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많은 세상에서 말하지 않는 즐거움

 

 

131쪽 옮겨적기

 

 

불교에서는, 사람은 결국 '오온五蘊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때 '오온'이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이라는 다섯 가지 작용을 말한다.

마치 다섯 개의 구슬을 엮어 만든 염주처럼 인간을 파악한 것이다.

 

'색'이란 물질, 곧 신체이다.

'수'란 감각을 받아들여 '락, 고, 불고불락', 이 세 가지 반응을 느끼는 마음의 작용이다.

'상'이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개념의 색안경으로 사물을 보고 변형해서 이해하는 것이다.

'행'은 거의 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잠재의식의 밑바닥에 쌓였다가 결국 마음을 선동해 몰아간다.

'식'은 다섯 개의 감각장치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작용이다.

 

색을 통해 나머지 네 가지 작용이 실제로 일어나는 순서에 따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식 : 눈, 귀, 코, 입, 피부감각으로 정보를 얻어낸다.

2. 상 : 자신만의 '개념'이라는 색안경을 통해 정보를 구분한다.

3. 수 : 락, 고, 불고불락을 느낀다.

4. 행 : 락의 '수'에는 탐욕의 업이, 고의 '수'에는 진에의 업이 생겨나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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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나치게 내세우지 말고 '자기 농도'를 엷게 하라고 조언하는 류노스케 스님은

욕망과 속도는 같이 간다고 했다.

예를 들어, 말을 빨리 하는 것도 자기가 하고픈 말을 많이 내뱉고 싶은 심리,

음식을 빨리 먹는 것도 더 많이 먹고 싶다는 욕망이 관여한 행동이란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비난을 받았을 때나 불쾌한 느낌을 받았을 때

우리의 마음도 무서운 정보처리 속도로 '오온'의 다섯 가지 작용을 동시에 모두 가동시켜

불쾌감의 눈금을 높여 화를 낸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마음이라는 시스템이 품고 있는 스피드의 노예"가 된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마음의 정보처리 속도에 대응하는 방법은 마음의 연쇄과정을 멈추고,

불쾌감을 아직 아무런 의미를 띠지 않는 '처음에 들었던 단순한 소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그 소리 자체로 의식을 집중하여 "소리, 소리, 소리..." 하고 의식에 주입 반복하여 집중하면 그 소리는 어느새 사라진다.

<생각버리기 연습>에 이어 <침묵입문>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늘 의식하여 실천에 붙여야 할 구체적인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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