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예정되어 있던 부산불꽃축제가 예상대로 무기한 취소되었다. 특수를 노렸을 카페 등 손해가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너무 많은 인파로 매해 교통마비도 대단했다.
지난달도 걸음수는 없이 그냥 읽은 책만 보관해 두었다. 읽는 중인 책도 포함해 나름 작은 기록이 되네. 낮에 잠시 아파트 공원에 나가 보았다. 별로 걷지는 않았고 나무 아래 쌓인 낙엽과 햇살의 그림자를 담아 보았다.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도 수피의 결과 그림자가 달리 보인다. 지금 나의 계절도 늦가을. 좋은 계절이구나. 주말에 지리산 펜션에서 일박이일 하고 왔다던 초등 동기의 남편 부고가 갑자기 날아왔고, 매몰된 광산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주말에 교수님 출판기념회에서 넷이서 윤송하기로 되어 있어 카톡방 만들어 의논하고 내가 리더라 주도하는 것도 있다. 6분 이내로 시간을 맞추려고 음악을 고르고 완급 조절해 혼자 낭송해 보다 먹먹했다. “그는 무엇보다 만난 적도 없는 이웃의 눈물을 헤아립니다.”
내일은 애호박 넣고 수제비 끓이려고 반죽을 해서 비닐에 넣어두었다. 티비에서 가수 현미가 “보고 싶은 얼굴”을 부르고 하루하루 삶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삶은 제각각 다르고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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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나의 운명 설명서”에서 적재적소에 발췌된 문장들도 의미 있다. 여기 다 옮길 순 없지만 여러 갈래로 다리가 되고 하나로 다시 모아지는 사유들을 만나 반갑다. 자신을 이해하고 종횡무진 20년째 고전공부 공동체를 이어가며 운명을 차고 나가는 저자의 시원시원한 글이 긍정에너지를 준다. 어디로 튀든 고미숙 샘 결론은 우주적 존재로 태어난 우리 몸! 몸과 하나되는 공부로서 낭송과 글쓰기! 뒷장 QR코드로 들어가면 고미숙의 영상강의로 연결된다. 강원도 집에서 촬영, 귀에 쏙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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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추론 과정이 있긴 하지만 내용인즉슨 과거에서 부터 현재를 추적하지 말고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라는 것이다.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가. 역사가 우리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관찰을 통해서 역사를 창조한다. 이것이 양자역학이 말하는 시간 법칙이다. 개인의 삶도 그러하다. 인생에는 오직 현재만 있을 뿐이다. 그 현재가 과거를 조작하고 미래를 창조한다. 지금 여기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과거가 끊임 없이 재구성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과거와 미래에 끄달리지 말고 오로지 현재 집중하라는 뜻이다. 일단 그렇게 되면 누구든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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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1-02 1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6권이나 읽으셨군요 ^^
오늘도 그렇고 요새 사건 사고가 많아서 참 걱정입니다 ㅜㅜ

안타깝네요. 책도 잘 못읽겠더라구요

프레이야 2022-11-02 12:18   좋아요 3 | URL
그렇네요 새파랑 님 마음이 산란하고요. 집중 좀 해야겠어요. 각자도생. 마음 잘 모으고 모두 잘 일어나길 바랍니다. 이렇게 결국 방관자 입장이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