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이들
베로니카 마르테노바 찰스 글 그림, 송소민 옮김 / 푸른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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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 그림의 색조가 어두침침하고 제목도 '사라진 아이들'이라니. 그리고 왠지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 누군가를 등에 업고 뛰어가고 있다. 그 뒤로는 시커먼 하늘에 하얀 달이 달무리를 안고 흘러가고 있다. 음산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이들(2학년)은 무섭다는 반응을 먼저 보였다.

이 그림책을 다 보고 나면 세명, 아니 네명의 주인공이 하게 되는 예기치 못한 모험에 아주 신나는 간접 경험을 한 듯하다. 아이들은 신체에 민감하다. 또한 자신의 능력이나 무능력에도 예민하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외모가 특이하다. 남들과 다르게 생긴 모습 때문에 괜한 선입견의 피해를 보고 외톨이로 산다. 하지만 이들의 약점이기도 한 것들이 서로 힘을 모으면 큰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서로 자신의 힘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서로 도와가며 그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 아이들에게 가장 와닿는 요소인 것 같다.

사실 이 이야기는 체코의 옛이야기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변용하였다. 세계 여러나라에 있는 인종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특이한 외모의 세 주인공을 상징하고 꼬마둥이는 어디에나 있는 약자로 대변한 것 같다. 겉모습으로 폄하되고 차별되는 세상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 손잡고 나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그 목소리가 낮지만 우렁차다. 재미있는 것은 '부리부리'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황인종인데 중국인의 옷을 입고 있고 그 눈은 보는 것마다 불이 붙는다고 했다. 동양인의 찢어진 눈에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었던 것일까. 재미있는 상상이라 생각된다.

하이라이트는 꼬마둥이의 재치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신발의 금속장식으로 마룻바닥에 닿을 뻔한 아침햇살을 반사시켜 창밖으로 보내다니 말이다. 더구나 아이들의 꿈속에서만 사는 마법사는 자신의 생명을 위해 아이들을 잡아갔다. 작가는 이 대목에서 아이들의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에 대한 예찬을 하고 있음이다.

2학년 아이들에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깊이 가 닿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모습의 친구들끼리 서로 돕고 힘을 합하면 뭔가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니 서로 친하게 지내야한다' 라는 정도로 감상을 마무리 하면 소득은 있다고 봐야겠다. 분위기가 약간은 색다른 일러스트레이션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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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0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팬터지인가요? 아님 추리? 체코 예이야기라면 전래? 제목은 추리같기도 한데 왠지 판타지아닌가 싶어서요

프레이야 2005-12-0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라기보다는 옛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좀 다르게 채색한 이야기에요. 현실의 자들이 마법사의 성에 들어가 그것을 이기는 부분이 나오고 현실로 돌아와 행복을 찾게 되니까 판타지적 요소가 있다고 보이네요. 사실 이야기와 번역된 제목이 썩 어울린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어요. 신기한 부분들이 있으니까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더군요.^^
 
다리가 되렴 책읽는 가족 47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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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에 쓴 글이라 좀 진부한 부분이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동화가 갖추는 구성요소에 충실한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은지를 축으로 하여 두명의 주변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고 이야기 속의 갈등은 큰 톱니바퀴안에 작은 바퀴 하나를 더 넣어두어 함께 굴린다.

힘든 환경에 처해 있는 주인공은 그런 처지에도 불구하고 밝은 깨끗한 심성을 가졌다. 그러나 12살 아이답지 않게 성숙하고 의젓한 생각만을 하는 아이란 점이 이 글을 읽는 또래의 아이들에게 스스럼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약간 의심이 든다. 좋아하는 오빠에 대한 감정, 단짝 친구에 대한 집착 그리고 희망원이라는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대한 또래의 아이들이 가질 수 있을만한 편견 같은 것들이 말끔히 걸러지고 오로지 맑고 순수한 심성으로만 그려진게 공감을 얻지 못할 수 있지 않을런지..

이 동화의 주요갈등은 희망원의 아이들과 편견을 가진 마을 사람들간의 갈등이 만든 '넓고 깊은 강'이다. 주인공 여자아이가 느끼는 감정으로 처리되는데, 여기서 은지는 그 강 위에 다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는 아빠의 입을 통해 그리고 아빠의 작은 실천을 통해 '스스로 다리가 되어'라는 말을 들려준다. 또한 은지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다른 아이들을 스스로 다리가 되는 역할을 하도록 배치해두었다. 읽는 이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다리의 역할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에게서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한 점이 마음에 든다.

두 집단 간의 다리가 된 사람에는 또 한 명이 있다. 기와집 할아버지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글방을 열어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 셈이다. 기와집 할아버지는 6.25전쟁의 피해자로서 심리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갈등을 해소해 준 인물은 다름아닌 희망원의 대표격인 윤철이다. 이 아이가 갖다놓은 무덤 위의 꽃으로 할아버지는 마음 속의 화해를 하게 된다. 이야기 속 제 2의 갈등을 이렇게 푼 점이 어쩌면 감상적일 수도 있겠지만 세월이 묘약이 가져다 준 이해심으로 보인다. 당시 누구나가 역사의 피해자, 이념의 피해자로 여기면서 말이다. 

이야기의 결말 부분은 기다림의 의미를 되새기는 글로 맺는다. 손수 만든 목각인형과 날마다 부쳐올 미국에서의 편지는 은지에게 외로움보다 행복한 기다림의 의미로 새겨진다. 다소 감상적인 부분이 많아 남자 아이들은 좀 부자연스러워했다.(6학년)  남이 놓아둔 다리를 밟고 지나가는 일만이 아니라, 스스로 다리가 되자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드러나는 게 영리한 아이들에게는 옥에 티로 비춰지기도 한다. 6학년 여자 아이(우리딸)가 말하길, 주제가 너무 드러난다고...  이제는 조금 다른 소재와 구성, 감상을 탈피한 표현기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아쉬운 마음이 좀 든다. 

색연필로 섬세하게 그린 삽화가 작가의 목소리 만큼이나 따스함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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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2-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로 생각하던 강물이 있었지요.
그래서 다리가 필요한 건데, 아직도 골은 깊기만 하네요.
장기수 할아버지의 무덤을 훼손하는 파괴적인 마음... 무서운 기사였거든요.
윤철이처럼 꽃 한 송이 갖다 놓을 수 없고 말입니다.
주제가 너무 드러나는 이야기... 우리 어렸을 때 정말 많이 읽은 거 아닌가요?

프레이야 2005-12-0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이 만들어놓은 다리를 밟기라도 해야할텐데요. 아직은 부끄럽습니다.
 

에고, 좀 잘 나간다싶으면 일이 터진다.

오랜만에 친구 만나 밥 먹고 있는데 학교 보건실 선생님 전화가 왔다.

희령이가 발을 다쳐 아프다며 지금 보건실에 누워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가슴이 콩닥대며 서둘러 학교로 갔다.

정형외과에 데려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다행히도 뼈에는 이상이 없고 인대가 늘어난 것 같단다.

반깁스를 하고 일주일 있다가 다시 와서 촬영을 해보잔다.

내일부터 학교도 내가 데려다 주어야하고 이것저것 생각하니 마음이 또 바빠진다.

열흘 후에 있을 시장배 피겨스케이트 대회는 못 나가게 생겼다.

그런데 희령이를 뒤에서 민 아이가 자기 때문에 희령이가 다쳤다고 대성통곡을 했단다.

희령이가 좀..인기가 많은 편이라(ㅎㅎ)  친한 친구가 위로 전화도 몇 통 한 눈치였다. 

그 아이 엄마가 전화를 걸어와서 어찌 미안해 하던지 아무 생각 없었던 내가 오히려 몸둘바를 몰랐다.

나중에 케이크까지 사들고 와선 사과를 하고 갔다.

마음이 훈훈해졌다. 저희들끼리 티격태격 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아이들...

귀여운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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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11-2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오래가는데 피겨스케이트대회도 못나가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드는군요. 빨리 낫기를...

아영엄마 2005-11-2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대회 앞두고 다쳐서 어쩐대요. 얼른, 그리고 잘 낫기를 바랄께요.

물만두 2005-11-28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 다쳐서 속상하겠지만 친구생각해서 속상해하지도 못하겠네요.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프레이야 2005-11-2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 고맙습니다. 오늘 알약도 잘 먹고 의외로 의젓하게 구네요. 내일부터가 좀 걱정되지만요.^^

하늘바람 2005-11-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친구들의 우정도 아름답네요

진주 2005-11-2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얼른 회복되길 바래요.대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건가요? 아깝네요.

ceylontea 2005-11-2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그정도라 다행이네요... 다리라 엄청 불편하겠어요... 빨리 낫기를...
대회 못나가는 것은 정말 아쉽네요.

프레이야 2005-11-3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 감사합니다. 오늘 희령이 업고 몇번 다녔더니 지금 뻐근합니다. 몸무게가 35kg 이거든요^^
 

희원인 초등학교 마지막 학예회이고 희령인 초등학교 첫 학예회를 하는 날,

11월 들어서부터 연습해오던 것을 무대에서 펼칠 거라고 희령인 기대가 대단했슴다.

부채춤을 추는데 파도타기랑 꽃이랑 친구들과 마음 맞춰 잘 하더라구요.^^

내 아이만 보이는 법이죠.^^

희원인 담담하게 플룻을 연주하구요.

오전, 오후 왔다갔다 했네요.



족두리가 어울리는 부채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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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2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예쁘네요. 엄마닮았나요?

프레이야 2005-11-2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무지막지 백작
까롤 트랑브레 글, 스티브 베쉬워티 그림, 장혜경 옮김 / 미세기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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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지막지 백작은 사실 불쌍한 사람이에요.

엄마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표지판이나 간판의 글자도 못 읽으니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보일 밖에요.

이름을 보면 알겠죠. 왜 무지막지 백작인지요.

마을 사람들은 그의 행동만 보고 탓하고 탄원서를 내기도 하고 무섭기로 소문난 고아원에 보낼

생각까지 하지요. 하지만 언제나 지혜로운 사람이 있답니다.

들장미는 무지막지 백작이 무지막지한 행동을 하며 마을의 무법자로 낙인 찍힌 이유를 밝혀내요.

어떤 방법일까요? 

그리고 마을사람들을 설득하여 무지막지 백작을 도웁니다.

그래서 무지막지 백작은 훌륭한 일을 해냈는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손녀의 손녀가

이 그림책을 썼다고 하네요.

글자의 중요함, 문자의 소중함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일깨워주는 그림책이에요.

문자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법도 지켜지는 것이고요.

인물의 얼굴을 아주 개성있게 그려놓았고 이야기의 전개도 엉뚱하면서도 재미있어요.

하지만 그림책의 번역으로는 단어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7세에서 초등 1학년 정도에서 볼 수 있는 그림책이라 생각하는데,

조금만 눈높이에 맞춘 생동감있는 어휘를 선택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봉인된 편지'는 '봉투를 풀로 붙인 편지'로 하면 어떨까요?

'백작님을 처벌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에서 '조치'는 어떤가요?

이 외에도 여러가지가 걸리긴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크게 걸림돌이 되는 정도는 아닙니다.

프랑스사람의 작품이라 크루와상도 나오네요. 

1학년 아이들 중에 이게 뭐냐고 묻는 아이도 있더군요. 빵을 잘 먹는 우리딸은 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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