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되렴 책읽는 가족 47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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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에 쓴 글이라 좀 진부한 부분이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동화가 갖추는 구성요소에 충실한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은지를 축으로 하여 두명의 주변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고 이야기 속의 갈등은 큰 톱니바퀴안에 작은 바퀴 하나를 더 넣어두어 함께 굴린다.

힘든 환경에 처해 있는 주인공은 그런 처지에도 불구하고 밝은 깨끗한 심성을 가졌다. 그러나 12살 아이답지 않게 성숙하고 의젓한 생각만을 하는 아이란 점이 이 글을 읽는 또래의 아이들에게 스스럼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약간 의심이 든다. 좋아하는 오빠에 대한 감정, 단짝 친구에 대한 집착 그리고 희망원이라는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대한 또래의 아이들이 가질 수 있을만한 편견 같은 것들이 말끔히 걸러지고 오로지 맑고 순수한 심성으로만 그려진게 공감을 얻지 못할 수 있지 않을런지..

이 동화의 주요갈등은 희망원의 아이들과 편견을 가진 마을 사람들간의 갈등이 만든 '넓고 깊은 강'이다. 주인공 여자아이가 느끼는 감정으로 처리되는데, 여기서 은지는 그 강 위에 다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는 아빠의 입을 통해 그리고 아빠의 작은 실천을 통해 '스스로 다리가 되어'라는 말을 들려준다. 또한 은지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다른 아이들을 스스로 다리가 되는 역할을 하도록 배치해두었다. 읽는 이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다리의 역할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에게서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한 점이 마음에 든다.

두 집단 간의 다리가 된 사람에는 또 한 명이 있다. 기와집 할아버지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글방을 열어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 셈이다. 기와집 할아버지는 6.25전쟁의 피해자로서 심리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갈등을 해소해 준 인물은 다름아닌 희망원의 대표격인 윤철이다. 이 아이가 갖다놓은 무덤 위의 꽃으로 할아버지는 마음 속의 화해를 하게 된다. 이야기 속 제 2의 갈등을 이렇게 푼 점이 어쩌면 감상적일 수도 있겠지만 세월이 묘약이 가져다 준 이해심으로 보인다. 당시 누구나가 역사의 피해자, 이념의 피해자로 여기면서 말이다. 

이야기의 결말 부분은 기다림의 의미를 되새기는 글로 맺는다. 손수 만든 목각인형과 날마다 부쳐올 미국에서의 편지는 은지에게 외로움보다 행복한 기다림의 의미로 새겨진다. 다소 감상적인 부분이 많아 남자 아이들은 좀 부자연스러워했다.(6학년)  남이 놓아둔 다리를 밟고 지나가는 일만이 아니라, 스스로 다리가 되자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드러나는 게 영리한 아이들에게는 옥에 티로 비춰지기도 한다. 6학년 여자 아이(우리딸)가 말하길, 주제가 너무 드러난다고...  이제는 조금 다른 소재와 구성, 감상을 탈피한 표현기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아쉬운 마음이 좀 든다. 

색연필로 섬세하게 그린 삽화가 작가의 목소리 만큼이나 따스함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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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2-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로 생각하던 강물이 있었지요.
그래서 다리가 필요한 건데, 아직도 골은 깊기만 하네요.
장기수 할아버지의 무덤을 훼손하는 파괴적인 마음... 무서운 기사였거든요.
윤철이처럼 꽃 한 송이 갖다 놓을 수 없고 말입니다.
주제가 너무 드러나는 이야기... 우리 어렸을 때 정말 많이 읽은 거 아닌가요?

프레이야 2005-12-0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이 만들어놓은 다리를 밟기라도 해야할텐데요. 아직은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