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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오늘의 포스팅이라며 북플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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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Nobody / Emily Dickson
11월, 무명씨의 또하루를 시작하며~
남은 두 달을 생각하며~


I‘m Nobody


Emily Dickinson



I‘m Nobody! Who are You?
Are you - Nobody - too?
Then there‘s a pair of us!
Don‘t tell!
They‘d banish us - you know!


How Dreary - to be - Somebody!
How public - like a fog -
To tell your name-
the livelong June-
To an admiring b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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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6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Emily Dickinson


미국 시인(1830~1886). 자연과 사랑, 청교도주의를 배경으로 한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담은 시들을 남겼다. 평생을 칩거하며 독신으로 살았고, 죽은 후에야 그녀가 2000여편의 시를 쓴 것이 알려졌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생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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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속속 전해지는 뉴스와 증언들은 차마 다 보고 듣기 힘들 정도다. 이십 대가 많다보니 그 또래 부모 입장에서 차마 무슨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 년 전 가을, 지인의 부탁으로 초등학교 영어 방과후 수업을 맡은 적이 있다. 몇 달간이었지만 십인십색 아이들과 정이 들어 헤어질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시월 말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그 주에는 핼러윈 특집 수업을 하였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날의 의미는 제쳐두고 전주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던 아이들은 사탕을 받고 소품을 만들어 분장하고 깔깔거렸다. 그게 다였다. 나는 아이들 구미에 맞게 분위기를 맞춰 핼러윈데이와 연결되는 단어카드와 소품들, 간식을 준비하고 재밌는 영상도 보여 주었다. 아이들은 그 모든 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따라했을 것이다. 놀이수업이었다고 해도 그마저 주입식이었다. 그 아이들은 몇 년 후 이태원에 놀러 갈 수도 있다. 이태원에 간 청년들은 예전에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그렇게 의미도 모를 수업을 받았을 아이들인지도 모른다. 내 아이들 유치원 때도 그런 행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남은 소품 중 주황색 호박 플라스틱 바구니가 지금 우리 집에도 하나 굴러다닌다. 그것과 똑같은 게 쓰레기 나뒹구는 그 거리 구석에 오두커니 남아 있는 뉴스 화면을 보았다.
내 아이가 그곳에 없었다는 것만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으로서 참담하다. 국민으로서 분노한다. 유실문 센터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손길을 기다리는 짓밟힌 신발과 가방, 에어팟과 안경 들, 팔 년 전의 아우성이 환청처럼 들린다. 안전불감증과 무책임, 천박한 인식과 이기주의, 비방과 혐오가 만연한 나라에서 눈을 감고 다시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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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1-01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영희 작가님 글 참 좋아했었는데 ㅠㅠ 그리운 작가님입니다. 저는 뉴스를 못 보겠더라고요. 그냥 아무렇지 않은척 일상을 살아내는게 참 힘든 세월입니다.

프레이야 2022-11-01 11:49   좋아요 2 | URL
네. 아무렇지 않은 척할 뿐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어요. 팔년전의 트라우마가 당시 한달은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도 오래도록.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장영희 샘 글 좋아합니다. 김점선 화가의 그림과 잘 어울리고 쾌활함이 있지요. 두 달 남았네요 올해가. 날마다 생일이라고 생각해요. 명복을 빌며… _()_

새파랑 2022-11-0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15년전이라니 까마득하네요 ~ 프레이야님 북플의 산증인이십니다~!!

저도 이젠 뉴스를 안보게 되더라구요 ㅜㅜ

프레이야 2022-11-01 21:06   좋아요 1 | URL
가끔 20년 전의 글이 뜨면 저도 놀라네요. 의인들 이야기는 그와중에 또 마음을 울립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1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영희 작가님의 글 따뜻하고 좋았던 기억이... 지금은 다 정리해서 없어서 아쉽지만^^;
저는 매일 아침 신문을 보는데 특히 어제는 많이 힘들더라구요. 감정적으로 바라보려니 더 힘들어서 지금은 이성을 가동중입니다.

프레이야 2022-11-01 21:10   좋아요 1 | URL
장영희 선생님의 온기 있고 긍정적인 글이 이런 때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네요. 감정적으론 어제보다는 오늘 좀 낫습니다. 마음이나마 모두 모아 드리고 싶습니다. 다 같은 마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