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화요일, 10시쯤 기분좋게 집에 가다가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꽈당!!!
이번엔 사람을 치다. 데이트 하고 있는 남녀 중 여자를 치다. 샘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여자를... 그런데, 자전거로 치지 않고 내 몸으로 쳤다. 덜 아팠겠지?
<사고의 원인>
1. 자전거들 쌩쌩 달리는 자전거 도로에서 여자분 4명이 4열 횡대로 느긋하게 걸어가셨다. 그 분들이 별로 비켜줄 자세가 아니라 갓길로 가려다가 휘청..
2. 자전거도로와 갓길의 높낮이가 차이가 있었음. 게다가 내리막길이었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꺾는 바람에 그 4명의 여자 앞에서 걸어가던 무고한 시민을 치다.
3. 그렇지만, 그 여자들을 제치고 멋지게 돌아서 가려는 마음과 어느 정도의 과속이 주요 원인임을 자백함.
<사고의 결과>
1. 내 몸 챙기기에 앞서 그 여자의 생존을 먼저 확인해야 했음.
2. 생존한 정도가 아니라, 마구 날뛰며 나를 때림(물론 안아팠음).. "짜증나"를 반복하여 말함. 그 옆에 있던 남친도 당황했는지 한 마디도 안하고 여친 눈치만 봄. "짜증나"를 몇번 더 반복하더니 화가 났는지 그냥 가버림. 남친 쫓아감. 크게 안다쳤기를 빌 수밖에..
3. 내 상처를 돌아다보니 왼쪽 무릎 까지고 왼쪽 팔뚝 까지고 왼쪽 팔목이 좀 이상하고 오른쪽 손 조금 까지고... 아무튼 저번보다 조금 더 심함.
4. 자전거 속도계 속도측정 고장, 헤드라이트 거치대 파손
<사고의 후유증>
1. 자전거가 두려워졌다고 하면 뻥이고, 당분간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사실.
2. 마누라가 못알아봄. 저번 상처로 생각하고, 이거 아직도 안나았어? 라고 물어봄. 내가 한참 힌트를 줘도 못알아봄. 심한거 아냐? 이번엔 마음의 상처가 생김.
첫번째 사고때는 마누라가 구박은 안했는데, 이번엔 구박했음. "자전거 타지 마" 아니면 "무릎, 팔꿈치 보호대 하고 타던가" 내 공식 반응은 : "애도 아니고 어찌 그런 것을~ "
3. 사고나고 피 철철 흘리며 집에 돌아오다가도 꼴에 식욕은 땡겼는지, 뜬금없이 몸보신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길거리 트럭에서 파는 전기구이 통닭 사느라 쓸데없이 6천원 소비. 약값도 몇천원 소비.
생각해 보라. 피 철철 흘리며 "아저씨, 통닭구이 한마리 주세요"
4. 두번째 사고가 나서 그런지, 글도 덩달아 썰렁해짐... 재미있는 단어나 문구가 생각도 안남.
<사고 후 좋은 점>
1. 회사 가서 아픈 척 했더니 측은하다고 차도 지하철역까지 태워주고 위로해줌. 엄살을 더 피우게 됨.
2. 상처 덧나면 안된다는 핑계로 오늘 하루종일 반바지 입고 근무함. 대신 사람들 눈에 안띄려고 점심도 시켜먹고, 화장실은 점심시간 한번, 6시 퇴근시간 후 한번 갔음.
3. 27개월짜리 아들녀석과 대화를 나눴음.
"아빠 다쳤어?" "응, 다쳤어" "자전거 타고?" "응"
"나도 다쳤어, 자전거 타고.." (발의 상처를 보여준다) "준영이도 다쳤구나?"
"아야 했어. 약 발라주세요"
27개월의 평균 말솜씨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들과 이러한 정상적 대화가 된다는 사실에 또다시 감격.
<사고 후 느낀 점>
1. 이번엔 진짜 까불지 말자.. 이러다 죽겠다... 세월아, 네월아 경치보면서 천천히 달리자..
2. "아, 역시 생명의 신비는 대단하구나..."
통닭 뜯고 눈물 흘리며 사고나지 않았으면 안봤을 "병원 24시"에 나오는 출산 산모들을 보며 ..
3. 이번 사고의 원인 10가지 중 하나에 자전거 탓도 있다. 바퀴가 20인치로 작은 자전거의 특성 때문에 별 것 아닌 높낮이에도 자전거가 휘청하였음. 다음에 자전거를 산다면, 이번엔 접는 자전거 말고 튼튼한 mtb를 살까 몇초동안 고민했음.
여러분, 이번엔 위로해 주시지 마시고, 꾸짖어 주세요..그래야 정신차려요..
사고보고 페이퍼는 앞으로 쭈욱~ 매주 연재 됩니다.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