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작품 앞에 먼저 작가의 배경 설명이 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 앞에 있는 작품 배경 소개글 중,
그는 이 단편이 판매되기를 몹시 바랐는데, 돈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만약 <당신을 위해 죽어도 좋아요>가 판매된다면, 상황이 전면적으로 달라질 겁니다."라고 썼다. 피츠제럴드에게서 '자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건 뜻밖이었는데, 특히나 1920년대 그의 경쾌한 작품들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그의 초기 단편소설들이 지닌 젊은이들의 로맨틱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복잡하게 구성하는 것은 사려 깊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산군의 자연미 안에서 펼쳐지는 이 단편은 사실 어둡다. 뭔지 모르게 위험스럽고 암울한 분위기의 남자 주인공 칼리 딜래넉스만이 아니라 풍부한 색감과 묘사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수많은 울림이 있다. '깨어 있을 때조차 풍겨 나오는 썩은 내' 같은 표현은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지 않고는 정확히 읽어낼 수 없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 현대문학, 207쪽)
2021년도 다사다난하게 저물고 있다. 조금씩 정리해 보려고 한다.
6월 중반부터 5차시로 장애인 대상으로 했던 문학수업 강의계획서이다. 위의 두 책을 텍스트로 했다. 갖고 계신 분도 있었다. 시각장애인 분은 녹음도서로 읽어 오시고 다른 분들은 종이책으로 읽어 오셨다. 동시대 미국을 살았지만 다른 작품 세계를 썼고 다른 삶을 살았던 작가의 단편을 비교하여 읽고 이야기 나누었다. 피츠제럴드보다 20년을 더 살다 간 윌리엄 포크너 작품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피츠제럴드의 단편 중 의외로 좋은 작품이 있다는 걸 알고 반가워하셨다. 대체로 포크너의 작품은 처음엔 어려운 듯했지만 수업하고 나니 참 마음에 남는다고 하셨고 피츠제럴드는 재발견이었고 신선했지만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들 하셨다. 원래 같은 이야기를 여러 방식으로 하는 게 작가이다.
'서재의 향기'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공부하는 이분들은 시와 소설과 영화 등 다양한 읽을거리에 관심이 많고 대단한 열정을 지닌 분들이다. 몸이 불편하신대도 나보다 먼저 와서 기다려 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감사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소감도 나누었는데 또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고가 되었다. 같은 텍스트도 역시 다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의 한계 안에서 이해하게 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외연을 확장하고 사유를 넓혀갈 수 있으니 서로 참 좋은 시간이었다. 강의실이 있던 그 건물에 외부인 주차가 불편해 집에서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그길이 또한 참 좋았다. 전철역도 있지만 버스정류장 바로 앞이라, 물론 마스크를 하고 시내버스에 앉아 30분 정도 오고가는 길이 왜 그렇게 좋던지. 장마철이 될 거라 비가 자주 오면 오시기 불편할거라 걱정했지만 비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늘 그렇듯 몸이 아파 더 못 나온 분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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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츠제럴드 단편소설의 세 가지 주제
_ 물질적 풍요와 성공에 대한 야망
_ 잃어버린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실망과 환멸
_ 삶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낭만적인 꿈과 환상. 구원적 환상. 낭만주의적 이상주의
# 피츠제럴드 단편소설의 특징
평생에 걸쳐 160개의 단편을 썼고 그중 1920년대와 30년대에 가장 많은 집필을 했다. 당시 미국이라는 구체성과 특수성이 비교적 강하게 드러나는 미국적 작가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그 시대를 초월하여 특수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피츠제럴드 작품 속 인물은 그만의 특징을 지닌다. 물질적 성공과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좌절을 겪으며 깊은 절망에 빠진다. 이런 좌절과 절망에서 비롯하는 삶에 대한 우수와 비애, 비극적 상실감이 짙게 배어 있다. 1920년대 재즈 시대의 ‘미국의 꿈’은 시끄러운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가난한 소년이 대도시의 휘황찬란한 쇼윈도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비유된다.
# F.S.피츠제럴드가 사망하기 일 년 전 사랑하는 딸 스코티에게 보낸 편지 중
“뮤지컬 작가들처럼 글을 썼으면 할 때가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나는 실제로는 너무나 도덕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독자들을 즐겁게 해 주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용인할 수 있는 형식으로 그들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
#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다. - 묘비명
# 명언_ 한 차례의 패배를 최후의 패배로 혼동하지 말라.
(비교)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당하지 않는다.- 헤밍웨이
아들이 이블린과 이 차갑고 악의에 찬 아름다운 물건 - 즉 오래전에 얼굴도 잊어버린 남자로부터 받은 이 원한 담긴 선물 -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시작되어 오랫동안 맥 빠진 막간으로 계속되어 온 음흉한 시합에서 점수를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생각에 잠긴 듯 육중하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 그릇은 오랜 세월에 걸쳐 그랬듯이 그녀 집 안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전 개나 되는 눈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빛을 내뿜고, 그 사악한 빛은 늙지도 않고 변하는 일도 없이 서로서로 하나로 합쳐지면서 말이다.
- 피츠제럴드 단편선1 <컷글라스 그릇> 182-183쪽, 민음사
서재의 향기 1차에는 두 작가에 대한 배경과 소개를 이야기했고
아래는 2차시에 이야기 나누기 전 감상에 도움이 되도록 짚어 드렸던 키워드.
1. 에밀리를 위한 장미 한 송이 / 윌리엄 포크너
- 쇠퇴, 상실, 몰락해 가는 것들을 바라보는 관점(요염한 몰락)
-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의 영속성 안에서 지켜야 할 숭고한 가치.
- 가부장적 권위와 폭력, 사랑의 왜곡된 이름
- (주체적) 여성주의 관점으로 본 에밀리의 선택
- 물리적 시간에 따라 서술하지 않고 서술자의 마음에 떠오르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구성한 플롯의 효과. 복수1인칭 관찰자 시점(우리 마을사람들)
-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옛것을 지키는 의미
- 미국 남부의 보수적 가치와 북부의 자유로운 정치, 사회적 연대 및 연합
2. 오월제 / F.S. 피츠제럴드
-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고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중 하나.
- 시끄러운 세상에서 무언가 찾으려는 젊은이들의 방황, 혼란, 사랑의 실종.
- 1920년대 미국 재즈시대, Lost Generation
- 물질이 우리 삶에 줄 수 있는 것.
- 물질과 정신의 상관관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러려면 어떻게?
-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가 있다면...
3. 헛간 타오르다 / 윌리엄 포크너
- 절제된 언어와 치밀한 구성,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시각적인 언어.
- 남북전쟁 후 재편성되어가는 남부 사회에서 실존의 자리를 상실한 가장의 비애
- 소년이 바라보는 비애와 절망과 공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 불가해하고 모순적인 아버지라는 세계와 소년이 속한 사회 밑바닥 혹은 가장자리의 삶
- 그 세계를 탈출해 ‘어두운 숲’으로 향하는 어렴풋한 희망의 빛
- 헛간은 시대를 초월해 냉담한 현대의 사회 변두리에서 소외된 이웃(의 공간)
- 불은 아버지에게 ‘자기 안에 깊이 내재한 주요한 요소를 지켜내는 무기’, 자기존재의 확인
4. 부잣집 아이 / 피츠제럴드
- 사람을 어느 유형으로 바라본다면 생길 수 있는 오류
- ‘나’ 3인칭 관찰자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앤슨에게 들은 이야기)
- 인간성의 모순 혹은 다양성.
- 1920년대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의 삶
- 풍요 이면의 허무와 상실감.
- 천박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은 균형감을 지니고 적절히 리듬을 타는 대사와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