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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우리는 가끔 쓸데없이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삶에 대한 심각함을 잃어버리면 우리 자신의 존재마저도 그렇게 가벼워지는 것처럼, 그래서 결국 그 존재의 의미도 없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린 불필요하게 삶에 무거움을 채워 넣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삶에 대해 생각이 많고 깊어서라기 보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 때문에, 나의 삶은 가치 있는 것이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것 저것 짊어지다 결국 폭삭 주저 앉게 되는 것만 같다.
공중그네를 읽으며 느낀 건 바로 그것이였다. 정신병이라는 건 사실 내가 분수에 맞지 않게 짊어진 삶의 무게였다는 것......사실 우린 그걸 다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 그건 어떤 위대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내 존재가 꽤 쓸모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쓰잘데 없는 노력일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 무게로 무너지고 마는......현실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오히려 더 유쾌하고, 어이없지만 그런 식의 치료를 어느새 인정하게 되는 것도 이라부가 그런 쓸데 없는 무게를 포기하고도 잘 살고 있는 일종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별 볼일 없거나 그가 의미가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때문이다. 환자가 야구선수면 야구를 하고 공중그네를 타는 플라이어면 공중그네를 타고......그는 같은 행위를 다른 방식으로 행한다. 전혀 무게감없이 유쾌하게, 잘 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못하지는 않나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말이다. 그는 스스로 만들어 결국 억매이게 되는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자신만의 환영이 없다.
사실 우리는 몹시도 약한 존재가 아닌가? 그 존재를 인정 받고 싶고, 뭐든 잘해내고 싶은......사실 그렇게나 많이 떠 안고 낑낑거리는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어쩌면 고작 '괜찮아'라는 한마디의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애쓸 필요 없다는, 그냥 너인 것으로도 충분하다는......이라부의 주사 한방처럼, 인생도 사실 그런 말 한방이면 해결될지도 모른다. '괜찮아, 그러니까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