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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세계사 1 : 발칸반도 - 강인한 민족들의 땅 ㅣ 가로세로 세계사 1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국제면에 관심을 가졌던 15 여년 전쯤, 국제면을 채우고 있는 주된 기사는 바로 발칸반도에서 일어난 사태였다. 밀로세비치, 평화유지군, 인종청소......그러나 매일 읽어 봐도 사건전개에만 충실 했던 기사에 난 왜 이런 사태가 벌어 졌을까 막연히 추측만 했을뿐 그 원인과 배경은 알 길이 없었다. 사실상 뉴스란 그 특성상 가벼울 수 밖에 없건만......어쨌거나 결국 그때 처음 뉴스의 한계를 느끼고 실망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뉴스라는 것은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그 어떤 것이라 생각하고 경외하고 있었나 보다. 어쨌거나 뉴스거리에 단골로 등장하던 그 유고 내전이란 것이 궁금했으나 선진국과는 달리 딱히 볼 자료조차 없었던 탓에 도서관을 뒤지다 무슨 연감 비슷한 것에서 전쟁 배경을 간신히 찾고서야 그 호기심은 막을 내렸던 것 같다. 그때 사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 난감한 상황은 정말 곤욕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무튼 이제와 이 책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젠 아이들까지도 참고하기 쉬운 자료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부터 난 작가의 팬이었다. 물론 편파적이라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쉽게 이웃나라를 알 수 있다는 것은 가히 충격이었다. 만화라고 우습게 보다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같은 이야기라도 쉽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고 괜히 생소한 용어들 속에 어렵게만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살면서 깨우치게 된 것은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였다. 다만 먼나라 이웃나라는 어디서나 접하기 쉬운 선진국 위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그게 조금 아쉬웠었다. 그러다 궁금한 많은 다른 나라에 대해 이렇게 다시 시리즈를 낸다니 난 그저 반가울 뿐이다.
사실 1권이라 그런지 발칸반도에 관한 이 책에서 주인공인 발칸이 차지하는 부분은 분량상으론 딸랑 반이다. 나머지는 전부 이 시리즈에 대한 설명과 민족국가 탄생에 관한 개괄적인 설명이 차지하고 있었다. 알고 싶던 발칸에 대한 내용이 너무 적어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조금 어지러웠고 이전만큼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는 발칸에 대해선 이전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만큼 많이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보다. 물론 내가 생소하게 느끼는 나라라는 것을 고려하고서라도 말이다.
발칸반도에 들어가기 전 서문이 너무 많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민족주의가 가진 이면에 대한 설명엔 솔직히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물론 이 때문에 기분 나쁘게 생각 할 독자도 많겠지만 말이다. 그저 민족이 똘똘 뭉쳐 나라를 발전시켜야할 약소국이기만 했던 과거에는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간은 넘는 위치에 선 지금은 그 민족주의가 강한 자의 강압에 대항하는 것인지 약한자를 억누르는데 사용되고 있는지 꼬옥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것을 교육시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도 호주나 러시아, 일본처럼 백호주의를 외치는, 혹은 우경화를 외치는 이들로 넘쳐나게 될지도 모른다. 나 역시 민족주의가 신성불가침의 이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모든 건 일일이 깊이 생각해 보고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 한다.
발칸에 뒤섞인 민족들을 보며, 참 그들도 사는 게 힘든 민족들이구나 생각 되었다. 동서남북의 위치상의 요지로 타민족의 침략도 많았고 인종적으로도 뒤엉킨데다가 다양한 종교까지...... 당장은 조용해진다 하여도 피부림이 끊일 날이 없겠다 싶다. 침략으로 고통 받고 또 그들이 남긴 사상의 찌거기에 다시 한 번 고통 받고 있으니 좀 안타까웠다. 게다가 그 피의 역사를 보고 있노라니 사람목숨보다 중요한 이념이 과연 있겠냐 싶다. 아무리 중요한 이념이라도 그렇지 어찌 사람목숨보다 소중하랴 싶기만 해서, 민족이고 종교고 어찌 이리도 위선적일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슬며시 화가 오른다. 인간의 욕망중 가장 거절하기 힘든 것이 위대한 이념의 탈 아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갈수록 더 교묘해지고, 더 치사해져 버리고야 마는 역사는 어찌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멀쩡히 잘 읽어 놓고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