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오규원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      원 -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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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0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규원 선생님의 시 하나 더 드리고 가겠습니다.

<한 잎의 여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프레이야 2007-02-0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이 시 오래 전 어디서 보고 참 애잔히도 슬픈 곡조구나, 느꼈던 시네요.
님이 전해주시는 시로 다시 읊어봅니다. 오후의 느닷없는 선물~ 고맙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페이퍼로 옮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