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을 바라보며

 

오규원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罪)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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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9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0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날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겸손해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금방 호들갑을 떨고 까불다 감기 걸리죠. ㅎㅎ 가지를 곧게 뻗고 한껏 내어보이는 겨울나무의 가지를 좋아합니다. 죄의 옷을 겹쳐입고 선 우리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水巖 2007-02-10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