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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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세랑 작가의 작품이 모두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죠. 하지만 이번에는 좀 오글거리고 난감하고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녀의 작품이 가진 사랑스러운 마음이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요.

이 책에서는 118쪽의 이 대사가 가장 오래 기억날 것 같습니다.

사랑이란 결국 저런 모습인데 왜 잊고 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딸아이가 아이돌에게 가진 감정도 사랑이었다는 거, 우리가 가진 유치하고 쪼잔한 마음 모두가 사랑의 다른 모습일 뿐인데 이제까진 나는 사랑이 하나의 모습이라고 착각하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됐네요.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봅니다.

˝백날을 생각해봤자 답은 똑같을걸요. 어떤 특별한 사람은 행성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어요.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저한텐 엄청 분명한 문제예요. 난 따라갈 거야, 내 아티스트.˝-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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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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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들이 온다는 책이 나올 정도로 글쓰고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모든 것에 능한(적어도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90년대생이란 새로운 종족이 나타난 것만 같다. 60년대생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70년대생들이 X세대란 이름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80년대생들이 88만원 세대라는 절망의 아이콘인 듯 헬조선을 외칠 때, 90년생들은 '그래서 뭐?'라고 당돌하게 말하면서 자기만의 보폭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느낌. 내 눈에는 그들이 정말 똑똑하고 당차보인다.

더이상 기회는 없는 나라, 청년들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나라라고 외치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각자 몫을 하면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의 이슬아 작가를 통해 구체적으로 접한 기분이다. 뉴스에서는 우리나라의 모든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난리라고 말하지만, 책으로나 인터넷을 접하는 개개인의 90년생들은 자기만의 삶을 위해 다양한 길을 개척하는 듯 보인다.

돈이 많아서 부자가 아니라 시간이 많아서 부자가 아닐까라는 부자에 대한 그녀의 정의가 새롭게 다가온다. 돈이 많기에 시간간을 벌 수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데도 우리는 시간에 주목하기보다는 돈에 주목하곤 하니 말이다.

독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고비용의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남들이 꺼리지만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누드모델에 도전하는 그녀의 용기가 낯설기만 하다. 누드모델을 하겠다는 딸에게 고급스러운 가운을 선물할 정도로 묵묵히 딸을 믿고 그녀가 가는 길을 응원하는 부모의 모습 또한 익숙하지만은 않다. 그림의 모델이면서도 남들의 시선에 드러난 대상으로 존재하기보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사람들 그림에 드러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 그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주인공의 눈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공임을 망각하고 조연처럼 행동하며 눈치를 보곤 하는데 그녀는 어떻게 자신이 주인공이란 사실을 잊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모든 일상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을 읽고 있으니 그녀는 참으로 단단한 사람이구나 생각되어 나도 모르게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꾸미거나 어렵게 꼬아 놓지 않은 슴슴한 글로, 간단한 그림으로 그려나가는 그녀의 일상이 가슴을 후벼파는 것은 결국 그녀의 용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간단한 말 한 마디를 뱉으면서도 나는 이게 맞는 말인지, 내 생활을 드러내도 되는지, 부끄러운 일이 아닌지 고민하느라 이리 재고 저리 재다 변변한 말 한 마디 뱉어놓지 못하고 엑스트라처럼 생활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지 오래인데 이슬아는 그게 뭐 특별한 일이냐며 죽비같은 말을 툭툭 던지곤 한다.

나도 모르게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거리는 마흔이 훌쩍 넘은 나에게 90년대생인 그녀는 귀엽고 대견하기보다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이래서 사람은 평생을 배워야 하는가 보다.

돈을 더 벌려면 시간을 그 만큼 더 쏟아야 했는데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돈이 없는 것보다 더 불행한 일이기도 했다.

부자는 결국 시간을 맘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거 아닐까?-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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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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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르웨이 작가의 글. 저는 글을 읽기 전에 웬만해서는 스포가 되는 평은 읽지 않는 편입니다. 혼자 상상하며 책을 사서 읽다보면 기대에 반하는 글을 만나기도 하고, 기대를 월등히 뛰어넘는 글을 만나 흥분하기도 하는 것이 저에게는 선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택배기사님들이 들고 오는 택배보다 이런 설렘이 저를 더욱 생동감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신간 소개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가본 적도 없는 노르웨이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욘 포세'라는 작가 때문에 알게 되었지요. 노벨문학상 유력후보작이란 말에 살짝 망설이기도 했지만(원래 무슨무슨상을 받은 작품은 어렵고 난해하기 마련이니까요) 얇은 책 두께를 보면서 무언가 묵직한 게 들어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책을 안아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패는 아닌 듯 한데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는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여전히 이 책 내용이 저에게는 확 와닿기보다는 올듯 말듯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이 책 덕분에 대학 때 한창 유행했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책과 연극작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짧은데도 불구하고 참으로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는 말씀이지요. 여튼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 보자는 생각에 들추긴 했는데 앞부분만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요한네스란 사내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올라이의 초조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만약 줄거리를 정리하라고 하신다면요. 올라이가 나은 요한네스가 또 다른 올라이를 낳으면서 그들의 삶과 죽음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이 책은 줄거리 자체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지만요. 전 1장을 읽으면서 불안하고 불행한 내용이 나오면 안 되는데, 마르타가 아이를 낳다가 죽으면 어쩌지?, 요한네스가 죽으면? 아니 둘 다 죽는 거 아니야? 아니면 산파를 바래다 주다가 올라이가 죽는 건가? 등등의 걱정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지요. 아무래도 추리소설을 너무 과하게 읽은 때문인 듯요.

그러다가 3번째 쪽을 넘기고 나서야 이 책에 마침표가 없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이건 또 무슨 장치이지?'라는 생각에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 그런데 이놈의 마침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있다가 없다가 이 규칙까지 생각하자니 내가 너무 지치더라구요. 그리고 쉼표는 무지 많더군요. 문장에 행갈이가 없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시리즈가 마구 떠오르면서 정말 천천히 천천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옮긴이의 설명 덕분에 마침표의 사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배우긴 했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아니면 삶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일 뿐이다? 그것도 아니면 아침이 가고 저녁이 오듯이 모든 생은 이어진 것이다?

결론을 낼 수 없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쉼표 덕분에 후루룩 책장을 넘기지 않고 꼭꼭 씹어 삼키듯이 책을 읽는 법을 배웠습니다.

쉼표(,)하나로 읽는 이의 속도도 제어할 수 있다니 작가의 솜씨에 놀랄 뿐이지요.

이 책은 재미는 없는데 묘한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사람을 멈춰서게 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는 노르웨이의 피오르 해안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작품을 썼다는데 도통 가본 적이 없는 곳이어서인지 저에게는 책 내용이 그저 광활한 초원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뭔가 평화롭고 잔잔한 그곳을 떠올리게 만든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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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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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도 없고, 중언부언 반복하는 말과 더 많은 침묵들이 계속 책을 앞으로 들추게 했고, 잦은 쉼표가 순식간에 읽어버리려는 나의 조급함을 제지했다.덕분에 느릿느릿 곱씹고 멈추며 읽었다. 재미는 없는데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면 내가 이상한 것이려나? 내가 나이듦을 자각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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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신기하네요. 죽기 전에 고작 5000권도 못 읽다니요.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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