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스파이스 4집 - D
델리 스파이스 (Deli Spice) 노래 / 드림비트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내게 델리스파이스는 좀 특별하다. 그건 아마 내가 나이 대가 비슷한 그들과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점쟁이처럼 딱딱 집어내는 통에 화들짝 놀라며 또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런 점에서 이 4집 D는 더욱 의미가 있다. 그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나이를 먹어가던 그 무렵, 딱히 청춘이라는 말이 이미 어울리지 않던 그렇다고 기성세대란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 시절, 그 난감함과 그로 인한 문제들을 숨겨버리고 생글거리던 나랑 시니컬한 가사를 비교적 가벼운 멜로디에 숨기고 있는 그들의 음악이 다른 때보다도 더욱 닮아 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그 무렵 나는 기성세대에 막무가내로 도전하고 비판하던 어린 날과는 달리 어느덧 기성세대들이 변명처럼 하는 말들을 현실로 실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렇게 인정하고 있다간 어느새 내가 싫어했던 기성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덜컥 들었는데 이미 어른이었던 나는 그걸 딱히 표출하거나 의논하지 못하고 혼자 슬며시 겪어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건 분명 사춘기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 그랬기에 그런 씁쓸함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 음반에 의지해 신나게 (물론 뒷부분은 서글픈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그 가사는 곱씹어 가며 그 시기를 비교적 무탈하게 지나왔던 것이였다. 따라서, 이 음반은 음악으로서뿐이 아닌 같은 성장통을 앓는 친구로서 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였다.

사랑인지 아닌지 모를 그 묘한 경계에서 나의 길을 택했던 그 덤덤하면서도 자포자기처럼 슬며시 씁쓸해지던 그 이별 아닌 이별이며, 이젠 떠날 수 밖에 없는 정든 학교 근처며, 같은 길을 갈 것만 같던 친구도 어른이 되어 세상 속으로 나가는 것이며, 결국 가드를 내린채 크게 한 방을 맞을 것이라는 예감처럼 기성세대로 편입되는 성장통을 호되게 그러나 표현하지도 못하고 치뤄야했던 그 때 나는 나직히 부르고 또 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고마운 음반, 그래서 소중한 친구처럼 자리잡은 내 인생의 명반...
오늘 다시 들으니 우습게도 코끝이 다 시큰하다.

 

몇 시쯤일까 창문사이로 무심한 햇살
눈을 떠보면 항상 똑같은 내 방이지만
믿을 수 없어 이건 꿈이 아냐 텅빈 그 자리
이렇게 또 다시 하루를 살아야 나의 죄가...
오오오 너무도 낯선 아침 보내지도 못한 편지처럼
너무도 낯선 아침 깨져 버릴 그 얘기처럼
그저 몰랐다고 믿고 싶을 뿐야 맨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어 아니길 바랬어 이 나쁜 예감
지울 수 없어 두 눈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
뜨거운 무엇이 얼굴을 흘러야 나의 죄가...
오오오 너무도 낯선 아침 보내지도 못한 편지처럼
너무도 낯선 아침 깨져 버릴 그 얘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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