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오규원 - 한 잎의 여자 2


         한 잎의 여자  2
                                          - 오      원 -
          나는  사랑했네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원  주고  바지를  사입는
          여자, 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손발이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  날엔  팬티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는  하나    낳고  싶다는
          여자, 더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잎  나뭇잎처럼  위험
            가지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오규원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罪)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02-09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0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날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겸손해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금방 호들갑을 떨고 까불다 감기 걸리죠. ㅎㅎ 가지를 곧게 뻗고 한껏 내어보이는 겨울나무의 가지를 좋아합니다. 죄의 옷을 겹쳐입고 선 우리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겠지요.

水巖 2007-02-10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 가야겠습니다.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호인 2007-02-0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하필 물푸레나무일까요? 물푸레나무는 너무 단단하여 옛날에 도리깨(아실랑가?)를 만드는 주재료로 사용했었는 데......

짱꿀라 2007-02-0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하나 더 드리고 가겠습니다. 학예사 한 분 중에서 오규원 선생님의 시를 좋아하는 분이 있어서 주신 것입니다.


<겨울 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罪)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프레이야 2007-02-0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물푸레나무는 시인들이 자주 노래하는 소재이긴 해요. 단단해서 요즘은 야구방망이도 이 나무로 만든다고 하네요. 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든다고 하지요. 그 물에 손을 담그면 손까지 온통 푸른 물이 드는 것 같겠지요. 해보진 않았지만 상상만으로...
어린이책에도 <물푸레, 물푸레, 물푸레>라는 동화가 있는데 고운 심성을 길러줄 수 있는 이야기에요. 왠지 물푸레~ 하고 불러보면 정감 있지요.
고인이 된 시인은 물푸레의 잎과 같은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네요.
시집같은 여자, 라는 싯구가 인상적입니다.^^
시인은 시적영감을 동경하며 품으려 소망했던 건 아닌지...

산타님, 이 시도 페이퍼로 모셔둘게요. 오후의 선물 두개씩이나, 감사해요^^
 
 전출처 : 水巖 > 오규원 -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      원 -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짱꿀라 2007-02-0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규원 선생님의 시 하나 더 드리고 가겠습니다.

<한 잎의 여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프레이야 2007-02-0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이 시 오래 전 어디서 보고 참 애잔히도 슬픈 곡조구나, 느꼈던 시네요.
님이 전해주시는 시로 다시 읊어봅니다. 오후의 느닷없는 선물~ 고맙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페이퍼로 옮겨둡니다...
 

혼동하기 쉬운 우리말 쓰기.

오늘 어느 선생님의 글에 '안절부절 하다' 가 있어 왈가왈부 하였던 것.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확실히 사전 찾기.

 

             안절-부절

 [부사]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양.

             스스로 예문 : 가족들은 수술결과를 기다리며 병원복도를 안절부절 왔다갔다 했다.

 

        *  안절부절-못하다

            안절부절-못하다

〔-모타-〕 [자동사][여 불규칙]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쩔 줄 몰라 하다.

            스스로 예문: 가족들은 수술결과를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렸다.

 

  • 안절부절-하다

    안절부절-하다
     [자동사][여 불규칙] ‘안절부절못하다’의 잘못.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07-02-0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생활에서 헷갈리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의미상으로만 따지면 안절부절하다가 맞을 것 같은데 잘못된 표현이었군요. 좋은 것 배웠습니다. ^^

짱꿀라 2007-02-0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용잘하겠습니다. 퍼갑니다. 감사합니다.

아영엄마 2007-02-0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절부절 못하다는 관용적인 표현은 쓰고 있는데 뜻으로 보면 하다가 맞을 듯 하네요. 애매모흐~~ 한 단어나 문법이 의외로 많아요. ^^;

프레이야 2007-02-0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설전이 잠시 있었죠. 우리말 바로 알고 활용하기 쉽지 않지요^^
오늘 개학하셨죠? 오늘 아침, 우리큰딸 오랜만에 교복 입은 모습 봤네요.

산타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곳은 부슬비가 옵니다. ^^

아영엄마님/ 안절부절못하다, 로 붙여써야 됩니당^^
그러잖아도 어떤 분이 '안절부절'의 뜻으로 보면 '안절부절하다'가 맞다고 우기는
바람에 이렇게 다시 찾아보게 되었어요^^ 여긴 촉촉히 비가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