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iohead - OK Computer -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선정한 100대 음반 시리즈 90]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1997년 7월
평점 :
절판


사실 음반 리뷰를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쓰고 싶었던 건 라디오헤드였다. 그러나 미루고 미루고.....사실 너무 좋으면 할 말도 없나 보다. Ok computer는 라디오헤드의 음반중 가장 서정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이전의 미숙함이 보완되어 가장 완성도도 높은데다가 그 머랄까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들을때마다 느꼈던 멀미같은 울렁거림이 최대치를 이룬다고나 할까. 후에 너무 난해해져 버리고 마는 것을 생각하면 내겐 이해할 수 있는 한의 최대치를 담은 음반이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들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서글픈 목소리는 그러니까 마치 차마 응결하여 비가 되지 못한 짙은 안개처럼 물이라는 실체를 볼 수 없지만 그게 머리, 팔꿈치, 손끝 할 것 없이 축축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그건 마치 울기 직전의 그 마음의 울렁거림, 차마 눈물로 뚫고 나오지 못한 그 울렁거림과도 같다. 그런데 사실 울때보다 울기 직전의 그 울렁거림이 난 더 괴롭다. 왈칵 눈물로 쏟아져 나오기 전의 그 보이지 않는 마음 속에서만 휘몰아치는 소리없는 태풍, 그래서 다 듣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까닭에 그의 노래 제목처럼 Exit music이란 버튼이 있다면 누르고만 싶다. 그러나 목적지를 지나쳐 달려온 마냥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음악에 마음을 맡길 수 밖에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음악을 듣다가 목적지를 지나친 적이 많다.)

뿌옇게 차오르는 습기처럼 슬며시 마음을 점령해 버리고야 마는 음악에 차라리 목 놓아 울고 싶다는 소리 없는 외침도 묻혀버리고 난 그저 또 가슴 앓이다.

Exit Radiohead......그건 이젠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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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우리집은 그야말로 동물 농장이었다
어머니께서 워낙 동물을 좋아하신데다 그뿐 아니라 잘 기르기까지 하셔서
심지어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들까지도
우리집에 오면 닭이 되어 날라다니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게다가... 새끼의 새끼...정말 소형 동물원이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업둥이들이 많았었다

어느날 같이 성당에 다니셨던 어머니 친구분께서
쓰레기차 위에서 악을 쓰고 있는 고양이 새끼를 한마리 발견하셨는데
가여워 데리고 왔으나 고양이를 싫어하셨던 아주머니께서는
그걸 우리집에 버리고 가신 일이 있었다.
어머니, 전화를 받고서야 그 사실을 알고 나가봤더니
세상에... 그때가 한겨울이었는데도 집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는지
그 녀석은 그 추운데 오들오들 떨면서도 울지를 않더라셨다.
어쨌든 사연 많은 그 고양이는 유난히 총명하고, 속 깊고, 또 씩씩했다.

난 그 고양이가 너무도 이뻤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 녀석은 너무 총명하고 속이 깊었으니...
어릴때부터 총명하기 그지 없어
이내 똥오줌을 가리더니, 문을 혼자 여는 법도 터득하더니
TV끄는 법등 인간이 하는 짓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옆집 아이가 귀찮게 하면 어떻게 아이라는 걸 알았는지
꼬리를 잡아 끌거나 귀를 뜯어도
절대 할퀴거나 화내지 않고 그저 피할뿐이었다.
물론 어른이 그러면 엄청나게 화를 내며 대들었다.
볼수록 묘한 놈 이었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날 꾸중하고 계셨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이 넘...
어찌나 어머니께 성을 내는지 어머니께서는 어이가 없으셨는지
허허 웃으시며 더 이상 나를 혼내지 못하셨다.
생각할수록 웃기는 넘이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부엌에서 또 이상한 음식을 만들어 내던 나는
부엌창을 통해 밖을 무심코 내다 봤는데
그 넘이 있었다.
그래서 반가워서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근데 이 넘이 갑자기 그 높은 부엌창을 향해 뛰어 오르지 않는가.
그러더니 계속 떨어지고 또 달려와 뛰어오르고...
난 어이가 없었다.
그 똑똑한 넘이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그 넘은 우리집뿐 아니라 우리동네 지리도 꿰고 있는 넘이었다.
그러더니 기어코 부엌창에 오른 넘
골골거리며 내 품에 뛰어든다.

"야, 이 밥팅아 왜 그랬어?"

그러나, 난 풀이랑 흙이 뒤범벅이 된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골골거리는 그 넘을 보며
그때 처음 깨달았다.
사랑이란 머리를 쓰는 것도 아니고, 지가 망가지는 것도 신경 쓰는 것이 아닌
상대를 향해 무조건 달리는 거라는 걸 말이다.

가끔 생각난다. 이사올 때 결국 남에게 주고 온 그 고양이...
어머니께서 가자고 했더니 말없이 그 집에 순순히 따라갔다던 그 넘
어머니께서는 고양이는 터가 중요하니 이웃집에 넘겨야한다고
다른 고양이를 얻어다 준다고 하셨지만....
내게 앞으로 고양이는 많을 수 있다 해도 내게 사실 고양이는 하나뿐임을 어찌 설명한단 말인가?
아직도 고양이라고 말하면 그 넘이 생각난다.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엉덩이를 내 다리에 붙인채 꼬리를 마루에 척척 쳐대던 그 넘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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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10-1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하하..그 녀석 사랑엔 높은 담도 포기 안 하는군요..때르릉~~~~~!!

건우와 연우 2006-10-1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를 길들이던 어린왕자와 여우가 생각나는군요.^^

해리포터7 2006-10-1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전 고양이도 이렇게 적극적인걸 첨 알았어요..전 사실 무섭거든요.아기고양이면 모를까..아주 의리있는 녀석이었네요^^

한샘 2006-10-1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린 시절 누구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셨을 거같아요. 님의 수호천사였던 이 고양이, 멋집니다. 무엇보다 사랑의 개념을 일깨워주었다니... 마음 한켠에 소중하게 간직되어 영원히 삭제될 수 없는 그런 존재일 거같아요. 어린왕자를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Mephistopheles 2006-10-1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에게서 못느끼는 묘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 고양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 집앞에서 마주치는 도둑고냥이들도 몇번 마주치다 보니까 얼굴을 익혔는지
능청스럽게 제 앞을 터덕터벅 걸어가더라구요..^^

카페인중독 2006-10-20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가끔 동물의 단순한 행동이 더 현명하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배꽃님, 그녀석은 매우 의롭고 또 씩씩하고 불굴의 의지도 지녔었지요...ㅋ
건우와 연우님, 그러게요 한낱 고양이지만 이렇게나 제맘을 빼앗아 가다니 역시 사랑과 관심보다 큰 미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해리포터님, 고양이도 각각 성격이 있답니다. 적극적인 넘, 호기심 많은 넘, 철없이 귀여운 넘, 무뚝뚝한 넘, 순해빠진 넘...ㅋㅋ
한샘님, 반갑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겁니다. 그 사랑스러움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어요.메피스토님, 고양이들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러지 의외로 상냥하답니다. ^^

2006-10-20 0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20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페인중독 2006-10-20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냐-옹- ^^
 
햄버거에 대한 명상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2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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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14쪽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24쪽

......화물들 화물들 지상에 퍼질러 놓은 화물들
누가 그것을 옮기든 상관없이 화물이 쉬는 법이라곤 없는 것이다-37쪽

중북부의 소도시. 어딜 가나
한국의 찻집에는 중년들이 있다.
정치적 예언가 역할을 즐기는 중년 신사가 있어
개혁 세력, 후계자 또는 한 재벌 기업의 어이없는
무너짐에 대하여 진단하고 의심하고 예언한다.
그 어딜 가나 한국에는 책임감 없는 논객이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세상 사람 모두가 부르주아가 되면 될 것이라고
호탕하게 껄껄거리는 중년이 있다.
한국의 어느 도시엘 가나 문제가 있는 곳에
문제의 중년이 있고 추문이 있다. 나이 먹은 추물이-74쪽

우리들은 잃어버린 게 없다
모든 것은 너희들이 분실했으므로
더 이상 우리는 빼앗기지도 않으리
실과이래 자라난 우리는 망명세대
다가서지 않은 미래로부터도
쫓겨났다-82쪽

살아 있다는 까닭 외에 생업이라는 수식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
밀대와 빗자루가 작은 내 생활의 가게를 쓸고 있을 때
쳐들어오는 것이다. 허벅지에 꿀을 가득 묻힌 벌떼같이
낮게 웅웅거리며 황금색 상호로 번뜩이는
왕국의 차들이 오는 것이다. 어디선가 이루어진
거대한 공업으로부터 그러나 철저히 은폐된
공업이 자신 스스로를 판매하기 위해
여섯대의 차를 나누어 타고 사방의 길 끝에서 길을 끌고 몰려 온다.그렇다 여기 이 도시의 한쪽을
제일 먼저 흔들어 깨우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신선한 우유를 만재한 냉동트럭 밀려드는 상품트럭-96쪽

대포 소리 맞춰 엉덩이 흔들 수는 없으니까
중동이 불타든 말든
그들은 엘비스를 듣는 거지
등뒤로는 최신 무기를 몰래 내어 팔면서
하카 하카 버닝 러브!

배고픈 젊은이들이여
영어를 못하는 무식한 제3 세계
젊은이들이여
엘비스를 들으며 교양을 쌓자
(함께 입을 모아, 큰소리로)
하카 하카 버닝 러브!-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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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10-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은 잃어버린게 없다..다만 분실했을뿐...
그랬으면 좋겠다...그랬으면 좋겠어라...

건우와 연우 2006-10-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 개정판인가요? 아님 제 기억이 잘못된건가요?
제 머리속엔 침침한 건물 한쪽에서 몇몇과 이 시집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희미한 기억이...

카페인중독 2006-10-1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그러나, 그들은 절 일깨우기도 하지만 가끔 우리 젊은이들은 너무 오만한 것은 아니었나 돌아보게도 합니다...
건우와 연우님 개정판 맞습니다...^^
 

하는 일도 없는게 코가 헐어서 따끔따끔 간질간질하다.
그래서 코를 꼬물꼬물, 찡긋, 벌름거리고 있자니
남편, 빤히 쳐다보더니 묻는다.

"왜 그러는 건데?"

얼굴을 들고 손으로 콧구멍을 가리키며

"코가 헐어서 너무 간지러워"

그러자 남편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마와 턱을 잡고 얼굴을 제치더니

"호오오오~~~" 

우웟~ 누가 콧구멍까지 '호~' 를 하냣???
남편의 엉뚱함, 그 입김에 나 오늘 질식할뻔 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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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중독 2006-10-1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 얼굴을 면전에 들이대면 귀엽다는 말 함부로 않나옵니다...ㅡㅡ;;

물만두 2006-10-1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셨으면서^^

카페인중독 2006-10-1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을때도 있지만 가끔은 너무 엉뚱해서 할말을 잃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6-10-1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남편분의 뇌구조를 분석해서 올려주세요..^^

해리포터7 2006-10-1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핫..증말이지 못말리는 사랑스런 남편분!

카페인중독 2006-10-1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의 뇌구조 도저히 알 길이 없습니다. ^^;;;
이런...사랑스럽다니요. 엽기스런 행동에 기가 막힐 뿐입니다. ㅡㅡ;;

2006-10-18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페인중독 2006-10-1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주하신 하루였군요....호오오오~~ ^^;;;

치유 2006-10-19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어쩐지 이 아침이 개운하더라구요..

카페인중독 2006-10-1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이~ ^^;;;
 
가로세로 세계사 1 : 발칸반도 - 강인한 민족들의 땅 가로세로 세계사 1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국제면에 관심을 가졌던 15 여년 전쯤, 국제면을 채우고 있는 주된 기사는 바로 발칸반도에서 일어난 사태였다. 밀로세비치, 평화유지군, 인종청소......그러나 매일 읽어 봐도 사건전개에만 충실 했던 기사에 난 왜 이런 사태가 벌어 졌을까 막연히 추측만 했을뿐 그 원인과 배경은 알 길이 없었다. 사실상 뉴스란 그 특성상 가벼울 수 밖에 없건만......어쨌거나 결국 그때 처음 뉴스의 한계를 느끼고 실망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뉴스라는 것은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그 어떤 것이라 생각하고 경외하고 있었나 보다. 어쨌거나  뉴스거리에 단골로 등장하던 그 유고 내전이란 것이 궁금했으나 선진국과는 달리 딱히 볼 자료조차 없었던 탓에 도서관을 뒤지다 무슨 연감 비슷한 것에서 전쟁 배경을 간신히 찾고서야 그 호기심은 막을 내렸던 것 같다. 그때 사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 난감한 상황은 정말 곤욕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무튼 이제와 이 책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젠 아이들까지도 참고하기 쉬운 자료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부터 난 작가의 팬이었다. 물론 편파적이라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쉽게 이웃나라를 알 수 있다는 것은 가히 충격이었다. 만화라고 우습게 보다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같은 이야기라도 쉽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고 괜히 생소한 용어들 속에 어렵게만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살면서 깨우치게 된 것은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였다. 다만 먼나라 이웃나라는 어디서나 접하기 쉬운 선진국 위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그게 조금 아쉬웠었다. 그러다 궁금한 많은 다른 나라에 대해 이렇게 다시 시리즈를 낸다니 난 그저 반가울 뿐이다.

사실 1권이라 그런지 발칸반도에 관한 이 책에서 주인공인 발칸이 차지하는 부분은 분량상으론 딸랑 반이다. 나머지는 전부 이 시리즈에 대한 설명과 민족국가 탄생에 관한 개괄적인 설명이 차지하고 있었다. 알고 싶던 발칸에 대한 내용이 너무 적어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조금 어지러웠고 이전만큼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는 발칸에 대해선 이전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만큼 많이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보다. 물론 내가 생소하게 느끼는 나라라는 것을 고려하고서라도 말이다.

발칸반도에 들어가기 전 서문이 너무 많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민족주의가 가진 이면에 대한 설명엔 솔직히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물론 이 때문에 기분 나쁘게 생각 할 독자도 많겠지만 말이다. 그저 민족이 똘똘 뭉쳐 나라를 발전시켜야할 약소국이기만 했던 과거에는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간은 넘는 위치에 선 지금은 그 민족주의가 강한 자의 강압에 대항하는 것인지 약한자를 억누르는데 사용되고 있는지 꼬옥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것을 교육시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도 호주나 러시아, 일본처럼 백호주의를 외치는, 혹은 우경화를 외치는 이들로 넘쳐나게 될지도 모른다. 나 역시 민족주의가 신성불가침의 이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모든 건 일일이 깊이 생각해 보고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 한다.

발칸에 뒤섞인 민족들을 보며, 참 그들도 사는 게 힘든 민족들이구나 생각 되었다. 동서남북의 위치상의 요지로 타민족의 침략도 많았고 인종적으로도 뒤엉킨데다가 다양한 종교까지...... 당장은 조용해진다 하여도 피부림이 끊일 날이 없겠다 싶다. 침략으로 고통 받고 또 그들이 남긴 사상의 찌거기에 다시 한 번 고통 받고 있으니 좀 안타까웠다. 게다가 그 피의 역사를 보고 있노라니 사람목숨보다 중요한 이념이 과연 있겠냐 싶다. 아무리 중요한 이념이라도 그렇지 어찌 사람목숨보다 소중하랴 싶기만 해서, 민족이고 종교고 어찌 이리도 위선적일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슬며시 화가 오른다.  인간의 욕망중 가장 거절하기 힘든 것이 위대한 이념의 탈 아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갈수록 더 교묘해지고, 더 치사해져 버리고야 마는 역사는 어찌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멀쩡히 잘 읽어 놓고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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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1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네요.

카페인중독 2006-10-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요. 작가 관점이 워낙 논란이 많긴 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다 보면 좀 보수적으로 흐를 수 밖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되요. ^^;;;
만순님 이런거 좋아하신다면서요...^^

건우와 연우 2006-10-1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족주의에 대한 솔직한 설명이라니, 작가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바꿀수도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이원복작가의 책은 사준게 없었는데, 한번쯤 제가 먼저 읽어봐야겠네요.^^

카페인중독 2006-10-18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족주의의 단점에 관한 설명은 침략세력에 대항하던 약소국으로서 민족주의가 강한 우리가 읽기엔 오히려 기분나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작가의 관점은 여전히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을 다루던 지난책에 비해 아무래도 나머지 나라를 다루니 읽는 느낌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어쨌든 발칸반도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란 점에선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