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
금정연 외 지음 / 편않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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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 책을 만드는 사람(편집), 책을 만드는 사람(디자인), 하루종일 책으로 벌어먹는 사람 등등 책과 연관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쓴 글. 가볍게 빠져들며 읽을 수 있지만, 인생이 담긴 가볍지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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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우석훈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초반부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들이 머금고 있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사장에서 주로 배출되는 10 마이크로미터 미만의 미세먼지는 미량이라도 발생하는 순간 인체에 축적이 된다는 점에서 무섭고, 비싼 방독면을 사용하지 않고서야 이를 흡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이 주 전공이 아니라서 그런지, 어려운 것을 읽기 힘들어 하는 독자를 배려해서인지 저자는 PM10, 즉 미세먼지에 대한 복잡한 과학적 설명은 간단히 언급하고, 그것의 심각성과 피해양상을 각종 데이터를 통해 제시하는데 주력한다. 미세먼지의 수치는 유럽의 권고 기준을 이미 2배 이상 넘어섰으며, 서울을 비롯한 거의 모든 도시 지역은 당장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면역력이 특히 약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여러 번에 걸쳐 당장 서울에서 탈출할 것을 권고, 아니 명령한다.


다음으로는 우리 나라가 미세먼지의 천국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특히 무분별한 국토 개발과 건설업 위주의 경제 개발 방식을 통렬히 비판한다. 또한 다분히 감상적인 서울 탈출론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어떻게 서울을 떠날 것인지를 여러 경제적 지식을 통해 제시한다.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팽창하는 대도시의 모습, 30년 동안 해야 할 도시계획을 5년 내에 끝내려는 속도에 대한 욕심, ‘생명없는 발전’을 추구하는 서울 스타일, 농지법 개정을 통한 전 국토의 개발, ‘부수고 짓는 행위’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경제정책 등 그가 비판하는 것은 현재의 참여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도 직접 관여한다.


결국 그의 대안은 그가 속한 단체(초록정치연대)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길은 ‘생명에 대한 질문 한 가지’이다. 개발경제, 민생경제라고 불리우는 무시무시한 경제학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토지와 화해’할 수 있는 방식, 이를테면 스위스, 덴마크식의 생태경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버지니아 울프, 오드리 헵번과 같은 유명인과 이름 없는 한국의 어머니들을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누군지 모른다)’으로 비유하면서, 이들의 생각과 삶이야말로 지금 미친 듯이 앞으로만 달려가는 이 시대를 반성하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생명의 시대로 가는 삶의 방식이라 말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너무나 많았을까? 결국은 서로 얽혀있는 문제이겠지만, 많은 주장들이 산뜻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질적 데이터는 설득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미세먼지, 황사와 관련된 자료 외에 사교육 지출비용, 소득 계층 비율까지 자료를 인용하여 판을 키워가는 것은 독서의 긴 호흡을 막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나 ‘반지의 제왕’을 모티브로 하여 현재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40쪽에 이르는 2장의 내용은 조금 읽다 바로 넘겼음을 고백한다. 환타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전혀 납득되지 않는, 낯선 구성방식이었다.


이 책 하나 읽는다고 미세먼지에 당장 두려움을 느껴 서울을 탈출하는 사람은 몇 없으리라. 나만 해도 서울 탈출은커녕 지은이가 경고한 새벽 운동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공기청정기에 마음을 의존하며 살아갈 것이다. 지은이가 경고하는 미래의 모습이 전혀 밝지 않지만 삶의 터전과 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꼼꼼히 읽어보면 이 책은 단순히 미세먼지의 폐해를 알려준다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고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데 더욱 중점을 둔 책이다. 미세먼지를 흡입하지 않기 위한 행동요령을 가르치는 매뉴얼이라기보다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선결조건에 대해 고민거리를 안겨다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까?


‘지대경제’니 ‘자산특수성’이니 하는 몇몇 경제 용어만 비켜간다면 쉽고 빨리 읽힌다. 그렇지만 쉽게 읽힌다고 쉽게 통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주장에 깊이 동감하기 위해서는 (특히 구성이 산만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곱씹어 읽어봐야 한다. 생태경제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 또한 이 책을 읽은 뒤에 얻은 수확이다. 대안 없는 외침에만 힘을 기울였던 것이 과거라면, 이제는 대안을 이야기하는 구체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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