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많은 세상에서 말하지 않는 즐거움

 

 

131쪽 옮겨적기

 

 

불교에서는, 사람은 결국 '오온五蘊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때 '오온'이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이라는 다섯 가지 작용을 말한다.

마치 다섯 개의 구슬을 엮어 만든 염주처럼 인간을 파악한 것이다.

 

'색'이란 물질, 곧 신체이다.

'수'란 감각을 받아들여 '락, 고, 불고불락', 이 세 가지 반응을 느끼는 마음의 작용이다.

'상'이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개념의 색안경으로 사물을 보고 변형해서 이해하는 것이다.

'행'은 거의 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잠재의식의 밑바닥에 쌓였다가 결국 마음을 선동해 몰아간다.

'식'은 다섯 개의 감각장치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작용이다.

 

색을 통해 나머지 네 가지 작용이 실제로 일어나는 순서에 따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식 : 눈, 귀, 코, 입, 피부감각으로 정보를 얻어낸다.

2. 상 : 자신만의 '개념'이라는 색안경을 통해 정보를 구분한다.

3. 수 : 락, 고, 불고불락을 느낀다.

4. 행 : 락의 '수'에는 탐욕의 업이, 고의 '수'에는 진에의 업이 생겨나 쌓여간다.

 

 

----------

 

나를 지나치게 내세우지 말고 '자기 농도'를 엷게 하라고 조언하는 류노스케 스님은

욕망과 속도는 같이 간다고 했다.

예를 들어, 말을 빨리 하는 것도 자기가 하고픈 말을 많이 내뱉고 싶은 심리,

음식을 빨리 먹는 것도 더 많이 먹고 싶다는 욕망이 관여한 행동이란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비난을 받았을 때나 불쾌한 느낌을 받았을 때

우리의 마음도 무서운 정보처리 속도로 '오온'의 다섯 가지 작용을 동시에 모두 가동시켜

불쾌감의 눈금을 높여 화를 낸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마음이라는 시스템이 품고 있는 스피드의 노예"가 된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마음의 정보처리 속도에 대응하는 방법은 마음의 연쇄과정을 멈추고,

불쾌감을 아직 아무런 의미를 띠지 않는 '처음에 들었던 단순한 소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그 소리 자체로 의식을 집중하여 "소리, 소리, 소리..." 하고 의식에 주입 반복하여 집중하면 그 소리는 어느새 사라진다.

<생각버리기 연습>에 이어 <침묵입문>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늘 의식하여 실천에 붙여야 할 구체적인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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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주 목요일 모 아침 프로그램에 나왔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심리에 대한 짧은 강의를 하던데 처음부터 듣지는 못했지만 그다지 내용의 초점이 없었고

와닿지 않았고 강의 자체의 방식도 매력적이지 못했다. 거기다 사람이 외모로 풍기는 기나 느낌이 호감을 주지 못했다.

말하는 태도나 목소리도.  물론 내 주관적인 느낌일거라 생각했고 그냥 내용만 들었는데,

역시 사람은 초면에 전해오고 전해주는 기와 느낌이 그다지 틀리지 않는 것 같다. 

 

 황상민이라는 이름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작년 중학교 독서동아리를 마치고 사서샘이 선물로 한 권씩 준 책이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 실용적인 방향으로 썼던데 대충 훑어보니

아이를 거의 다 키운 내겐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었다.

 

 

 

 

신작으로는 이 책. 안 읽어본 책이지만 ㅇ님 페이퍼로 간단히 본 기억이 난다.

대체로 좋은 평인 것 같다.

 

 

 

 

 

 

그치만 그분이 라디오에서 이렇게 말한 건 어떤 심리일까, 무척 난감하고 속상하다.

 

앞서 황 교수는 지난 22일 CBS FM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김연아가 언제 대학교에 다녔나.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이 교생 실습을 나가냐. 김연아가 CF도 많이 찍어야 되고, 원하는 곳이 많아 바쁜 건 사실이다. 김연아의 교생 실습은 쇼”라며 교생 실습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황 교수는 이어 “우리는 스포츠스타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나중에 스타는 그걸로 인해 돈도 많이 번다”고 일갈했다. 뿐만 아니라 “김연아가 개인적인 일로 외국에서 주로 훈련을 하는데 수업을 듣지 않아도 학점을 인정해주고 졸업을 시켜주는 게 학교인가”라며 “교생실습은 4년간 수업을 다 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BC뉴스 서하나기자 press@cbci.co.kr (2012, 5. 25)의 기사 중 발췌

 

 

김연아 측도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전에 연아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가 마음 아프다.

스포츠스타가 받는 혜택... 내 한계 내에서 다른 선수들의 혜택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연아가 받는(받을) 혜택은

비교적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세계적 신기록을 7번이나 갱신하고 피겨 불모지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등등 그런 거창한 공적은 차지하고라도 연아의 책임감, 자신감, 노력과 성실성,

무엇보다 자신을 관리하는 절제심, 재능과 노력으로 빛나는 예술성과 아름다움이 저절로 굴러갔을까, 그녀에게? 

나는 김연아 선수가 진선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하는 첫 날의 모습을 티비에서 보고 마음이 참 좋았다.

5월초 올댓스케이트에 직접 가서 보아서가 아니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연아가 빙상 위에서 날갯짓을 할 때면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만큼이나 애틋하고 감동스럽다.

황교수가 말한 부분을 잘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욕망과 결핍이 어느 방향인지 읽을 수 있다. 물론 나의 생각이겠지만.

황교수가 말하듯 나중에 스타는 그걸로 인해 돈도 많이 벌 수도 있겠지만 그건 피나는 노력을 한 그 사람의 몫이다.

왜 다른 사람의 정당한 몫을 시기하고 비난하는 걸까. 나는 그런 사람이 안타깝다.

어느 면으로든 최고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란 걸 잊고 있는 듯하다.

 

부처님오신날이 든 연휴기간,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침묵입문>을 다 읽었다.

부제는 '말 많은 세상에서 말하지 않는 즐거움' 이다.

'용감한 침묵'이라는 단어와 '자기 농도'라는 단어가 와닿는다.

 

 

 

 

 

 

 

 

 

 

 

 

 

 

여기저기서 분노, 탐욕,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말들이 난무할 때, 그속에서 조용히 침묵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용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적당히 맞춰주며 안절부절못하며 아첨하는 꼴불견이 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또 상대를 부정하는 '분노'에 휩쓸리지 않게 해주고, 상대를 두고 이해 득실을 따지는 '탐욕'에도 휘둘리지

않게 해준다.

"그런가요?" 하고는 용감하게 침묵을 지키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담담하고 씩씩한 모습이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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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었다.

 

작고

볼품없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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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23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그분 가신 지 3주기지요.
언니가 주신 첫 문장,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_()_

하늘바람 2012-05-2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직도 전 이분께 제대로된 작별인사를 못 드립니다
마음이 아파서요
이제 남은 사람들이 고인을 더이상 힘들게 안했음 해요
 

5월 11일 녹음시작, 오늘까지 총 9시간 걸려 완성한 황경신의 생각노트 <생각이 나서>의 마지막 글귀

 

쓰는 것은 모든 것의 끝이라는 릴케의 말을 믿는다.

'끝이 나면 쓸 수 있다'보다 '씀으로써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로 나는 그 말을 이해한다.

슬픔 자체는 끝이 없지만 '어떤' 슬픔에는 끝이 있다.

사랑은 영원하지만 '어떤' 사랑은 끝이 난다.

그리하여 나는 쓴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쓰는 것은 모든 것의 끝,이라는 말을 나는 잘 모르겠다.

릴케는 어떤 의미로 저런 멋진 말을 한 걸까. 백혈병으로 51세의 나이에 사망한 릴케는

14세 연상이 루 살로메와의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루는 그 전에 이미 니체에게도 청혼 받은

적이 있는 여인. 따뜻한 모성을 느끼지 못하고 유년을 보낸 섬약한 릴케에게 살로메는 여인

이상의 동반자가 아니었다싶다.

 

그의 묘비에 적힐 시를 스스로 남기는데, 제목은 '비명'.

        

         장미꽃이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쓰는 것은 모든 것의 끝'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본다.

누군가가 내 인생의 키워드가 뭘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나는 '글쓰기'라고 내심 대답했다. 또 누군가는 자신도 3살 때부터 글을 썼다며 우스개를 했다.

그렇구나. 난 만 24개월부터 글(글자^^)을 쓰고 읽고 했다고 엄마는 자랑이다. ㅎㅎ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오래도록 일기를 써왔고 크고 작은 글쓰기 대회에서 입상도 했다.

재능이 열망을 좇아가지 못하면 번뇌가 오는 법. 다행인지 나는 욕심이 없나 보다.

어느 순간 열망을 조율하는 시점이 오고 (조금은 비겁하게) 내려놓고 물러서 있다. 

글은 마음 깊은 곳에서 분수처럼 치솟아 목울대를 치고 올라오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것이어야 울림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읽는 이가 알기 전에 양심이 먼저 안다. 진정성,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나는

그럴수록 글을 쓰는 일이 두려워 조심스러워진다.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할 수 없으면 한 발도 뗄 수 없는 거다.

진정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다 생각하며

쓰는 것은 모든 것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 그 너머의 너머일 거라고 조용히 말해 본다.

 

 

 

 

2012. 5. 21 녹음시작, 43쪽까지.  드디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세번째 장편 <올리브 키터리지>는 2009년 퓰리쳐상 수상작이다. 

오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으로 글을 써온 스트라우트는

이런 유의미한 조언을 한다.

 

"작가가 되겠다면 포기하지 말며,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 그럴 수 없다면 계속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습작을 게을리하지 말라"

 

그녀는 존 치버와 존 업다이크를 좋아하며 육필원고를 고집한다고.

작가 신경숙도 필사하며 공부한다고 하던데, 나는 필사 대신 녹음하면서

한 번 더 읽는 것으로 쉽게 대신하려고.^^ 편집하면서도 한 번 더 읽을 거니까 세 번이 되네.

 

 

 

 

스트라우트의 문장은 섬세하면서도 강하고 생의 위트와 연민이 공존한다.

농후한 생의 이력과 소화력이 엿보이는 문장들, 군더더기 없는 전개, 강인하면서도  시적 서정성이 엿보이는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한 이 소설은 13가지 단편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데, 서사가 독특한 구성 안에서 흐른다.

많은 등장인물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 올리브 키터리지가 있다.

강인하고 괴팍하고 불같은 성미를 지녔지만 따뜻함을 숨길 수 없는 이 여인과 남편 헨리, 외아들 크리스토퍼.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오랜 세월을 거친 이야기가 거대한 직조물처럼 서로 엮여 수채화를 그려낸다.

드러내어야만 치유 받을 수도 있는 생의 미려한 상처들에 온기어린 시선과 응원을 보내는 이 소설을 작가는

'삶을 마법으로 만들 줄 아는 분이자 내가 아는 최고의 이야기꾼인 어머니에게' 헌사한다.

 

오늘은 첫번째 이야기 '약국'의 43쪽까지 녹음했다.

첫 문장은 이렇다. - 헨리 키터리지는 오랫동안 이웃 마을에서 약사로 일했다.- 

봄이 왔다. 낮이 길어지고 남은 눈이 녹아 도로가 질척했다.

개나리가 활짝 피어 쌀쌀한 공기에 노란 구름을 보태고, 진달래가 세상에 진홍빛 고개를 내밀었다.

헨리는 모든 것을 데니즈의 눈을 통해 그려보았고, 그녀에게는 아름다움이 폭력이리라 생각했다.(43쪽)

 

 

이 글귀를 보며, 나는 입하가 벌써 2주 전이었었던 걸 떠올렸다.

요새는 봄, 가을이 없이 여름이 오고 겨울로 넘어가는 것 같다고 엄살인데, 전적으로 동감되지는 않는다.

봄과 가을은 나름의 빛과 향으로 우리에게 머물다 갔고 우리는 호들갑스레 봄을 노래하고 가을을 누렸으면서, 망각한다.

좋았던 것은 잊어버리고 그건 그저 없었던 듯 아무 것도 아니었던 듯, 여름이 너무 빨리 온다고 법석이다.

입하! 그리고 성하!  나는 입춘보다 이 말을 더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봄을 잊고 싶진 않다.

봄은 늘, 여름 속에도 가을 속에도 그리고 겨울 속에는 더 속속들이 녹아있는 것.

생은 내내 봄날을 어깨곁고 가는 걸. 아, 올리브 키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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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5-2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특이한 인물이나 특별한 사건 없이도 아름다운 책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가끔씩 꺼내어 아무 문장이고 펼쳐 읽곤 한답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존 치버와 존 업다이크를 좋아하는군요. 의외에요. 저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좋아하지만, 존 치버와 존 업다이크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약국'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제게는 이미 조용함과 고요함을 줘요. 데니즈가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구요.

프레이야 2012-05-22 09:4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그죠그죠^^ 너무 좋아요 이런 책. 아무 문장이나 펼쳐 읽어도 정말 좋아요.
존 치버와 존 업다이크 필사는 책날개에 적혀있던걸요. 다른 이의 작품을 보지 않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꼭 맞는 말은 아닌 것 같구요.
약국.. 어제 전 헨리가 예고대로 불행을 안은 데니즈에게 본격적으로 흔들리는 내면묘사 부분과
그녀를 위해 드디어 고양이 한 마리를 얻어다 건네는 데에서 멈췄어요.
"발이 얼마나 하얀지 휘핑크림 그릇 속을 지나온 것 같은 작고 검은 아기 고양이"라니요.
군더더기 없는 전개, 묘사력도 심리묘사도 훌륭. 번역의 힘도 기여한 걸까요.

하늘바람 2012-05-2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음하시는 프레이야 언니 모습
참 곱고 멋지게 상상이 되어요
녹음하게될 작품을 느끼고 즐겁게 동참하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작가가 되겠다면 포기하지 말며,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 그럴 수 없다면 계속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습작을 게을리하지 말라"


이 말은 제게 참 와닿네요

프레이야 2012-05-22 18:24   좋아요 0 | URL
가장 행복한 순간이랍니다.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요^^
하늘바람님의 소원대로 이루시길 바래요^^
태은이랑 태어날 태은이 동생 키우며 얻는 소재로도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겠네요.

댈러웨이 2012-05-2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많네요. 깔끔하게 써 주셔서 감사한 페이퍼입니다.

1.저는 (쓰는 와중에 정리가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 일단은 정리가 되야 뭘 끄적거릴 수 있기에 '끝이 나면 쓸 수 있다'로 받아들이고 이 문구 제가 좀 가져가겠습니다. ^^
2.목울대를 치고 올라오는 뭔가가 저도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제 속의 산투르니는 도통 울어주질 않는다는.
3.<올리브 키터리지>는 하도 데면데면하게 읽은 책이라, 리뷰들을 보면서 더 좋아하게 된 책이라고 해야할까요...( ") 아,,, 저 바보일까요? 저기 다락방님이 째려보시겠다...

녹음 작업을 하시는 프레이야님의 목소리가 궁금하군요. ^^

프레이야 2012-05-22 18:30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끝이 나면 쓸 수 있다, 이 말도 결국 통하는 말이네요.^^
올리브가 헨리에게 마구 신경질 부리는 장면 읽으며 빙의된 듯 그랬어요.ㅎㅎ
소설은 인물의 대사를 조금은 실감나게 읽어야되니 저로선 쉽지 않아요. 그래도 재미납니다.
어떤 대사에는 거침없는 욕설도 나오는데 이건 뭐 대리만족도 되구요.

2012-05-27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8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앨리스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의 입에서는 대뜸 '몽상가'란 말이 나왔다. (우리는 사랑일까,의 첫 문장)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자신은 인정할 수 없을지 몰라도 타인의 시선으로 보이는 자신의 정체성이 더 맞는 경우가 많다.

앨리스는 자기초월의 갈망(신학적으로는 사랑이라는 관념과 같은 것)과

현실에서의 상실감으로 우수 깃든  연초록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라고 묘사된다.

앨리스는 '관계'라는, 의사 불소통의 우스운 연속을 익히 잘 알면서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살아온 여자다.

한마디로, 앨리스는 사랑을 실용적인 의미로 생각하기 싫어하는 부류다.

 

알랭 드 보통은 몽상가를 '낭만적 혁명가'로 통하게 하는데, 역사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모든 걸 보존하려는 욕구의 반대 쪽,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힌 앨리스를 보여준다.

'거울에 비친 사랑'을 말하는 대목은 앨리스를 더 잘 말해주는데, 우리가 대개 사랑에 빠졌다는 감정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닌가 가끔 돌아다보일 때 유효하다.

 

앨리스가 지금 에릭을 (신중하게 말해서) 사랑하는 것일 리가 없다면, 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

이 동어반복적인 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이것은 거울에 비친 사랑이다.

감정을 자아내는 애정의 대상보다는 감정적인 열정에서 더 많은 쾌감을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74p)

 

 

사랑과 관계와 삶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지닌다는 건 그만큼 더 간절히 바라고 기다린다는 반증이다.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삶과 관계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희망을 옅게 열어보이는 소설!

나도 가끔 몽상가라는 말을 친구에게 듣지만 누구나 자기 안에 '몽상가' 하나쯤 두고 살지 않나싶다.

몽상가는 안주하는 법이 없다. 현실과 타협하는 데도 서툴다. 꿈을 꾸고 새로운 시작을 갈망하고 열정을 사랑한다.

 

시를 푸른노트에 필사한 혁명가 체 게바라도 생각나는 아침,  영화 '쿠바의연인' 도 생각나는 아침이다.

쿠바, 가보고 싶다.

 

 

 

연애는 혁명이다!  다큐, 정호현의 <쿠바의 연인> 나의 리뷰  http://blog.aladin.co.kr/sense/4454523

 

 

 

베르톨루치 감독의 <The Dreamers>  나의 리뷰 http://blog.aladin.co.kr/sense/1085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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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5-1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나 급한 보고서 앞에 두고 이러고 놀고 있잖아요... ㅠㅠ
그리고 어제 저녁에 병원가서 타온 약을 먹고 오늘 오전 내내 몽롱해요.

언니, 나 어제 구차달님이 댓글로 '몽상가' 같다고 적어주셨는데, 언니 페이퍼에서 그 단어 또 봐요.
이럴 때는 감기야 옮든 말든 뽀뽀해드려야 하는거 아니우? 그러니 부비부비~ 쪼옥~

전 그런거 좋아요, 이상주의자, 몽상가, 낭만주의자...
물론 현실 도피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왕이면 이쁘게 세상을 바라보면 좋잖아요?
어짜피 한 평생 사는 것은 똑같은데 말이예요,, 그죠~ 그죠~

프레이야 2012-05-18 21:17   좋아요 0 | URL
놀고 싶을 땐 좀 놀아도 돼요.ㅎㅎ 보고서 같은 건 번개치기로 해야 더 잘 돼요.(마구마구 이래ㅋㅋ)
감기몸살 심해 어쩌나ㅠㅠ 무리하신 거에요. 좀 쉬어야할텐데..ㅠ
몽상가, 난 좋아해요. 그러지 않고 산다면 너무 삶이 무미건조하고 안이한 거 아니에요? ㅎㅎ
근데 내가 말한 몽상가는 세상을 예쁘게 바라보는 쪽이 아니라 그 반대에요.^^
몽상가는 낭만적 혁명가라는 말에 격하게 동감해요. 물론 몽상이 현실이 되기엔 힘들 때가 매우
많지만요. 그래도 꿈을 꾸는 자들이 세상을 바꾸고 나 자신도 내 삶도 바꿀 수 있지 않나요?
좀 위험하긴 해도 우리 몽상가 해요~~~ 좋잖아요 몽상가 ^^

댈러웨이 2012-05-19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와락!
올초 알랭 드 보통의 신간 [Religion for Atheists(무신론자들을 위한 종교)] 구입하면서 그 사람이 이곳에 온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표를 구하려고 알아봤더니... 음 세 도시 전부 이미 초매진이었겠죠.

3부작 중 이거 못 읽어봤어요. 강추하시는거에요?
팬으로서 아쉬운 건 알랭 드 보통이 너무 가볍게 취급된다는 것요.

음... 그나저나 저와 완전히 대척점인 처녀자리이시군요. ㅎㅎ

프레이야 2012-05-19 12:55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보통이 시드니에요? 초매진이군요!! 한국에 온 적도 있지요.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는가' 저도 참 좋아해요. '우리는사랑일까'도 전 좋던데요.
강추라기엔 발 조금만 빼구요.ㅎㅎ 굉장히 지적이고 유쾌한 사람 같아요, 보통은.
대척점이면 어떤? ^^

2012-05-22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1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2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2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