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lph Gipson 사진미술관 개관 기념전
[감각의 이중성
현실은 추상의 가장 순수한 형태이다]
2009년 2000부 특별에디션으로 나온 이 책은 당시 반도카메라에 한정으로 입수되어 70만원에 옆지기가 구매한 누드사진집이다. 일련번호 1107. 크기도 무게도 상당하다. 원판급 양질 프린트 수록. 책값이 훅 뛰어 있네. 놀라워라. 남았었나 보다. 랄프 깁슨의 다른 사진집 하나랑 나란히 소장. Salon Littéraire 사진집은 전시장 아트샵에서 10만원에 판매 중. 에코백과 머그도 괜찮아 보이지만 구매는 패스하고 이층으로 올라가, 오늘 고은사진미술관 전시장에는 우리 말고 아무도 없다. 조용~하고 좋구나.
1939년 캘리포니아 태생 랄프 깁슨, 건재하다. 사진은 찌를 듯이 감각적이다. 프레임 안에서 구도가 역동적이다. 한 액자 안에 이미지를 병렬해 둔 사진 속으로 천천히 빠져들었다. 나는 몰랐는데 오늘도 장착한, 옆지기가 애정하는 렌즈와 같은 렌즈 사진에 반가움. 깁슨도 이 렌즈를 특별히 좋아하나 보다. 사물의 깊고 그윽한 이미지를 반영한다. 마지막에 본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이자벨 위페르 사진도 반갑고. 빛 반사로 사진이 얼룩져 보인다.
랄프 깁슨은 히치콕의 조감독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유년시절에 세트장 방문과 단역 출연의 경험이 있다. 이를 통해 카메라 렌즈의 힘과 빛의 강렬함에 이끌렸다. 책과 출판은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평생 매료된 대상이고, 1970년 첫 사진집 “몽유병자” 이래 40권 이상의 사진집이 있다.
이번 전시는 1971-2021년 동안 랄프 깁슨의 파리 사진들을 담은 사진집 중 선택된 것들이다. 리플릿의 작가노트에서 마음에 와닿으며 연결되는 생각들, 반짝! 보르도 와인 한잔하며^^
- ‘블랙 삼부작’을 통해 랄프 깁슨 흑백 사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면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소개하는 이번 전시 Salon Littéraire는 예술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문화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보여 준다. 깁슨이 사진가로 프랑스를 처음 방문한 1971년 부터 2021년까지 50년 동안 프랑스의 전 지역을 오가며 촬영해 오면서 많은 영향을 받아 온 프랑스의 풍성한 문학, 문화와 철학에서 떠오른 영감을 이미지로 표현한 시리즈이다. 두 개의 사진이 서로 대응하는 딥틱diptych방식(한 페이지에 두 개의 사진을 나란히 배열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는 서로 충돌하고 전이되며 또 다른 세계를 그려낸다. 형태와 선, 컬러와 흑백, 추상과 현실, 긴장과 이완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프레임 구성에서 도전과 실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 리플릿 중
[내가 사진 작가로서 프랑스에 처음 간 것은 1971년에 일이었다. 그때 나는 누벨바그 영화 감독들과 누보로망 작가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고 있었고 여전히 알랭 레네 감독의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에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다. 오래지 않아 나는 미국인으로서 프랑스에서 작업하는 것은 폭넓고 오랜 전통의 일부가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강한 자부심도 갖게 되었다.
나는 이미지에 말을 덧붙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사진의 전반적인 차원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19세기의 주요 발견들 중 유일하게 여전한 철학적 울림을 준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보는 이에게 모호성과 확실성을 동등하게 부여한다. 사진은 현실을 정리하는 핵심인 추상이며 정신적 효과와 물리적 사실이 맞부딪는 하나의 순수 현상이다.
사진을 보는 우리는 시간의 안과 밖에 동시에 놓인다. 즉 사진 속에 위치하는 것이다. 사진은 말해진 것이자 말해지지 않은 것이기도 한 시각적 언어이다. 프랑스에서는 문학과 사진이 동일한 문화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들 한다. 이 문화는 자신을 소재로 하여 작품을 생산한다. 스스로를 복제하고 반영하는 자율적인 작품 말이다. 시간과 텍스트, 이야기는 물론이고 글꼴 디자인과 석판 인쇄술 또한 이러한 문화의 소재가 된다.
문화는 문학이라는 표층의 위나 아래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시각적 언어의 형태로 드러나는가. 어떤 경우든 인간 경험의 고유한 기호학으로서의 문화는 형식적 구성물의 형태와 주제 양식들을 토대로 구축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은 언제나 이 사진 작가에게 행동의 영감을 준다.
사건은 시간을 축으로 하여 문화적 표식을 가로지른다. 사실로서의 상징은 우리로 하여금 감각의 이중성을 떠올리게 한다. ]
- 작가노트 요약
http://www.ralphgibson.com/curren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