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직장 부서엔 독특한 전통이 있다. 생일선물을 하는 전통.
30명이 근무하는 부서엔 5개의 팀이 있는데,
A의 생일이 다가오면, A의 부서 B란 사람이 A와 조금 친하거나 생일선물클럽의 멤버인 사람들에게 A 생일선물 모금활동에 참여할 것인가를 묻는 메일을 보내고, 답변을 보낸 사람들의 모금현황을 참조하여 A는 자신의 생일선물을 골라 사고, 그들에게서 돈을 받는다. 그리고는 어떤 상품을 받았다는 메일을 선물한 사람들에게 띄우는 시스템이다.
이번에도 나는 130,000원을 선물받았고, 그 돈으로 2년전 티볼리 라디오, 1년 전 자전거 방한복에 이어 올해는 CD, DVD, 책을 골랐다.
다음은 그들에게 보낸 생일선물 고맙다는 내용의 이메일 전문..
참고로 10명 모두 여직원이며,
멋진 직장녀 라이프를 꿈꾸고, 하나쯤은 명품 가방을 갖고 싶어하고, 일주일에 몇번씩 야근에 시달리고, 내년 자신의 계약기간 만료를 걱정하는, 문국현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아래와 같은 책과 음악은 잘 모를 것으로 예상되는 평범한 2-30대 직장녀들이다.
쓰고 보니 그들을 선도하고 계도하고 자랑하려는, 선민의식으로 다분한 글인 것 같아 부끄럽다.
그러나, 이 글도 나의 글이니 요즘 뜸한 페이퍼를 대신해서 가감없이 옮깁니다. 연말 보고서는 안쓰고 뭣하는 노릇인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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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덕택에 알라딘 실버 회원이 되었습니다. 추가 1% 마일리지 적립이 주어진다고 하네요..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제가 주문한 것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바쁘신 분들은 패쓰 ~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까치글방
학창시절 과학시간을 몹시나도 싫어했던 저에게,
‘제대로 된 과학공부는 사지선다로 설명할 수 없는 흥미롭고 가치로운 것이란다’라고
토닥여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선정한 책입니다.
558쪽에 달하는 묵직함을 가졌고, 표지와는 달리 한 컷의 그림도 없지만
묵묵하게 읽어나가야겠습니다.
앨런 와이즈만, 인간 없는 세상, 랜덤하우스코리아
창세기 1장을,
마지막 날 태어난 우리는 지구의 모든 피조물들 위에 군림할 수 있다 라고 잘못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
다분히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에게,
지구는 원래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
잠깐 맛만 봤는데, 아주 창의적이고 기발하고, 대단히 과/학/적/인 책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SE 박스세트
2001 : A Space Odyssey Special Edition, 1968
A Clockwork Orange Special Edition, 1971
The Shining Special Edition, 1980
Full Metal Jacket Deluxe Edition, 1987
Eyes Wide Shut Special Edition, 1991
색즉시공2보다 200배는 재미있고, 2000배는 의미있는 영화라고 자부합니다.
모두 첫인상은 (앞 영화부터) 지루하거나, 놀랍거나, 공포스럽거나, 두렵거나, 혼동스러울지라도
두번 세번 공부하면서 본다면 천재감독의 천재적인, 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이 작품들의 진면목을 알 수 있을 것이며,
이 영화의 Special Edition 판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같은 직장에 다닌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이 영화를 빌려 보고자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편당 500원 드리고 빌려드리겠습니다. (받고가 아닙니다. 진짭니다. 다만 끝까지 보셔야 합니다.)
현재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여러분도 다 아실 미국 그룹 Eagles의 신보입니다.
요즘 어설픈 유머로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구걸하고 있는 김종서를 보면 정말 안타까운 맘이 듭니다. 한국 최고의 록커가 그딴 식의 이미지를 흘리며 자신의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 이 가수 조로 현상에 대해서 말입니다.
호텔 캘리포니아(남가주 관)의 주인공 이글즈가 재결성해서 그들의 멋진 노래를 다시 들려줍니다. 그 수많은 히트곡들의 편집본이 아닌 6개월간에 거쳐 다듬고 다듬은 2장 짜리 CD를 들고 말입니다.
들어보니 그들의 목소리 녹슬지 않았습니다. 노래조차 좋습니다.
한국에도 이들처럼 롱런~ 하는 가수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물론 세련됨으로 재무장한 가수들이요..
저, 구닥다리 중년 아닙니다…. 음악에 있어서는 고급, 첨단을 달린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그 첨단의 기준은 ‘얼마나 최신 음악을 듣는가’는 아닙니다.
Led Zeppelin - Mothership [Remastered Ltd. Edition] (2CD+1DVD)
락의 전설
레드 제플린이 12월 10일 어제 대규모 공연을 했답니다.
멤버 해체 이후 20년만에 모인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무려 100만명이 몰려들었다고 하네요.
최고 1억 5천만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된 공연티켓… (6만원짜리 티켓이 비싸다고 투덜거리는 나)
왜냐? 그들은 전설을 만나는 것이거든요.
미사여구로 여기저기 쓰이는 그 싸구려 단어 ‘전설’ 말고, 진짜 ‘전설’을 만나는 것이거든요…
이번 베스트 음반의 구입 목적은 그 음악들을 듣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소장’하기 위해서 입니다.
음반을 소장함으로써 비로소 그들의 진정한 팬이 되었음을, 그래서 부끄럽지 않음을 느낍니다.
말이 필요없는 영화, 그리고 그들의 음악~
음악을 좋아한다면 원스….
저는 정말 사극, fantasy, 괴수물 등등 비현실적인 소재의 영화, 드라마는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조영, 이산, 태왕사신기는 물론이고,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해리포터까지.. 켁
저는 현실주의자인가봅니다. 아직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서 대답을 찾는 그런…
그런 저의 입맛에 딱 맞는, 저의 2007 BEST MOVIE 대상을 받은 영화가 바로 … 이 영화..
영화의 기본으로 돌아간 영화
Once
그리고 그들의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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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분이라도 흥미를 느끼셨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제가 좋아서 쓰는 글이니깐요.. 제 본업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저는 좀 전에 언급했던 현실주의자와는 의미가 다른,
현실에서 부유하고 있는 인물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