모르는군요? 나한테 좀 보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급횡단자>는 진짜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아름다운 문장 천지입니다(미문이라기보다는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꼭 읽어보셈. 소장각!

다락방 2024-04-09 15: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기를 잘했군요. 잠자냥 님 페이퍼만 읽어도 참 좋네요.

음, 저는 사실 제가 원하는 것을 제 스스로 해나갔다고 보는 편이고요, 그래서 남들보다 늦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경험주의자이기도 하지만 제가 스스로 해나가야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고요. 특별히 미술에 대한 취향은 없지만 미술관에 더러 가기도 했는데 미술관에 가보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을 자주 보게 돼요. 그럴 때 정말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우리 엄마는 내가 미술관에 다녀왔다고 하면 ‘그거 돈 내고 보니?‘ 라고 물으셨는데, 어떤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미술관에 간다니. 저는 어릴 때 저희 부모님이 대졸자가 아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었어요. 아니, 대학을... 아무나 졸업하는게 아니야? 졸업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 그런데 우리 엄마 아빠는 .. 아닌거야?

저도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도 이름을 날리지도 않아서 개천에서 용난 것도 아니고 계급횡단자도 아니지만, 그러나 계급에 대해 얘기하자면 저도 제 부모님보다는 상승했죠. 그런데 제 조카들은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제엄마랑 뮤지컬도 보러 다니고 전시도 보러 다닙니다. 심지어 부모 둘다 대학을 나왔고요. 아직 아이들이라 어떤 삶을 살게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자신들이 갖고 있는 혹은 누리고 있는 것을 한세대 앞선 누군가는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것이라는 걸 알까요. 그것이 당연하지 않은데 당연하게 받아들일걸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복잡해요.

제 댓글의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우 윳 빛 깔 잠 자 냥!! 만세!!

잠자냥 2024-04-09 16:22   좋아요 2 | URL
다락방 님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편하다고 느끼는데 ㅋㅋㅋ 아마도 성장배경이 비슷한 지점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저도 뭐 제가 알아서 잘 컸다고 (푸하하 엄마한테 진심 이렇게 말합니다)하는데... 미술관도 혼자 다녔던 거 같아요. 중딩 때 극장 혼자 가고 고등학생 때 뭐 호암아트홀 같은 곳 찾아가서 보고 오고 그런...? 근데 그건 어린애 마음속에서 계급 탈주 의식이나 이런 거라기보다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다른 데서 찾아보려는 애씀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 조카들도 부모가 이젠 다 대학을 나왔고 어린 시절부터 각종 다양한 경험에, 해외 경험까지 자유롭게 하는 아이들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게 그 애들에게는 당연한 세계가 되었다는 게 어쩌면 다행이면서도... 진짜 그게 당연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ㅎㅎ 다락방 님의 복잡한 심경도 찌찌뽕입니다.

근데 나 요즘 자전거 많이 타서 초코우유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4-11 12:25   좋아요 2 | URL
딸기우유 바나나우유여도 좋을거같다 뭔들....

다락방 2024-04-09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제목에서 ‘자몽‘만 보고 퍼뜩 19금 문장 가지고 오려고 했던 저를 반성합니다. 흠흠.

잠자냥 2024-04-09 16:13   좋아요 0 | URL
또또또 하몽하몽 이런 거 생각했지?!

건수하 2024-04-09 17: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몽만이 과일은 아니다. ...

자신이 태어난 환경의 규범을 따르지 않고 독특한 것을 사유하려는 노력, 도리어 정상성의 용어로 자신을 설명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이 경계인들, 이 책의 표현에 따르자면 ‘검은 양’들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

명예남성으로 살아가다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에서 공감이 되네요.

잠자냥 2024-04-11 09:30   좋아요 1 | URL
이 글이 건수하 님의 명예남성 시절을 커밍아웃하게 만들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건수하 님 명예남성 시절 뭔가 멋있었을 거 같기도 합니다. 건조한 카리스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4-11 10:13   좋아요 1 | URL
전에도 가끔 썼던 것 같습니다만... 전 지금의 제가 더 좋습니다 ㅎ

단발머리 2024-04-09 2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속했던 계급을 탈출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에리봉 책 읽고 그렇게 썼어요. 나는 아직도 계급을 탈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탈출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근데 오늘 저녁에 마라상궈랑 꿔바로우 먹었거든요. 그 가격을 생각하면 내가 계급 탈출한거 맞기는 한 거 같고... 암튼 그래요.

저는 제가 속했던 계급을 탈출하지 못한 사람이라 그게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잘 모르겠는데, 계급이 어떤 형태로든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프랑스와 전쟁 이후 폭망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우리 나라에서, 계급은 다르게 읽히고 이해된다고 생각해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기엔 그래요. 그러니까 프랑스보다 우리나라에서 계급 혁파나 탈출이 더 쉽다고 생각하고. 그것도 아이엠에프 이전의 이야기겠지만 말입니다.

잠자냥님의 고궐 페이퍼를 읽었으니 이 책을 꼭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함 찾아봐야겠어요.
언제나처럼 잘 읽고 갑니다^^

잠자냥 2024-04-11 09:33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 어제도 치킨 사먹고, 아아도 두 잔 사 먹고, 녹차 케이크도 사 먹고....
노트북 여러 대 켜놓고 개표 방송 보고.... 계급 탈주자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도 이제는 계급횡단이 전처럼 활발하게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아요.
국회의원 자식들만 봐도......... *먼산*

2024-04-11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11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