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떠서 밤바람이 온통 시원하던 그밤의 그 길가...
가득히 내려앉은 라일락 향기가 갑자기 그립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자연 안의 조그마한 그 어느하나도
자기의 일은 잊는 법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자연에게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건
인간 하나뿐 아닐까 싶다...
세월이 지나는 것을 즐기고 느끼는 권리 역시
다 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도 말이다...
공부할때가 있고 결혼할 때도 있고
애를 낳아서 키워야 할때도 있고
주변을 정리하고 죽을 날을 기다릴때도 있다던 엄마의 말을
고루하게만 생각해왔던 내가
사실은 어리석게도 아주 오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긋지긋하던 엄마의 그 말들이 갑자기 사무친다...
오늘처럼 내가 속해 있던 세상이
갑자기 다가오는 그런 날엔 어김없이
들판에 의자하나 내어 놓고
하루가 시작되고 저물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것을
그렇게 바라보고만 싶은 생각이 그저 간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