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1. 그 여자의 이름으로.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민음사

 

제인 오스틴의 <엠마>의 연쇄로 똑같은 이름의 엠마 보바리의 호기심 때문에 저자가 읽게 된 책은 <마담 보바리>.

플로베르가 소설을 쓰면서 이 빌어먹을 보바리 때문에 나는 죽을 지경이다.”라고 하소연했다더니 읽는 나 역시 빌어먹을 보바리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고백한 저자는 끝까지 읽고서 한 번을 더 읽었다고.

 

연쇄2. 땡큐! 플로베르, 줄리언 반스, 플로베르의 앵무새

 

나는 왜 이렇게 이 책에 빠졌던 걸까? 가끔씩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마주치는 책들이 있다. 대개는 시간 낭비가 되기 십상이지만 모르던 작가를 새로이 발견할 때의 기쁨이란. 이제 줄리언 반스는 단연코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발돋움했다. <소립자>의 미셀 우엘벡도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둘 다 출판사가 <열린책들>이다.

 

연쇄3. 그 많던 앵무새는 다 어디로 갔을까? 토니 주니퍼, <스픽스의 앵무새>

 

앵무새의 멸종은 숲의 파괴 때문이라기 보다는 수집가의 탐욕때문이라고 한다.



 














연쇄4.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서. 다니엘 네틀, 수잔 로메인,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언어의 멸종을 다룬 책이라고 한다.

 

언어와 문화들의 사멸을 방치하면 이 세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총량이 직접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왜냐하면 이 세계의 풍부함과 다양함을 이야기하던 목소리들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종이 멸종하면 환경의 어느 고유한 부문도 함께 희생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목소리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면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누구인지,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를 조금씩 잃게 된다.

 

연쇄5. 나는 나를 벗할 뿐 남을 바라지 않노라.

김성남, <허난설헌>

박희병, <나는 골목길 부처다>

 

유선이란 속세를 벗어나 선계에서 노닌다는 뜻으로, 중국의 위진 시대부터 시작되어 유행한 전통적 시제다. 유선시를 쓴 이는 당시 중국과 조선을 통틀어 허난설헌이 처음이라고 한다.

 

박희병의 <나는 골목길 부처다>는 허난설헌이 죽은 지 160년 뒤, 영조 시대 역관 시인 이언진에 대한 평전이다.

 

해가 지기 전에 천 개의 부채에 시를 적고 5백 수의 율시를 짓고, 자기가 지은 시를 하나도 착오 없이 외웠다니가히 천재 시인이라 할 만하다. 허난설헌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조선에선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접받지 못했던 것처럼 이언진 역시 중인이라는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제 뜻을 펼치지 못하고 말았다. 이언진은 성호 이익의 조카인 이용휴를 통해 중국의 이단적 사상가 이탁오를 접했다고 한다. 조선에서 당시 이탁오 사상을 수용한 지식인은 허균과 이언진 뿐이었다.

 

연쇄6. 조선의 문장 종결자 박지원 <열하일기> 돌베개.

 

아직 나는 <열하일기>를 못 읽었다. 박지원의 글을 읽은 사람마다 칭찬이 끊이질 않으니, 내년엔 꼭 박지원의 책을 읽어야 겠다.

(아직도 못 읽었다.)

 















연쇄7. 민주주의의 두 얼굴을 말하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1.2>

 

여행기에 착안해 이루어진 연쇄.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완독하진 못했지만 단편적으로 접한 토크빌의 사유에 놀래긴 마찬가지다. (토크빌은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의 단골 주제)

 

평등의 위험성, 다수결 결정과 여론이 초래하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지배의 정당화, 사상의 획일성 등을 민주주의의 태동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토크빌은 날카롭게 지적했다.

 

연쇄7. 어지러워도 버티자고! 베르나르 앙리 레비, <아메리칸 버티고>

 

<아메리칸 버티고>는 토크빌의 여행 경로를 따라간 일종의 미국 견문기다. 저자는 레비가 미국의 현기증을 제대로 포착하긴 하지만 여전히 서구중심주의로 벗어나지 못함을 지적한다.

 

연쇄8. 견딜 수 없는 나를 읽다. 서경식,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베르나르 앙리 레비와 똑같은 이름의 쁘리모 레비에로의 연쇄. 재일 지식인 서경식이 프리모 레비의 무덤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레비는 유대인이냐 아니냐는 주근깨 정도의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다고 믿었으나 나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책에서 레비는 수용소에서 우연히 만났던 뮐러와의 일화를 들려준다. 아우슈비츠를 증언한 레비의 책에 감동 받았다는 그는 막상 레비가 만나자고 하자 거절했다고 한다. 이 일화를 들려주면서 서경식은 자신이 경험한 일본의 뮐러씨들을 떠올린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까지 사과하면 되지요?”라고 말하는 이들. 저자인 김이경씨는 자신이 만났던 우리안의 뮐러의 일화를 들려준다.

 

어느 모임에서 한 분이 광주민주화 운동이 남긴 개인적인 상처에 대해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 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그 일은 잘못됐지만 이젠 민주화도 됐고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원망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작가는 분통을 터뜨렸다고.

 

잘했다. 나 같았으면 그 사람 말이 끝나기 전에 이미 공중을 날고 있었을 텐데.

 

야만적인 폭력에 의해 상처 입은 이들은 말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외롭고 초라해지는 이상한 현실 앞에서 침묵을 택합니다. 대신 입을 여는 것은 뮐러들입니다.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일 겁니까, 정말 나쁜 놈은 처벌받아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랐잖아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건 이해해 줘야지요, 분노도 원망도 그만 내려놓으세요.....

 

<교양,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책에서 서경식이 지적했듯, 프리모 레비의 죽음은 인간은 덕과 지혜를 구하기 위해 산다. 인간은 짐승이 아니다.’라는 신념에 의지해 살아온 인간이 스스로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는 시대가 바로 우리가 사는 시대임을 보여 줍니다. 이런 시대에 과연 우리가 희망을 일굴 수 있을까요? 서경식 조차 나의 예견은 비관적이라고 고백합니다. “인류가 스스로 경험하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리라 기대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그는 절망을 토로하는 대신 죽어 가는 증인들의 경고에 귀 기울이고 방죽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외부에 참혹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해도 애써 그것을 못 본 체하는 평화에 안주하는 대신 자신의 안과 밖을 타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교양을 역설합니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의 책임이고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의무이며,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지요.















 

연쇄10. 나에게 죽을 자유를 달라! 장 아메리. 자유 죽음.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한스 차임 마이어. 나치의 발흥에 저항 운동가가 되면서 이름을 장 아메리로 바꾼다. 나치의 온갖 고문에도 살아 남은 장 아메리는 당당히 자유 죽음을 말한다.

 

인간 존재를 실존적으로 고찰하고 죽음을 금기시하는 문명의 허위를 고발하며 죽을 자유를 역설하는 아메리이지만, 그가 <자유 죽음>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 죽음조차도 너그럽게 포용하는 열린 삶입니다. 이 책에서 그가, 숭고한 대의를 위해 제 몸을 던진 영웅의 죽음 대신 톱스타를 연모하다가 죽은 가정부 처녀를 예로 드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겨우 그런 이유로 죽느냐고 사자를 모욕하는 사회, 죽음에도 명분을 따지고 우열을 논하는 세상의 야박함, 그는 바로 이런 세상이 죽음을 부른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에셰크(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포용하지 않는 사회가 자살을 낳는다.”는 아메리의 말은 <자유 죽음>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보여줍니다. 그의 책을 읽는 동안, 쌍용자동차에서 대량 해고와 폭력 진압으로 고통을 겪은 해고 노동자 12(20126월 현재)이 자살했습니다.

 

<<2009년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는 회사는 망해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회사를 살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죽겠다고 자살특공대를 만들어서 시너를 끌어안고 옥쇄투쟁을 하고 있다는 망언을 쏟아내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김문수 참. 매를 맞고 잡냐

 

연쇄11. 낯선 시간들에서 삶을 발굴하다. 로렌 아이슬리, <그 모든 낯선 시간들>

 

인류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아이슬리의 자서전. 그는 <광대한 여행>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를 구성하는 모든 원자와 분자는 그 위치를 변화시켜 왔고 춤추며 사라졌다가 다른 것들의 일부가 되었다. 풀과 다른 동물의 뼈에서 나온 새로운 분자들이 한동안 나의 일부가 되었고, 하루살이 떼처럼 경쾌한 이 회전 속에 내 기억은 보존되어 있으며......이 기억들은 현실 세계에서 가졌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영원성을 갖는다.

 

연쇄12. 오버 더 레인보우! 조안 러프가든, <진화의 무지개>

 

트랜스젠더인 작가의 이력답게 동물들의 동성애 성향에 대해 말한다고. 작가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유전적 다양성을 부정한다고 비판한다. 작가는 암컷은 가장 뛰어난 수컷보다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수컷을 선택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 행동은 1백종 이상의 포유류에서 관찰된다고

 

연쇄13. 낯설지만 매혹적인

윌리엄 버로스, <퀴어>

자넷 윈터슨,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버로스가 아내를 총으로 쏘아 죽게 만든 사고가 동기가 되어 씌여진 책이 <퀴어>라고 한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역시 동성애자인 자넷 윈터슨의 자전적 소설이다.















 

연쇄 14.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오렌지, 마리 모니크 로뱅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고엽제로 알려진 에이전트 오렌지 제조사가 몬산토다. 몬산토는 오늘날 유전자 변형 작물 GMO 종자의 세계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2008<비즈니스위크> 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기업에 꼽히기도. 1901년에 설립된 몬산토는 1935년 폴리염화비페닐PCB를 팔면서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몬산토 PCB 공장이 있던 미국 애니스턴은 한 해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암으로 죽고, 폐허로 변한 것에도 알 수 있듯 PCB의 유해성은 심각했지만 몬산토는 모든 것을 은폐했고 숱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몬산토는 이후 에이전토 오렌지라는 혁신적인 제초제를 생산, 월남전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 제품으로 숱한 군인들이 암으로 죽어 나갔지만 몬산토는 정경유착을 통해 에이전트 오렌지의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PCB와 에이전트 오렌지가 차례로 사용금지된 뒤, 새로운 제초제 라운드업과 유전자조작으로 생산한 소성장호르몬을 주력 품목으로 내세웠다.

 

고엽제를 만들던 기업이 GMO를 생산한다고?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최대의 종자 회사들이 차례로 몬산토, 신젠타, 사카다 등 외국 기업에 넘어갔다. 이런 전혀 몰랐다. 윤리적 개념이 없는 다국적 기업이 병충해를 막기 위해 GMO에 뭘 넣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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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3-05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문학은 열린책들이지. 라고 말하는 열린책들 예찬자 입니다.

시이소오 2017-03-05 09:48   좋아요 2 | URL
열린책들 외국문학엔 생소한 작가들이 꽤 많았는데 지금보면 죄다 거장들이네요 ^^ 그놈의 빼곡한 편집만 제발 바꿔주면 좋겠어요.
열린책들은 여백의 미를 몰라 ㅎ

박균호 2017-03-05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민주주의를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았는데 정독해야겠네요.

시이소오 2017-03-05 09:54   좋아요 2 | URL
허걱, 독서만담 저자이신 박균호 작가님 아니십니까?

가문의 영광입니다^^ 한기호소장님이 독서만담 자랑을 엄청하시고 이웃분들의 호평때문에라도 읽고 싶은 책인데 제가 요즘 일상이 번잡스러워 미처 못 읽었네요. 톡빌도 아직이네요. ㅎ 출간 축하드리고 곧 읽겠습니다. 독서만담 대박나시길 ^^


박균호 2017-03-05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제가 영광이죠.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소개 받고 갑니다. 즐거운 연휴되시고 제 책은 취향에 맞으시면 천천히 읽어주시면 감사하지요.

시이소오 2017-03-05 10:09   좋아요 2 | URL
취향엔 맞을거라 확신합니다. 작가님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Dora 2017-03-0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바리에서 지엠오로 끝나는 분노의 리뷰.....ㅋㅋ

시이소오 2017-03-05 11:48   좋아요 1 | URL
한국 몬산토도 성황중이죠. 리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투 비 컨디뉴드. 두둥~~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3-0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베의앵무새.. 끝내주죠. 엄지 척 ~ 입니다..

시이소오 2017-03-05 15:59   좋아요 0 | URL
그쵸? 제가 읽은 반스의 책중 최고라고 봅니다

2017-03-05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5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6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03-06 13:29   좋아요 0 | URL
아, 스텔라 케이님이 어떻게 독서만권 두 권 갖게 된지를 알고 있었다구요.

아무튼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2017-03-06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03-06 13:47   좋아요 1 | URL
좋아요보다 스텔라 케이님처럼 댓글을 달아야하는데 일상이 번다하여. ㅋ 죄송합니다 ^^;

2017-03-06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6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