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을 바라보며

 

오규원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罪)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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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9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0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날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겸손해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금방 호들갑을 떨고 까불다 감기 걸리죠. ㅎㅎ 가지를 곧게 뻗고 한껏 내어보이는 겨울나무의 가지를 좋아합니다. 죄의 옷을 겹쳐입고 선 우리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水巖 2007-02-10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 가야겠습니다.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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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2-0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하필 물푸레나무일까요? 물푸레나무는 너무 단단하여 옛날에 도리깨(아실랑가?)를 만드는 주재료로 사용했었는 데......

짱꿀라 2007-02-0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하나 더 드리고 가겠습니다. 학예사 한 분 중에서 오규원 선생님의 시를 좋아하는 분이 있어서 주신 것입니다.


<겨울 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罪)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프레이야 2007-02-0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물푸레나무는 시인들이 자주 노래하는 소재이긴 해요. 단단해서 요즘은 야구방망이도 이 나무로 만든다고 하네요. 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든다고 하지요. 그 물에 손을 담그면 손까지 온통 푸른 물이 드는 것 같겠지요. 해보진 않았지만 상상만으로...
어린이책에도 <물푸레, 물푸레, 물푸레>라는 동화가 있는데 고운 심성을 길러줄 수 있는 이야기에요. 왠지 물푸레~ 하고 불러보면 정감 있지요.
고인이 된 시인은 물푸레의 잎과 같은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네요.
시집같은 여자, 라는 싯구가 인상적입니다.^^
시인은 시적영감을 동경하며 품으려 소망했던 건 아닌지...

산타님, 이 시도 페이퍼로 모셔둘게요. 오후의 선물 두개씩이나, 감사해요^^
 
 전출처 : 水巖 > 오규원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      원 -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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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0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규원 선생님의 시 하나 더 드리고 가겠습니다.

<한 잎의 여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프레이야 2007-02-0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이 시 오래 전 어디서 보고 참 애잔히도 슬픈 곡조구나, 느꼈던 시네요.
님이 전해주시는 시로 다시 읊어봅니다. 오후의 느닷없는 선물~ 고맙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페이퍼로 옮겨둡니다...
 

혼동하기 쉬운 우리말 쓰기.

오늘 어느 선생님의 글에 '안절부절 하다' 가 있어 왈가왈부 하였던 것.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확실히 사전 찾기.

 

             안절-부절

 [부사]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양.

             스스로 예문 : 가족들은 수술결과를 기다리며 병원복도를 안절부절 왔다갔다 했다.

 

        *  안절부절-못하다

            안절부절-못하다

〔-모타-〕 [자동사][여 불규칙]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쩔 줄 몰라 하다.

            스스로 예문: 가족들은 수술결과를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렸다.

 

  • 안절부절-하다

    안절부절-하다
     [자동사][여 불규칙] ‘안절부절못하다’의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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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2-0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생활에서 헷갈리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의미상으로만 따지면 안절부절하다가 맞을 것 같은데 잘못된 표현이었군요. 좋은 것 배웠습니다. ^^

짱꿀라 2007-02-0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용잘하겠습니다. 퍼갑니다. 감사합니다.

아영엄마 2007-02-0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절부절 못하다는 관용적인 표현은 쓰고 있는데 뜻으로 보면 하다가 맞을 듯 하네요. 애매모흐~~ 한 단어나 문법이 의외로 많아요. ^^;

프레이야 2007-02-0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설전이 잠시 있었죠. 우리말 바로 알고 활용하기 쉽지 않지요^^
오늘 개학하셨죠? 오늘 아침, 우리큰딸 오랜만에 교복 입은 모습 봤네요.

산타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곳은 부슬비가 옵니다. ^^

아영엄마님/ 안절부절못하다, 로 붙여써야 됩니당^^
그러잖아도 어떤 분이 '안절부절'의 뜻으로 보면 '안절부절하다'가 맞다고 우기는
바람에 이렇게 다시 찾아보게 되었어요^^ 여긴 촉촉히 비가 오네요.
 

우리집 막내딸이자 둘째딸, 오늘 아침 한 판 난리를 피우고 학교에 갔습니다.

개학날인데 늦잠꾸러기 엄마가 깨우는 걸 깜빡했지 뭡니까?

내일인 줄 알았거든요. 나는 좀 더 자라고 안 깨운 건데... 흑흑...

8시 40분까지 등교해야하는데 33분에 깨웠네요.

세수와 양치질 생략하고 옷만 입혀서 데리고 뛰었습니다. 교문 들여놓고 나니까 실내화 생각이 나서

문구점 달려가 외상으로 한 켤레 사서는 교실까지 갖다 주고 나왔어요.

희령인 어젯밤 자기 전, 제 방 싹 치워두고 책가방 챙겨선 준비해두고 그러고 잤는데

실내화를 깜빡했다네요. 담임선생님은 제가 세수도 안 한 부시시한 얼굴만 봐서 

원래 저렇거니 생각하실 겁니다.

개학날이라 일찍 올 줄 알았는데 4교시까지 하고 돌아왔네요. 참, 지금이라도 양치질 시켜야겠어요.

-------

며칠 전 일요일에, 우연히 시댁 식구들과 조카들과 지나가는 길에 들린 곳이 있어요.

부산 외곽의 어느 아파트 모델하우스인데, 고현정이 어마무지한 개런티를 받고 모델 했다지요.

너른 벌판에 우뚝 솟아있는 건물이 모델하우스더군요. 평당 얼마라나... 전 감이 안 오고...

아이들을 위해 영어마을 체험을 하도록 마련해 두었더군요. 모델하우스가 너무 크고 럭셔리~해서리

다리 아파 다 돌지도 못했습니다. 카페, 베이커리, 경찰서, 뷰티샵, 은행, 마술쇼 등을 체험했어요.

한 가지 재미있는 걸 했는데, 꿈보다 해몽이라고요.^^

큰 룸으로 들어가니, 얼굴이 조막만한 백인아가씨가 아이에게 백지 한 장을 주며 "draw me a pig" 하더군요.

그걸 보고 성격과 심리를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이런 것 좋아하거든요.^^



이 그림을 보고 자료를 찾더니 인형 같은 그 아가씨가 설명하며 적어준 단어들입니다.

이름은 아이가 쓴 것입니다.

realist / tradition / friendly / remember things well / analytical / cautious

distrustful / secure & stick to her own ideas / OK listener

제가 생각하고 있는 아이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림을 보는 기준은 돼지가 정면을 향하느냐, 측면이 보이느냐, 다리 수, 귀의 크기와 위치, 몸통, 눈,

뭐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같이 한 조카들 두 명은 또 다른 결과가 나와서 아주 재미있었어요.

여섯살 조카는 다리를 세 개 그렸는데 insecure  to his own ideas 라고 하더군요.^^ 

진/우맘님에게 보여드리면 더 잘 해몽해 주실 텐데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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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2-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별거 다하는군요. 그나저나 안늦으셨나봅니다^^;;;

프레이야 2007-02-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고객유치차원이겠죠. 별 이벤트를 다 하더이다.
그리고 안 늦었다는 거 아닙니까. ㅎㅎ 정각 40분에 입실..

건우와 연우 2007-02-0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수안하셨어도 혜경님 미모야 어딜 가겠어요.^^
아파트보다 이벤트가 재미있네요.^^

글샘 2007-02-0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초등은 벌써 개학을 했군요. ^^ 저는 아직도 놀고 먹고 있습니다.
모레 개학인데, 저는 늦어도 혼낼 사람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ㅋㅋ
한달 넘게 아이들 못봤더니 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이제 봄방학까지 좀 바빠지시겠군요. ^^ 아닌가? 좀더 편해지시려나?

날개 2007-02-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아침에 늦잠잤어요.. 알람이 울렸는데, 방학이 끝난걸 깜빡 잊고 또 잤지 뭡니까!^^;;;(개학은 월요일이었으니 전 변명도 못해요..)
울 애들, 이제는 포기하고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죠..) 서둘러서 준비해서 학교 가더이다..

프레이야 2007-02-0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사실 저, 세수 안 하고 자주 돌아다녀요.^^
글샘님/ 중학교도 모레 개학이에요. 큰딸 뒤늦게 숙제 하느라 낑낑거리네요.
다음주엔 짬이 좀 날 것 같아요.
날개님/ 그러게요. 저도 일찍 눈 떴는데 그렇게 되었어요. 울애들도 알아서 챙겨
가는 편이에요. 엄마 깨우단 일이 안 되죠. ㅎㅎ

또또유스또 2007-02-07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배혜경님..
님의 미모는 세수를 안해도 빛을 발하니 뭐 하루쯤 안씻어도 무방합니다요...
그런데 돼지가 넘 날씬한 거 아니여용? ^^
부산... 벌써 봄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님께서 주신 다이어리로 요즘 어깨에 힘 주고 다닌답니다
다들 무쟈게 부러워 해용..ㅎㅎㅎ

프레이야 2007-02-0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님, 그게요, 아직 안 하고 있답니다. ㅋㅋ
돼지를 날씬하게 그린 건 아마도 희령이의 잠재된 바람이 아닐까 싶어요.^^
봄이 오는 소리가 또또님 등장으로 실감나요. 다이어리요,, ㅎㅎ 고마워요^^

마노아 2007-02-0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분에 일어나서 40분 등교가 가능하다니 신기해요^^ㅎㅎㅎ

프레이야 2007-02-0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도 그러셨어요? ㅎㅎ 우리집 중학생은 이러면 완전 뒤집어집니다요..
마노아님/ 그러게요. ^^ 학교가 아파트 단지 안에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게 다행이었지 뭡니까. ㅎㅎ

2007-02-08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0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아무래도 먼저 사셨으면 어떡하지, 그랬는데, 역시나군요..ㅎㅎ
그래도 다시 갖게 되셨으니 저도 기뻐요. 제가 다시 선물로 받는다면...흑흑...
사양하면 안 되는거죠?^^ 전 안 샀어요. 오늘 여긴 비가 와요. 겨울과 봄 사이에
내리는 비에요. 문우들과 공부하고 점심 먹고 연세드신 분이 종강 기념으로
노래방 가자고 졸라서^^
우루루 가서 분위기 맞춰드리고 몇곡 부르고 왔어요. 헥헥...
오늘 비가 오니까 비가 들어가는 노래가 많이 나오더군요.^^

소나무집 2007-02-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학날 간신히 학교 보냈답니다. 방학 때 하도 놀아서 엄마도 아이도 개학이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프레이야 2007-02-0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정말 그렇죠?^^ 얼른 적응되야죠...

2007-02-08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0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 소개팅 주선자님/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 저도 몇 번 불렀던 기억이 나요.
검색해볼랍니다. ㅎㅎ 따라 불러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