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터 몸이 영 좋지 않아서 
아침에 라면 끓여먹고 가라고 부탁하고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남편, 라면을 끓여 먹고는 아침밥을 곱게 해 놓고 갔다.
것두 콩과 흑미까지 찾아 잡곡밥을 해 놓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난 그 맘을 알 것도 같았다. 
반찬을 딱히 만들어 먹지 못하니 라면을 끓여 먹은 거겠지만
그러고도 저 밥을 해 놓은 건 분명 나 때문이었다.

저번에도 아팠을때 남편은 라면먹고 출근했는데
퇴근해 보니 밥을 해 먹을 기력이 없던 나는 하루종일 쫄쫄 굶었던 것,
사실 난 그때 몹시 서운했다. 혼자 살때나 함께 살때나
아플때 서러운 건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에 서글펐었다.
그러나 퇴근하고 상황을 파악한 남편은 그 사실이 당황스러웠었나 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기억하고 어제 그렇게 밥을 해 놓은 걸 보니.
사실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상대를 배워 나가는 과정인가 보다.
그러고 보면 남편은 사랑에 참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다.
가끔 나만 혹시 그대로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다.
북어국 좋아하는데 콩나물국만 해댄다던가
우울할땐 말시키는 걸 사실 싫어하는데 조잘조잘 떠들어댄다던가......

가끔 내가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일까?  궁금하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6-10-2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생연분 같은데요..^^
언제 남편분께 이승환의 "세가지 소원" 기타치면서
불러 달라고 해보세요..^^

카페인중독 2006-10-2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청개구리라 불러달라고 하면 안해줄 것 같지만 그래도 꼬시면 해줄겁니다...
세가지 소원??? 근데 어떤 노래죠??? ^^ㆀ
속삭이신 님, 가끔 제가 너무 운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많이 좋아졌습니다...요러고 떠들고 있잖습니가...ㅋㅋ

해리포터7 2006-10-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그래서 요즘 보이질 않으셨군요..아까 낮에 도서관에서 책보다가 님이 이 요즘 왜 안보이실까나 궁금했다지요..이렇게 좋아지셔서 다행이어요..남푠분과 너무 싸랑하시는군요.부러버라~~

건우와 연우 2006-10-2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천생연분이시군요....^^
사랑은 배워나간다는 말씀 정말, 딱입니다.^^

치유 2006-10-24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분이시네요..금새 그렇게 실천까지 하시다니..남자들 금새 잊어버리건만..
님은 사랑받기에 좋은 사람이지요..^^&

토트 2006-10-2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부러워졌어요. ^^

카페인중독 2006-10-2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운이 좋은 편인가 봅니다...^^;;
이론...남편은 운 나쁜 사람이면 어쩌죠?...
어쩌겠어요...그게 다 팔자라지요...씨익~ ^____________^
 

난 정리정돈도 잘 못하고
싫어하는 대상을 접한 고양이 모양으로 이리펄쩍 저리펄쩍
광묘마냥 뛰어다니는 통제불능의 대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닮아 음식 하나는 잘 한다.
물론 이것도 나의 생각일뿐
내 음식을 20여년간 먹어온 친구들은 이렇게 증언한다.

"내 인생은 마루타였어요."

나쁜 지지배들...ㅡㅡ+

어쨌든 남편은 왜 그리 추측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음식솜씨가 형편없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가끔 술먹은 다음 날 끓여준 북어국을
므흣한 표정으로 끌어안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가끔 내어준 음식에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도 있느나
이내 실실거리며 접시를 비우는 것인 관례였다.
그럼에도 항상 보내는 그 의혹의 눈초리는 도대체 무엇이냣? ㅡㅡ+

석 달쯤 전에 난 두번째로 김치를 담갔다.
물론 첫번째 김치는 실패였다.
아무리 요리의 신동(?)이라 하더라도 처음으로 만드는 걸 어케 성공하겠는가? 쩝~
덕분에 난 혼자 그 김치 다 먹느라 입에서 신내가 났다...(그렇다고 입도 안대냐? 우워~)
그래서 요리책을 샀다.
그리고 두번째 김치를 담글때 난 김치 3종세트를 담갔다.
남편은 겁먹은 얼굴로 뭘 그리 많이 담그냐고 그랬지만
재료는 있을때 함께 담그는 것이 편했다.
김치 속을 배추에 버무려 넣는데 남편, 계속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 보며 말한다.

"왠만하면 사먹지 그래? 아니 내가 집(시댁)에 가서 훔쳐 올까?

우웟~!! 격려는 해주지 못할망정 배추에 속버무리듯 그 얼굴도 버무리고 싶었다. ㅡㅡ;;

아...김치가 떨어져 간다.
남편, 맛있다고 무지 먹어대더라.
용기가 비어갈 수록 내 마음도 비어 간다.
아... 그때 그냥 훔쳐 오라고 그럴껄...ㅡ,ㅡ
우웟~ 김치 담그기 정말 귀찮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리포터7 2006-10-2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전 2년째 일년치를 김장철에 한꺼번에 담가서 먹고 있네요.ㅎㅎㅎ 아들딸.남푠과 함께요..덕분에 이사온새집 천장은 고춧가루덩어리가 산만히 붙어있다는...
음식도 잘하시는 카페인중독님.느무 부러워요.남푠님은 행복하시겠어요^^전 결혼10년째 겨우 담가먹기 시작했는데요.히~

치유 2006-10-2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는 저도 어려워요..늘 간이 맞았다 안 맞았다 ...ㅋㅋ
그나 저나 장하신 중독님..!!
아자~!!!ㅋㅋ마루타???

건우와 연우 2006-10-2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찍한 중독님, 김치삼종세트를 한꺼번에...@.@
요리신동 맞습니다.^^

카페인중독 2006-10-2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건 요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거죠~
치우는 건 모른다는 말씀~!!!
(갑자기 지하철의 외로운 벤처사업가 노마진이 생각나네요 ^^;;;)
 

들떠서 밤바람이 온통 시원하던 그밤의 그 길가...
가득히 내려앉은 라일락 향기가 갑자기 그립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자연 안의 조그마한 그 어느하나도
자기의 일은 잊는 법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자연에게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건
인간 하나뿐 아닐까 싶다...
세월이 지나는 것을 즐기고 느끼는 권리 역시
다 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도 말이다...
 
공부할때가 있고 결혼할 때도 있고
애를 낳아서 키워야 할때도 있고
주변을 정리하고 죽을 날을 기다릴때도 있다던 엄마의 말을
고루하게만 생각해왔던 내가
사실은 어리석게도 아주 오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긋지긋하던 엄마의 그 말들이 갑자기 사무친다...
 
오늘처럼 내가 속해 있던 세상이
갑자기 다가오는 그런 날엔 어김없이
들판에 의자하나 내어 놓고
하루가 시작되고 저물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것을
그렇게 바라보고만 싶은 생각이 그저 간절할 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6-10-2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카페인중독 2006-10-2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고루한 말들이 사무쳐요...^^

치유 2006-10-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요..
저두요.
저두요..
이잉~그러면 너무 추울라나??

카페인중독 2006-10-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모든걸 모르시는 것 같으면서 사실 모든 걸 다 아시는 것도 같아요...음...( ")
 
델리 스파이스 4집 - D
델리 스파이스 (Deli Spice) 노래 / 드림비트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내게 델리스파이스는 좀 특별하다. 그건 아마 내가 나이 대가 비슷한 그들과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점쟁이처럼 딱딱 집어내는 통에 화들짝 놀라며 또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런 점에서 이 4집 D는 더욱 의미가 있다. 그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나이를 먹어가던 그 무렵, 딱히 청춘이라는 말이 이미 어울리지 않던 그렇다고 기성세대란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 시절, 그 난감함과 그로 인한 문제들을 숨겨버리고 생글거리던 나랑 시니컬한 가사를 비교적 가벼운 멜로디에 숨기고 있는 그들의 음악이 다른 때보다도 더욱 닮아 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그 무렵 나는 기성세대에 막무가내로 도전하고 비판하던 어린 날과는 달리 어느덧 기성세대들이 변명처럼 하는 말들을 현실로 실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렇게 인정하고 있다간 어느새 내가 싫어했던 기성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덜컥 들었는데 이미 어른이었던 나는 그걸 딱히 표출하거나 의논하지 못하고 혼자 슬며시 겪어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건 분명 사춘기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 그랬기에 그런 씁쓸함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 음반에 의지해 신나게 (물론 뒷부분은 서글픈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그 가사는 곱씹어 가며 그 시기를 비교적 무탈하게 지나왔던 것이였다. 따라서, 이 음반은 음악으로서뿐이 아닌 같은 성장통을 앓는 친구로서 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였다.

사랑인지 아닌지 모를 그 묘한 경계에서 나의 길을 택했던 그 덤덤하면서도 자포자기처럼 슬며시 씁쓸해지던 그 이별 아닌 이별이며, 이젠 떠날 수 밖에 없는 정든 학교 근처며, 같은 길을 갈 것만 같던 친구도 어른이 되어 세상 속으로 나가는 것이며, 결국 가드를 내린채 크게 한 방을 맞을 것이라는 예감처럼 기성세대로 편입되는 성장통을 호되게 그러나 표현하지도 못하고 치뤄야했던 그 때 나는 나직히 부르고 또 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고마운 음반, 그래서 소중한 친구처럼 자리잡은 내 인생의 명반...
오늘 다시 들으니 우습게도 코끝이 다 시큰하다.

 

몇 시쯤일까 창문사이로 무심한 햇살
눈을 떠보면 항상 똑같은 내 방이지만
믿을 수 없어 이건 꿈이 아냐 텅빈 그 자리
이렇게 또 다시 하루를 살아야 나의 죄가...
오오오 너무도 낯선 아침 보내지도 못한 편지처럼
너무도 낯선 아침 깨져 버릴 그 얘기처럼
그저 몰랐다고 믿고 싶을 뿐야 맨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어 아니길 바랬어 이 나쁜 예감
지울 수 없어 두 눈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
뜨거운 무엇이 얼굴을 흘러야 나의 죄가...
오오오 너무도 낯선 아침 보내지도 못한 편지처럼
너무도 낯선 아침 깨져 버릴 그 얘기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adiohead - The Bends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1995년 4월
평점 :
절판


라디오헤드의 음반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은 사실 The Bends다. 세기의 명반이라 일컬어지는 Ok computer는 과연 그럴만하다고 탄성이 질러지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정이 가는 음반은 이 음반인 것이다. 1집은 솔직히 그저 그렇고...(물론 라디오헤드 음반중 그저 그렇다는 것이다.) 적당히 서툰, 그래서 적당히 인간적인 이 음반이 제일 좋다. 

이 음반을 들을 때면 마치 동조할 수 밖에 없는 주파수를 내가 지니고 태어났다는 설명 밖에 할 수 없다. 그건 같은 시작점과 주기를 가진 주파수를 만나면 그 파동이 증폭되고 강해지듯이 그렇게 나도 모르게 끌리고 동조되고 마는 것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그 음악을 알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라디오헤드의 음반중 그래도 가장 어쿠스틱하다는 이 음반의 장점은 역시나 우울하지만 도를 넘지 않는 그 자연스러움에 있다. 애틋한 목소리와 조화되는 기타의 비교적 덤덤한 선율......(물론 그래도 이건 락이라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편한만큼 더 가깝게 느껴지는 그래서 더 쉽게 빠져들고야 마는 그 특유의 우울함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내게는 별 5개가 부족한 몇 안되는 음반중 하나다. 그저 꿈결같이 멋지다.

They love me like I was a brother
They protect me, listen to me
They dug me my very own garden
Gave me sunshine, made me happy

Nice dream, nice dream
Nice dream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ng 2006-10-20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앨범은 정말....우어어어~
(아침부터 이 무슨 짓인지...=3)

카페인중독 2006-10-2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우어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